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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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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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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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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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설 뿐이다

DUMMY

김창우의 전략은 정말 똑똑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여태 이를 간 시간이 길었던 만큼 녀석의 조준과 연발은 그대로 SNQ의 심장에 꽂혀버린 것이었다.


SNQ는 지금쯤 회생불능 상태에 빠져버렸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사력을 다한 테이블이 무너졌다.

상대는 바로 그 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이 어떤 곳인데. 어디까지나 일본의 5대 가전제품 대기업이 아닌가.

SNQ가 이제 나락에 가는 건 한순간일 것이다.


거기다 하이재킹이잖은가.

예컨대 영국이나 스페인 같은 곳의 축구 빅리그 빅마켓에서 급작스럽게 제 3의 구단과 구두계약을 한 선수들을 종종 빼앗아오는 사례들이 있다. 그걸 두고 흔히들 하이재킹이라고 한다.

이 바닥은 물론 다른 업계들도 하이재킹의 범주들은 충분히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SNQ로서는 너무나 행복한 고민을 한 나머지 앞만 보고 걷다가 아래에 놓인 덫을 보지 못했다.


나 역시 김창우처럼 온기 하나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반박했다.


“복수를 할 거면 제대로나 하든가. 너 때문에 SNQ의 죄 없는 다른 직원들은 전부 어떻게 하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로 정의롭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군자의 복수를 운운해야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녀석의 논리는 명징했다.

그저 철저히 ‘복수’ 이 두 글에 모든 힘을 쏟는다.


김창우의 차가운 목소리와 실소가 동시에 전해져 왔다.


[그 말이 지금 주는 무게감이나 의미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이해가 안 가서 침묵했다. 그러자 다시 말이 들려 왔다.


[정확히 기준점을 설명하잖아. 표정태와 녀석의 가족들로 인해 너와 나, 우리는 어떤 피해를 받아야만 했지? 아무 죄도 없던 우리가 왜 가해자인데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어야 했던 표정태의 무리들에게서 그 피해를 받고 아주 오랫동안이나 불능과 무력에 빠져야만 했었을까?]

“···!”

[여기서 너와 나의 한 가지 차이점이라는 건 나도 알아. 명확하지. 넌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놈들을 갖고 놀았던 존재였고, 난 순수하게 피해자였다는 점이야.]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그래서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곧 녀석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난 너라는 녀석 자체에게 관심이 없어.]

“···.”

[하지만 그때의 기억의 즙을 짜내게 해준 너에게 은혜를 갚으려는 거지. 네가 아니었으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거고, 영영 이 달달한 현실을 맛보며 살아있지도 못했을 테니까. 물론 지금 내가 보는 너는 네 능력으로도 하나 케미칼 정도는 충분히 건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봐. 솔직히 운은 띄웠지만 섀넌 리치가 직접 너에게 10배에 달하는 가정적 연봉 보전을 해준다고 했을 때 과연 네가 이 정도까지 가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고찰은 좀 했었거든. 그러니 너에게 욕심이 안 난다고 할 수만은 없어, 난 이제 사람을 더 중시하니까.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김창우의 목소리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너무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율배반적인 목소리와 내용이 뭉치니 나로서도 혼선이 갈 정도였다.


[서우야.]

“···.”

[서우.]

“왜.”

[당시에 학교 측에서 왜 자체적으로 징계로 끝냈을까? 그것도 경징계로?]


순수한 물음이었다.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미간을 긁으며 말했다.


“네 말처럼 내가 가해를 했으니까 그랬겠지.”

[80% 정도만 정답이야.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나 상담실을 찾아가고 교무실을 찾아가고 했어도 내가 선생님이라 불러야만 하는 작자들은 “언제나 네 나이 때에 그럴 수 있다, 조금 더 어깨 펴고 살아라. 그리고 네가 먼저 더 다가갈 줄 알아야 해.” 이 따위 말들을 늘어놓고 있으니··· 난 어떤 괴리감에 몸부림을 쳤어야 했을까?]

“···.”

[그런데 나중에 가서 보니 그 상황이라는 게 참 재미있더라고.]

“뭐?”

[표정태를 포함한 나머지 일진 6명. 걔네들이 다 한가락 하는 집안이더라고? 당시에 우리 부모님, 그리고 너희 부모님보다도 더. 이사회에 관여하는 걸 넘어 참석까지 하고 있었던 능력자들 말이야.]

