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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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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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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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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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예감

DUMMY

2052년 10월 17일 목요일, 차는 서울을 벗어나 광주원주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차 안에는 젊은 남녀가 앞좌석에 앉았고 뒷좌석에는 초로의 여인이 타고 있었다.

차가 서울을 벗어나도록 이들은 별다른 대화 없이 라디오 방송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어머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들 장진수 박사가 룸미러로 어머니 한소희의 기색을 살피다가 꺼낸 말이었다.


“아니다, 그냥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 어디 편찮으세요?”


이번에는 며느리 최수진이 물었다.

“아니다, 괜찮다.”


차 안에는 다시 침묵이 흐르고 차는 어느덧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라디오에서 11시 뉴스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목표치였던 4천만 명을 지키지 못하고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큰일이구나.”

“네, 큰일이에요. 세계인구도 2055년이 되면 90억 명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거라는 예측치가 나왔데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가 봐요.”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는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하하, 어떻게 하겠어요.”

장진수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으로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기심이야. 막상 세계인구의 감소가 시작되면 어떤 현상이 생길지 걱정되는구나.”

어머니 한소희가 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며느리 최수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여건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아들 장진수의 말에도 어머니 한소희는 말이 없었다.


한소희는 오는 내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있었다.

아들 장진수 박사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소백산 천문대에 근무하게 되었다.


이날은 서울에 있던 집을 팔고 영주로 이사 가는 날이었다.

아들 장진수 박사와 며느리 최수진은 설레는 마음이었지만, 어머니 한소희는 마음이 불안했다.


아들 장진수는 어머니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거처를 영주로 옮기려니 오지 않는 아버지를 걱정하고 있으시다고 생각했다.


장진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이미 부질없는 기다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장진수 박사가 청소년기에 방황을 멈추고 천문학에 뜻을 두게 된 데에 우주인 아버지와의 연락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6년이라는 세월 동안 어떠한 연락조차 없는 아버지에 대한 기대는 점점 낮아져, 이제는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머니 한소희는 언젠가는 아버지가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

비록 그녀의 남편 장영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지만 않았다면 얼마 있지 않아 연락이 올 것이라고 내심으로 믿고 있었다.


“진수야, 영주에서 부석사는 멀지 않지?”

“그럼요. 제가 어머니 절에 가실 때 차로 모셔다드릴게요.”


“어머니 저도 같이 가요.”

“그러자꾸나.”

며느리의 같이 가자는 말에 한소희는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 죄송해요.”

장진수의 갑작스러운 말에 최수진이 장진수를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다. 괜찮다.”

어머니 한소희는 괜찮다는 말을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저는 어머니가 앞으로 계속 서울서 혼자 사시게 할 수는 없어요.”

장진수의 말에 한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는 언제 돌아오신다는 말씀도 없으셨다면서요.”

장진수의 이 말에 차 안에는 다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한소희는 지금도 변함없이 장영길의 말을 믿고 있다.


“어머니 앞으로 저희와 같이 살아요. 저희가 잘 모실게요.”

“진수야, 너는 참 착한 아들이다. 평생 엄마 속 썩인 적도 없고.”

“그리고 이렇게 네가 원하던 천문대에 취직 해서 내려가는데 엄마라고 기쁘지 않겠니?”


조용히 항변하듯이 한소희가 말했다.

“그렇지만 아빠는 돌아오실 거다.”


“네, 저도 아버지께서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소식조차 없으시니, 돌아오실 거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에요.”


“죄송해요,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서요.”

“아니다. 나도 아버지 없이 자라준 너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구나.”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한소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머니, 아버님은 돌아오실 거에요.”

“못 돌아오신다는 어떤 정보도 없잖아요.”

며느리 최수진이 따뜻한 목소리로 시어머니 한소희를 위로했다.


“그래, 고맙구나. 수진아.”

한소희는 며느리 최수진의 말에 위로를 느끼며 달리는 차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여보, 아까부터 뒤에 있는 차가 우리를 쫓아오는 것 같지 않아?”

“고속도로니까 그렇지요.”


“아니야, 제천을 지날 때부터는 우리를 따라오려는 의도가 있어 보여.”

“당신이 좀 피곤한가 봐요. 우리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좋겠어요.”

최수진이 잠시 쉬었다 가기를 청했다.


“거참, 이상한 차네. 저 검은 색 차야.”

“바로 뒤에 붙지도 않으면서 뒷 차의 뒤에 붙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흠, 에이, 그럼 그럽시다. 서울서 내려오면서 한 번뿐이 안 쉬었더니 좀 힘들기는 하네.”


