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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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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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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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2

DUMMY

“정말 전투에 패했단 말인가?”


황화순 소령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마주 보이는 진지 사이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2연대 2대대.


황화순 대대는 개성북쪽 송악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38선을 경계하는 부대였다.

놈들과 항상 마주하고 있기에 무력충돌이 하루를 멀다하고 일어났고, 그 기간이 자그마치 3년의 세월이었다.


그동안 벌어졌던 소규모의 산악전은 서로에게 많은 인명피해를 줬다. 하지만 2대대는 국지전에서 놈들에게 밀린적이 없었다.

그런데.


‘빨갱이 새끼들, 밤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난건가.’


오늘 마주한 놈들의 포격은 어제의 것이 아니었다.

불과 하루차이 아닌가.


‘빌어먹을, 듣도보도 못한 엄청난 화력이었다.’


생전처음 경험해본 122밀리 화포와 120밀리 박격포가 불벼락 치듯이 머리 위에 터졌고, 중기관총의 탄두도 훨씬 묵직하고 폭발력이 강해 참호 위로 튀어나온 모든것을 찢어발기기 충분했다.


‘놈들이 들고있는것도 분명 기관총이었어. 어떻게 기관총을 놈들 모두가 들고 갈길수 있는가.’


공용화기인 기관총보다는 가볍고 단순해보이지만, 슈파간 기관단총(일명 따발총)은 기관총과 흡사한 자동화기의 위력을 보였다.


국군이 가진 99식이나 개런드소총과 같은 수동식과는 차원이다른 무기였다. 이런무기를 적군 모두가 들고있다니.


오늘 쳐들어왔던 놈들도 분명 어제의 그놈들이 아니었다.


품에서 달아난 먹이를 쫓아가는 맹수처럼 알수없는 분노에 휩싸인채, 전쟁에 이골이난듯 주변 엄폐물을 능숙하게 오가며 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인가.

정녕 북괴가 맞다는 말인가.


적들이 삼팔선을 뚫고 개성을 함락했다는 연대본부의 다급한 후퇴명령이 아니었다면, 어제의 그놈들이라고 믿지 않았을것이다.


분명 새로운 적이었다.

그렇다는건 빨갱이들이 그동안 전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후방에 저런 전력을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다니.

장장 3년간이나 숨기고 칼날을 갈았다면 그 칼끝이 무딜리가 없다.


빌어먹을 놈의 빨갱이 새끼들.


황화순 소령은 다시 이를 갈고있다.

후퇴하는 동안, 대대의 예하부대 상당수가 통신이 두절되어 연락이 닿지않고있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부대가 괴멸되었거나 혼비백산한채, 뿔뿔이 흩어져 후퇴하고 있을 부하들중 얼마나 살아남을수 있을까.


“대대장님.”


뒤에 바짝 붙어오던 대대참모 김홍연 대위의 목소리에 분기가 서려있다.


“이대로 후퇴해야 합니까?”


뒤따르는 부하들 역시 입술을 굳게 다문채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제대로 싸우지못하고 후퇴하는 비분강개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3년이란 세월동안 벌인 38선에서의 국지전은 어리숙했던 신병을 노련한 군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저딴 놈들에게 패배했다는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쥐새끼들이 아무리 강한 화포로 무장하고 전투에 능란하더라도,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호랑이는 없는법이다.

하지만.


“울분을 삼켜라.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휘관은 부하들을 지옥불 속으로 밀어넣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부하들의 뜨거운 피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연대의 지시가 내려온 이상 참고 기다려야한다.


처음 본부를 나설때 고작 수십이었던 인원이, 단위별로 후퇴하던 부하들이 중간에 합류하여 어느덧 150명이 되었다.


개성에서 철교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향해 남하하고 있다.

너무 쉽게 전선이 돌파된 탓인지, 생각보다 놈들의 추격이 빠르지않다.


어느덧 1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에 오자, 연대깃발이 보이며 주변으로 군인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대장 전호찬 대령이 1번 도로 위에서 후퇴하는 병력을 수습하고 있는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로를 따라 후퇴하던 전방의 2연대 병력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2대대장 홍화순 소령이 오자 길거리에서 연대장 주재로 즉석 참모회의가 열렸다.


“귀관들에게 면목이 없다. 지휘관이 능력이 부족하여 연대를 이렇게 힘들게 했구나.”


