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공모전참가작

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34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491
추천수 :
72
글자수 :
481,400

작성
24.09.10 09:35
조회
38
추천
0
글자
12쪽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2

DUMMY

형이 섭외 해 준 전용기를 타고 우리는 뉴욕으로 갔다.


전용 라운지와 통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많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최대한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우리를 알아보고 영상을 찍어서 본인들의 SNS에 올렸다.




“래빗맨이다!!! 그 친구들도 다 여기 있어!!!”




우리가 가는 중간 중간에 그런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한다거나 악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연예인 보듯이 신기해서 영상을 찍고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우리는 이동하는 중간에도 최대한 [동물의 숲]과 [클라우드 헤븐]에 있었던 기억을 돌려보았다.


일단 지금 이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을 들어서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실감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영상으로 전달이 되었길래 이렇게 난리가 난거지?


우리는 기억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돌려보면서 이유를 점점 알것 같았다.


마치 슈퍼맨처럼 날듯이 뛰어다니고 괴물들을 단방에 때려 눕힌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작은 빌딩만한 용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여자도 있다.


그리고 [동물의 숲]이라는 공간이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준 판타지도 있었다.


전뇌화 AI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전뇌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클라우드 헤븐]을 비롯한 사후 전뇌화 AI 신청이 급증하고 있었다.


현금을 다 내지 않아도 적금식으로 30년 만기로 불입하는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백악관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기자들의 요청에 성명을 내었다.


[클라우드 헤븐]의 일부 구역에서 독립 움직임이 있는 것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이었다.


다행히 백악관 차원의 성명에 우리의 신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그 성명이라는 것이 아직 확실한 방향을 결정한 바 없고,


정보를 모으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실무진 측에서 마련중이라는 상투적인 답변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클라우드 헤븐]의 독립 준비 세력과 접촉해서 외교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우리에 대한 기소가 진행되었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이미 우리가 자진출두 하기로 했고, 기소는 그 나중으로 하기로 협상을 마친바 있었다.


그래서 뉴욕 주 검찰 측에서 우리의 양해를 봐주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뉴욕 JFK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리무진을 불러타고 검찰청으로 향했다.


뉴욕 주 검찰의 브루클린 지점은 55 핸슨 스트리트에 위치하고 있다.


검찰청 건물 앞에 우리가 오면 언론에 내보내기 위해서 작은 기자회견이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단상이 준비되어 있고 그 뒤에 뉴욕주 법무장관과 주 검사장이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변호를 맡은 우리 형도 와 있엇다.


그리고 건물의 입구에 세워둔 단상 아래로 몇칸의 계단이 있고,


그 아래에 기자들도 50명 이상 와 있었다.


냄새를 맡고 온 ㅁ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경찰들이 만들어 놓은 저지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건너편에 그득하게 서 있었다.


그 인파 덕분에 그 앞길은 차량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난리가 났다.


경찰들도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나는 전화로 이미 형에게 대본을 받았다.


그리고 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우리는 계획 된 대로 단상에 서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들어갈 것이다.


그 내용을 읽어 보았을때 딱히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직접 쓰지 않고 형이 써준 대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근 한달 정도의 기억이 내 머리속에 없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듯이 이런 일들이 있었다며 넘겨보고 있지만 내가 직접 겪은 것이 아닌지라 와 닿지 않는다.


나는 내 기억들을 들춰보면서도 실제 내 몸이 한 것이 아니라


내 뇌를 복사한 전뇌화 AI가 경험한 것인지라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순간의 일들은 내가? 정말로 저 상황에서 저런 선택을 했다고?


그런 의문이 들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엇다.


정말로 저것은 나일까?


나의 전뇌화 AI가 나의 연장선이라고 할수 있을까?


아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 AI와 내가 동일인이라고 할수 있는 걸까?


나는 저 AI가 했던 행동과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저야만 하는걸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철학적으로 저 존재와 나라는 존재가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기억의 파편에는 주변 상황과 대화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머릿속으로 혼자 했던 생각들도 포함되어있다.


나의 전뇌화 AI는 가상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상황들을 맞이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순간 마다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몸으로 느껴지고 판단하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AI상태가 인간의 몸인 상태와 분간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나는 다양한 AI존재들을 경험하고 그들은 반론의 여지 없이 살아있으며 인간이라고 여겼다.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AI에 대한 생각들과 생명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같은 것이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런 괴리감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형이 써준 대본을 읽는 것도 어색하고 내 입으로 뱉고 싶지 않은 내용 투성이 였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수 많은 렌즈 앞에 섰다.


불과 몇 달전에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앞에서 인간의 지위를 획득한 날이 떠올랐다.


이렇게 빨리 이런 순간을 다시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몇달만에 나라는 사람이 많이 단단해 진것 같다.


그때는 거의 패닉 상태였다.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도 몰랐다.


아빠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내가 할수 있는 고작이었다.


말 그대로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더 큰 사건의 중심에 섰다.


그때는 큰 이슈 중에 하나의 꼭지를 장식한 정도였다면


지금은 온 세상의 눈과 귀를 나에게 집중시킨 것 같은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만큼의 집중이 나에게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느껴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견딜 만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양 옆을 돌아 보았다.


오른편에 세레나와 제이가 서 있다.


그리고 왼편에는 사와가 서 있었다.


