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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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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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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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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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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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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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별

DUMMY

지구 연도 2037년 4월 25일 토요일, 며칠째 이어지는 봄 날씨에 산과 들은 푸르다.

따뜻한 공기는 부드러운 대지의 흙냄새와 풀냄새를 머금고 여인의 체취를 휘감아서 저 높은 하늘까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여보, 결국 우리는 또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군요.”

“음, 이번 임무는 좀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미안하오.”


이들이 탄 중형 승용차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지나 동해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 가면 언제나 올 수 있는 거예요? 또다시 16년 아니면 17년 후가 되나요?”


여인이 말하고 한참 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정말,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오.”

장영길의 부인 한소희는 1986년생, 이미 51세의 중년 여성이다.


한소희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지구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최소한 67세 할머니가 되어있겠네요.”

“그런데 당신은 아마도 지금의 외모를 거의 유지하고 있겠지요.”


“글쎄.”

“나의 외모가 지구 시간으로 16년만큼 늙어버리지는 않겠지.”

“그러나 내가 당신과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오.”


“나는 우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여기로 다시 돌아올 것이고, 나를 믿어주구려.”

“내가 다시 지구로 돌아온 후에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긴 시간이 남아 있어요.”


“그때는 행복한 여생을 살도록 합시다.”

장영길은 그의 아내 한소희에게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의 아내 한소희의 수명은 자신보다 짧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아요.”

“서로 알고 결혼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장영길은 오랫동안 우주를 돌아다녔다.

지금처럼 돌아가야 할 집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지금의 아내 한소희와 만나서 가정을 꾸렸고 아들 장진수가 태어났다.

장영길은 이곳이 그 자신이 돌아와야 할 곳이라는 생각에 확고했다.


차는 어느덧 죽변항 근처까지 왔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당신과 진수가 살아갈 수 있는 준비는 나름대로 해 놓았소.”


“그리고 진수를 잘 부탁하오.”

“진수를 직접 만나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떠나는 게 영 미안하구려.”


“나는 진수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당신이 그토록 반대하니 안타깝구려.”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소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어쩌면 내가 엄마로서 그 말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해요.”

“지난번에 그렇게라도 진수와 통화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지금은 이대로 그냥 가세요. 진수가 더 큰 다음에 모든 것을 설명해주세요.”


“달 탐사 과정에서 수행할 일이 많다 보니 길게 통화를 못 했어요.”

“진수를 잘 부탁하오. 그 아이가 어쩌면 좀 특별한 아이일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결혼한 지 벌써 19년인데 그중에 같이 산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어요?”

한소희가 체념한 듯이 말했다.


“허 참, 할 말이 없소. 케플러까지 왕복에 16년이 걸리니...”

“이렇게 자주 가게 될 줄이야...”


장영길이 갑자기 힘주어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당신에게 우주선을 보여주는 것 아니오?”

“아니 우주선 한 번 보여주는 게 16년의 이별을 보상해준다는 말이에요?”


“어이쿠, 미안하오.”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는 말아줘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나도 마음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사뭇 안타깝구려.”

“새로운 임무를 받기 위해서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그저 슬프다는 생각만이 드는구려.”


“솔직히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긴데 나만 혼자 멀리 떠난다는 느낌도 드는군.”

“당신도 그렇군요. 나 역시 여기까지 오는 내내 외롭고 불안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차는 어느새 죽변항 입구 로터리에 도착했다.

장영길은 잠시 쉬어가자며 차를 인근에 있는 봉평 해수욕장 주차장으로 댔다.


장영길은 뒷자리에서 가죽 가방을 들어서 한소희에게 줬다.

한소희는 묵묵히 가방을 받아들다가 그 무게에 주춤했다.


“이게 뭐예요?”

“열어보시오.”

“아니 이것은 금 아닌가요?”

한소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음 그렇소. 내가 그동안 소행성에서 채광 작업을 하면서 부산물로 얻은 것이오.”

