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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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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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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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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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소행성 2055GX1

DUMMY

지구 연도 2055년 5월 11일, 화요일은 화창한 봄날이었다.

소백산 천문대에도 철쭉꽃이 피기 시작했다.

싱그러운 신록과 더불어 피어난 철쭉꽃은 투명한 연분홍빛으로 세상을 물들였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는 관측팀의 장진수 박사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옆자리에 있던 지성렬 박사는 장진수가 기분이 좋은 이유를 알고 있는지 적당히 그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말을 걸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 허허.”

“음, 아주 좋아.”


“하긴, 첫 발견을 확인했으니 좋을 만도 하겠다.”

“으응, 고마워.”


그러면서도 장진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의 멜로디를 계속 흥얼거렸다.

“그런 오래된 노래를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네.”


“나는 이 노래의 가사가 좋아.”

“나는 작은 새처럼 날아서, 무지개 넘어 하늘의 별을 보고,..”

“마치 나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거든.”


“부장님께 보고하기 전에 소행성의 작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글쎄, 그래도 될까?”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 정도면 발견자가 작명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다.”


“사실은 어제 집사람하고 얘기했는데 너무 튀지 말라고 하던데.”

“하하하, 그럴 줄 알았다.”


“그냥 순서대로 붙여서 2055GX1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되겠네.”


“그런데, 그 빛이 이상해. 알 수가 없어.”

“잠시 보이다가 사라졌어.”


“분광분석 결과상으로 볼 때 지구상에는 없는 물질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딜레마야.”

“있었던 그대로 보고하면 되는 거지. 그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며.”


“음, 김필립 부장님께서 아무래도 지적하실 것 같아.”

“그래도 인정할 것은 쿨하게 인정하신다니까 잘 해봐.”


“그런데 우리 부장님 참 대단하셔. 박사학위도 없는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시니까.”

“그러게, 정말 큰 발견을 많이 하시는 게 정말 능력자셔.”


“괜스레 박사학위 같은 거 받을 필요 없는데 우리는 괜히 고생만 했어.”

“괜히 괜히 하지 마라, 나까지 괜스럽다.”


“너, 부장님 집에 가 본 적 있어?”

“아니.”


“엄청나데. 단양 쪽에 4층 집을 짓고 산다는데 옥상에 개인 천문대까지 설치했데.”

“게다가 지하실에는 온갖 벌레들을 사육하면서 곤충에 관해서도 연구를 한다는군.”


“전생에 곤충하고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사람 같아.”

“하여간 괴짜 양반이야. 그 집안을 다 둘러본 사람이 아직 없다는데.”


장진수 박사는 보고서 정리를 마치고 사내망을 통해 김필립 부장에게 보고서를 전송했다.

보고서 전송 후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부장으로부터 호출이 왔다.


“장 박사, 보고서는 잘 보았네. 아주 훌륭한 일을 했어.”

“그런데 이 분광분석 자료는 어떻게 된 거지?”


“네, 결과에 대해서는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분석장치의 에러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관측 당시의 상황이 어땠냐는 것이야.”

“네, 마침 제가 관측할 당시 약 5초 정도 빛이 있다가 없다가를 3회 정도 그랬습니다.”


“그래? 음, 인위적인 빛 같지는 않았는가?”

“네? 인위적일 수는 없겠지요. 카이퍼 벨트에 위치한 곳이니까요.”


“음, 그럴까, 분광분석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발표하도록 합시다.”

“저로서는 설명이 난감합니다만.”


“과학자는 사실대로 말하는 게 생명 아닌가. 추후 연구하겠다고 하면 어떻겠나?”

“찾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그렇기는 한 데요, 누가 찾을까요?”

장진수는 부장 방을 나오면서 김필립 부장의 코멘트 요지가 무엇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퇴근길에 장진수와 지성렬은 죽령 휴게소 주차장까지 가기 위해서 천문대 SUV를 탔다.

“장 박사 오늘은 모든 일 다 접고 푹 자도록 해.”

“음, 고마워, 그런데 모르겠네.”


장진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분광분석 데이터를 굳이 보고서에 포함 시켜서 발표까지 하라니 좀 어려워.”

“나는 설명이 난감한데 부장은 갑자기 찾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무슨 뜻이지? 찾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게.”

지성렬도 동감을 표했다.

“허허, 장진수 오늘 밤도 잠들기 쉽지 않겠다.”


“모르겠어, 나는 단지 소행성 발견으로 내가 흥분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깜빡 잠이 들면 이상한 꿈을 꾸고 그래.”


“장 박사 아무래도 요즘 무리해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 같다.”

“일단 좀 쉬고, 그래도 안 되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좋겠어.”

“그럴까?”


회사 SUV가 등산로 초소에 잠시 멈췄다.

“수고 많으십니다.”


“네, 수고 많으세요. 요즘은 철쭉꽃 보러 등산객이 많이 오지요?”

“네, 일일이 확인도 못 하겠어요. 그냥 주의사항만 전달합니다.”

“그러시겠어요.”


천문대 SUV가 죽령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진수는 자신의 차로 갈아타고 자신의 집이 있는 영주시로 향했다.


장진수에게는 부인 최수진과의 사이에 장새롬이라는 한 살 먹은 딸이 생겼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집에 도착하니 최수진이 장새롬과 나오면서 자랑을 했다.

