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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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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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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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존재

DUMMY

공식 연애가 허락된 후로 강윤아의 부모님은 상당히 개방적인 스탠스를 취하셨다.

오히려 나는 물론 내 가족까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거다.


“스위트룸 하나 예약해줄 테니 좀 더 놀다가 와.”


그 말이 무얼 뜻하겠는가. 강윤아와 나를 한 방으로 몰아두는 이유가 곧 우리를 이미 상당히 깊게 인정하신다는 증거였다.


“저, 그건···.”

“딸 가진 입장이지만 이제는 자네에게 선택권이 있잖은가. 우리 윤아에게도. 그동안 너무 윤아를 억압한 게 사실이야.”

“그걸 아는 아빠가 오늘 정말 달리 보이네요. 그래요, 서우 씨. 오늘 같이 호캉스나 한 번 해보자고요.”


그런데 강윤아는 부모님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말리려고 나섰지만 그 제스처마저 사전에 원천 봉쇄되는 수준이었다.

결국 호캉스로 답이 정해졌다.


“···뭔가 새로운 세계 같네요.”


저절로 나온 말이었다.

호텔의 스위트룸이 대체로 다 그렇다지만 지금의 스위트룸도 정말 기가 막힌 정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해안남로에 있어서 풀장 뷰도 멋지지만 안에서는 축제도 벌일 수 있고, 클럽처럼 놀 수 있는 공간들도 따로 형성이 돼있었다.

또한 노을 너머 오션뷰도 함께 어우러지는 장관을 즐길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곳은 처음이다.’


스위트룸이라는 곳 말이다.

김창우가 미국에 갔을 때 내게 제공해준 숙박권은 스위트룸 한 단계 아래였다. 그날 예약이 다 차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전 단계인 프레스티지 룸에 가게 된 거다.

그 호텔도 정말 휘황했지만 이곳에 비해서는 갭의 무게가 많이 나갔다.


“여기 원더박스가 꽤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라운드 뷰는 이미 충분히 즐겼으니까 전시품 구경이나 한 번 가 봐요.”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강윤아의 말에 이끌려 호텔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냥 크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강윤아는 이곳에서 마치 일이라도 해본 것처럼 능숙하게 이곳저곳을 소개해주었다.

실내 수영장은 물론 야외수영장까지. 라스칼라라는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물론 라쿠에서는 일식을, 임페리얼 트레제라는 곳에서는 광동식 요리를 선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대는 라이브 뮤직을 감상할 수 있을 때여서 난 강윤아와 정말 말 그대로의 호캉스를 온전히 즐겼던 거 같다.

가든 카페는 물론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빵과 와인까지 사서 곧 들어갈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건 내가 들게요.”

“무거우실 텐데. 그냥 제가 들겠습니다.”

“남자가 다 들라는 법 있어요? 이런 거 한 번 해주기 시작하면 나도 여자이고 사람인지라 괜히 기대하게 된다고요. 서우 씨도 처음이라지만 우리, 연애스타일을 서로 알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요?”

“물론 피지컬 차이가 심하니 내가 정 할 수 없으면 서우 씨가 해줘야겠지만 우리는 어쨌든 한 배를 탄 입장이잖아요. 배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해야 돼요?”

“가라앉지 않으려면 바닷물부터 퍼내야겠죠.”

“바로 그거에요. 손이 됐든 바가지를 들고 퍼내든 서로 분담을 해야 한다고요.”


강윤아의 페이스에 휘말리면 안 된다.

당연히 그녀의 말은 백번 천 번 옳다. 주도권도 강윤아가 가져가게끔 만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강윤아와의 첫 연애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따지고 보면 지금 극적으로 반전된 연출작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뭘 해주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게 되고 차분해지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강윤아가 힘들어하는 건 아직도 싫다. 그래서 여기까지만 하면 어떨까. 조금 더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사랑을 하는 사람끼리는 그 선이 정해진 게 없으므로.

