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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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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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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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DUMMY

나는 어릴 적부터 무예타이와 복싱을 하며 몸을 단련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얼마나 무식하게 킥 한 방을 위해 정강이를 태국 낙무아이처럼 찍어 누르듯이 단련해왔는지, 그리고 복싱을 하며 원투 스트레이트를 몇 천 번, 몇 만 번이나 생각을 하려는 찰나에 몸이 먼저 반응하게끔 수련했는지 모른다.


‘만약 다수의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면,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느 체육관이든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 요소로 등장하는 다수와 단수의 싸움.

마침 내가 다녔던 복싱장에도 단골소재로 꼭 나오고는 했었던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결론은 이랬다.

도망쳐라. 그곳을 탈출해라.


당연하지 않은가.

제 아무리 UFC선수들이라고 해도 저런 나무 몽둥이, 혹은 쇠몽둥이를 든 사람들과 근접전을 벌이는 건 도박을 넘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뜻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기세가 섞여 들어가게 되면 조금 말이 달라지게 된다.

나는 그들이 우리 하나 케미칼의 일반 사원들을 만만하게 여기고 노려보다가, 머리통 하나는 더 큰 내가 나타나니 심적으로도 당황하는 게 떡하니 읽혔다.

이 기세를 다시 역전시키게끔 용인하면 안 된다.

다행히 몸은 먼저 나서기를 자처했다.

이곳은 내게 역설적으로 천만다행이게도 한정된 공간 안이었다.

만약 사방이 나를 포위하는 형국이었으면 난 아마 내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다른 직원들과 같이 무력하게 서있기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내부는 복도식인지라 그들이 날 에워쌀 수가 없었다.


“이 새끼가 겁대가리도 없이···!”


제일 앞장 서있던 사내 하나가 내게로 달려들었다.

간만에 이런 상황이라는 게 참 재미있었다. 그때 일진 무리들에게 진검승부를 하러 나섰을 때에도 난 어쩌면 이랬던 상황이 마냥 화가 나지만은 않았던 거 같았다.

악당인 너보다 더한 악당인 내가 널 교육시켜주겠다는 데 왜?

이렇게 심리적으로 깔고 갈 수 있었으니 마음만은 참 편했었다.


상대가 휘두르는 몽둥이가 보인다. 아니 눈빛부터 내 어디를 향하고 어깨가 움직이려는지 조차 전부 읽힌다.

내 앞에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심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걸 안면 가드를 하며 거리를 벌린 후 곧장 반 박자 빠르게 치고 들어가 템포를 올리며 나만의 주특기였던 콤비네이션을 발휘했다.

압박을 그 자체로 한, 원 투 스트레이트 훅에 이은 하이킥.


“···!”


개비기도 못하는 상대는 쓰러진 채 갯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적막이 깊게 내려앉은 정적.

급박한 상황에서도 난 빠르게 다음 포식을 위해 상대를 찾는다.

다행히 내게는 공격 루트가 다양했고, 상대는 무기가 하나 있을 뿐 굉장히 단조로웠다.

제일 압도적인 무력으로 제일의 공포를 상대에게 선사하는 것.

그러니 상대들은 그 순간 나를 보며 주춤거리게 된다.


“···.”


조용히 침묵을 하며 그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췄다.

이미 전의를 상당 부분 상실한 모습이다.

그와는 반대로 난 이 순간 누구보다도 냉철했고, 차가워졌던 것 같다.


“이제 비킬 마음들이 좀 생겼나?”

“저, 저기···.”

“···?”

“아니, 이럴 의도까지는 없었는데···.”

“뭐?”


그 중 빨간 띠를 꽉 졸라맨 남자 하나가 몽둥이를 늘어뜨리며 내게로 말했다.


“저, 그러니까··· 위협만 주라고···.”


이런 씹···.

결국 저들도 그저 표종철의 돈놀음에 지나지 않아 억지로 나서게 된 인간들이라는 것이었다.

날 노려보는 동공들이 하나 같이 풀리는 걸 본 후로 천천히 몽둥이를 눈짓했다.


“모두 몽둥이 내려놓고 전부 반대로 물러나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 이 사람처럼 되기 싫다면···.”


여차하면 가드패스까지 해가며 육탄전이라도 벌일 각오로 나서려고 했던 용기가 무색해졌다.