“사실 그동안 당신 생활비의 원천이기도 했지.”


“400g짜리 골드바 20개를 만들었소. 앞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 이것을 사용하시오.”

“진수 학비 같은 것 말이오.”


“오늘 밤 나는 여기서 우주선에 들어갈 것이오.”

“아니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직은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가 없어서 저 앞바다 밑에 숨겨놓았어요.”

“설마?”


“그렇게 비밀이에요?”

“세상에 알려지고 시끄러워지면 불편하지 않겠소?”

“현재 지구의 기술 수준이라면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


“자,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읍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어느덧 오후 8시가 되었다.


두 사람은 어두워진 봉평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1시 반까지 여기서 기다립시다.”


“당신이 태어난 행성은 갈릴레이이고 지금 가는 곳은 케플러 우주기지라고 했지요?”

“그렇지.”


“당신이 최초로 태어난 곳은 어디예요?”

“음 그건 갑자기 왜.”


“내가 태어난 곳이라...”

장영길은 잠시 회상에 젖는 듯했다.


“갈릴레이라고 해야 할지 지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우주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도 많다오. 우주의 시작과 끝을 모르는 것처럼.”


한소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 갔다.

“갑자기 떠난다니, 그곳에서는 필경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요?”


“글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있고, 행성 간에는 일반적으로 갈등이 있게 마련이라오.”


장영길은 잠시 망설이더니 좀 더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에너지와 식량의 확보를 놓고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자원 획득을 위해서 우주여행을 하려면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까.”


“비극적인 것은 무분별한 자원 개발은 환경과 식량 생산 체계를 붕괴시킨다는 데 있어요.”

“그러면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그러면 다시 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


“이렇게 행성 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요.”

“이번 일의 자세한 내용은 나도 가봐야 알게 될 것이오,”


“우주 전쟁 같은 것인가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당신도 우주 전쟁에 참전하는 것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오. 나는 지금 지구 태양계를 담당하고 있으니까.”


“왜 갈릴레이 행성으로 가지 않고 케플러 우주기지로 가는 거지요?”

“허허허, 만약 내가 갈릴레이로 갔다 온다면 나는 아마 당신을 다시 못 볼지도 몰라요.”


“더 빠른 우주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말이지.”

“지구에서 갈릴레이 행성까지는 약 8광년 거리이고 케플러 우주기지까지는 2광년 거리요.”


“갈릴레이 행성까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중간기지 역할로 케플러 우주기지를 만들었어요.”

“태양계를 포함해서 인근 우주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다면 갈릴레이 행성은 기술과 문명이 굉장히 발전된 곳일 것 같은데요,”

“그런 곳에서도 갈등 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나요?”


한소희가 질문을 이어갔다.

“나는 당신이 왜 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현재와 앞으로의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이 불만을 표시했다.

“아마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요.”


“우리는 지구인들과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친근하게 느끼지.”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생명체의 문명과는 아무래도 소통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싸우는지도 모르지만.”

“갈릴레이 행성은 지금 엑소스켈 행성과 전쟁을 하고 있어요.”


“그들은 외골격형 포유류인데 에너지 대사 효율이 매우 높고 강인한 생명체라오.”

“갈릴레이인들이 고전을 하고 있어요.”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한소희의 얼굴에 불안감이 더 커졌다.


“알 수 없는 세계군요.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아요.”

“허, 이번에도 돌아오지 않았소?”


“알 수 없어요, 나는...”

“그래도 당신과 한밤중에 바닷가에서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고맙구려.”


“오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요.”

시간은 자정을 넘어 고요히 흐르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보, 지금이 새벽 1시 30분이네. 이제 준비를 해야겠어.”

“당신은 그냥 차 안에 가만히 있으면서 보도록 해요.”


“여보, 다녀오리다.”

두 사람은 오랜 이별을 생각하며 포옹을 했다.


“자, 다녀오리다.”

“잘 다녀오세요. 기다릴게요.”


