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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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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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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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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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합니다

DUMMY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AVT와 SNQ의 조합이라니. 상상만 해도 머리가 멍해질 정도다.


“급한 호출이 있어서 전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 아무쪼록 2차까지 즐길 사람은 즐기고 남 팀장이 카드는 내일 본부장님에게 직접 갖다 줘요.”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아닙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남 팀장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아는 모양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려 했다가 심각한 얼굴을 보고 그만두었다.


“차장님.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모두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택시를 호출한 나를 배웅하려 했다. 하지만 나올 필요 없다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남은 시간이나 즐기라고 제법 단호하게 말하고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해서 옮기게 된 참치 집.


“안녕하십니까.”

“그래, 들어와 앉아.”


그곳에는 이미 박 기장과 더불어 이번 기장보로 하나 케미칼의 특수가 된 전태일 전 차장까지 가세해 있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박 기장이 건너편을 가리켰다. 얼떨결에 전 기장보 옆에 앉게 되었다.

전 기장보는 이전 검품부 차장이었는데, 나도 회사 내에서 보일 때마다 고개만 숙일 뿐 따로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다.

꽤 성격이 좋아 보이는 인상을 갖고 있기는 했다. 물론 이런 인상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걸 난 이미 잘 알고 있다.


“서우 차장입니다. 전 기장보님, 아니 기장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래주면 더 고맙고. 요즘 화제의 인물을 나도 한 번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야 마주하게 되네.”


그러면서 전 기장은 어느새 박 기장과 눈짓을 교환한다. 박 기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전 기장이 내게로 턱을 돌린 채 잔에 술을 따라주며 입을 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공단 내에서 우리의 적이 아닌 곳이 없다지만 또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될 수도 있는 법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말하고 곧바로 비어 있는 박 기장과 전 기장의 잔에 술을 따라드렸다.

조심스럽게 참치를 김에 얹어 와사비간장을 묻혀 싸먹었다.

한두 번 씹었나.

전 기장의 말이 들려와 씹던 채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도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가. 자네 상관 말이야.”

“네.”

“이 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총대 메고 여기 있는 박 기장님과 사장님에게 허락 받아서 클레임을 걸었어. 왜 굳이 SNQ여야 하냐고. SNQ는 지금 AVT의 수주를 쳐낼 만한 상황도 아니거니와 또 지금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아?”

“어떤 업체와의 계약입니까?”

“업체라고 하기엔 민망한 곳이지. 파나소닉의 안마의자 용품들을 수주 직전에 이르렀으니까.”

“···!”


나는 적잖이 놀랐다.

파나소닉이 어딘가. 일본의 5대 가전제품 브랜드가 아닌가.

아무리 파나소닉 산하의 제품 위탁 생산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파나소닉이 연계되지 않은 것이 없는 과정이다.

그런데 SNQ가 그 정도의 테이블을 마련했다니. 역시 이빨을 숨기고 있던 거였다.

그런데 난 여기서 하나의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왜 파나소닉과의 테이블링을 두고 SNQ가 AVT와의 테이블에 가담하게 된 거지? 몸값을 올리려고?’


그렇지 않으면 이게 참 설명이 안 된다.

수주의 형식이나 규모 정도로의 차이로만 따져볼 수 있을까. 위세 면에서는 차라리 파나소닉 쪽과의 담판승부가 훨씬 낫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AVT라니.

1차 벤딩을 거부하고 2차 벤딩으로 나서게 될 특수한 이익을 고려하고서라도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표종철 사장의 머리를 의심해봐야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1차 벤더보다 2차 벤더로서 얻어갈 수 있는 실리들도 꽤 많다는 수를 생각해야만 한다.

어쨌든 계약의 전모를 따져 봐도 이력을 남길 거래 업체가 파나소닉이 아니고 AVT더라도 SNQ로서는 가계 확장만 하면 될 일이니까. 그리고 돈만 더 잘 벌면 될 일이니까.

모든 건 자본주의에 의해서, 자본주의를 위한 선택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나도 그런 점을 알기에 AVT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굳이 최근 대만 업체와의 일을 전부 다 쳐낸 오연테크의 수주 자리가 비었는데도 SNQ를 선택한 것이 의문이었다.


