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91,097
추천수 :
7,840
글자수 :
591,523

작성
24.07.20 19:35
조회
1,569
추천
34
글자
13쪽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DUMMY

‘레노버 코리아의 임원 중 딱 중간 정도만 되는, 거기다 중국과 연관이 깊은 중역을 소개해주시면 됩니다.’


내가 박 기장에게 요구한 문장은 이 하나였다.

하나 케미칼로 치면 기장 정도 쯤 되는, 기정 이상으로 넘어가 버리게 되면 오히려 이런 내 수와 전략이 먹히는 것보다 의심부터 사게 될 내용들을 갖고 굳이 고위급 임원에게 부담을 사지 않아도 될 딱 그 정도의 책임자.


그렇게 박 기장이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태주영 디렉터였다.

태주영 총괄디렉터는 말 그대로 기업의 임원이자 중역이었다.

보통 관리직으로 일컫게 된다.

중간 단계에서의 헤드십이 부여되는 역할에서의 임원인 태주영을 상대하기가 나로서는 훨씬 편해지는 것이다.

대개 태 본부장 이상 급이 되면 승진에 대한 야망보다는 그저 자리를 지키려고 드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게 아닌 위탁직 지사장을 맡고 있는 거뿐 아닌가.

이 정도쯤 되면 어디 가서도 명함 내밀기 좋고, 해외 대기업에 다닌다는 명예도 당연히 따라오게 되고.


그는 이제 40대 초중반이었다. 태 본부장 이상 급 되면 이제부터는 앞자리가 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태 본부장으로서는 이 나이에 돌파 전략을 하나 잘 짜놓는 게 중요한 거다. 이를 테면 내가 제시하는 내용의 전문을 갖고 본사에 충분히 합리적 설득을 할 정도만 되더라도 앞으로의 승진은 보장이 될 것이었다.

거기다 중국 출신은 아니더라도 사회과학 분야에서 수위권에 드는 푸단 대학을 졸업할 정도였으니 그쪽으로 가진 정보통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별다른 게 아니었다.

지금 SNQ와 연결고리를 틀려고 하는 게 레노버의 뜻인 건지, 아니면 레노버가 모르는 또 다른 제 3자 기업인지. 그도 아니면 AVT가 이번 하나 케미칼과의 공조를 통해 얻는 수익적 배분 폭을 늘릴 하나의 채널을 더 파내기 위해 SNQ를 지목했던 건지. 그 모든 우연이 다 맞아 떨어졌거나, 혹은 또 다른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차피 쌍방 윈윈이다.’


하나 케미칼의 필터는 총 3종류의 완성품을 목표로 한다.

라이선스에 대한 요구 폭을 자체적으로 늘리고, 그에 우리 라이선스의 가치를 알아주는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들과의 통로를 통해 거액을 받고 기술력을 전수해줄 것인지, 아니면 직접 우리가 그들의 각자 단일 모델에 대한 필터량을 생산, 공급하여 충족해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전략을 짜기만 하면 된다.


‘삼성이나 LG 같은 곳이 제일이겠지만,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다.’


하이얼이 끼어들게 된 이상 굳이 국내 대기업을 조준할 필요는 없다. 거기다 삼성이나 LG 같은 초거대 공룡기업에게서 어떤 접촉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선택의 폭을 늘려 머리를 복잡하게 할 수를 고안해내지 않아도 될 정도면 차라리 우리는 우리대로서 좋다고 봐야 한다.

아버지는 중국 진출을 목적으로 한 그 목표만을 위해 달리고 정진할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이번에도 라이선스 취득에 실패하고 또 고만고만한 기업체의 수주만 받았더라면 불과 곧 있을 코로나 직격탄으로부터 아버지는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의 무역 통로가 닫히게 되면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였던가.

대기업들은 문고리를 잡고 구조조정까지 할 정도였다지만 그래도 버틸 수는 있다. 이미 창고에 저장한 돈뭉치들이 있어서다.

그러나 하나 케미칼 같은 곳은 다르다. 우리 같은 곳은 필시 절반 이상이 망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버틴 유구한 역사?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역사는 제쳐두고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나대로 전략을 짠 것이다. 물론 김창후의 역설적인 존재감은 적잖이 예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하루 후.

예상했던 대로 태 본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 아··· 그렇습니까? 네네. 그렇다는 말씀은 곧 개입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AVT 측의 독자적인 노선으로만 이해하면 되겠군요.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스케줄을 맞춰 테이블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때는 본사에서···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 조율하고 뵙겠습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박 기장을 찾아갔다.


“SNQ에게로 레노버는 앞으로 내부적으로 간섭할 뜻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고 합니다. AVT에서 따로 수를 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레노버가 안 끼어든 것은 아니라지만 그냥 흥미 정도만 보이고 있다는 뉘앙스로만 끝이 났다고 합니다.”

“그럼 AVT의 속내는 또 무어란 거야? 그냥 고만고만한 국내 업체들 선정해서 연결망 트는 게, 하필 우연의 일치가 기가 막히게 떨어져 SNQ가 되었다는 거야? 레노버 말고 그럼 또 제삼자가 끼어들었다는 건가?”

