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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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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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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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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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DUMMY

상대는 서로가 보는 눈빛에 따라 그 찰나의 직감으로서 인식을 달리하게 된다.

내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혹은 내게 필요로 할 사람이구나. 아니면 내게 필요한 걸 넘어서 인생의 동반자적 마인드 셋을 갖고 접근해도 되겠다, 등등.

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평면화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압축한다면 내게 필요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을 사람인가로 나뉘게 되겠지.

그러나 김창우는 이 셋 중, 그리고 후자에서의 둘 중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김창우는 거침이 없었다.

천천히 로봇팔이 다음으로 내어주는 에스프레소가 든 아주 작은 잔에 손가락 두 개를 끼우더니 가벼운 후룩 소리를 냈다.

마치 귀족 같다, 김창우는.

이런 걸 응당 누려야 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는 의지가 다분해 보이는, 확고해 보이는 태도.

그 순간 머리에 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뭘 원해서 이곳에 왔더라?’


벌써부터 이렇게 나오면 반칙이 아닌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걸 넘어 내 아버지와 하나 케미칼, 그리고 가족사 같은 모든 전반적인 부분을 다 파헤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눈빛이었다.


“그 10%를 네가 왜, 그리고 무슨 조건으로?”


또, 무슨 자격으로?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되묻고야 말았다.


“나로 인해 네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었잖아.”


김창우는 그렇게 말했고.


“내 인생이 엉망진창이라는 건 네 생각이지.”

“저번에 말했듯이···.”

“···.”

“난 그 부분에 대한 은혜를 갚고 싶은 것뿐이야.”


적막 속에서 김창우는 이렇게 말하며 슬그머니 내 부릅뜬 눈을 피했다. 로봇팔을 보며 고개를 휘젓는 녀석의 간단한 행동으로 인해 로봇팔이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는 몰라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건너가 얌전히 멈춰 있었다.


“분위기를 가라앉게 해서 미안하지만 너를 향한 내 선의는 그냥 선의가 아니야.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 그때의 비겁자라고 해서 지금까지 비겁자로 남기는 싫었거든. 어릴 때엔 누구나 다 실수를 하기 마련이잖아. 너도 그랬었고, 나도 그랬고. 놈들도 그랬었지.”


김창우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난 아무래도 사람을 잘 본 거 같아.”

“뭐?”

“람보르기니와 파텍 필립 말이야. 그걸 받고 잠적을 했으면 그런가 보다,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지금의 넌 내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달고 온 눈빛들이 훤히 보이거든.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날처럼.”

“···.”

“솔직히 말해볼까?”


녀석은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사람에 대한 판별이 쉬워지더라. 나처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해지더라고. 해서 너에 대해 조금 파봤지. 그 결과 꽤 의외의 방법으로 부자가 돼있더라고. 압구정 현대 아파트 두 채는 물론 지금 네가 살고 있다는 그 곳도. 그리고 네 재산 불리기에 동원되었던 벼락치기 운에 관해서도.”

“···.”

“도대체 어떻게 그런 운이 연이어 맞아 떨어질 수가 있었던 걸까?”


입을 다물었다.


“마치 그렇잖아. 1등도 1등인데 2등도 몇 번이나 맞고. 조상 꿈이라도 꾸지 않는 이상 말이야. 코인은 또 어떻고? 마치 미리 다가올 암흑기를 알고 미리 조정판에 뛰어든 패처럼 절제되었잖아. 거래량이, 김치 프리미엄이 50% 이상 붙었을 때에 그 탐욕의 장에서 너만 홀로 유유히 그 돈 보따리들을 짊어지고 나왔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때부터 너에 대해 그 이상의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 결과적으로 람보르기니와 명품 시계 정도는 네가 나를 변하게 만들었던 그 계기의 답례품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서 어차피 줄 작정이었지만, 그 후로도 네가 뭘 하는지 지켜봐 왔고.”

“···.”

“나처럼 넌 어느 순간 정말 많이 변화되어 있더라.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해서 더 대단한 게 아니야. 난 무엇이든 네가 가려는 그 길을 지지하는 네 편이야.”


혼란은 가중되었지만 김창우의 톤에는 항시 안정감이 깃들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편안해져 갔다.

희한하게도.


“네가 나에게 묻기 전에 내가 하나만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말해.”