굳이 강윤아와의 선을 과거처럼 확 그어버려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내가 힘든 게 있으면 윤아 씨에게도 부탁을 할게요.”

“그리고, 말투요.”

“예?”

“사귀는 사람끼리 계속 언제까지 이렇게 존대할 거예요? 나야 오빠라서 존대할 수 있다지만, 지금 상황이 조금 불편해요. 거래처 영업부장하고 같이 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

“나한테는 말 편히 해요. 난 존대하는 게 더 편해서 계속 할 거지만.”


이거 참.

난처한 입장이 된다.

나만 바뀌라고 강요할 수 있는 그림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강윤아는 어디까지나 진심이었다. 아마 그동안 날 생각하며 단단히 벼른 게 있는 듯해보였다. 그게 호칭 정리인 거고.

결국 5분 정도가 더 지나서야 강윤아에게 말을 편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네 부모님은 정말 괜찮으실까?”

“뭐가요?”

“아까전만 해도 딸 걱정 정말 많이 하시는 딸 바보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내게 널 맡기고 간다는 게 좀···.”

“왜요. 이제 코 꿰었다 싶어요?”

“그게 아니라···.”

“우리 부모님. 지금 개방척인 척 굴고 있지만 절대 개방적인 분들 아니에요. 조금 전에 나한테 메시지 왔는데 보여줄까요?”

“···?”


웃던 강윤아가 보여주는 메시지에 나는 곧 넋을 잃고야 말았다.


- 우리도 스위트룸이다. 너네랑 같은 층.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본능적으로 헛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아까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

“이런 분들이라니까요. 오빠 덕분에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자유를 만끽하는 거예요.”


그 오빠라는 소리가, 참 이렇게나 좋다.

그냥 사적인 오빠라는 단어는 지금도 이 세상에 넘치게 누군가의 귀로 들리고 있을 텐데.

강윤아에게서 나오는 오빠, 라는 소리는 정말 달콤하다. 너무 달아서 오감을 잃어버릴 만큼.


아무튼 스위트룸으로 들어와서 마저 못한 얘기들을 시작하는데, 왠지 귀가 상당히 가렵다.

괜히 옆 룸에서 강윤아 부모님이 우리 얘기를 듣고 있을 것만 같고.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어머님과 아버님이 더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꼭 이 와인 사래서 사기는 했는데. 와인이 95만원이면 너무 비싸긴 하죠?”


아버님이 개인카드를 주셨다. 스위트룸 예약한 김에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걸 사라고. 그 중 와인 예찬론자였던 아버님이 반드시 이 와인을 사야만 한다고 해서 샀다. 이곳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만 파는 와인이라고. 면세점 쯤 아니면 여간해선 구하기 힘든 와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데.


“내가 와인을 많이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그 와인이 그 와인 같아서···.”


솔직하게, 조금 민망한 말이지만 난 와인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주의다.

강윤아처럼 고급스럽게 스탬을 쥔 채 와인 마시기의 정석을 실천할 정도의 인내심을 가진 내가 아니다.

또 강윤아와 똑같이 한다고 한들 와인의 풍미가 내 콧속으로 전해져 무슨 천상의 향이네, 어쩌네 하는 표현들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유형이었고.

차라리 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샴페인 같은 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주말에는 보통 뭐해요? 쉬는 날에도 별달리 연락은 없던데. 잔업을 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참 맞다.”


강윤아는 오늘따라 참 말이 많다. 이제 정말 자기 편이 되었다고 생각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럼에도 조잘거리는 그녀가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강남 아파트 얘기는 왜 숨긴 거예요?”

“숨겼다기보다는 네가 물어보질 않아서···.”

“아니, 그래도 이미 썸을 타는 사이면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인데 그 정도는 말을 해주지. 그럼 오늘 같이 이런 귀찮은 자리에 안 나와도 됐을 거고, 일종의 면접 같은 걸 보지 않아도 됐을 거잖아요.”