“그건 또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박 기장의 답답해하는 얼굴을 보고 침착하게 말했다.


“태주영 본부장이 전하기를, 아직은 대외비입니다만 AVT 측에서 겨냥하고 있는, SNQ의 기존 테이블을 뒤집어엎을 때까지 기다렸던 이유는 ‘아마도’라는 전제가 깔리기는 했지만 파나소닉의 물줄기를 다른 업체로 옮겨 가게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제가 들을 수 있는 답변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무슨 말이 그래? 그러니까 파나소닉이 SNQ와의 계약 자리를 물리게 할 속셈이라는 거야?”

“그렇습니다.”

“하아. 이게 더 골치 아프네. 무슨 가능성을 목전에 두고···.”

“아마 오연테크 아닐까요?”

“···!”

“오연테크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되지 않겠습니까? AVT의 섀넌리치, 그리고 우리와 역사적으로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는 오연테크. 이미 연줄이 닿아 있는 만큼 이번 오연테크의 수주 통로로 이용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오연테크라면 납득이 간다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지. 어차피 상부상조하는 사이니까. 너와 강 사장님 따님도 교제를 하고 있고··· 그래. 그렇게 된다면 말이 되기는 하겠다.”


박 기장의 심각한 표정이 어느새 안도로 물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 말입니까?”

“굳이 파나소닉을 SNQ로부터 몰아내고자 했다면, 그래서 하이재킹을 시도하고자 했다면 그냥 오연테크 자체로부터 나서도 됐을 일인데 왜 굳이 AVT가 난입을 하고 또 레노버가 SNQ에게 관심 있는 척 이 난장을 만들어? 무슨 목적으로?”

“당연히 AVT로서도 사출기에 대한 수요량을 충족함과 동시에···.”

“동시에?”

“···!”


그 순간 머리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아주 이상하고 희한한 논리로 전개가 되어가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여러 갈래로부터 합쳐지기 시작했다.


조금 다급하게 박 기장을 향해 물었다.


“지금 파나소닉과 SNQ의 테이블, 엎어진 겁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지?”

“지금의 대외비는 일단 우리들만 아는 사항이고요? SNQ로서는 어떤 액션도 아직 취하지 않고 있음이 확실합니까?”

“그렇다니까. 왜, 뭔데?”

“···.”


하나의 선로가 명확해지게 된다.

터널을 뚫고 달리든 산길의 철로를 달리든 그 선로는 하나로 귀결되어졌다.


‘김창우.’


만약 내 예상이 확실하다면 이 페이크 오브 테이블의 주범은 김창우라는 결론이 나게 되는 것이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쳐 올라왔다.

롯데 케미칼과의 수주를 연쇄적으로 수주한 경험이 있는, 그래도 저력이 남아있는 SNQ가 요즘 들어 제일 많이 흔들리고 있는 시기. 뻔한 저가 입찰 경쟁으로 이제는 하나 케미칼에 덩치에도 비비지 못하게 된 SNQ.

그 SNQ가 하나 케미칼처럼 역사적으로 드림 매치를 꿈꾸기 위해 남은 혼신의 힘을 다해 파나소닉을 끌어들였을 때 갑자기 나타난 AVT.


‘SNQ는 저번 일도 계기지만 이번에 이를 갈고 우리에게서 레노버를 빼앗으려는 입장이었겠지. 레노버는 우리 같은 하루살이야 누구든 상관없이 선택만 하면 될 일이니까.’


그러나 여기까지.


‘우린 그를 충분히 대체할 무기를 지니고 있다.’


바로 신기술 필터 라이선스.

그리고 부진하던 그 기술력의 나머지 10%를 채워준 이는 다름 아닌 김창우였다.


‘고지에서 방황하고 있는 그 실력 없는 개발자들에 대한 답례품이야. 아니, 너에게 주는 선물이지. 이로써 하나 케미칼은 조금 괜찮은 무기를 쥘 수 있게 되었네. 그리고···.’

‘그 선물을 줌과 동시에 난 나만의 복수를 해볼까 해. 여기서 아까의 아주 사소한 조건 말인데, 네가 내 메신저가 좀 되어줘야겠어. 패신저든 메신저든.’


그 나머지의 힘조차 모두 짜내 거의 온 더 테이블을 완성시킬 뻔한 SNQ의 환심을, 나는 물론 하나 케미칼과의 유독 질긴 악연의 고리를 아직 끊지 못한 표종철 사장에게로 주입시키는 데에 성공했고, 지금 SNQ는 레노버도, AVT도, 거기다 파나소닉까지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건 그러니까.


‘김창우. 이 새끼···.’


내게 람보르기니 차키와 파텍 필립 시계를 덜컥 줬을 때부터 범상치 않아 보였지만 이 정도의 수를 짜낼 수 있을 줄이야.

만약 내 예상이 사실이라면 지금쯤 SNQ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거다.

