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새글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5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13,748
추천수 :
243
글자수 :
319,700

작성
24.05.15 18:57
조회
281
추천
7
글자
8쪽

광사평의 혈투

DUMMY

             

‘광사평’은 말 그대로 철새들이 쉬어갈 정도로 작은 연못들과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민혁은 태상장로의 전갈대로 은닉하기 위해 광사평이 바라보이는 나무 위에 잠행술을 펼쳤다.


시야를 차단한 채 굵은 나뭇가지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며 그 동안의 격전과 이동으로 지친 몸을 다스렸다.


한낮의 태양이 느린 걸음으로 서산마루로 옮겨가며 노을의 붉은 빛이 그 화려함을 뽐내려 할 때, 동쪽 끝 초원에서 한 백발의 노파가 휘적휘적 걸어왔다. 


주름진 얼굴에 자그마한 키의 노파는 날카로운 눈빛만 없었다면 나물 뜯으러 나온 평범한 시골 노인으로 보였다.


노파는 중앙에 이르자 풀밭 위에 털썩 앉아 마치 그곳이 자신의 무덤인 양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흘렀을까?


십여 명의 흑의 무사들이 노파에게 다가왔다. 


그 중 두목인 듯한 젊은 흑의인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할망구 천라지망을 뚫고 잘도 도망가더니 결국 이곳까지 밖에 못 왔구만~~ 껄껄"



노파 역시 가소롭다는 듯 


"그래 쫓아오는 똥파리 떼가 귀찮아서 이쯤에서 모두 죽여 버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너라, 이 냄새나는 것들아."


그러자 두목이 명령을 내렸다.


"가급적 죽이지 말고 생포해라"


"예, 알겠습니다! 소교주님!!"


검은무복의 사내들은 은빛이 번쩍이는 손잡이를 한  칼을 ‘스르릉’ 뽑고 노파를 포위했다.



천천히 일어난 노파는 파리를 쫓듯 두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을 뽑아 든 은검수들은 지난번에 싸운 묵도의 흑검수와는 달랐다.


내뿜는 검강은 이 장에 다다를 정도였고 흑운심법의 검은 구름 또한 더욱 짙게 뿜어져 나와 시야를 차단할 정도였다.


싸움은 처음부터 험악하게 시작됐다.


쏟아지는 검강을 강력한 장력으로 쓸어갔고 그 장력을 뚫고 검강들이 짓쳐 들어갔다.


반시진이 지나자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은검수들의 검강은 장강의 물줄기처럼 줄기줄기 뻗어 나왔고, 노파의 장력은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들은 서너 명이 한 조가 되어 사방에서 몰아치며 노파가 지치기를 기다리며 차륜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노파는 짜증이 나는 듯 두 팔을 힘껏 내뻗으며


"요놈의 똥파리들 꽤나 귀찮구나" 하면서


전력을 다하려는 듯 두 손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그러자 그녀의 장심에서는 하얀 서리가 달빛에 반짝이며 뿌려지기 시작했다.


봉황성의 봉황빙장이 펼쳐지기 시작하자 흑의인의 검강은 서서히 줄어들고 검의 움직임 또한 느려지자 노파의 앙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뒈저랏!!!!"


그 순간 폭발음과 함께 은검대 무사들이 나가떨어졌다.


서 너 명은 얼어 죽은 듯 했고 나머지는 몸 안으로 파고든 냉기에 덜덜거리며 떨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소교주가 외쳤다.


"물러나라! " 일갈을 한 후 서서히 전장으로 다가가려 하자 옆에 있던 백발의 노인이 깜짝 놀라


"소 교주님, 나서시면 안됩니다. 봉황성의 빙장입니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한 소교주가 화를 벌컥내며


"일호법! 내가 저깟  늙은이 하나 상대 못 할까봐 그러시오? 물러나시오. 단칼에 베어버릴 것이니."



소교주는 한껏 오만한 미소를 날리며 노파에게 다가가며 빈정거렸다.


"어이~ 할망구. 나의 일검을 무사히 받아내면 순순히 물러나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으마!!"


노파는 기가 막히다는 듯 콧방귀를 날리며


"그 놈 어린놈이 버릇 한번 고약 하구나! 너는 아직 이르니 어른끼리 놀게, 일호법을 부르거라.  어이~~ 늙은 놈! 나와 겨뤄볼 실력은 되느냐??"


노파의 도발에도 일호법은 소교주의 명령과 고집을 아는지라 한숨을 내쉬며 한 발짝 물러났다.



"흐흐~~ 늙은 할망구! 주둥이 솜씨만큼 실력이 있는지 어디 볼까?" 하면서 소교주는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아 들고 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검은 구름에 쌓인 몸은 한 자 이상 떠오르며 묵 빛의 도강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무 위의 민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 자세는 벽황산에서 삼장로 할아버지가 당했다는 마교 최고의 절학 ‘단혼일도’가  아닌가?


바라보는 민혁의 두 손은 긴장으로 꽉 쥐어졌다.