불쑥 박 기장의 말이 들려왔다.


“계약 전문은 당사자들끼리만 알고 있는 사항이겠지만 SNQ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야. 하지만 AVT는 최근 우리에게 레노버 브랜드의 수주량을 충족시켜줬지. 만약 여기서 레노버가 또 개입되어 SNQ에게 일거리가 분담된다면, 아마도 우리 사장님처럼 중국 진출을 옛날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표 사장 측에서 당연히 또 다른 목전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이 내려지더라고.”

“···레노버가 또 개입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레노버라면 더욱 더 중국 해정국 속령인 만큼 파나소닉이 뛰어든 이 전장에서 무리수를 두려 하지 않을 거라 추측합니다만. 굳이 난장을 벌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중국은 일본을 거의 증오하다시피 하지. 과업을 보더라도 우리나 중국이나 일본과 불편한 사이가 얼마나 많이 조성되었었는데? 오히려 레노버로서는 명분만 더 충분해진 거지.”


박 기장이 말을 덧붙였다.


“왜··· 그런 게 있는 법이야. 때로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 놓여서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 경쟁자가 또 쓸데없이 거슬리는 곳이라면 한 번 시험을 해보는 거지. 우린 누구에게 맡겨도 상관없지만 네가 우리를 거부한다면 어느 시장 한쪽은 앞으로 진출할 꿈도 꾸지 말라고. 레노버라고 안 그렇겠어? 그렇다고 파나소닉은?”


그의 달변은 그야말로 유창했다. 혼이 쏙 빠져나갈 정도다.


“붙을 만한 상대끼리 장외전을 벌이는 거라고밖에 생각이 안 되는 거지. 그런데 SNQ가 여기서 진짜 말 그대로 AVT와 계약을 맺어버리면 우리로서는 조금 난처해진다는 말이야. 하나 케미칼이야 다행히 지금 중박 정도는 충분히 칠 라이선스를 갖추게 되어 하이얼 사 측으로의 합자를 진행하게 되었다지만 어쨌든 레노버의 벤딩을 맡은 업체가 아닌가.”

“그렇죠.”

“같은 시장 진출, 같은 공단 내 공장이라도 어디까지나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되면 SNQ와 앞으로 여러 가지 마찰이 생기게 될 건 불 보듯 뻔하고. 유통, 물류전쟁이 시작될 거라는 말이야. 이 바닥에서 영업만 잘한다고 다 되는 줄 알아? 아니야. 여기에 얼마나 얽힌 인간들이 끼어들어서 이해관계를 좀 복잡하게 만드느냐고. 연예인 하나 이미지 망가졌다고 그 이미지 메이킹을 되살리기 위한 전문가들이 한두 명들이게? 만약 품질이 같다면 그때부터는 번외전으로 굉장히 치닫게 될 거라고, 내 말은.”

“아···.”

“그렇다고 레노버가 떡하니 같은 부품 생산을 맡기겠나? AVT가 그걸 용인할 거 같고? 아니야. 그렇다고 한들 다른 제품 사출 성형 생산이라고 하더라도 경쟁은 경쟁으로 격화될 거란 말이지. 다른 업체들 입장에서는 볼만한 대결이겠지만 AVT를 떠나 레노버는 중국 최대 다국적 민영 기업이 아닌가. 파나소닉과의 1차전이 성립되거나, 거기서 판을 뒤엎고 이겨낸다면 그 후로 이제는 우리와 SNQ의 내전이 발발하게 되는 거야.”

“···.”

“서 차장아.”

“예.”


나는 입안에 있는 참치를 이제야 막 씹기 시작하고서 박 기장을 쳐다보았다.


“너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냐? 하나 케미칼이 관여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관여하려 할 때에 취할 액션은 뭐라고 생각해?”


그 말에 조용히 박 기장의 눈치를 살폈다.


일순 깨달았다.

이건 나를 향한 테스트가 아니라 정말 순수한 질문을 내게 날리고 있는 거다.


