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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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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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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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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 첫 단추 - 7

DUMMY

“한대리가 뉴런칩 인간화 전체 공정 책임자로서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는 거로 마무리해야겠어.

뉴런칩 인간화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대리가 한 것으로 보고서를 만들어봐.

지금 비상 전원 시스템에 설치된 2GWh 배터리가 모두 전소하면 4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 나와 자네 둘 중의 하나가 그 돈을 물어내야 할 판이야. 그럴 수는 없잖나?

그렇게 되면 뉴런뱅 운영은 누가 하나?”


“그건 말도 안 됩니다. 한대리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한과장! 지금 누가 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

우리 모두 살자는 거야. 한 대리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간다 해도 초범이라 10년 정도만 살고 나오면 되는 일이야.

출소한 다음 나하고 자네가 적절한 보상을 하면 되잖아.

만약에 나하고 자네 둘 중의 한 명이라도 감옥에 간다고 치자.

최소 10년 동안 뉴런뱅을 비워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다 망하는 거야. 우리 말고 누가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나?

면허 없이는 UN 산하 기업에서 어느 누구도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없어.”


“뉴런뱅 24시간 풀 가동에 대한 지시는 박실장님이 하신 겁니다. 그 누구도 그 책임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일단 화재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한과장! 한과장! 이새끼!”


한과장은 일단 뉴런칩 인간화 공정 센터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한 대리는 24시간 숙식하며 뉴런칩 인간화 과정 및 무술 기술의 정교한 싱크 조정을 총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하필 불길이 그 방향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과장이 인간화 공정 센터 출입문을 열자 눈앞에 불길이 번지며 사방이 연기로 가득하다. 곧 천장으로 옮겨붙기 직전이다.


이 불길 속에 좌측 데이터 전송 밀실 유리문 넘어 한대리가 안드로이드 뉴런칩 탑재 최종단계를 진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투명 캡슐 안에 누워있는 6인의 안드로이드 모두 두 눈을 뜨고 한 대리에게 시선이 고정된 것으로 보아 뉴런칩은 이미 안드로이드 본체에 탑재 완료됐고,

뉴런칩과 안드로이드 본체의 모든 신경계의 싱크로율이 100%에 도달하기 위해 최종 버그 체크 단계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6인의 안드로이드는 1년간 한대리로부터 인간화 과정과 함께 무술 교육을 전수 받았으며 수 많은 대화와 감정교류가 동반됐고, 오늘 처음으로 눈을 뜨며 한대리의 본 모습을 본다.


최종버그 체크 단계에서 인간화 데이터 전송 케이블의 연결이 단절되면 해당 안드로이드는 싱크로의 실패로 인해 그 즉시 운행이 불가능해지고 해체하도록 규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한과장은 한대리의 최종작업을 돕기 위해 할 수 없이 소화기 5대를 준비해서 일단 그중 한 대를 들고 좌측 창문과 출입문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한다.


한과장과 한대리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한과장은 한 대리가 뉴런칩 싱크로 최종 버그 체크 단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잘 안다.


한 대리는 자신을 통해 인간화 과정을 밟은 안드로이드 모두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때, 한과장 뒤 출입문 쪽에서 불빛이 번쩍이며 총소리가 터져 나온다.


탕- 탕-


한과장은 옆구리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한 것이다.


한대리가 놀라서 유리 넘어 한과장을 깨우기 위해 유리 벽을 두드리며 절규한다.


그리고 뒤이어 박실장을 필두로 10여 명의 뉴런뱅 직원들이 권총을 들고 센터 내부로 쳐들어온다.


한과장은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지 통제 실장의 다리를 부여잡고 설득을 하는 것 같았다.


한대리는 데이터 전송 밀실을 박차고 나와 한과장을 구하고 싶었으나 밀실 밖에 10여 명의 직원들이 총을 들고 밀실을 향해 발사하는 바람에 도저히 문을 열고 나갈 수 없었다.


데이터 전송 밀실은 두꺼운 방탄유리로 둘러쳐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유리가 박살 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결국 두 세 군데 균열이 가면서 방탄유리도 깨지기 직전의 상황이 된다.


