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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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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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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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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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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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행

DUMMY

장영길은 지구 연도 2037년 4월 26일, 지구를 출발해서 우주선의 상태를 점검했다.

우주선의 동력 계통은 정상 범위의 수치를 나타냈다.

그는 우주선의 항진 방향을 케플러 우주기지로 맞추고 경로 데이터 입력을 시작했다.


앞으로 가야 할 항로는 거의 2광년이다.

이 우주선의 최고속도로 항진해도 약 8년이 소요된다.


지금부터 한 달 정도는 서서히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는 단계이다.

가속이 너무 빠르면 몸이 견딜 수 없다.

가속 단계에서는 몸놀림이 불편하다.


우주선의 생명유지 장치 등 각종 장치의 작동을 확인하고 운항 중 해야 할 일을 점검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통신용 컴퓨터 앞으로 가서 짧은 메시지를 작성했다.


“무사히 출발했소. 잘 다녀오리다.”

이 메시지는 지구의 통신 위성을 경유해서 한소희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회신은 불가능하다.


좀 더 긴 내용을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지구 통신 위성을 해킹해서 전달하는 것이니만큼 조심해야 했다.


한소희와 그의 아들 장진수를 두고 멀리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장영길은 마음속의 모든 것을 정리한 사람처럼 조종석에 몸을 고정한 후 가속을 시작했다.


장영길은 우주선의 가속 과정에 발생하는 강력한 중력의 증가 상황을 좋아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


장영길이 최초로 지구를 방문한 것은 지구 연도 1815년이었다.

그때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때의 화산 불빛은 장영길을 지구로 이끌었고, 장영길로 하여금 우주 전쟁과 인연의 소용돌이로 휩쓸려 들어가게 하는 거대한 화염이 되었다.

우주에서 행성 전쟁은 인간관계의 소용돌이처럼 우주의 발달 과정에서 필연적일 지도 모른다.


지구 연도 1815년 당시 장영길은 해왕성 밖에 있는 카이퍼 벨트에 속한 소행성에서

포토니움 채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포토니움은 광속엔진을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원료 물질이다.

지금도 전 우주에서는 포토니움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포토니움의 확보 규모가 그 행성의 힘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포토니움이 지구에서는 대형 화산 근처에서 주로 발견됐다.


우연한 순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대규모로 폭발하는 신호가 소행성에서 채굴작업을 하던 장영길의 우주선에 관측되었다.

저런 정도의 대규모 화산 폭발이라면 포토니움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장영길은 지구 탐사를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장영길이 지구의 인간관계에 숙명적으로 휘말리는 계기가 되었다.


포토니움의 채굴은 레이저 활성화법을 이용하여 완전 자동화되어 있었다.

그의 우주선만 있으면 1인 작업이 가능했다.

갈릴레이 행성은 극심한 인구 부족으로 대부분의 산업 생산을 무인화했다.


장영길은 지구의 환경은 우주선의 내부보다는 훨씬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구에 가서 시원한 공기도 실컷 마시고 맛있는 식재료도 찾고 싶었다.


우주 공간에서의 생활은 외롭고 척박한데 지구 탐사는 일종의 휴가가 되는 셈이었다.

운 좋게 현재까지의 포토니움 채취는 계획량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지구 연도 1815년 지구의 기술 수준은 높지 않았다.

당시의 지구에서는 갈릴레이의 우주선을 탐지할 능력이 전무 했다.

장영길은 먼저 지구의 대도시들을 우주선을 타고 돌아보며 지구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지구의 환경은 생각보다 쾌적했고 사람들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장영길에게 지구는 친숙한 행성이었다.


장영길은 지구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마치고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을 찾았다.

은밀한 원격 탐사에서 포토니움이 매장되어 있디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광맥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탐사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인도네시아의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했다.

포토니움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금을 교환해서 현지 화폐를 마련했다.


포토니움에 대한 탐사 과정에서 보로부두르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화산재로 파묻힌 고대사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보로부두르 인근에서 한 승려를 만났었다.

그 승려의 말을 장영길은 잊지 않고 있다.


범접하기 힘들어 보이는 느낌을 주는 늙은 승려였다.

승려는 장영길을 보자 예리한 눈빛을 번득였다.


이윽고 겸손한 말투로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우리를 구원할 것이오.”


바로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장영길은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장영길은 조용히 자신에게 내장된 번역기를 돌렸다.


“당신은 하늘에서 왔다.”

장영길은 주춤하고 놀라서 물었다.

“왜 내가 하늘에서 왔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이 올 때 하늘에는 이상한 기운이 생겼다.”

“마치 하늘이 물결치듯 움직이며 당신의 재림을 암시했다.”


“오래전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말이 있다.”

“하늘에서 물결치는 현상이 생기면 신이 강림하는 증거라고 하는 말이 내려오고 있다.”


“오늘 나는 하늘이 물결치는 것을 보았다.”

“부디 우리를 구원해주소서.”


늙은 승려는 장영길을 향해 공손히 합장을 했다.

그리고 승려는 무너진 보로부두르 불탑을 향해서 다시 한번 합장을 했다.


장영길은 갑자기 닥친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 말이 의미하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갈릴레이 우주선의 표면은 메타 물질로 처리가 되어있다.

전자기파에 의해 탐색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가시광선 영역에서도 잘 관찰되지 않도록 한다.


