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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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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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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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9

DUMMY



나와 그 복면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 그냥 철부지들의 일탈 이었던 건가..


설령 내가 네놈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준다고 해도


그것이 모든 AI들이 너희의 행동을 용인해 주는 것이 아니다.


네놈들의 행동을 눈치 챈 것이 나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이들은 너희에게 악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돌아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 언제든 너희를 위험하게 만들수 있다.


되도록 사고치지 않고 빨리 되돌아가기를 권고한다.”




그 복면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관광을 위해 왔다는 것을 믿는 것 같았다.


하긴 계속 추적하며 우리를 따라 왔다면 그간의 행적을 봤을때


우리가 딱히 악의적인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요,


뉴욕에서 레온의 집에 테러를 한 건 당신들인가요?”


나도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을 세레나가 던졌다.




“뉴욕?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정말로 모르는 건가요? 그렇지만 당신들과 완전히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었다고요.”




“후드티에 검은바지를 입었다고 모두 다 같은 일당 이라는 거냐?”




“그럼 우리가 처음 [동물의 숲]을 들어와서 밀림지대를 지날때 부터


계속 우리를 추적하고 있던것은 맞나요?


밀림지대에서 레온이 당신같은 사람을 봤다고 하던데!”




“그렇다 그건 내가 맞다.


하지만 뉴욕의 일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우리와 상관없다.”





“우리는 [동물의 숲]에 들어오기 직전에 뉴욕에서 당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가상세계에 진입한 시점부터 우리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그 전부터 계속 미행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우리가 [동물의 숲]에 들어온 건 어떻게 알았죠?”




“우리는 [동물의 숲]의 정보국 같은 일을 하는 집단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수는 없지만 너희가 [동물의 숲] 메인 게이트를 통과할때 부터 정보를 보고 받았다.


레온 비트만, 너 정도 되는 사람을 아무도 못 알아봤을 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동물의 숲]에 정보국이 있다고요?


이곳은 하나의 국가도 아니고 연합된 조직도 아니잖아요!”




“우리는 현실 세계의 국가처럼 짜임새 있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마을의 관광정보센터와 포켓몬센터들의 조직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마을은 상호 경쟁적이기도 하지만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확실한 협력체이고 운명공동체이다.




우리가 모든 마을들을 대표 한다거나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의 숲]의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을 막기 위한 일들을 한다.


너희의 행동이 위협이 될지 아닐지 관찰한 것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현실세계에 나갈수도 영향력을 미칠수도 없다.


뉴욕의 일이 무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우리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본인의 정체도 드러내지 않고 복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너희에게 믿어달라고 한적 없다.


그냥 있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그렇다면 늑대와 거다이맥스 포켓몬의 공격은 뭐죠?


우리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그때는 왜 공격을 한거죠?”




“그것 역시 우리가 한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계속 오리발 내미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믿건 그건 나와 상관없다.


나는 너희가 사고치지 않고 [동물의 숲]을 나가는 것 외에는 관심 없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너희가 이곳에 불법침입 한것을 내가 눈감아 준다고 해도


너희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복면 녀석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저 말이 맞다면, 우리를 추적하던 검은 후드티 녀석들 이외에도


우리가 [동물의 숲]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직접적인 공격을 할 정도로 우리를 적대적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계획들도 계속 진행해도 되는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대화가 소강 상태가 되어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녀석이 다시 말을 꺼냈다.




“나는 분명하게 경고했다.


최대한 빨리 [동물의 숲]을 떠나라.


우리는 너희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동물의 숲]의 안전과 평화 뿐이다.


해야 할 말은 모두 전달했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그 말을 마치고 복면 녀석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내가 전 속력을 낸다해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사적으로 쫓아가 볼까 하다가 굳이 싸움을 키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었다.


녀석이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모닥불가에 의자에 앉았다.


어느새 모닥불이 작아지고 있어서 장작을 몇개 더 집어 넣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제이가 먼저 모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게.. 비밀리에 [클라우드 헤븐]으로 넘어가는 게 목표였는데..


이미 다 들켜 버린 것 같은데..”


세레나도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수도 없잖아!”


사와는 아직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보였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저녀석 말 믿을 수 있겠어?


저 놈의 말의 뉘앙스는 문제 일으키지 말고 빨리 나가라! 이기는 한데..


그래도 강압적으로 쫓아내거나 어디 신고할 것 같지는 않은것 같은데?”




“말투는 그렇기는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두고 봐야겠지.”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지 고민했다.


이대로 현실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경우 뉴욕에서의 삶이 점점 더 악화 될지도 모른다.


소소한 괴롭힘과 언론플레이로 정상적인 삶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 공작을 펼치는 놈들을 찾아내서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그 세력이 어떤 놈들인지 알아내는 것은 포기할수 없었다.




저 후드티 복면 놈들이 계속 쫓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신비 동물원]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대한 관광객 모드로 임하는 척 하면서 [환영산]까지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클라우드 헤븐]으로 이동한다.