“···!”

[표정태는 그나마 너와 내가 노리기 가장 쉬운 먹잇감이었어. 그리고 너도 그걸 알아야 돼. 내가 나서서 너에 대한 구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섰을지라도 난 너에게 아무런 힘도 될 수 없었다는 걸. 내 부모님도 어떤 협박인지 잠정적 위협인지를 받아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었음을. 넌 그걸 알아야 돼.]


김창우는 예전 이 빠진 녹슨 칼처럼 무디기만 했던 그 김창우가 더 이상 아니었다.

악에 받친 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그 악에 영혼을 팔았든, 아니면 그 악을 순수하게 다스릴 줄 아는 경지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고 난 생각했다.


[SNQ의 근로자들? 당분간 실업급여 잘 타먹으면서 이직 준비하겠지. 공단에는 늘 사람이 부족하고, 한국에서는 제조업이 어느새 외국인들로도 채워지고 있는 현실이니까 말이야. 서우야. 우리 솔직해지자. 넌 그때의 내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상 그 새끼들만 없었더라면 너나 나나 아무런 탈도 없었을 거고, 우리는 그렇게 우리대로 살아갔을 거야.]

“이 상황에서의 가정은 아무 쓸데도 없어.”

[가정은 곧 내 의지가 되기도 하지. 그리고 난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도 일을 재미있게 키워나가 볼 거야.]

“너··· 뭐 설마 인생 2회라도 살고 있는 거냐? 정말 내가 알던 그 김창우 맞냐?”


마침내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보고야 말았다.

그러나 김창우는 여전히 너스레를 떨었다.


[네 말대로 인생 2화차였으면 3화차도 깔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전제 아래 놈들을 벌써 모조리 다 죽여 버리지 않았을까?]

“···!”

[돈도 써야 될 때를 잘 아는 것처럼 힘도 써야 될 때를 잘 알아야 하지. 당분간은 너도 일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난 나대로의 복수를 할 테니 넌 너대로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이 상황에 날 끼어들게 만든 건 너야. 덕분에 우리는 아주 곤란해질 뻔했고. 그런 주제에 날 네 아바타처럼, 네 대용으로 쓰게 하려는 거냐?”


김창우가 하는 말의 의미는 앞으로 날 아바타처럼 쓰겠다는 용도가 아니고 뭔가. 그 수고비로 주는 람보르기니와 파텍 필립? 내가 그런 것에 놀아날 줄 알고?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김창우와 적으로서 만난다고 했을 때에 상대할 수 있냐는 원제에 닥치게 된다면, 난 아마도 자신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에도 왠지 알 것 같았다. 김창우는 내게 절대 화살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다음 타자는 진수형이 될 거야.]

“진··· 수형?”

[미리 알려주는 이유는, 걱정하지 말라고. 난 너와 네가 아끼는 하나 케미칼을 건드릴 생각이 없어. 그리고 그렇다기에는 나도 아직 능력이 정점에 서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진수형은 내가 혼자 처리할 거야. 그리고 넌, 정태네 가족들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잘 봐둬. 그리고··· 즐겨. 곧 다시 연락하자. 잘 지내라, 서우야.]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나는 한껏 치솟은 눈매를 힘없이 내리며 허공으로 한숨을 쉬었다.

김창우.

이놈 정말.


“또라이네···.”


***


한동안 머리가 복잡해졌다.

김창우가 이 정도까지 독사의 혀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었고, 거기다 나보다도 더 추진력이 엄청난 녀석이라는 것까지도 몰랐었다.


‘내가 나쁜 놈인가, 김창우가 나쁜 놈인가. 아니면 그 녀석들이 나쁜 놈들이었던가.’


세상사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그리고 그 세상사라는 건 곧 각자도생을 뜻한다.

인생에서의 인생관은 곧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지를 정해주는 차원의 예방주사가 되는 것이고, 그게 내게 해를 끼칠 인생관 같다면 과감히 그걸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튼 그 인생사라는 것에서도 나도, 김창우도, 일진 녀석들도 이미 한참 선로를 이탈해버린 상태였다.

다만 가장 의외의 순간을 맞이한 사람이 있노라면 바로 나겠지.

나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래. 굳이 승부수보다는 그 수에 집착하지 말자.’


적어도 지금은.

김창우에게서 어떤 살의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심이라는 걸 해두기로 한다.