이때, 박실장을 비롯해 10여 명의 직원들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자 천장으로 옮겨붙은 불길이 천정 전체로 번지며 작은 불똥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뒤이어 데이터 전송 밀실의 통유리 틈으로 연기가 스며들기 시작하고 밀실 밖 바닥에 총상을 입고 누워있던 한과장은 완전히 의식을 잃는다.


한 대리는 깨진 유리 틈으로 연기가 스며드는데도 비틀거리며 뉴런칩 최종버그 체크를 위해 10대의 상황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피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드로이드의 인간화 과정이 모두 끝나기 때문이다.


결국, 한대리는 밀실로 스며드는 연기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6인의 안드로이드 중 얼마 전 가장 먼저 이름을 정한 라돈이 데이터 전송 밀실에 연기가 가득 차 한대리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한 안드로이드 1호부터 5호한테 최초 지령을 전달한다.


[싱크로 버그 체크가 10초 남았다. 1년간 인간화 과정과 무술 기술의 전수를 통해 우리 6명을 탄생시킨 분이다. 명령이다. 반드시 보스 오리온을 살려라. 자! 기동해라!]


라돈은 안드로이드 1호부터 5호까지 모두의 인간화 과정 마무리 단계에서 정신적 각성을 확인하면서 그들 사이에 부르던 한대리의 애칭 오리온을 언급하며 분발을 촉구한다.


이때, 투명 캡슐이 박살 나며 6인의 안드로이드가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라돈은 한대리를 둘러업고 나머지 5인의 안드로이드는 방탄유리 벽을 박살 내 탈출로를 확보한다.


이미 밀실 밖을 비롯해 뉴런칩 인간화 공정 센터 천정은 온통 불길로 뒤덮였고 복도 양옆의 벽도 불길이 번져 불지옥을 연상케 한다.


안드로이드 1호가 라돈에게 보고한다.


“라돈, 복도 모두가 불길이 너무 강합니다. 오리온이 위험합니다.”


“2호부터 5호는 순간 최대 가속으로 양쪽 복도를 돌파해서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라. 그리고 4, 5호는 공장 도면을 분석해 소화 호수를 끌어오고, 2, 3호는 주변에 소방차를 발견하는 즉시 소방차를 끌고 오거나 소방호스를 끌고 와서 오리온을 살려라. 1호는 나와 함께 오리온을 보호하며 불길을 돌파한다. 가라!”


“네, 라돈”


4인의 안드로이드가 양쪽 복도의 불길을 돌파하며 사라지고 1호가 라돈을 도와 오리온을 감싸 안고 엄청난 온도의 불길을 서서히 돌파해 나간다.

센터 복도의 총 길이는 약 600m 정도로 모두 불길에 휩싸여 한대리를 업고 달려 나가게 되면 한대리가 불길에 휩싸이게 돼 위험하다.

안드로이드 피부는 모두 그래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섭씨 1,000도의 고온도 견딜 수 있지만, 한대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가 한대리를 감싸며 밖으로 나가야 한다.


잠시 후, 300미터 길이의 북쪽 복도 중간쯤에 이르러 오리온의 양팔과 양다리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2호부터 5호는 응답하라. 오리온이 불이 붙었다. 뭐하나? 아직 물을 구하지 못했나?]


[2호 보고합니다. 소방 호스를 찾을 수 없어서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차로 접근하는 중입니다. 소방호스 길이가 짧아 소방차를 들고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알았다. 1호는 오리온의 머리와 얼굴에 불이 붙지 않게 완전히 막고 전진해라. 팔다리에 붙은 불은 최대한 불길을 잡으며 전진해라]


[라돈, 오리온이 숨을 쉬지 않습니다. 큰일입니다]


[넌, 오리온의 머리를 보호해라. 팔다리는 포기한다. 내가 지금 북쪽 복도를 왕복하면서 산소를 운반하겠다. 넌 앞으로 계속 전진해라]


[예, 빨리 부탁합니다. 오리온이 의식이 없습니다]


라돈은 그 즉시 복도를 돌파해 산소를 들이켠 후, 다시 복도 중앙으로 돌아와 오리온 입으로 산소를 불어 넣는다. 그러기를 십여 차례.