회의서두에 전호찬 대령이 침울하게 자조적으로 탄식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중과부적의 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약한 말씀하시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참모들 모두 연대장을 위로한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논해보자.”


“가장 시급한것은 놈들의 진격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산에 방어선을 만들 시간을 벌어줘야 합니다.”


연대 작전참모의 말대로였다.


“사단의 방어계획에따라 우리는 지연전을 펼치며 문산철교로 후퇴해야 했습니다만, 지연전은 꿈도 꾸지못하고 병력을 보존하여 후퇴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놈들이 개성까지 치고들어오는 바람에 후방이 막혀 연대본부로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소한 철교에 폭발물을 매설할 시간이라도 벌고, 휘하 병력이 후퇴할수 있게 어떻게든 적들의 진격을 지연시켜야 합니다.”


아직도 북쪽에선 후퇴하지 못한 병력이 꽤 남아있다.

작전참모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으나 방법이 문제였다.


“연대장님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황화순 소령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모든게 제 책임입니다. 개성을 방어해야 할 제부대가 속절없이 패주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황화순 소령.”


전호찬 대령은 왜 황화순이 그러는지 짐작이 간다.


결자해지하는 심정으로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이사태를 본인이 초래했다고 자책하는것이다.

본인이 나서 적들의 진격을 조금이라도 막겠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듣도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내려온 놈들을 그의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다.

또한 이상황에서 역습한다는 것도 위험한 계획 아닌가.


“자네의 심정은 아네만 이건 자네 탓이 아니야.”


연대장이 먼저 위로부터 한다.


“그렇다 황소령. 지금은 여기를 지키는게 답이네. 지금 상황에서 역습한다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작전참모도 만류한다. 몇시간만 이곳능선에서 적의 진격을 막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버는것이다.


“그렇더라도 연대장님, 적어도 아직 건재한 3대대의 병력을 조금이라도 구해야합니다.”


3대대는 개성의 서쪽지역을 방비하던 부대였다.

유일한 퇴각로였던 동쪽의 개성이 침탈당함으로 이들은 사방이 포위돼 버렸다.


이것 역시 개성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본인탓이 아니겠는가.

개성남쪽 길을 열어 후퇴하지 못하는 인원을 탈출시켜야 한다.


황화순의 이말은 연대장이 더는 만류할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황화순 소령휘하 2대대를 주축으 한 150명의 결사대가 만들어졌다,


“연대장님이 먼저 인솔해서 후퇴하십시오.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전호찬 연대장이 남겠다고 하자 1대대장이 만류했다.


“연대를 책임지는 자가 돌아설수는 없다. 전장을 누구에게 맡길수 있겠나. 1대대는 예비대로서 문산방어의 중추를 담당해야 한다. 사전의 계획대로 하라.”


연대의 예비대였던 1대대는 비교적 온전히 전력을 유지했다.

1대대장에게는 예비대와 나머지 후퇴병력을 수습해 문산에서 부대를 재편하게 했다.


전호찬 대령은 직접 삼거리부근의 야산에 방어진지를 만들어, 1번 국도를 사수하고 후퇴병력을 수습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황화순의 결사대가 북쪽을 향해 길을 나섰다.

전호찬 대령은 2연대 일부병력을 이끌고 근처 야산에서 진지를 구축하고있다.



.....



“사령관 동지, 동지말처럼 그렇게 긴 전쟁이 되지는 않을 것이오. 장군님께서 교시내리지 않으셨소? 며칠안에 서울만 점령하면 끝난다고 말이오.”


홍천상이 평양의 교시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겨준다.

평소에 사고가 경직됐고 직설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그 성격대로였다.


‘감히 수령님의 교지를 정면으로 반박하다니.’


정치국원으로서 어찌 역할을 허투루 하겠는가.

버르장머리는 초장에 고쳐둬야 한다.


솜털도 가시지 않는 애송이가 큰소리로 들이대자, 참모들이 불시에 기습당한 것처럼 벙찐 표정이다.


“입닥치고 밥이나 처먹으라. 며칠? 웃기는구만기래. 그기야 전쟁을 모르는 새끼들이나 그딴 소리를 내뱉는거디.”


눈이 좌우로 찢어져 날카로운 인상의 참모장 조태극이 감자만한 선지를 입에 넣다가 말했다.