장진수의 차는 단양 휴게소로 들어갔다.

“산에 나무가 조금씩 단풍이 들려고 하네요.”

“그렇구나, 단풍 드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


“네, 어머니. 앞으로는 단풍 구경도 가고, 꽃 구경도 가면서 살아요.”

한소희의 말에 장진수가 어머니를 위로하려고 맞장구를 쳤다.


단양 휴게소에서 나온 차는 얼마 있지 않아서 영주 시내로 들어왔다.

“자, 여기가 앞으로 우리가 살 집입니다.”

장진수가 아파트 입구를 통과하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벌써부터 정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 잘살아보자.”

며느리 최수진의 말에 한소희가 힘을 보탰다.


“아니, 저 차는 아까 고속도로에서 우리를 쫓아왔던 차인데.”

주차를 하려다 말고 장진수가 말했다.

장진수의 이 말에 모두 그 차를 쳐다보았다.


“안에 누가 탔는지 정확하게는 보이지 않아요.”

“정말 그 차 같구나.”

검은색 중형차는 장진수 가족의 차를 스쳐서 그냥 지나가 버렸다.


“뭐지?”

“우리가 착각한 것일지도 몰라요. 어서 집으로 들어가요.”

최수진이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고 서둘렀다.


그리고 장진수와 그의 가족들은 이어서 도착한 이삿짐 차의 짐들을 배치하느라고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이삿짐을 정리하는 작업은 주말까지 계속되었다.


*


2052년 10월 21일 월요일, 장진수 박사는 소백산 천문대로 첫 출근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건물 구조와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자신의 미래를 꿈꾸듯 희망감이 가득했다.


자신이 배치될 부서의 부장인 김필립을 찾아갔다.

“저, 처음 뵙겠습니다. 장진수라고 합니다.”


“아, 장진수 박사 어서 와요. 우리 초면은 아니지요? 학회에서 만났으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천문대에서 잘 부탁할 일은 없다네.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지.”

“네, 알겠습니다.”


“이리 앉게. 커피 한잔 하시겠는가?”

“네, 감사합니다.”


“장 박사는 왜 천문대에 들어왔나?”

갑작스런 질문에 장진수가 깜짝 놀랐다.


“네, 사실은, 저는 어려서부터 하늘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하하, 운명적이라는 말인가?”


장진수는 김필립 부장의 말에 내심 당황했다.

운명이라는 말에 대하여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곧 자신을 알아챘다, 자신이 이 순간 운명이라는 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장진수 박사, 우주에는 운명이 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서 하늘을 보기 좋아했다는 말이 운명적인 상황처럼 느껴져서 한 질문일세.”

“당황스러웠다면 미안하네.”


“아, 아닙니다.”

장진수는 운명이라는 말에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기억을 회피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아버지가 생각날 때면 하늘을 쳐다보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장진수는 이 질문에 더 당황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버님의 성함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김필립 부장은 커피를 마시면서 질문을 철회하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장진수의 뇌리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갈등을 일으켰다.

장진수는 한 때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그리워하고 있었다.


“네, 장영길이십니다.”

“흠, 그렇군.”


장진수는 김필립 부장의 이 짧은 말에 놀라움이 찾아왔다.

“저의 아버님을 아시나요?”


“어, 아닐세. 그럴 리가. 허허.”

“단지 자네가 그렇게 먼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군.”


“우주의 끝에는 어떤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인류는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위대한 발견을 했고 그런 이론의 범주에서 저 역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말일가? 아니면 나도 위대한 발견을 하고 싶다는 말인가?”

“아 네,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흠, 표현력이 좋군. 나 역시도 모르지만.”

“그런데 말일세, 어떤 일이 생기면 그로 인한 결과가 발생하겠지.”

“우주에는 그런 인과관계가 무수히 많지 않겠나? 어쩌면 장진수 박사가 우리 천문대에 오게 된 것도 말일세.”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우주의 수많은 인과관계가 한 방향만을 가리킨다는 말은 아닐세.”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 장진수 박사의 자리는 저기이고, 테이블 위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하게.”

“오후 3시에 나와 같이 천문대의 다른 부서들을 돌아보도록 하세. 인사를 시켜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장진수 박사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의자에 앉아보았다.

의자의 느낌이 편안했다.


장진수는 김필립 부장의 질문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쩐지 이 사람을 언젠가 자신이 보았던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이 들었다.

화면 캡처 2024-09-22 20091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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