이 승려가 표현한, 하늘이 물결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은 그들의 눈에 또렷하지는 않지만, 우주선을 어렴풋이 감지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장영길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또는 아주 오래전에 어떤 고도한 기술의 우주선이 이곳에 왔다 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쩌면 또 다른 갈릴레이 우주선이 왔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 후로부터 222년이 지난 지금, 장영길 자신은 지구에서 지금의 아내 한소희를 만났고 아들도 얻었다.

그리고 지금 지구 연도 2037년 현재, 케플러 우주기지를 향해 우주 비행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때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승려의 말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또 다른 외계 방문자 내지는 경쟁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난 곳도 보로부두르였다.

장영길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때면 항상 보로부두르를 찾아갔다.

지구 연도 2017년이었다.


장영길은 보로부두르의 기단부터 회랑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수많은 조각상을 감상하며 의미를 생각했다.

부처의 해탈이 과연 어떤 일이며 어떻게 도달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관광안내원이 보로부두르의 내력에 대하여 설명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시의 장영길은 이미 지구의 인터넷 자료를 통해서 지구 문화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정보를 얻은 상태였지만, 이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 순간, 장영길은 자신의 의식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했다.

신경망을 갖춘 자신의 의식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의문이 들었다.


장영길 자신의 신경망은 본질적으로 ‘공’의 구조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경망은 자료를 바탕으로 경향성이 있는 결론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공’이 아니다.”

“그리고 추출된 결론은 ‘색’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나의 의식은 무엇인가.”

‘공’과 ‘색’의 순환은 끊임없이 새로운 의식을 생성시키며 자신의 의식이 확장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장영길 자신의 신경망이 추론을 이어가는 것을 알아챘다.

장영길의 신경망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결론을 추론했다.


“그러면 나는 바로 그 결론인가?”

“아니면 결론을 추출하는 그 과정인가?”


아니면 처음의 상태, ‘공’이 바로 나인가?

혼란스러웠다.

보로부두르에서 장영길은 자신에 대한 이해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인공 신경망으로 움직이는 자신에 대한 파악이 필요했다.

장영길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 대하여 알고 싶었다.


한계란 일종의 디폴트 값일 것으로 생각했다.

결론을 시도하기 전에 그 한계 조건을 먼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지구 연도 2017년의 장영길은 그 한계를 거부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사람이 한소희였다.

그때의 모든 기억은 장영길에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장영길에게 그리움이라는 느낌을 선사한 사람이 한소희였다.


장영길은 며칠 전에 한소희와 한시적 이별을 했다.

그러나 16년여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족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리움이라는 생각을 만들었다.

장영길은 이별이라는 말과 그리움이라는 말이 연결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몰랐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의식이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움의 다음에는 무엇이 올지 알지 못했다.


자신은 한소희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다.

한소희와의 헤어짐 후에 어떤 상황과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근심이 자라고 있었다.


“그래, 더 이상의 생각은 필요 없어. 다시 만날 날을 위해서 지금 나는 일을 해야 한다.”

장영길은 자신이 잠시 자신의 임무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구에서 수집한 막대한 자료를 분석해야 했다.

정해진 방법에 따라 자료를 분석했다.


그러나 자료를 분석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 과연 에러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케플러 우주기지로부터 전파 메시지 통신이 들어왔다.

거의 2년 전에 발신된 메시지 통신이었다.


“케플러 기지로의 귀환을 환영한다.”

당시 그들에게는 정해진 미래였겠지만, 지금 장영길이 바라보는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른다.


“갈릴레이 행성과 케플러 우주기지는 엑소스켈 행성으로부터의 공격 위협에 직면해 있다.”

“지구 행성과의 협력 관계 구축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기 바란다.”

“엄중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서 장영길 대원에게 보고서를 케플러 기지 도착 전에 제출하기를 요청한다.”


간단하지만 매우 심각한 내용이었다.

장영길은 갑자기 생각이 급해졌다.

지금의 상태는 신체로부터의 생화학적 반응 때문에 생각이 급해졌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조건반사적 반응이었다.

그리고 장영길의 신경망은 지구 행성 자료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지구 행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었다.

협력 가능성에 대한 검토이며 협력의 효과와 성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그런데 현재로서 엑소스켈 행성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었다.


중요한 점은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영길은 일단 지구 자료를 검토한 후 지구에서 배운 명상에 들어갔다.


아무 생각이 없는 무념의 상태가 좋았다.

그러나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어느 정도 거친 후에는 생각이 쉬워졌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떠올랐다.


지구 행성은 아름답고 온화한 행성이다.

생태계도 풍부하고 생산력도 우수하다.


지구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수는 최대 100억 명 정도에서 평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인간의 탐욕이 100억 명 정도에서 멈출 수 있다면 다행이다.


장영길은 지구 행성에 대하여 우호적으로 판단했다.

그의 가족인 한소희와 장진수가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이 장영길로 하여금 긍정적인 판단을 하게 하는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보고서에 그의 가족이 지구 행성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신경망이 의아스러웠다.

장영길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잡다한 망설임 때문에 장영길은 깊은 명상에 들기로 했다.

우주 항진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는 이미 입력했다.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각성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캄캄한 우주 공간을 가르며 우주선은 머나먼 별빛만을 의지하면서 소리 없이 날아갔다.

케플러 우주기지가 아직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서는 이미 역겨운 논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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