어쩌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들은 하나같이 몽둥이를 내려놓은 채 간결하게 도열만 한 채 뒤로 한참이나 물러섰다.


“서, 서 차장··· 너 지금···.”


아마 내 귀가 제대로 들은 게 맞다면 이 기정의 목소리가 분명할 거다.

그러나 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여력 되는 분들은 몽둥이는 들지 마시고 우리가 가해자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그대로 몽둥이 앞으로만 서서 엄호만 해주세요. 여차하면 들고 상대해주시고.”


그렇게만 말하고 사장실로 바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역시나 예상대로 표종철 사장을 포함한 사장단들이 내 아버지와 박준용 공장장을 억압하고 있었다.


“뭐, 뭐야···.”


그 중 표정태의 모습도 보인다.

아버지가 못 움직이게끔, 또 숨도 잘 못 쉬게끔 멱살을 세게 잡고 있는 놈이 하필 표정태였던 것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버둥거리며 할퀴었는지 놈의 손등에 피가 흘러내릴 정도였고.

피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당당하게 나타나는 날 보고 어찌할 바 모르는 사장단과 표정태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넌 항상 언제나 이렇더라.”

“서, 서우···!”


한 걸음을 더 내딛자.

바로 나의 사정거리가 되었다.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아버지의 멱살 잡은 손을 이제야 놓아버리는 표정태에게로 한 마디 운을 띄웠다.


“걱정하지 마. 난 너 같은 병신처럼 네 아버지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


곧장 바로 훅이 나갔다. 그리고 녀석의 종잇장 같은 몸을 갖고 내 마음대로 휘둘렀다. 넥 클린치 이후 니킥으로 녀석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차올렸고, 순간 피가 터지는 표정태를 향해 원투 셋업까지 이어서 나갔다.

녀석은 그대로 그로기에 빠진 채로 기절한 듯 움직이지 못했다.


“저, 정태야···!”


표종철 사장은 단말마를 뿌리며 쓰러져 혼절한 듯한 표정태를 향해 다가가 무릎을 꿇었고, 사장단들은 이제 공장장의 멱살잡이까지 그만둔 채로 날 무슨 저승사자라도 보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다들 눈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 이런 개새끼가! 역시 개 버릇 남 못준다더니!”


표종철 사장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다 일어나 기어이 내게로 다가와 뺨을 후려치려 했다.

그러나 가볍게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그 뺨을 맞았다.


“아악!”


손바닥으로 때릴 거면 확실히 때리던가. 어설프게 주먹을 반쯤 쥔 채 내 뺨을 때린 덕분에 표종철 사장의 손가락이 부러져버리고야 말았다.


“서, 서우야. 괜찮냐?”


아버지가 다급하게 다가와 뒹굴고 있는 표종철을 노려보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빨갛게 곧 물들 뺨을 가만히 내버려둔 채로 나직하게 내뱉었다.


“이 정도면 정당방위, 성립 되겠죠?”


***


하나 케미칼의 오전은 아주 시끌시끌했다.

다만 나는 내부의 분위기를 알 턱이 없는 채 관련자들과 같이 소환되어 경찰서에 동행해야만 했다.

표정태는 부상이 조금 심각하단다. 광대뼈가 골절된 것이다. 이빨도 하나 빠졌는데 신경까지 손상이 있다고.

당연히 표종철 사장 입장에서는 우리를 고소하겠다, 어쩐다 하며 발광을 했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우리 쪽 CCTV까지 돌려보고서 내가 그 옛날처럼 가해자가 되려는 순간을 저지했다.


결정적으로 놈들에게 불리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표종철 사장이 우리 하나 케미칼의 경비 아저씨를 밀어 넘어뜨렸는데 하필 아저씨가 갈비뼈가 2대나 나가버린 것이다. 거기에 더해 조금 심각한 뇌진탕까지.

또한 이후에야 밝혀진 건데 표종철 사장의 품에서 주머니칼이 나왔다고 한다.

나는 조사팀으로 이전될 사건이 강력팀으로까지 번지게 될 사건을 두고 경찰들이 못 보게끔 픽 웃기만 했다.