AVT와 레노버라는 환상에 갇혀 언제쯤 계약 자리에 나설 수 있나, 그 희망만을 목전에 둔 SNQ의 환상은 곧 환각처럼. 연기처럼 화해질 것이다.


rrrrrrr

박 기장 사무실의 인터폰이 울렸다.

나를 잠깐 직시하던 박 기장이 그대로 시선만 내게 꽂힌 채 인터폰을 받았다.


“예, 기정님. 예··· 예? 그게 정말입니까? 아··· 조금 의외의 소식이어서요. 일단 알아두고 있겠습니다.”


금세 전화를 끊은 박 기장이 어느새 의미심장하게 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 기정님이 방금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네.”

“···.”

“오연테크와 파나소닉의 업무 체결 양해 각서가 이제 막 완성되었다고.”

“···!”

“그럼 AVT는, 그리고 SNQ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네가 아까 말한 대로라면 이미 나가리가 되는 거 아냐?”


박 기장은 나를 향해 더 눈가를 좁히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속셈··· 설마 네가 기획한 거냐?”


나는 그 말에 대꾸할 겨를도 없이 기장님에게 잠시만요, 를 연발하며 기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김창우에게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신호는 금세 잡혔다. 김창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네가 꾸민 일이냐?”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유자적하고 유들유들하게 받아치는 김창우의 목소리가 핸드폰 속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지금 파나소닉과의 계약이 엎어진 SNQ, 이대로라면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게 돼. 이게 다 네가 설계한 거냐?”


잠시간 김창우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불과 몇 초 후.

조금 전과 다르게 아무 감정 없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왜? 너와 네 애인에게 주는 선물 치곤 제법 괜찮지 않았어? 난 나대로 얻을 게 있어서 좋고··· 너와 네 연인은 또 그거대로 얻을 게 있어서 좋고··· 참, 아마 지금쯤 AVT가 파나소닉과의 테이블을 엎지른 대가로 약간의 위약금을 SNQ에게 지불하게 될 거야. 물론 그 약간이라는 건 내 주머니에서 나오겠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휴지조각일 뿐이고, 안타깝게도 SNQ는 그 약간이 마이너스 100%로 전환되어 곧 파국을 맞이하겠네. 혹시 말이야···.]

“···.”

[실례가 안 된다면 망해버린 표 씨네 얼굴들을 한 번 보고 나에게 설명해주지 않을래? 특히 정태가 앞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지도 알려주면 더 고맙고.]


내용은 길지만 어조는 삭막했다. 너무 메말라버려서 아예 사람이 아닌 듯한 말투.


[아직 몇 발 더 남은 거 알지? 정태 이후에는 누구로 해볼까? 어차피 누구든 상관없지만 네가 그날 쓰러뜨린 무리들 중 생각나는 놈의 이름이 있으면 말해줘. 또 한 번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곧바로 이를 악문 채 침묵했다.


“후우.”


아무래도.

김창우의 장단에 당분간 맞춰주어야만 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묻고 싶다.

나 말고도 김창우.

너야말로 회귀한 거 아니냐고.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24.07.11 174 0 -
공지 기존 타이틀 명이 변경되었습니다. (비정기 연재) +7/3 공지 24.05.10 5,671 0 -
100 악독한 설계 +5 24.08.26 539 21 12쪽
99 기생충 +3 24.08.22 627 22 12쪽
98 던져줄 제물 +2 24.08.18 760 24 12쪽
97 계략의 그림자 +2 24.08.15 835 22 12쪽
96 새로운 2막 +2 24.08.12 884 24 13쪽
95 자네 아내로 어떤가 하고 +2 24.08.09 997 31 12쪽
94 경쟁자 +1 24.08.06 1,019 25 13쪽
93 보이지 않는 서열 +3 24.08.03 1,113 27 13쪽
92 뭐가 죄송해? +1 24.08.01 1,184 25 14쪽
91 전성시대 24.07.30 1,250 30 11쪽
90 헤드라인 +2 24.07.27 1,313 29 13쪽
89 악당 +1 24.07.26 1,300 30 12쪽
88 그냥 나설 뿐이다 +2 24.07.23 1,378 31 12쪽
»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5 24.07.20 1,570 34 13쪽
86 쾌거를 이루게 될 겁니다 +1 24.07.18 1,627 29 12쪽
85 확신합니다 +3 24.07.17 1,677 32 12쪽
84 테이블 마련하기로 했다더라 +1 24.07.16 1,805 32 12쪽
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904 39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81 31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56 35 12쪽
80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48 40 12쪽
79 새로운 장 +3 24.07.09 2,111 44 12쪽
78 미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1 24.07.07 2,151 42 13쪽
77 지금 많이 놀아둬라 +1 24.07.06 2,136 41 12쪽
76 저도 한 번 몸 담아보고 싶습니다 +3 24.07.05 2,219 41 13쪽
75 귀한 존재 +3 24.07.03 2,362 41 12쪽
74 복수의 촉발 +4 24.07.02 2,455 42 12쪽
73 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4 24.07.01 2,476 5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