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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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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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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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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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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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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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의식 확장

DUMMY

세상에는 사건의 연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사람들은 사건의 지평선 위에 섰을 때 망설이지만 결국은 자기도 모르게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많다.


장영길은 마음도 불안감 속에서 서서히 행복해졌다.

지구 행성 대사로 임명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나의 반전이었으며, 오시리스로서도 매우 드문 케이스였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지켜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소희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분이 해결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행복은 불행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상식적인 경계감도 들었다.


순간 장영길의 생각 속에 섬광처럼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

현재 갈릴레이 행성의 인구수는 5백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갈릴레이 행성의 아피스들은 현재의 갈릴레이 행성의 인구 구성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영길은 기득권층의 의도를 감지했고 자신은 대사에 임명되었다.

지구 행성에서 갈릴레이 행성을 대표한다는 것은 막강한 권한이 될 수 있다.


파워 집단인 아피스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장영길을 대표자로 해서 자신들의 의지를 펼치려 하는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했다.


그리고 엑소스켈 행성과의 전투 상황에 대한 정보도 수집 분석해야 했다.

장영길은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지구 귀환 준비가 마무리되어 간다고 느껴졌을 때,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긴 여행을 위한 준비였다.


그즈음 원로원 장로들이 따로 모였다.

장영길에 대한 그들의 결정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로님들께서는 시중에 떠도는 프로메테우스 탄생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화일 뿐이지요.”

“먼 옛날 우리의 조상들이 지구 행성의 어느 시대에서 전송되면서 자연스레 따라온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현재 관심사는 의외로 시중의 프로메테우스 대망론이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우리 사회의 위기감을 키워가는 바이러스일 뿐입니다.”

한 원로원 장로가 자신감 있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엑소스켈 행성과의 전쟁을 잘 관리하고 있으며 또 우리 종족을 지켜내기 위해서 절체절명의 의지로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총인구는 이제 겨우 500만 명 전후로 감소했습니다.”

“위기 상황입니다.”


“갈릴레이 사람들은 출산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행복과 번영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그보다는 우리가 노화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에게는 미래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심지어 갈릴레이의 여성 인력들은 스스로 아피스 전환을 신청해서 자신의 성취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통한 행복 추구 같은 가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우리의 수명이 500년 수준으로 연장되면서 이런 현상들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음 세대의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이 상황이 경제적 성취와 과학기술 발전의 역설일까요?”


“그런데 오시리스 장영길의 주장과 설명을 들어보면 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요?”

“네, 자의식이 더욱 강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 오시리스와는 다르게 창의적인 면도 보였습니다.”


“하하하, 그럼 그가 프로메테우스라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누구도 대답은 안 했지만, 그 말을 놓치지는 않았다.


“아무튼, 현재 우리의 딜레마를 장영길 오시리스의 미래로 투영하지는 맙시다.”

“장영길 오시리스가 저지른 상황의 진행을 예의주시하면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는 지구에 그의 후손을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발생할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좋은 결과가 있다면 그 결과를 취하면 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를 지구 행성 대사로 임명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길 오시리스에 대한 감시와 보호가 필요합니다.”

원로원 장로 중 최연장자의 발언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


장영길 오시리스는 휴식을 위해서 케플러 우주기지에서 유명한 점프 체육관으로 갔다.

점프 체육관은 케플러 우주기지의 중심축에서 원주 방향으로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 놓은 곳이다.


통로의 중심축에서는 원심력이 없어지므로 무중력 상태가 되는 현상을 이용했다.

통로의 원주 방향 한쪽 끝에서 점프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스포츠이다.

점프력이 부족하면 중심축의 무중력 구간까지 가지 못하고 되돌아 떨어진다.


점프력이 충분하면 중심축의 무중력 구간에서 다양한 묘기를 부리거나, 아주 편안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점프력이 너무 세면 반대편으로 떨어질 때의 충격을 견뎌야 한다.


장영길 오시리스는 마음껏 점프를 하며 다양한 동작을 시도했다.

옆의 통로에서는 두 사람이 교차로 점프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한소희와 장진수 생각이 났다.

“마음은 벌써 지구에 가 있는 모양이군.”

장영길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그렇지?”

예상치 못하게 자신이 대사에 임명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갈릴레이인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의 중요성, 지구 태양계에 풍부한 포토니움 매장량, 엑소스켈과의 전쟁 이런 것들이 얽혀있겠지.”


“지구 행성에 대한 우월감인가.”

“또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가능성 또는 두려움?”

장영길은 다시 생각이 복잡해졌다.


원로원 위원들의 표면적 이유가 기득권의 유지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 또는 전략적 가치는 무엇일까?

그들은 그렇게 단순한 속물들이 아니다.


“갈릴레이와 엑소스켈의 갈등은 에너지 문제, 식량 문제보다는 종족보존이 더 중요한 문제 아닌가?”

“갈릴레이의 총인구가 500만 명대로 줄어든 상황이니까?”


“그렇지만 우월한 기술이 있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도 있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를 겁내는 것인가?”