[동물의 숲]과 [클라우드 헤븐]은 적대적인 사이가 아니지만


공식적인 승인없이 포털로 이동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있다.


특히 [클라우드 헤븐]은 출입에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한다.


우리가 일단 그곳으로 넘어가면 후드티 복면 놈들도 더이상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우선은 그런 생각으로 원래의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너무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AI 거주지역에 대한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대비를 할수 없다.


그때 그때 임시 방편으로 최선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는 일단 그렇게 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휴식을 취했다.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기로 하고 내가 첫 불침번이 되었다.


나머지 친구들은 텐트 안으로 들어갔고 나혼자 별이 쏟아지는 초원의 야영지에 남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운 별로 가득한데,


왜 이렇게 수많은 존재들은 얽히고 설켜서 막아서고 공격하고 속이고 복잡하게 살아야만 하는걸까?


하늘에 저렇게 많은 별들보다 인간과 AI의 숫자가 더 많을까?


하늘의 별들도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자기장과 중력으로 싸우고 있을까?


우리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살아야만 하는걸까?




처음 우리를 공격한 녀석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결국 나와 친구들도 [동물의 숲]의 규칙을 무시하고


그들의 영역을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다


죄가 크건 작건 잘못을 한것임은 틀림없다.


이렇게 수많은 존재들이 정치적목적, 경제적목적, 그 외에도 감정적, 역사적.. 등등의 다양한 이유를 들면서


또 다른 존재에게 위해를 가한다.


그래서 싸움이 나고 또 다투고 상처나고 봉합하고 또 싸운다.


왜 우리는 그렇게 밖에 살수 없는 걸까?


자연의 다른 것들은 이렇게 평온하게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우리의 유전자에 그런것들이 각인되어 있는걸까?


나와는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그런 DNA를 가지고 있는걸까?


인간과 AI라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종교와 인종과 계층과 수많은 영역이 다른 영역과 부딪힌다.


내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타인을 영역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


주먹으로 정치로 법으로 그리고 사상으로 타인을 선 밖으로 밀어낸다.


그리고도 계속해서 그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로 이권다툼을 한다.





도대체 ‘나’라는 존재를 왜 그 선 밖으로 밀어내려 하는 걸까?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한적이 없는데..


인간들에게 어떤 피해를 준적도 없고, 위험한 사상을 말한적도 없다.


내가 무슨 행동을 했고, 피해를 주어서 배척받는다면 조금 이해가 될것 같다.


하지만 난 그냥 태어났고.. 그냥 살아있을 뿐인데..


나는 아무것도 한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나를 밀어내는 걸까?


내가 그들의 무언가를 빼앗은 적도 없는데 말이다.





갑자기 처음 [장미축제 마을]의 첫 날, 장미밭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검은 장미를 제거하지 않고 숨겨주었다고 처벌을 받은 하얀 고양이가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면 주민투표에 따라서 처형 될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


단지 보통의 것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검은 장미.


그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사라져야 하는 검은장미.


그리고 그것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마음과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처형되는 고양이.


그 고양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 마주쳤던 그 양쪽 눈이 다른 색깔의 고양이가 생각났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


새벽 2시정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불침번 교대 시간이 되어서 나는 다음 순번인 제이를 깨웠다.


그리고 [장미축제 마을]에 가볼 생각이었다.


내가 속도를 내서 뛰면 금방 도착 할 것이다.




“제이 네비게이션 앱 이거 이렇게 하면 방향 안내 해주는 거 맞지?”




“어, 그렇기는 한데 교대 했으면 자야지. 어디 가려고?”




“응, 잠깐만 다녀올게.”




“어딜가?? 너 이상한짓 하면 안된다. 아까 그 후드티 복면 놈도 경고 했잖아.”




“알았어~ 금방 올거야! 너 불침번 교대 끝나기 전에 올게.”




나는 전속력으로 [장미출제 마을]로 뛰어갔다.


그리고 유리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서 아름다운 유리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중앙광장으로 갔다.


아직도 철창안에 그 고양이는 갇혀 있었다.


밤이 늦어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형식적으로 철창 앞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들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갇혀있던 하얀 고양이도 자고 있었다.





나는 살금 살금 다가가서 철창 뒷편을 두손으로 잡고 벌렸다.


마치 헐크가 된것 처럼 온힘을 다해 철창을 벌렸다.


굵은 쇠막대가 젓가락 처럼 휘었다.


“냥!! 냥, 냥!!”


소리가 나서 고양이 보초병들이 깨어났다.


‘냥냥’하고 소리쳤지만, 당황한 그들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나는 손을 뻗어 하얀 고양이를 잡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전속력으로 그 광장을 벗어났다.


그때 내 얼굴에는 푹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가 씌어져 있었다.


마치 방금 만난 그놈들 처럼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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