“뭐라? 말 다했소? 어찌 장군님께 그런 불순한 말을 할수있단 말이오?”


그가 정색하며 목에 핏대를 돋운다.


미치지가 않고서야 어찌 이럴수가 있나.

아무리 맹수같은 자들이라 해도 수령에 대한 이런 불경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느새 홍천상의 손이 허리춤에 가있다.


“흥, 기래? 어디 총 한번 뽑아 보라우.”


참모장 조태극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입안에 가득 차있던 선지를 툭 뱉어내며 말한다.


‘이 자가..’


“동무가 총을 뽑는다면 내래 진심으로 사과하겠어. 근디 말이야. 총을 안뽑는다면 동무야 살긴 하겠디만 동무가 말하는 평양의 그놈이 멍청한 새끼라는기 인정하는 꼴이 되는기야. 자, 어떡할기야. 사내답게 총뽑아 볼기네?”


조태극이 입가에 묻은 선지자국을 손으로 대충 훔치며 두터운 목소리로 깔아냈다.

득의만만한 표정속에 슬쩍 내비쳐지는 비열한 느낌은 놈의 진심을 알수있다.


이놈, 단순한 호기가 아니다.


총에 손을 얹은 팔엔 이미 힘이 잔뜩들어가, 근육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있다.

총을 뽑으려면 근육에 힘을 더 줘야하지만, 힘을 줄수록 근육은 더 단단해질 뿐이다.


누구 하나가 피를 봐야 끝날것같은 급박한 상황.


주변의 참모들은 하나같이 승냥이 눈빛을 한채로 뭔가 벌어지길 기대하며 흥미진진하게 보고만있다.


종간나들...

어쩌지못해 난감하게 있을때 한사람이 나선다.


“자자, 진정하시라요. 오늘같은날 우리끼리 티고받으면 안되디않소? 동생같은 어린동무가 치기로 그런기니 동무들도 너무 압박하지 마시라요.”


김혁진 대좌가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상관이라 아랫사람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나선것이다.


단단히 조여졌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풀어졌다.


“동생? 웃기디 말라우. 동생이었으면 진즉에 저주둥이에 총알을 처박았을기야. 집안 망신을 다 시키는 멍청한놈 아닌가.”


그가 비아냥대며 다시 그릇채 들고 국을 들이켰다.

홍천상은 수치심에 귓볼까지 빨개진다.


위험한 놈들이다.

홍천상이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이 놈들 나중에 꼭...

지금 일어난 일을 저녁에 평양에 낱낱이 보고할 것이다.


이놈들의 언행은 샅샅이 분해해서 한올도 빠뜨리지 않고 전선사령부에 전달해야한다. 이사단에서의 일은 평양에서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사령관은 그런 홍천상이 흥미로운 모양이다.


“이야~, 젊은 동무가 강단이 있구만. 워낙 전장에서만 떠돌던 놈들이다보니 상당히 거칠단 말이지. 동무가 이해하시오.”


여전히 웃는 낯이다.

더할나위 없이 친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우리 정치국원 동무는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들었소만. 전공이 뭐라고 했소?”


“정치학과입니다.”


기가 죽어서인지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그래, 정치학과. 나도 젊었을땐 모스크바에서 정치학을 했었지. 그때가 참 좋았단 말이야. 그 후부터는 이십년을 전쟁터에서만 보냈으니 어떻겠소. 일본놈부터 중국국민당까지, 정말 지긋지긋한 전쟁의 연속 아니겠소?”


사령관이 말을 하다말고 수저로 국물을 홀짝거렸다.


“근데 남조선국은 좀 싱겁지 않나? 국물이 너무 밍밍하구만?”


“이따위로 먹으니 고로코롬 약해빠진기 아니갔시오? 동지 말대로 앞으론 주구장창 미숫가루나 곪은감자를 먹을테니기니 투정부리지 마시라요.”


군수참모가 차갑게 한마디 던지자 사령관이 끙하더니 수저로 다시 홀짝거린다.


쾅! 쾅! 쾅!


이때 멀리서 포격소리가 들렸다.




작가의말

반격할 당시 전력이 유지된 1대대 대신 2대대가 나선것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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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2 +2 24.05.12 81 5 12쪽
10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1 +2 24.05.12 8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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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확신없이 벌인 전쟁 1 +2 24.05.11 10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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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2 +2 24.05.10 11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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