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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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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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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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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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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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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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권력의 진실

DUMMY

행정기구의 오시리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장영길이 작성한 보고서는 원로원 위원들에게 전송이 되었으며

회의는 48시간 후 행정기구의 제4회의실에서 열리니 준비하라는 업무 연락이었다.


장영길 오시리스에게 48시간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구에서 미리 준비한 건조 버섯과 해조류 선물 중에서 하나를 들고 행정기구를 찾았다.

원로원 회의를 실무적으로 조율하고 지원하는 부장 아피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영길이라고 합니다.”

“아, 이리 앉으십시오. 지구 태양계에서 성과가 많으셨다면서요?”


“아닙니다. 운 좋게 소행성을 잘 만났습니다.”

이런 의례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엑소스켈 행성과의 전투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그동안 제가 워낙 멀리 있어서요.”

“네, 모두 많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장 전투가 격화되는 것은 아닌데 정보에 의하면...”

“우리보다 훨씬 막강한 대형 우주 전함을 최근에 건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 그렇군요.”


“모레 있을 회의의 주제는 지구 행성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 방안이 되겠군요.”

“당연하지요. 통상적인 내용으로 포토니움 확보 평가도 포함될 겁니다.”


장영길로서는 이런 종류의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아, 이것 별거는 아닌 데요.”

“아니 뭐 이런 것을 준비하셨습니까?”


“제가 지구 행성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입니다.”

“아, 향기도 좋고, 두상도 아주 좋은 버섯이군요.”

부장 아피스가 감탄하며 감사를 표했다.


“저, 원로원 회의는 아마도 두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될 겁니다.”

“첫 번째는 지구 행성과의 협력 방안이고요.”


“두 번째는 아마 장영길 오시리스의 개인적인 일에 관한 내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영길은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저도 원로원에서 이렇게만 연락받아서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장영길 오시리스는 이 말이 무슨 내용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장영길은 회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원로원 위원들은 분명히 장영길의 결혼에 대하여 질문할 것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의심할 소지도 있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했다.


지구 행성과의 연합은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주제이다.

지구 행성에 대하여 장영길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이 주제는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갈릴레이 행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외부적으로는 에너지의 확보가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구수를 어떻게 유지 또는 증가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출산율 저하의 심층적 이유 중에는 유전적 퇴화가 있었다.

양자 정보 전송에 의한 지구 인간의 전송이 결함 유전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전송된 지구 인간의 결함 유전자는 이미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갈릴레이 사람들의 유전자군에 넓게 퍼져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출산 기피 현상의 심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갈릴레이인들이 자발적으로 아피스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도에도 같은 이유가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었다.


갈릴레이의 과학기술은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갈릴레이 인간 생태계의 내부의 유전문제에 대한 대처 시기를 놓친 것이 문명적 종말을 부를 수 있는 최대의 위기 요인이 되었다.


암울한 미래를 느끼면 사람들은 신과 신화를 찾게 된다.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를 기다리는 경향을 보였고 부정적 성향의 사람들은 에피메테우스의 출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실증적 이유를 갖지는 못했다.


장영길 오시리스는 지구인 한소희와의 결혼에 대해서 거론을 피할 수 없다면 확대해석을 피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자신의 결혼이 어떤 의도를 갖고 진행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확대해석은 과잉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이 우려됐다.


드디어 회의가 열렸지만,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발표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회의 진행에 장영길은 당황했다.

“우리는 장영길 오시리스의 지구 연합에 관한 보고서를 이미 읽어봤습니다.”


“원로원 위원님들께서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영길 오시리스, 우선 지구 행성의 포토니움 매장량에 대해서 평가해주기 바랍니다.”


“네, 지구 행성에는 포토니움의 매장량이 비교적 풍부하다고 판단합니다.”

“태양계 형성 초기부터 풍부했기 때문에 지구에서 말하는 카이퍼 벨트에서 포토니움의 함량이 풍부한 소행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구 행성에도 포토니움의 매장량은 풍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행성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포토니움이 지구 행성의 핵 부근으로 이동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마그마가 올라오는 화산 지대를 조사했고, 일부 화산 지대에서 시험 채굴을 했습니다.”


장영길의 군더더기 없는 답변에 재론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지구에서 시험 채굴을 했습니까? 다른 행성도 많은데.”

“우리 갈릴레이 행성과 유사성도 많으며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고려해서 지구를 선택했습니다.”


“좋습니다. 장영길 오시리스는 지구 행성에 대한 탐사 과정에서 갈릴레이 원로원의 전략적 목표와 우선순위를 잘 따랐습니까?”


“네, 저는 포토니움의 확보뿐 아니라 지구 행성과 갈릴레이 행성의 장기적인 상호호혜 관계 구축을 위해서 지구 문명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추구했습니다.”