장영길은 차에서 내려 봉평 해수욕장의 방파제를 묵묵히 걸어갔다.

방파제 끝의 작은 등대에 다다르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 같은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그 물건을 높이 쳐들어 2초 정도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방파제 밖 바닷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어른거렸다.


직경 30m쯤 되는 둥근 빛은 수면 바로 밑까지 올라오더니 점멸하기 시작했다.

장영길은 다시 원격조정기를 높이 들어 두 번째 신호를 보냈다.


점멸하는 빛이 사라지고 마침내 타원형 구체의 우주선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닷물이 우주선으로부터 흘러내리고 있어서 우주선의 윤곽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바닷물이 거의 다 흘러내렸다.

그리고 우주선의 표면이 마치 문어의 피부처럼 주위의 배경색과 가깝게 변하기 시작했다.

빛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밤하늘의 별과 같은 작은 불빛이 우주선 표면에서 빛나고 있었다.


캄캄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반투명한 듯한 우주선이 방파제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아직도 우주선의 표면으로부터 바닷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우주선은 장영길의 머리 위 40m 위치로 이동해서 멈췄다.


장영길이 다시 손을 들어 원격조정기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장영길의 머리 위까지 와서 멈춰선 우주선의 바닥에 둥근 출입구가 열렸다.


그리고 장영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윽고 장영길은 서서히 우주선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곧이어 우주선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남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5분 정도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던 우주선은 갑자기 섬광을 내뿜었다.


우주선이 급속히 가속했다.

불과 1분 정도 보이던 우주선의 섬광은 완전히 밤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이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던 한소희는 비로소 자신의 온몸이 긴장으로 경직된 것을 알았다.

“아,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한소희는 온몸의 힘이 빠지며 비로소 등을 차량 시트에 기댔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의지하며 앞으로 16년여를 기다려야 했다.

“잘 갔다 와요.”


*


그 시각 오산에 있는 우주방위사령부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또 잡혔습니다.”


“이게 뭐지? 레이더 신호는 아주 미약한데 속도가 장난이 아니네...”

“이것 혹시 UFO 아닌가요?”


“글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요즘 이런 민원이 많아졌습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빛이 나타나더니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민원 내용이 그렇다면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라는 말인데.”

“이것 혹시 잠수함 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닐까요?”


“분명 동해 방향에서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맹렬한 속도로 우주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그건 말도 안 돼.”


“흠 그렇게 보기에는 아직 이런 비행 궤적을 갖는 미사일이 보고된 적이 없어.”

“완전히 우주로 날아가서 사라졌잖아.”


“네, 아마 우리만 이런 신호를 잡지는 않았을 건데요, 국제 공조체제를 가동해 볼까요?”

“이번에도 일단 국가안보실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도록 합시다.”

”당분간 더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해서 심도 있는 분석에 도전해 봅시다.”


이렇게 오늘의 사건도 여느 날처럼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놀라운 미래는 그들의 손 밖에 있었다.

화면 캡처 2024-09-18 19444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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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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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0 n엔
    작성일
    24.05.22 00:07
    No. 1

    대화 문체 정리 해주세요

    하오체 쓰다가 경어체 쓰다가 뒤죽박죽
    누가 말하는 건지 헷갈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천슬로상일
    작성일
    24.05.23 13:02
    No. 2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작가 본인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장영길이라는 존재는 이미 나이가 500세 이상인 오시리스로서 생체적 인공지능이 내재된 존재이며 그로인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혼란스러워 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이 소설의 특성을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기도 하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에게는 우리 말이 어려워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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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9화 소행성 2055GX1 24.05.12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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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5화 이행 24.05.10 39 1 13쪽
5 제4화 예감 24.05.09 41 1 10쪽
4 제3화 운명 +2 24.05.09 52 1 11쪽
» 제2화 이별 +2 24.05.08 68 1 13쪽
2 제1화 호기심 24.05.08 74 1 11쪽
1 프롤로그 +2 24.05.08 117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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