김창우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고는 싱긋 웃었다.


“아무래도 생각이 좀 바뀌었어.”

“···?”

“그 하나 케미칼이라는 곳 말이야. 딱 내년까지 기한을 줄게. 그 기간 정도는 내어줄 테니까 정리하고, 이곳으로 합류해.”

“···!”

“아무래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AIE의 빈자리로 올 수 없다는 결론이 머리에 심어졌거든.”


김창우는 왜냐고 물어볼 틈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표정이었다.


“AIE를 거절했을 때부터 궁금해졌어. 너에게 어느 정도의 조건을 내걸어야 네가 그나마 움직일 퍼센티지의 계기라도 생길까, 하고. 그래서 AVT의 대표에게 너에 대해 추천이라는 걸 했지. 스카우트 제의? 맞아. 그거 다 내가 한 짓이야. 간접적이었지만 말이야.”

“···!”


김창우는 지금 정말 여러모로 날 놀라게 하고 있었다. 정말 이 놈이 이 모든 걸 설계하고 다녔다는 느낌에 치를 떨 만큼.


“물론 선택은 섀넌 리치가 하는 거였어. 난 정확히 두 문장 정도만을 말했고. 넌 AVT에 꼭 필요한 존재다, 넌 총괄 디렉터로의 자질이 있다. 이 정도?”

“결국 또 네가 날 갖고 놀았네.”

“갖고 논 게 아니지. 내가 갖고 놀 놈들은 따로 정해져 있어.”

“그게 무슨 말···.”

“날 괴롭혔던 일진 새끼들 말이야.”

“···!”


어느 순간 김창우의 웃음이 점차 짙어져 갔다.

불쑥 하나 케미칼의 이 기정이 사이코패스라는 수식어를 달았다는 걸 아주 가뿐히 넘어선 김창우의 눈은, 감정 하나 담기지 않은 거 같았다.

그런데 웃는다. 순수하게 웃는 게 아니고 자기가 행할 짓 때문에 웃고 있는 게 명확한 그 미소에 살짝 소름이 끼쳤다.


“너와 나를 그렇게 시궁창에 처박아 놓고 있었으면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우리 일진 친구들. 지금도 보니까 잘 나가고 있더라고?”

“뭘 어떻게 할 건데?”

“간단해. 그리고 일단.”


녀석이 어느새 익숙한 갈색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열어봐.”


못미더워 하면서도 천천히 봉투를 열어 안에 들어 있는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단 두 장의 서류가 반에 반으로 접힌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뭔지 곧이어 거짓말처럼 바로 알게 되었다.


“설마···.”

“고지에서 방황하고 있는 그 실력 없는 개발자들에 대한 답례품이야. 아니, 너에게 주는 선물이지. 이로써 하나 케미칼은 조금 괜찮은 무기를 쥘 수 있게 되었네. 그리고···.”


김창우의 웃음이 짙어졌다.


“그 선물을 줌과 동시에 난 나만의 복수를 해볼까 해. 여기서 아까의 아주 사소한 조건 말인데, 네가 내 메신저가 좀 되어줘야겠어. 패신저든 메신저든.”

“날 더러 너의 대리 복수를 해달라는 말이냐? 미안하지만 난 그 놈들에게 더 이상 악감정 같은 건 없어.”


실은 김창우가 그 녀석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에 대해 약간 겁이 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놈이 그놈들 팔다리를 분질러버린 건?”

“불가항력이라는 게 있는 거야. 그리고 그렇지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위험해졌을 거고.”

“덕분에 너와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겠지?”


우리를 감싼 분위기의 밀도가 조금씩 높아져 갔다.


“들어봐.”

“···.”

“놈들은 그만한 벌을 받아야 해. 그게 섭리야.”


김창우의 눈을 아주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때로는 사이코패스들이 1%의 성공을 거머쥐는 경우도 적지 않다던데.’


감정이 없으니 감정을 인위적으로 훈련해내어 성공하게 되는 사이코패스들은 현실 속에서도 꽤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거머쥐는 부는, 인간의 어리숙하고 불안정한 감정들보다 훨씬 견고한 만큼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일까. 김창우는 그럼 사이코패스일까?