노파를 향한 도강은 일장, 이장... 점점 길어져 머리 가까이에 이르자 갑자기 폭발하듯 검강이 조각나며 노파를 향해 쏘아 들어갔다.


노파는 깜짝 놀랐다.


'헉!! 어린놈이 삼 갑자가 넘어야 할 수 있는 ‘어검술’을 하다니!!!'


소교주의 단혼일도는 달랐다.


한 방향으로만 가르려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퍼진 도강은 마치 수백 수천의 무사가 동시에 펼치는 극강의 단혼일도였다.


위험을 직감한 순간 노파의 몸에서 하얀 눈 폭풍이 몰아쳤다.


봉황성의 광세절학 극음지기와 마교의 단혼일도가 충돌했다.


"빠 지 지 직"


채찍에 갈라지는 노예의 등가죽처럼 대지는 갈라졌고 그 위에 분홍색 선명한 피가 뿌려졌다.



교교하던 달빛마저 사라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양패구상(兩敗俱傷)'



노파의 한쪽 팔은 어깨부터 잘려 나갔고 소교주는 피를 뿌리며 날아가 초원 위에 나뒹굴었다.


간신히 고개를 쳐든 소교주는 힘겨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어서 죽여라" 그러고는 머리를 풀밭에 처박았다.


순간 남아 있는 은검수들이 무방비의 노파를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그때 민혁은 보았다.


허공에 떠 있던 거대한 독수리 발끝에서 하얀 물체가 지상을 향해 섬전처럼 내리꽂히며 청옥 빛 얼음의 봉황진력을 빗살처럼 뿌리는 것을!


기세 등등 달려들던 은검대의 살수들은 모두가 갈라졌다.


잘 갈린 부엌칼로 양파를 자르듯 그들의 육신은 예리하게 갈라졌다.


피가 튀지도 않았다. 그냥 얼음이 되어 땅 위에 굴렀다.


은검수들이 갈라지는 순간 일호법은 소교주를 안고 어두운 지평선을 향해 줄행랑을 놓았다.


하얀 물체는 이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완숙함을 가진 여인이었다.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달빛으로 피어난 우아한 한 송이 수선화 같았다.


그녀의 미모 앞에 달님도 부끄러운지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부상당한 노파의 혈도를 짚어 지혈을 한 후 품에서 단약을 꺼내 상처에 바르고 입 안에도 넣어 주었다.


그런 후 민혁이 숨어 있는 나무를 향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공자님! 그만 나오셔서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깜짝 놀란 민혁은 옷장 속에 숨어있다 들킨 아이가 되어 엉거주춤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가벼운 미풍이 불어 민혁의 소매를 걷어 올리자 현무성의 신물인 현무령이 드러났다.



그러자 여인은


"공자님! 저는 봉황성의 제자 ‘냉서연’이라 합니다. 잠시나마 제 호법이 되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하며 대답도 듣지 않고 노파의 뒤로가 내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파는


"서연아.. 어서 저놈을 쫓아가라 2년간 애쓴 것이 수포가 될까 두렵다 ."


" ‘하 할머니’ 걱정 마세요. 천리비응과 태상장로님이 이미 쫓고 있어요."


그러자 하 노파는


"내가 태상 늙은이의 '죽이지 말라'는 부탁만 안 받았어도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걸"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치료는 한 시진이나 계속되었다.


여인의 뒤에서 호법을 서며 그녀의 풍만하고 농염한 뒷모습을 훔쳐보느라 민혁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이미 여체를 경험한 민혁은 설향과의 지난 추억을 떠올라 얼굴이 끈적하게 달아올랐다.


그때


"공자님!!"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민혁은 몽둥이를 든 아버지 앞에선 아이처럼 심장이 벌렁거렸다.


"공자님, 저는 하 할머니의 부상으로 인해 급히 수미도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고마움은 오시면 갚겠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공자님을 기다리겠습니다."


서연은 민혁을 바라보던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고개를 숙였다.


민혁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냉서연이 떠나간 후 아른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죄 없는 돌멩이를 걷어차는 민혁을 보며 달님도 빙긋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2 4 9쪽
15 당문과 벽력문의 멸망 24.05.20 229 5 10쪽
14 항마 수호대 24.05.18 248 6 9쪽
13 동정호의 전투 24.05.17 280 7 12쪽
12 열화신단 +2 24.05.16 280 6 8쪽
» 광사평의 혈투 +1 24.05.15 282 7 8쪽
10 마교의 출현 24.05.14 313 7 8쪽
9 금사교 +1 24.05.12 337 8 9쪽
8 현무성의 등장 24.05.11 376 8 13쪽
7 첫 경험 24.05.10 394 9 9쪽
6 피의 술잔 24.05.09 378 8 8쪽
5 현무 신동 +1 24.05.08 425 11 8쪽
4 혈담의 맹세 24.05.08 440 8 11쪽
3 복수의 씨앗 24.05.08 513 8 11쪽
2 흑운교와 봉황성 24.05.08 604 10 12쪽
1 돌기 시작한 수레바퀴 +1 24.05.08 998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