장영길의 이 말에 원로원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구 문명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서, 우리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까지 접근했다는 말인가요?”

대표 원로원 위원이 준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장영길은 이 부분에서 즉답을 피하면서 잠시 더 기다렸다.

“자원을 탐사하면서 그곳의 진화에 관여하는 것은 우주 윤리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요?”

대표 위원이 재차 추궁했다.


“대표 위원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이 저의 가족관계 구축이라면,”

“저로서는 불가항력적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가항력적이라니요?”

“저도 그때 왜 그런 방향으로 저 자신이 쏠려버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의 행동의 결과는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이란 무슨 말입니까? 우리 원로원에서는 시중에 떠도는 프로메테우스 또는 에피메테우스 등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요?”


“네, 저도 듣고 있습니다.”

“제가 불가항력적이었다고 말씀드린 상황은 저도 그때의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제가 저 자신을 확인해 보아도 그때의 생각을 번식에 대한 욕망으로 또는 저의 신체로부터 나오는 미묘한 생화학적 반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영길이 진지한 말투로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원로원 위원으로서 저는 정회를 요구합니다.”

“장영길 오시리스의 성공적인 포토니움 확보에도 불구하고 지구 행성의 여인과 가족관계를 맺은 것은 현지 진화에 불개입이라는 우주의 윤리 문제와 연결됩니다.”


“장영길 오시리스의 주관적 감각에 의한 착각의 가능성 등이 있어서 추가적인 자료 검토 후에 다시 이 회의를 속개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원로원의 장로 아피스는 회의를 연기 후 속개할 것을 선언했다.


장영길이 회의장에서 나온 후 원로원 위원 간의 열띤 논쟁이 있었다.

소수의 원로원 위원들은 장영길 오시리스에 대한 비밀 사찰과 경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회의 후 장영길이 준비해 간 선물이 원로원 회의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렇다고 원로원 내부 회의의 분위기가 누그러들지는 않았다.


48시간 후 장영길에 대한 회의가 속개되었다.

“장영길 오시리스는 우리 원로원이 우려하는 부분을 고려하면서 지구 진화에 개입한 부분부터 설명해주기 바랍니다.”


“네, 저는 제가 지구의 진화에 개입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 갈릴레이 행성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고 싶습니다.”

장영길은 오히려 원로원의 추궁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우리 갈릴레이인의 유전적 지속발전을 위해서는,”

“양자 정보 전송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 유전자 문제를 인정하고 새로운 치유 가능성을 시도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의견입니다.”


“진정으로 말합니다. 저는 지구에서 프로메테우스적인 발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유전적으로 건전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에 현존하는 인간으로부터 건전한 유전자를 받아서 갈릴레이의 건전한 후손을 육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영길은 단호한 표정으로 주장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또한, 제가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표현했던 것은,”

“당시 저의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저로서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감정이었으며 갈릴레이 행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영길의 설명은 원로원 분위기의 반전을 일으켰다.

“본 위원은 잠시 이 회의를 정회할 것을 요청합니다.”


원로원 회의의 구성원은 대부분 아피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회의가 속개되었다.

“우리 원로원 회의는 이미 3회에 걸쳐 회의를 거듭했고 장영길 오시리스의 설명을 충분히 들었습니다.”


“원로원 회의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장영길 오시리스가 앞으로 지구 행성에서의 가족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의견을 보류하겠지만 더이상 가족관계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에 관하여 의견을 묻고자 합니다.”


애매하기 조차한 이 발언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명령에 가까웠다.

“네, 저는 앞으로 가족관계를 확대하지 않겠습니다.”


장영길에 대한 원로원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다.

갈릴레이 행성의 원로원은 그들의 일차적인 요구를 분명히 하였다.


이에 대하여 장영길은 동의하였다.

동시에,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갈릴레이의 충실한 오시리스 장영길께서는 앞으로 약 한 달 정도 케플러 기지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시고 즉시 지구로 귀임하여 임무에 충실히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엑소스켈 행성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지구 행성과의 전략적 관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이를 위해서 우리 원로원은 장영길 오시리스를 지구 대사로 임명합니다. 그동안 장영길 오시리스가 보여준 성과와 헌신에 대하여 우리 원로원은 이를 높게 평가합니다.”

장영길은 놀라움에 무슨 말을 하지 못했다.

장영길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으며 크나큰 선물이었다.


아피스는 순간적인 상황 판단에 매우 능숙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켜버렸다.


“감사합니다.”

장영길은 극히 자제된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다만 이 순간 장영길은 갈릴레이 원로원의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불현듯 들었고 그의 신경망 안에서 파도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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