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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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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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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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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3화 천화산(天花山) (10)

DUMMY

제3화 천화산(天花山) (10)






순간 그 공간이 질식할 정도로 무거운 바람이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

"······."

"······."

"······."

"······."


다섯 남녀들은 눈앞에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모습으로 한동안 방황을 하였는데, 그나마 넷 중에서 가장 정인군자의 풍모를 지닌 가림이 어렵사리 먼저 말을 내뱉었다.


"험험. 목 소저가 오늘 힘든 일이 많으셨나 보구려. 저는 이해합니다. 여성도 얼마든지······."


그 순간 희끄무레한 잔상을 남기며 한 줄기의 붉은색의 끈 묶음이 있는 창날이 재빠르게 가림의 입을 향해서 쏘아졌다.

창의 주인은 목청아였다.


"닥쳐요!!!"


가림은 맹렬한 기세의 목청아를 바라보며 입을 달싹거리다가 말을 잇지 못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네 사내들이 두 눈동자에 살기(殺氣)가 진해지는 목청아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 모른채로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들도 이런 상황이 난생처음이라서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답변은 목청아가 준비한 상태였다.


"오늘 일! 잊어요! 그리고 다시는 내게 다가오지도 말아요!"


네 사내들은 그런 목청아를 보며, 입을 붕어처럼 뻐금뻐금 거리기는 했지만 결국 그녀의 뜻대로 하겠다는 맹세를 할 수 밖이 없었다.


"이제 그만들 꺼져요. 난 오늘 혼자 있고 싶으니까."


가림은 위로의 말을 건네려다가 목청아가 휘두르는 창날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설 수 밖이 없었다.


"알겠소. 알겠소. 우리들은 이만 가보겠소. 목 소저는 부디 안심하시구려."


완강한 목청아의 태도에 가림 등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네 명의 사내들이 시야는 물론이고, 기감(氣感)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것을 확인하며 목청아는 내부에서 솟구치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쥐고 있던 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땡그랑!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방금 전에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머리 속으로 재생하며 끊임없이 절규하고, 비명을 토해냈다.

목청아의 인생을 통 털어서 방금처럼 수치스럽고, 끔찍한 순간이 다시 없을 정도였다.


"아악---------------!!!"




***




날이 밝았다.

누군가에게는 꿈에서도 다시 보기 싫었던 하루가 지나갔고, 누군가들에게는 자신들의 코 속을 침투했던 향긋한 향기를 아련하게 추억하기도 했던 전날이었다.

날이 밝자, 무인들은 곧장 출정 준비를 끝마쳤다.

길지는 않지만 상당한 시간 동안 무인들에게 잠 잘 곳을 제공했던 천막들을 거두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끝내고서 80명의 무인들과 기영을 비롯한 사천당가의 일행들이 공터에 집결했다.

위룡이 단상을 가리키며 기영에게 말했다.


"공자님, 출정 전에 한 마디 하시죠."


위룡의 제안에 기영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는 않았다.

단상 위로 올라선 기영은 자신을 주시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80명이라는 인원수는 생각보다 너무 많았고, 최대한 준비를 하기는 했으나. 자칫 잘못하면 이들 중에서 죽는 이들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미 기영은 죄책감과 부담감에 마음이 꺾일 것 같았다.

기영은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전에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번 여정의 위험성에 대해서 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무접곡 내부로 떠나는 마당이 되어서는 결국 저는 제가 과거에 내뱉었던 말들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겠네요."


기영은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의연한 표정으로 외쳤다.


"우리 모두 살아서 돌아옵시다!"


이에 그곳에 도열해 있던 무인들 모두가 일제히 자신들의 병장기를 높이 들어올렸다.


"우오!!!"


위룡은 나쁘지 않은 연설이었다고 생각하며, 무인들을 본격적으로 무접곡 내부로 진격시켰다.

안개가 짙은 무접곡의 내부를 보며, 무인들 모두가 긴장 어린 표정으로 어렵게 한 발, 한 발을 안쪽으로 이동했다.