“사장님은 굳이 우리가 그런 것까지 상관할 필요가 있나? 하는 입장이지만 그건 사장님 입장인 거고. 우린 실무자들이 아니야? 네가 그랬잖아. 김창우 대표인가 하는 사람 덕분에 AVT와의 최초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었다고. 그리고 그게 결정타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박 기장의 다른 의도를 또 한편으로 깨달았다. 나로 하여금 김창우에게 이번 불가피한 선택에 대한 우회를 설정해주면 안 되겠냐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지금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지만, 그래서 더욱 더 어수선한 판국이다.

그에 비해 디테일한 면에서 이미 역사적으로 특허 출원을 여러 개 낸 SNQ가 만약 우리와 같은 수주를 받아 서로를 상대해야 한다면 지금 불리한 쪽은 우리라는 거다.


뭐, 어떻게 보면 크게 신경 쓸 거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디테일에 관해서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원래 전교 1등을 하는 놈이 문제의 한 단락, 그 한 글자만 보고도 금세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다고 하지 않은가.

1, 2점에 서울의대와 다른 대학, 과가 갈리게 될 수도 있는데 그 섬세함을 놓치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레노버는 물론 AVT와의 사후 연결망까지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김창우의 입김까지 닿은 하나 케미칼이 더 월등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그건 그것대로의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였다.


천천히 말문을 뗐다.


“오히려 차라리 잘 된 거 아닙니까?”

“뭐?”


박 기장의 얼굴로 어이없다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전 기장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 사출 셀렉션이야. 단기전이든 장기전이든 우리와 SNQ의 공법 자체가 다르다고. 우린 레노버의 요구에 비례한 최저치를 충족할 수준이지만 이건 개입에 대한 문제로 따져 들어가 봐도 SNQ가 레노버와의 1차 테이블로 옮겨간다면 또 말이 달라지는 거야.”

“···.”

“그리고 SNQ가 아무리 요즘 부진을 면치 못한다고 해도 소스 네트워크가 어디 한둘인 줄 알아? 오히려 이번이 기회라고 보고 품질 향상을 역으로 제안하며 자체 프레임을 불려나가겠지. 우린 지금 하이얼과의 합작도, 공장 확장도, 그리고 이번 라이선스 변형 응용 설계안에 대한 과정으로도 정신이 없어. 그런데 여기서 잘 됐다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가 있다는 거야?”

“기장님의 말씀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베스트 사출 셀렉션을 같이 핸들링하게 된다면 어찌 되었든 우리가 아무리 AVT의 유통 채널을 통한, 그리고 AVT의 사출 기술이 더해지더라도 SNQ가 독자적인 공법으로 유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야 얼마든 있겠죠. 하지만 그건 계약 문제 이전과 이후의 문제이고 표면과 본질의 모습일 뿐, 결국 AVT를 통한 레노버와의 삼자계약이냐 아니면 직접 모색을 위한 맨투맨 대결이냐에 따라서 우리로서는 아쉬울 게 없습니다.”

“···?”

“기장님은 지금 분명 레노버만을 전제로 깔고 표적을 SNQ로 돌리시려 하는 듯한데 AVT는 종합사출기업이기도 하지만 유통 채널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자체 유통 프로세스로 사출기보다 더 정평이 난 곳이죠. 레노버를 가정하시고 걱정하는 것보다, 또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상관이 없습니다. AVT를 통한 삼자 계약이라면 어찌되었든 AVT의 사출기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항이 명시가 될 거고요.”

“그건 그렇지. 그러나 레노버의 일체형은 한 번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거야. 그대로 다 펑크가 나버린다고.”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가 자체 핸들링 면에서 조금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우린 가진 패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궁금해 하는 눈빛으로 보는 둘에게 대고 이렇게 말했다.


“레노버는 저번 분기와 이번 분기 모두 세계 PC 시장 1위를 달성한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지만, 가전제품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 레노버가 우리에게 2차 벤더를 맡길 때부터 줄곧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오일 필터를 비롯해 다수의 개량 필터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했거나 취득하려는 중에 있습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화학용 필터입니다.”


그쯤 말하고 설핏 웃었다.


“레노버가 요즘 주력으로 밀고 싶어 하는 로봇청소기에 대한 클린스테이션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SNQ정도면 그 이전에도 충분히 AVT의 기법까지 들어간 이상 우리가 상대해서 더 나은 승산을 볼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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