어차피 위기는 닥쳐봐야 아는 것이다. 그 위기를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치면 그 사람은 무당이 되어야겠지.


어쨌든 그렇게 다음 날 또 출근을 한 평일 오전이었다.


갑자기 하나 케미칼 내부에서부터 부산스러워진다.

차의 행렬들은 끝없이 하나 케미칼 안 주차장으로 향하려고 대기 중인데 반해 경비원 아저씨와 옥신각신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보이는 걸 난 조금 후에 알 수 있었다.


“어이쿠! 이런 미친 인간들을 봤나!”


경비원이 내동댕이쳐졌다.


“당장 사장 나오라고 해. 아니면 이 좆같은 공장에 다 불 질러 버릴 거라고!”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해결사들을 같이 부르기라도 한 모양인지 용역들과 나타난 표종철 사장과 그 임원진들은 결사항전의 각오로 빨간 띠를 두른 채 하나 케미칼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것도 차 2대를 연달아 가로로 입구에 막아 놓고서.


“아악!”


넘어진 경비원 분의 몸을 무턱대고 밟고 지나간 그들이 하나 케미칼 안으로 씩씩대며 들어가자마자 나도, 그리고 우리 하나 케미칼 직원들도 도중에 차에서 내리고 전부 하나 케미칼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찰나에 보았다.

사장실을 아는 모양인지 오늘 하필 제일 먼저 출근을 감행한 아버지가 멱살이 잡힌 채 안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흡사 농성전이었다. 아버지와 공장장밖에 있지 않은 사장실 안은 점거된 상황이었고, 사장단을 지키기 위해 뚫으려고 하는 우리와 사람들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거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그 와중 악에 받친 음성이 들렸다.


“이 씨발. 너지? 네가 이렇게 상황을 만든 새끼지?”


아버지는 멱살이 심하게 잡힌 모양인지 컥컥거리고 있었다.

그걸 그제야 들은 나는 머릿속에 든 피가 전부 메말라버린 것 같았다.

무슨 깡인지는 몰라도 몽둥이를 들고 서있는 인간들을 향해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우리 측 인원들을 뚫고 앞으로 조용히 나섰다.

키가 큰 것도 있었지만 덩치도 있었기 때문에 상대편으로서는 우뚝 선 날 보더니 살짝 당황한 기색이 서린 듯했다.


“서, 서 차장님.”

“신고는 했죠?”

“네, 했습니다.”

“지금 이미 이 상황 전부 감시카메라 잡혀 있을 거고, 사장님과 공장장님에게도 피해가 간 모양이니 전 나설 거지만, 여러분은 그냥 이대로만 계세요. 경찰력이 제압해줄 겁니다.”

“차장님. 어쩌시려고요!”


이미 아버지의 신음을 들어서는 정당방위가 성립되고도 남았다. 거기다 상대는 무기를 쥐고 있었고, 난 아니지 않은가.

덩치들은 웬만큼 큰 거 같았지만 고작해야 20명 정도도 되지 않아 보였다.

무기? 저 막대기로 뭘 할 건데?

모르겠다.

그때의 내가 김창우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나서야만 했던 그때의 그 무모한 돌격이 철없는 사춘기의 소행이라고 친다면.

지금은 철없는 오춘기쯤 될까.


나는 아버지가 겁박당하는 모습을 도저히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미 머릿속에 그려졌다.

차량들이 앞뒤로 전부 꽉 막혀 경찰들이 동원될 때까지는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천천히.

한 발 나섰다.

그 순간 몽둥이를 든 남자들이 어깨를 움찔했다.


“후우.”


처음이다.

내가 이 과거로 회귀해 와 목숨을 걸어야 할 때라는 걸. 그리고 그걸 인지 못할 만큼 차가운 분노에 젖어있다는 걸.

내가 찍는 이 액션영화가 비극이 될지 해피엔딩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나설 뿐이다.

곧 조용히 뇌까리며 온 몸의 감각을 생동시켰다.


“죽기 싫으면 비켜.”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고맙습니다.

컨디션 관리 잘 하시고 언제나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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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확신합니다 +3 24.07.17 1,664 30 12쪽
84 테이블 마련하기로 했다더라 +1 24.07.16 1,794 30 12쪽
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890 38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67 30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42 35 12쪽
80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36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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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귀한 존재 +3 24.07.03 2,351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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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4 24.07.01 2,464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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