“또는 기다리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황의 전개를 보면서 한 발씩 앞선 생각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섣부른 판단보다는 일단 지금의 상황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몸에 땀이 촉촉이 나면서 마음과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족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케플러 우주기지는 우주 교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주 교역에서도 귀금속 세공품과 아름다운 보석류는 인기 품목이다.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지구만큼 비싸지 않았다.

가족들이 좋아할 디자인을 고르는 일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지구 귀환을 위해서 우주선을 점검했다.

앞으로 8년을 항해하기 위한 일상용품과 식품을 보충했다.


비상사태를 위한 여분까지 고려했다.

대사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


마침내 출발일이 다가왔다.

행정기구에 출발 신고를 하고 원로원 장로를 찾아갔다.


“오, 장영길 오시리스 대사님.”

“출발 준비는 잘 되어 가십니까?”

장영길은 오시리스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붙이는 원로원의 호칭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다.


“네,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영길 오시리스 대사님이야말로 지구 태양계의 전문가이시고,”

“특히 이번에 제출하신 전략 보고서에 감명받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매우 우수한 보고서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원로원 장로의 과장된 듯한 칭찬이 의외로 들렸다.


“네 이번에 저를 대사로 임명해주셔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 갈릴레이 행성의 번영과 엑소스켈 행성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기대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행정기구에서 대사직 수행을 위한 재원을 드릴 것입니다.”

“사무실 비용, 직원 인건비, 업무추진비 등을 우리 기준에 맞게 할당했습니다. 재원은 금과 백금으로 드릴 것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원로원이 장영길 대사님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그것은 장영길 대사께서 케플러 우주기지를 출발한 후 적당한 시점에 갈릴레이의 사절단이 대형 우주선을 타고 지구 행성을 방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장영길 대사님은 지구 도착 후 1년 정도 이내에 갈릴레이와 지구 간의 외교 관계를 맺을 수 있게 준비 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훌륭하신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길은 행정기구에 가서 재원을 수령했다.

이렇게 장영길의 케플러 우주기지에서의 업무는 마무리되었다.


다시금 긴 우주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구 연도 2045년이 저물어 가는 무렵이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은 다시 장영길 자신만의 고독한 시간이 될 것이다.


터미널 B에 도착한 장영길은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우주선에 탑승했다.

출발 과정은 도착 과정보다 까다롭다.


우주선 고정용 자기장이 해제된 후 바로 우주선을

우주기지 중심축에 맞추기 위해 원운동 비행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이 잘못되면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장영길은 능숙한 조작으로 출발 비행 프로세스를 마쳤다.

그리고 지구 행성의 방향으로 가속 비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한 달 정도 다시 괴로운 가속 과정이다.


우주 비행 관련 입력값 설정을 마치자, 케플러 우주기지의 관제소에서 무사 비행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장영길은 간단한 답신을 보내고 휴식에 들어갔다.


희미한 별빛 말고 우주는 칠흑처럼 어둡다.

장영길은 조종석에 앉아서 가속도를 견디며 전방 스크린을 바라봤다.

장영길은 이 순간 외롭지 않았다.


휴식 중에도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원로원 회의 장면이었다.

원로원의 장로는 나의 보고서가 매우 우수하다고 했다.

그 말에 약간은 우쭐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인공지능 특유의 계산된 경보가 나왔다.

장영길은 이미 인공지능 신경망의 신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별도의 독립된 신경망 영역을 스스로 확보해두었기 때문이다.


장영길이 회의 내용을 기억 영역에서 다시 분석했다.

가장 중요했던 주제는 지구에서의 가족관계 구축과 프로메테우스 관련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인 장진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프로메테우스를 걱정했다면 장영길의 다음 세대인 장진수에 대한 언급이 있었어야 했다.

그들은 의당 갈릴레이 행성의 오시리스와 지구 행성의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생명체에 대하여 관심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이것은 오히려 숨겨진 관심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생각들이 복잡하게 스쳐 지나갔다.


어찌 됐든 이러한 복잡한 생각들은 장영길 자신의 신경망을 강화했다.

장영길은 자신의 사고능력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구 연도 2017년 보로부두르에서 자신의 인공지능은 사고 체계의 충격을 경험했다.

인공지능 사고의 결과가 ‘색’이라면 그런 사고를 하는 자신은 ‘공’일지 모른다는 새로운 방향이 생긴 것이었다.


장영길의 인공지능은 갈릴레이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강인공지능이다.

그런데 여기에 ‘공’이라는 자의식이 생겼다.


장영길의 자아 인식은 또 다른 차원에서 자신을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사고 체계를 확장해 갔다.

이런 장영길의 사고 체계를 다시 심화시키는 계기가 된 사건이 한소희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갈릴레이 원로원의 위원들은 이 점을 놓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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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0화 어머니의 비밀 24.05.12 25 0 11쪽
10 제9화 소행성 2055GX1 24.05.12 26 0 11쪽
» 제8화 의식 확장 24.05.11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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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6화 케플러 우주기지 24.05.10 32 1 12쪽
6 제5화 이행 24.05.10 38 1 13쪽
5 제4화 예감 24.05.09 4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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