위룡은 긴장한 무인들을 보며, 그들의 날선 분위기를 풀어 줄 요량으로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여서 말을 늘어놓았다.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무접곡 입구 부분에는 괴이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위룡의 말을 들었음에도 무인들 대다수가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위룡은 굳이 뒷말을 더 잇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




무접곡 내부 진입 첫 날.

과거 위룡, 동방광들이 그랬던 것처럼 첫날에는 아무 일도 없이 순조롭게 여정을 이어갔던 것처럼, 80명의 무인들을 대동한 기영의 일행들도 무사히 무접곡 내부에 들어섰다.

그들은 일전에 위룡과 동방광이 묵었던 안전한 곳을 찾아서 진지를 설치하고, 오늘 하루 무사했던 것에 긴장이 조금 풀리며 먹을 것들을 주고 받았다.


"이야! 나는 첫날부터 그 녹색 괴이들과 조우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으하하핫!"

"그럼! 그럼! 우리 인원수가 무려 80명인데, 그놈들이 생각이 있으면 우리들을 곧바로 공격하겠나. 세력으로 보고 꽁지에 불이 붙은 것처럼. 도망이나 치겠지! 껄껄껄!"


무인들은 허풍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들을 주고 받으며, 오늘 있었던 긴장을 해소했다.

비록 이 자리에 술이 없어서 완전한 해소는 무리였지만 여유를 부리며, 동료들과 너스레 띈 대화를 주고 받으며 조금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또한 위룡의 말을 떠올리며, 그의 말에 신뢰성이 있다는 생각도 했다.

확실히 첫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무인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피로와 긴장을 풀 때, 간부진인 십장들과 기영들은 간이 천막을 만들어서 그들끼리 회의를 진행했다.


"내일이 관건입니다. 저희가 그 초록색 피부에 돼지 머리 괴이를 만났던 것도, 이 부근이었으니 말입니다."


말을 주고 받으며 그들은 몇 번이나, <철각사연진(鐵角四連陣)>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사실 그런 방식으로 그들도 자신의 내부에 내제 된 긴장감과 피로도를 부드럽게 해소했다.

회의는 애당초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않았는데, 어차피 지금 배우고, 생각한 것들 모두 실전에서 직접 연단을 마쳐야지. 좀 더 현실적으로 개량을 거쳐서 쓸만해질 것이었다.

회의가 끝나가는 것을 느끼며 기영이 앞서서 말했다.


"자 그러면 위 대협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오늘 하루 푹 쉬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내일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몇이나 저와 다시 얼굴을 마주할지 모르는 일이니 말입니다."


기영의 작별 인사를 들은 십장들 모두 얼굴 빛이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차가워보일 수 있는 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존심이 강한 십장들의 심장에 불꽃을 튕기는 말이기도 했다.

위룡을 제외한 다른 십장들이 간이 천막을 떠나는 것을 확인한 기영은 전음으로 막천승을 불렀다.


[막 대협, 되도록이면 이 부근에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도록 기막(氣幕)을 쳐주십시오.]

[존명!]


기영이 막천승에게 부탁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외부의 소음이 전혀 들려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위룡은 뒤늦게 기영을 보좌하는 혹은 호위하는 고수가 천막 근처에 기막을 둘렀음을 눈치챘다.


"어떤 비밀리에 하명할 일이 있으십니까."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에 위룡은 필시 무슨 사정이 생겼으리라 짐작을 하였고, 기영은 주변을 살피다가 위룡에게 비밀스럽게 전음을 보냈다.


"······."


가만히 기영의 전음을 듣던 위룡의 얼굴이 처음에는 경악으로 눈동자가 확장 되었다가 곧 의심과 은은한 공포를 느끼다가 마지막에는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런 위룡에게 기영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이 이야기는 일단 다른 십장들에게는 비밀로 하세요. 저도 완전히 확실한 정보는 아니니. 괜한 허튼 희망으로 다른 이들의 감정을 농락하기는 싫으니. 단 일이 확실해지면······."


기영이 일부러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위룡이 그것을 이해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감읍할 따름입니다."




***




아침이 밝았다.

해가 귀무미종진(鬼霧迷踪陣)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안개 사이로 무접곡의 내부를 훑었는데, 위룡이 위치 선정을 기가막히게 잘한 탓인지. 협곡 내부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햇살이 기영들이 지내던 곳까지 햇살을 밝게 쬐었다.