슬그머니 웃었다.


“강남아파트가 프리패스였던 셈인가?”

“정확히 모르겠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을까요? 너무 자본주의 냄새 난다고 뭐라 할까봐 오빠 앞에서 더 이상 말은 못하겠는데, 난 여기서 확실히 못 박아 두는 거예요. 오빠가 살림만 한다고 해도, 또 강남에 아파트들 없다고 해도 난 아무 상관없다고.”


알고 있다. 알아서 더 문제이기도 한 부분이다.

강윤아는 보이는 것만 따져서는 우아함의 절정이고 고생 한 번 안 했을 거 같은 얼굴이지만 자기편에 한해서라면 특히 희생정신이 투철했다. 더군다나 나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러니 이런 여자를 안 예뻐할 수가 있을까.

회귀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해줬던 그녀였다.


“그렇다고 널 굶기지는 않을 거야.”

“그럼요. 다른 건 몰라도 나 먹는 건 정말 좋아해서 아마 굶기면 물어버릴 수도 있을 거예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참 앞전 질문 말인데···.”

“···?”

“주말에는 보통 봉사를 나가.”

“봉사요···?”


강윤아가 전혀 뜻밖이라는 듯 잔에 남은 와인을 전부 마셔버리고 나서 나를 정시했다.


“무슨 봉사를 어떻게 하는데 주말에는 연락도 저녁에만 되는 거예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모르고?”

“그냥, 람보르기니도 있고 능력도 있어 보이고 하니까 어디 유흥이나 다니나 했지···.”


이번에 나오는 건 너털웃음이다.


“밤에 가끔 강남까지 달리는 취미는 있지만 유흥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으흠. 봉사의 내용이라는 건 정확히 뭘 뜻하는 거예요?”

“보육원들을 다녀. 그리고 치킨이나 피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들을 사고···.”


나는 이후로부터 꽤 진지하게 듣는 강윤아에게 조금은 신이 나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과정과 뭘 어떻게, 어떤 식으로 짜인 생활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듣던 강윤아도 내게 질의를 하거나 자신의 얘기를 했고, 때문에 우리의 이날 밤은 서로가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잘 맞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했음에도 오늘 강윤아와 한 침대를 쓰지는 못했다.

그녀는 아직 이건 너무 빠른 진도라며 손도 안 잡은 처지에, 아무리 어른의 연애라고 할지라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진도를 빼자고 했다. 당연히 난 거기에 찬성했고.

그렇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강윤아와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이 세상을 전부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줬으니까.


***


해외영업부 차장으로 초고속 승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영업의 진수를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직함은 같지만 영업기획부의 이 차장에게로 묻어가듯이 그의 노하우와 판단력, 혹은 리더십 등등을 계속해서 배워나갔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AIE에 가게 될 때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던 바, 이 차장에게 내심 참 많이 의지를 했었다.

5부서도 완벽한 내 편이라지만 이 차장은 특히나 내가 믿을 수 있는 존재였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했으며 거기에 발전하고 싶은 욕구도 강해 보였고. 또한 스카우트 제의가 소수 있었는데도, 하나 케미칼보다 더 좋은 조건임에도 마다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쩌면 또 다른 면으로서의 의지가 되었던 거 같다.

난 몇 번의 테이블에서 새로운 신기원을 쌓았지만 이 차장만큼의 담대함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 차장은 특히나 자신의 처신을 누구보다 잘 할 줄 알아 내가 여러모로 묻어가기에 좋은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차장이 내게 이런 말을 꺼낸다.


“SNQ공업이라는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영업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고서라도 임직원급으로 대우를 해주겠다고 하네··· 그렇게 되면 내 연봉의 기본 2.5배는 깔고 들어갈 수 있어서··· 좀 고민이야.”

“···!”


이런 씹···.

말만 들어도 진저리 날 SNQ에서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차장에게 수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고맙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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