나는 품 안에서 형이 적어준 원고를 꺼내서 펼쳐 단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흠, 흠.” 하고 작게 목을 가다듬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단상뒤에 손을 숨기고 저릿 저릿한 손을 쥐었다 피었다 했다.


그때 사와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서 내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손을 잡아 달라는 것으로 느꼈을까?


하여간 그렇게 굳은살 투성이 이지만 따뜻한 사와의 손을 잡으니 더 안정이 되었다.






내가 몇 달전에 내 모습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일수 있는 이유는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친구들 덕분이다.


물론 가족들도 나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어쩌면 하늘이 맺어준 인연.


이 친구들은 내가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인연.


설령 이 모든것도 운명의 조각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과 내가 느끼는 친밀감 그리고 교류가


내가 스스로에게 나도 인간이라고 믿게하는 증거 그 자체였다.


내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것을 할수 있기에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몇 달전의 나는 내가 나를 인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보통의 사람들 처럼 살아갈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설수 없었다.


저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말하듯이 나는 인간이 아닌 고깃덩어리 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체성이라는 부분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몇달간 이었다.





단상 앞에 서서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침묵이 길어졌다.


그리고 이 앞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커지고 있었다.


뒤에서 형이 헛기침을 하며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빨리 이상한 상황을 넘기고 원고를 읽으라는 종용이었다.


나는 한번 더 원고를 눈으로 읽어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앞에 서있는 기자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에게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입을 떼었고 주변의 꽤나 소란스럽게 웅성거리던 소리는 일순간에 사라졌다.


침묵과 함께 온 세상이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이 ’래빗맨‘ 이라고 부르는 인간 지위를 획득한 하이브리드 생명체 입니다.


저는 20살이 되고, 인격체로 인정받기 까지 달에서 살아 왔습니다.


가끔 지구에 내려와 본적이 있었지만 저는 늘 인간이 궁금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구는 인간 외에 AI와 사이보그와 로봇, 그리고 저와 같은 하이브리드 생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구를, 자신들의 입지를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고 분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분노의 대척점에 서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선을 유난히 무서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얼마전 저와 친구들이 운영하는 채널에 집단적인 공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거주지에도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도를 넘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런 공격은 저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는 인간이 아니고 인간들과 함께 살아갈 권리가 없다고 돌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에게 곁을 내어준 것 말고는 아무 죄도 없는 친구들도 덩달아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공격은 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어리숙 한 저의 판단력이 더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저희를 공격 했던 세력들의 흔적을 쫓아 전뇌화 AI 거주구역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러 일을 겪는 도중에 그들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검찰측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협조를 할 생각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평화적인 해결로 모든 사람들과 AI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 입니다.


저는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답변을 하고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공식석상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


형이 적어준대로 이제까지 있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다소 감정적인 호소가 될수 있었으나 나는 피해자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정부에 협조를 한다는 성명을 통해서 나는 당신들의 편이라고 암시했다.


법적인 판결에 대한것은 형량 협상과 재판을 통해서 이루어 질 것이다.


지금의 회견은 대중적인 여론을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검찰과 미국 정부 역시 여론을 어느정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클라우드 헤븐]의 미국 대표부와의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여론이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버리면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달고 회담에 나가는 꼴이 될수 있다.


그래서 정부 측에서도 일단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진정이 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원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랑과 검정의 경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름 휴가로 일주일 쉬어기도록 하겠습니다. 24.09.02 9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합니다. 24.07.22 17 0 -
89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5 24.09.13 40 0 11쪽
88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4 24.09.12 49 0 11쪽
87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3 24.09.11 39 0 12쪽
»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2 24.09.10 39 0 12쪽
85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1 24.09.09 35 0 12쪽
84 EP - 클라우드 헤븐 13 24.08.30 36 0 11쪽
83 EP - 클라우드 헤븐 12 24.08.29 39 0 11쪽
82 EP - 클라우드 헤븐 11 24.08.28 35 0 12쪽
81 EP - 클라우드 헤븐 10 24.08.27 37 0 12쪽
80 EP - 클라우드 헤븐 10 24.08.26 39 0 11쪽
79 EP - 클라우드 헤븐 09 24.08.22 43 0 12쪽
78 EP - 클라우드 헤븐 08 24.08.21 42 0 11쪽
77 EP - 클라우드 헤븐 07 24.08.20 44 0 12쪽
76 EP - 클라우드 헤븐 06 24.08.19 45 0 12쪽
75 EP - 클라우드 헤븐 05 24.08.16 43 0 12쪽
74 EP - 클라우드 헤븐 04 24.08.15 35 0 11쪽
73 EP - 클라우드 헤븐 03 24.08.14 38 0 12쪽
72 EP - 클라우드 헤븐 02 24.08.13 39 0 12쪽
71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9 / 클라우드 헤븐 01 24.08.12 39 0 12쪽
70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8 24.08.09 46 0 11쪽
69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7 24.08.08 36 0 12쪽
68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6 24.08.07 36 0 12쪽
67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5 24.08.06 42 0 11쪽
66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4 24.08.05 39 0 12쪽
65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3 24.08.02 40 0 12쪽
64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2 24.08.01 42 0 12쪽
63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1 24.07.31 39 0 11쪽
62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9 24.07.30 3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