안 그래도 얼음골과 같은 냉기가 흐르는 협곡 거기다가 딱딱한 돌바닥에 모포 하나 깔고서 어렵사리 잠을 청했던 무인들에게. 그 아침 햇살은 가뭄 속에 단비와 같이 은혜로운 것이었다.


웅성웅성

북적북적


무인들은 아침이 왔다는 것에 서둘러서 짐 정리들을 끝마쳤다.

그들도 직감적으로 이곳에서는 꾸물거려서는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자각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라서 기영도 그 흐름에 동참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야 하는 처지였다.


"젠장! 5분만 더 자고 싶은데."


기영이 투덜투덜 거리기는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두말을 하지는 않았다.

대충 옷을 걸친 기영은 아침 식사 대신에 마른 말고기 육포를 꺼내서 입에 가져갔다.

기영이 말고기 육포를 입에 물고, 한참이나 씨름을 하던 그 때. 간이 천막의 문이 열리며 왕삼이 내부로 들어섰다.


"공자님, 바깥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영은 앞니로 애써 질기디 질긴 말고기 육포를 끊어내고, 남은 부위는 다시 호주머니에 넣으며 왕삼을 따라서 천막을 나섰다.

기영이 정렬한 무인들에게 걸어가는 사이에 왕삼은 재빠르게 천막을 거뒀다.


'하나 같이 잠들을 제대로 못 잔 얼굴들이군.'


기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80명의 무인들을 보며, 어쩐지 과거에 어떤 상황이 오버랩 되었다.

그건 과거 기영이 복무했던 군대에서 처음으로 야전을 했을 때, 보았던 전우들의 얼굴과 똑같은 표정들이었다.

불편한 잠자리, 낯선 이들의 코골이와 이갈이, 내일은 어떤 일들이 닥칠 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뒤섞였던 신병들의 얼굴 말이다.


"오셨습니까. 공자님."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얼른 출발합시다. 이 X같은 아침에 무슨 거창한 연설을 하겠습니까."


자신이 한 때, 저들과 같은 위치에서 불편함을 감수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위룡이 기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위룡의 우렁찬 외침을 시작으로 무인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무접곡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은 힘없이 걸음을 옮겨가던 무인들이었지만 곧 활기를 띄며, 그들끼리 대화를 자유롭게 나누었다.


"어유! 추워! 아무리 계곡 내부라지만 무슨 한기가. 허참!"

"난 등이 배겨서 죽겠어. 이럴 줄 알았다면 옷가지들을 다 써서. 바닥을 푹신하게 만들었을텐데."

"바닥이 딱딱해서 등이 배기는 줄 아나?"

"그러면 아니야?"

"쯧쯧쯧.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당연히 지면에서 솟구치는 냉기가 우리 몸에 스며들어서 근육이 경직된 것이지! 이쪽 혈자리를 매만져."


그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누며 무거웠던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켰다.

겸사겸사 자신들이 알고 있는 민간 요법들을 공유하면서 말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린 것은 아니었다.

꼭 어떤 집단이든 5명 이상이 모이면 그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분위기를 망치는 범인이 된다는 모 대학의 연구 논문처럼.

훈훈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인물이 나타났다.


"후우. 오늘은 정말로 위험하겠군. 위 십장께서 분명히 둘째 날에 그 초록색 괴이와 조우했다고 했으니 말이야."

"······."

"······."

"······."

"······."


위룡이 분명히 첫날에는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고 말을 하면서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것이 불과 하루 전에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위룡의 말은 확실히 딱 맞아 떨어져서, 그들은 무접곡 내부에 들어서고, 첫날은 아무런 일도 없이 무사히 여정이 지나갔다.

즉 위룡의 말에는 신뢰감이 있었다.

그런 위룡이 이틀 날에 초록색 피부의 돼지 머리 괴이를 만났다고 말했으니.


꼴깍!


누군가의 긴장 어린 침 삼키는 소리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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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3화 천화산(天花山) (12) 24.06.05 155 3 13쪽
30 제3화 천화산(天花山) (11) 24.06.04 1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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