‘호재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몰려버린 표종철 사장단의 짓을 두고 나와 아버지, 그리고 공장장은 하나 같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약 4시간 여 후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정식 고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뭐가 됐든 승산은 우리 편이다.

그리고 이 천인공노할 짓을 두고 오늘부로.

SNQ는 정말로 한방에 나가리가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


공장 안으로 들어서는데 나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심상치 않다. 여직원이고 남직원이고 하나같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각종 인사말들을 내뱉는다.


“저, 들었습니다. 차장님. 정말 멋지셨습니다. 17대 1로 싸우셨다면서요!”

“1대 1로 싸운 겁니다.”

“그게 다 차장님 기세에 나가떨어진 거죠. 차장님 얘기로 오늘 하루 모든 부서가 다 대동단결해서 난리예요, 난리!”

“우리 차장님 멋지다!”

“서 차장님 최고!”


멀리서부터 이런 고함이 들려올 정도였는데.

약간 어이없는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악당이 되어야만 했던 나와 지금의 악당이 되어야만 했던 나, 과거의 나 가운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니, 차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상황에 따라, 운에 따라 누구는 영웅이 되고 누구는 희대의 악당이 되어버린다.

물론 그때의 난 잘못된 분별력과 판단력을 갖고 있었다. 조금 더 생각을 했더라면 현명하게 처신할 수도 있었겠지.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말 그대로 나답게 처신했다.

그게 최선이었다.

경찰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판국에 만약 시간이 더 흘러 표종철의 변심이 심화되었다면 내 아버지는 지금쯤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이 세계에 떨어지게 된 후로 분노했던 거 같다.

표종철 사장이 지니고 있던 흉기를 나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셨다. 뇌의 어디가 고장 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날 볼 때마다 계속 그러시는 거였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미안하다. 너까지 끌어들이게 돼서 마음이 무겁구나. 과거에 있었던 일도 결국 이런 일의 사전 연장이었을 텐데··· 나와 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널 차별하고 못난 부모의 역할만 했었구나. 미안하다, 서우야.”


아버지가 끝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사장실에는 아버지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아버지는 계속 눈물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우셨다.

내 어깨를 붙잡고, 힘없이 내려간 팔은 어느 순간부터 내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아버지의 정수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조금 슬플까, 아니면 많이 슬플까? 나도 울음이라는 게 나오려나?

여러 생각이 도출되었지만 희한하게도 지금의 난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이 순간 초연해졌던 거 같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아버지가 아무 일 없어서 그게 더 다행이에요.”

“흐, 흑. 서우야···.”


아버지를 한참이나 토닥이며 안아드렸다.


잠시 후.

마음을 겨우 가라앉힌 채 사장실을 빠져나와 흡연구역으로 향할 때였다.


“오빠!”


들리지 말아야 할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들린다.

이제 막 점심식사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하나 케미칼의 흡연자란 흡연자들은 전부 다 흡연구역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어떻게 안 것인지 강윤아가 벤츠를 타고 흡연구역 쪽 빈 공간을 찾다가 멈춰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로 뛰쳐나와 내게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곧 그녀가 내게 안겼다. 어디 하나라도 내가 다쳤을까봐 걱정하는 강윤아의 두 눈으로 투명한 이슬이 맺혀 있었다.

옆 단지, 그것도 무려 오연테크의 귀한 사장님 딸이라는 감투는 벗어던지기로 작정했나 보다.


“오빠,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는 거야? 아니··· 왜 그러니까 다칠 거 알고도 무식하게 나서. 왜!”

“미안.”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잡기도 아까우리만치 조그만 손으로. 연약한 숨결을 힘껏 끌어다 쓴 강윤아의 온기가 나를 향해 파고들고 있었다.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마. 응?”

“알겠어.”


그런 우리의 뒤로 수십 명이 모여 있는 흡연장 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존나 부럽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감사합니다.

하루에 폭염과 폭우가 동시 존재하는 살벌한 나날이 이어져 가고 있네요.

비 조심하시고 물도 자주 드시며 컨디션 관리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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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확신합니다 +3 24.07.17 1,664 30 12쪽
84 테이블 마련하기로 했다더라 +1 24.07.16 1,794 30 12쪽
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890 38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67 30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42 35 12쪽
80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36 39 12쪽
79 새로운 장 +3 24.07.09 2,100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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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4 24.07.01 2,465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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