“새롬이가 오늘 드디어 걷기 시작했어요.”


“그래? 어디 보자.”

“아범 왔냐? 새롬이가 벌써 걷기 시작한다. 이제 8개월인데 말이다.”


“얘가 성장이 빠른가 봐요. 보통 10개월에서 15개월 사이에 걷는다는데.”

최수진이 의기양양해서 설명했다.


“에미야, 아범도 8개월 만에 걷기 시작했어. 우리 집안은 다 빠른가 보다.”

“그랬어요? 어머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최수진이 장진수에게 물었다.

“오늘 부장에게 칭찬 들었어요?”

“그 양반은 칭찬 같은 것은 모르는 사람이야.”


“이름은 정했어요?”

“음, 2055GX1.”

“그랬구나, 당신 이름이라도 들어가나 했는데.”


“그런데 알 수 없는 분광분석 자료를 보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 데.”

“그래서 보고서에 그대로 수록하라는 데 참, 난감해. 자신 없어.”


“관측 기록이 있는데 어때요. 나중에 대박 날지도 몰라요.”

“허허 당신은 대박을 좋아하는군.”


그러나 2055GX1은 다가오는 우주 전쟁의 중심에 위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이었다.

장진수와 그의 운명적 여정의 고리가 될지도 모르는 소행성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밤은 잘 주무세요. 잠을 못 자면 일 성과가 안나요.”

“그러게, 참 괴롭군.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혹시 무슨 고민이 있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고민이 있을 이유가 어디 있겠소.”


“에휴, 그러면 천문학자의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네.”

“하늘의 별을 보려면 잠이 많으면 안 되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갖다 붙이기는.”


“그런데 당신은 왜 천체물리학을 전공했어요?”

“글쎄, 나는 어려서부터 하늘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했어.”


“아버지가 갑자기 떠나시고, 어머니는 그저 멀리 가셨다고만 하니까.”

“그때부터 나는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었던 것 같아.”


“아버지를 원망했어요?”

“없는 아버지를 원망해서 무엇 하겠어?”


“그런데 마음이 복잡하기는 해. 그리움 같기도 하고.”

“결핍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 잘 잘 수 있겠어요? 요즘 당신 좀 달라지긴 헀어요.”

“그러게, 자꾸 꿈을 꿔.”


“꿈도 이상하게 자꾸 어디를 찾아 헤매.”

“어떤 때는 숲속에서 헤매다가, 어떤 때는 건물의 미로 안에서 끝없이 헤매.”

“어떻게 해요.”


그날 밤 김필립 부장은 퇴근을 안 하고 야근을 자청했다.

논문 자료를 정리한다고 했다.


밤 9시가 되었는데도 무엇인가를 열심히 했다.

그러더니 자리에 앉은 채로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장진수의 아이디와 비번으로 그의 연구 자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사실이군.”

“흠, 찾는 사람이 많겠어.”


김필립 부장은 혼잣말을 하다말고 갑자기 신경을 집중했다.

“이게 뭐지. 중력장이 변하고 있잖아.”


김필립은 보안감시실로 뛰어갔다.

수많은 모니터에 특이한 영상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 시각 천문대 본관 옆 벽 근처 후미진 곳에서 한 사내가 똑바로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조정기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그러더니 그 사내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4층 정도 높이까지 오르더니 다시 비스듬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옥상 위 공간에서 천천히 내려와 사뿐히 옥상에 올라섰다.


이윽고 옥상 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사내는 소리 없이 복도를 걸어서 곧바로 장진수의 책상으로 갔다.


그 순간 김필립은 CCTV의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사내는 장진수의 컴퓨터를 켜고 능숙하게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했다.

그리고 장진수가 현재 작성하고 있는 2055GX1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봤다.

그러나 별도의 저장장치로 그의 보고서를 복사하지는 않았다.


사내는 작업을 마쳤는지 컴퓨터를 끄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다시 사내는 공중으로 떠올라 처음 장소로 내려선 후 숲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김필립 부장은 보안감시실에서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 있었다.

“반중력 슈트를 사용하는군.”


“오늘은 그냥 보내드리지.”

“마침내 장소를 알아냈으니 반드시 다시 오겠지.”


그다음 날 천문대는 발칵 뒤집혔다.

CCTV에 찍힌 사내가 누구냐에 대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필립 부장은 어젯밤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사내가 어떻게 옥상에 올라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천문대의 전산망에 대한 보안 검사도 이루어졌다.

외부 해킹 흔적은 찾지 못했다.


단지 어젯밤 장진수의 계정에 두 사람이 들어온 것으로 기록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인 김필립 부장은 업무상의 이유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진수는 김필립 부장에 대하여 불쾌했다.

“무슨 국가보안에 관한 일도 아닌데 사전 양해도 없이 이러는 거야.”


“그런데 로그인 시간이 비슷해서 두 사람 다 수상하군.”

“이 시간이라면 둘이 마주쳤을 가능성도 있는데.”


장진수가 혼자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성렬이 들어왔다.

“장 박사, 무슨 일이야?”

“그러게 나도 모르겠어.”


“아마 장 박사가 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인가 보다.”

“아이고, 무슨 헛소리를.”


현재의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장진수로서는 자신의 시간에 누군가가 침입자로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요한 저 우주처럼 평화로울 것 같은 천문대에서 발생한 미스테리는 갈등의 촉발을 잉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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