그렇게 울보였던 녀석이?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 짓는 표정을 봐서는 분명 이렇게 될 때까지 피나는 노력과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만한 고통을 감내했을 녀석의 악만이 보일 뿐이었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낮게 말하는 내 경고에 김창우가 그제야 나와 다시 눈을 맞췄다.


“걱정하지 마. 폭력을 폭력으로 갚지는 않을 생각이니까. 단지··· 지금 가지고 있는 것과 앞으로도 가질 수 있는 모든 미래적 가능성은 차단해줘야겠지만.”

“···.”

“그래서.”

“그래서 뭐?”


김창우의 시선이 잔잔한 너울처럼 내게 와 닿아 머물러 있었다.


“일단 이 얘기는 조금 더 마스터플랜을 짜두고 실행하기로 하고. 참, 내게 물어볼 게 뭔데? 궁금하다.”


어느 순간 천진해지는 김창우의 얼굴.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몇 번이고 저장해두던 창고 속 질문들이 아득하게 날아감을 느꼈다.


“갑자기 까먹은 표정인데?”


놀리듯 말하는 김창우가 팔짱을 낀 채로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


“그럼 이렇게 된 김에 오늘 확실하게 말해둘게. 나에 대해서 오늘 어떤 김창우가 탄생했는지를 알게 되었다면, 내가 준 내년까지라는 기간을 항상 새겨두고 있어. 그게 아니라면 내가 하나 케미칼에서 널 빼앗아 올 테니까.”

“···.”

“방법은 꽤 많거든.”


또 다른 위화감이 닥쳐왔다.

김창우가 정말 한다면 하는 놈이라는 걸 진즉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게 실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녀석은 선일까 악일까.

그런 걸 궁금해 할 겨를도 없이 김창우는 내게 호의적이다. 아니, 호의적인 척을 해준다.

방금 전에 김창우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봤다.


‘어느 순간 사람에 대한 판별이 쉬워지더라. 나처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해지더라고.’


김창우의 욕심은 돈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사람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내가 거절 못할 그 무엇의 구실로.

왜 내가 나의 가치를 모르는 건지를 궁금해 하기 이전 김창우가 나를 원하는 진정한 목적까지도.

모든 게 궁금해졌다.


“걱정하지 마. 아까 말했잖아. 난 언제나 네 편이라고.”


그런데도 김창우는 한길처럼 태평했다. 달콤한 속삭임을 전해주었고.


“그때까지 하나 케미칼을 꽤 멋지게 성장시켜놔. 그리고 그 하나 케미칼의 뒤에 우리 AIE가 받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잔챙이들과의 놀음에는 간섭하지 않을 거지만 하나 케미칼을 두고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 거라고 말하는 김창우의 뒤이어 흘러나오는 말과 함께.


“그 중 제일 날 괴롭히던 놈 말이야. 표정태. 흥미로운 게 뭔 줄 알아?”

“···.”

“너와 같은 공단에 있는 공장 대표의 아들이더라고?”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런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여기까지.

이 날의 대화는 내게 여러 혼란만 가중시키며 끝이 났다.


“인사들 해. 이쪽은 나의 은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서우.”

“미스터 서.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난 알렉스 드빈치.”

“난 에마뉘엘 헤라. 쉽게 엠마라고 불러도 돼요.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그리고 나는 마침내 AIE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에 대한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너드들이라고 하기에는 꽤 평범한 얼굴들 같은데. 그런데 다들 눈빛들이 범상치가 않다.


‘다 김창우 같은 사람들이라 이건가.’


그리고.


“근사한 식사가 예정되어 있어. 호텔은 네가 말한 그 싸구려 말고 우리 측에서 제공하는 장소에서 자도록 해. 귀빈이 올 때마다 예약하는 곳이 있거든.”


김창우에게 나는 귀빈이라는 존재일까?

이런 말을 조금 전과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놈의 친절한 미소는 선득하기만 하다.

나는 일주일의 휴가를 받아냈음에도 고작 이틀 뒤. 김창우의 일행들에게서 엄청난 환영과 멋진 식사, 최고급 호텔에서의 스위트룸을 겪고는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나비처럼 날아갔다가 정말 벌처럼 다시 돌아와 버린 거였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감사드립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또 장마철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네요.

우천 조심하시고 우산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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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890 38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67 30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42 35 12쪽
80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36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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