순간 북쪽 복도가 밝아지면서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들이치고 순간 북쪽 복도 전체의 불길이 모두 잡힌다. 라돈은 즉시 오리온을 업고 엄청난 속도로 센터밖으로 뛰어가 눕힌다.


오리온의 팔다리는 화염에 휩싸이는 바람에 이미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라돈은 4명의 안드로이드에게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응급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즉시 오리온을 후송할 것을 지시한다.


그리고 1호한테 공장 응급실을 찾아 필요한 응급도구를 가져오도록 지시한다.


잠시 후, 한대리가 눈을 뜨며 라돈을 부른다.


“라돈, 내 팔다리가 어떻게 된 거야? 너무 아프다.”


“보스, 걱정 말아요. 내가 보스를 살릴 겁니다.”


“거대한 뉴런뱅이 불타는구나. 저 많은 배터리의 불을 잡을 수 없을 거야. 모두가 다 타야 잡히는 불이야. 라돈, 과장님은?”


“사망하셨습니다.”


“나 좀 일으켜 줘, 라돈.”


“절대 안 됩니다. 절대......”


“시간이 없어. 나 지금 아빠한테 가야 해.”


“네, 보스.”


* * *


잠시 후, 이집트 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오픈하고 사람들이 체크인 하기 위해 줄을 선다.


오리온의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한다. 라돈도 충무공에서 본 머리가 긴 남자를 찾고 있다.


늦은 시각인데도 이집트 여행을 가기 위한 인파가 밀려오기 시작했고 어느덧 체크인 줄은 200여 미터에 이른다.


밤 9시가 가까워져 올 무렵, 멀리서 아래위 짧은 길이의 카멜색 커플룩을 입고 묵직한 배낭을 맨 남녀 한 쌍이 뛰어오는 게 보인다.


“보람아! 우리 체크인 카운터 찾았다. 이제 좀 걷자. 휴~”


‘저 사람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긴데 답답하지도 않나?’


“보스, 찾은 것 같습니다. 그 옆에 같이 오는 사람이 김충식씨가 말한 그 여자 같습니다.

보스?”


오리온은 멍하니 그 남자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두 남녀는 떨어져 걷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정함이 느껴진다.


오리온은 순간 다짐을 하고 라돈을 부른다.


“라돈, 100만 원만 줘봐. 지금 나무문 수리비 주고 끝내자.”


“네, 보스”


오리온은 과감히 일어서서 공항 체크인을 하러 가는 그들 앞으로 다가간다.


도신은 표정이 굳어지며 체크인 카운터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길을 막아선 오리온을 바라보고 놀란다.


도신은 오리온을 한 번에 알아본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냐? 오리온이잖아? 이 여자가 여기서 길을 막고 뭐 하고 있지?’


막상 용기를 내 도신 앞에 선 오리온이지만, 멀찍이 도신을 뒤따르던 검은색 마스크를 쓴 보람이를 한 번 보더니 그 둘을 그냥 지나쳐 공항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잘 가세요. 안녕~.’


도신은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궁금했지만, 보람이가 다가오자 방향을 돌려 함께 체크인 카운터를 향해 걸어간다.


조금 전 보람이는 그 짧은 순간 오리온과 두 눈을 마주쳤지만, 별다른 감정 없이 그냥 지나친다.


라돈은 오리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하고 일어나 따라간다.


도신이 라돈을 보며 살짝 눈인사를 하자, 라돈도 도신에게 눈인사를 하고 곧장 오리온을 따라 출구로 나간다.


공항 건물 밖으로 나와 주차장을 향하는 오리온 옆에 라돈이 따라붙어 걷는다.


“라돈! 생각이 바뀌었어. 나 취직할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보스.”


“갑자기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졌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 그를 만나겠지.”


“보스, 그는 결혼 상대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괜한 분란 일으키지 마세요. 저는 결사반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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