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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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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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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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5.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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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추천
10
글자
12쪽

흑운교와 봉황성

DUMMY


한편 산장이 바라보이는 서쪽 끝.


구파일방의 고수들과 황위군이 모두 떠난 산 정상에는 어둠을 흩뿌리며 지는 노을을 뒤로 한 채, 한 검은 무복의 사나이가 서 있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사나이는 큰 키에 위엄 있는 얼굴을 지녔다.


다만 그의 눈은 상처를 입은 듯이 충혈이 되어있어 시뻘건 핏물이 쏟아질듯하다.


소매에 새겨진 황금색 아수라 문양이 없었다면 이 사나이는 어둠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검은 구름의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아직 세상에 드러난 적이 없는 비밀집단 흑운교의 교주다.


교주는 나지막한 소리로 어둠을 향해 말했다.


“오호법! 지금의 상황을 보고하라!”


그러자 어둠속에서 소리가 솟아나듯 기괴한 음성이 들렸다.


“예 교주님! 무림맹의 고수들은 각자의 진산기보를 돌려받은 후 무리를 지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수라 마경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교주님, 천라지망을 발동하여 모두들 죽일까요?”


교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 놈들 몇 명을 죽이기 위해 우리의 정체를 무림에 들어 낼 필요가 없다. 그 놈들은 반듯이 돌아올 것이다.


너는 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다가 만약 돌아온다면 즉각 후퇴 명령을 내려라.”


또다시 어둠속에서 대답이 들렸다.


“존명!!”


잠시 후 흑운교 교주와 한 십대 후반의 청년이 서 있는 곳으로 덥수룩한 수염의 한 노인이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어둠에 쌓여있는 교주가 물었다.


“금사교주!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일차 선발대는 누구를 보낼 것인가? ”


‘금사교주’라 불리는 사내가 대답했다.


“예! 적의 전력과 허실을 알아보기 위해 1급 살수 50명을 보낼 것입니다.”


이를 들은 교주는 짤막하게 명령했다.


“시작하라!”


깃발 신호가 내려지고 일각이 지나지 않아 흑의인 50명이 장원을 향해 뛰어 들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오십 인의 악인들이 여려 겹의 담장을 뛰어넘었고 내원을 향한 마지막 담장마저 호기롭게 뛰어 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들 모두가 연못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동심원 속에서 사라졌다. 그 어떤 소리나 흔적도 없었다.


기세 좋게 해변으로 밀려온 파도가 거품이 되어 모래 속으로 스며들 듯 그냥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교주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금사교의 일급 살수가 저 모양이라니 꼴불견이군..”


금사교가 누구인가? 그들은 십여 년 전에 홀연히 등장해 정사의 논란을 일으킨 신흥 무림 단체다.


대부분의 금사교도들은 녹림과 사파에서도 용납 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과 절도, 강간 등 온갖 악행을 저질러 무림에 공분을산 악인들 이었다.


정도무림의 추적 대상이었던 자들이 산속으로 들어가 산적이 되거나 이름을 바꾸고 사람들 틈 속에 몰래 숨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당당하게 금사교로 들어갔다.


심지어 오래 전에 사라진 마두들도 금사교에 귀의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금사교가 정사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특이한 규율 때문이었다.


그 규율은 ‘금사교에 일단 들어오면 과거는 모두 용서하되 만약 또다시 악행을 저지른다면 단호하게 죽음의 형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 버릇 개 못 주고 또 다시 악행을 저지르다가 들켜 도망을 가면 끝까지 추격하여 죽이는 무서운 규율 때문에 금사교는 무림의 안녕을 꾀하고 정화시킨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사교로의 귀의를 믿고 악행을 실컷 저지르다 금사교로 도망쳐가는 자들 또한 늘어만 갔다.


그 덕분에 금사교는 짧은 기간에 무림 제일의 거대한 방파가 되어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금사교의 자금력은 어마어마해 중원 각지에 있는 금사교 분타 주변에는 기루와 주루들이 즐비하게 늘어났다.


악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은자를 주기 때문이었다.


중원 무림은 이러한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금사교를 설립한 교주가 누군지 몹시 궁금해 하였다.


그런 금사교 교주가 바닥에 기다시피 엎드려 전전긍긍하며 흑운교주 앞에서 쩔쩔 매는 꼴은 가관이었다.


부끄러운 얼굴로 흑운교주 앞에 꿇고 있는 금사교 교주는 머리를 더욱 땅바닥에 조아리며


“다음은 특급 살수 100명을 투입하겠습니다.”라고 하자


교주는 별 기대 하지 않는다는 듯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공격하기 전에 저 담장부터 부셔 버려라!”


잠시 후, 100명의 특급 사수들은 담장을 부수기 시작했다. 담장이 모두 부서지자 장원의 전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군데군데 수목이 무리를 이룬 정원 앞에 ‘백색 무복’을 입은 ‘삼장로’와 50대의 노인 아홉 명이 서 있고 그 앞에는 잠을 자듯 50여 명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순간 ‘삑-’ 소리와 함께 백 명의 특급고수들이 달려들었다.


100인의 악인들은 시체를 향해 몰려드는 독수리 떼처럼 기세 좋게 덮쳐들었다.


강호에서 한 가닥 한다는 악인들이고 워낙 많은 인원이라 제법 몇 합씩은 버텼다.


그러나 반 시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명이 죽으면 더 빠르게 두 명이 쓰러졌고 그 위에 더 많은 시체가 쌓여갔다.


그들의 허무한 죽음 앞에는 후회만 있었고 응원군도 후퇴 명령도 없었다.


백 명의 악인들도 인간인지라 더 살고 싶었지만 그러나 모두가 쓰러지고 말았다.


마교 교주는 또다시 금사교주를 불렀다.


쥐구멍이라도 머리를 박고 숨고 싶은 금사교주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 목구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맴돌기만 했다.


이제 짜증이 난 듯 마교 교주가 물었다.


“남아 있는 검사는 몇 명이냐?”


금사교주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예! 최정예 절정 고수 오십여 명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죽으면 금사교도 무너집니다. 교주님!”


“흐흐.. 그래 걱정 마라! 황금만 있다면 죽는 놈들보다 죽으려는 놈들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이어 흑운교 교주의 입술에서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팔호법!!”


‘팔호법’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듯이 도를 허리에 찬 건장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자네는 몇 년간 폐관수련을 했지?”


“예! 10년간 수련하고 나온 지 2년 되었습니다.”


“익힌 무공은 무엇인가?”


“단혼일도 입니다.”


교주의 물음에 사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단혼일도’는 과거 ‘단혼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사용한 도법으로


‘단 한 초식밖에 없으며 반드시 상대를 베어야만 하고 실패하면 자신이 베인다’는 극마극강의 폐도적인 무공이었다.


그래서 ‘단혼인’은 수백 번의 싸움에서 모두 이겨 수 백명을 죽였지만 단 한 번 패하고 저승으로 사라진 전설상의 무인이었다.


마교교주가 다시 물었다.


“자네 부하들은 몇 명인가?


“예, 이십 명입니다. 모두 저와 같이 폐관 수련하여 ‘단혼일도를 구성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 좋다. 너희들은 금사교 수하들과 섞여서 싸우다가 기회가 오면 2인 1조가 되어 단혼일도를 시전 하여라.”


“존명! 물러가겠습니다.”


팔호법이 물러나자 그 옆에 있던 소 교주가 물었다.


“아버님 장원 안에 서있는 저 백의인들은 누구입니까?”


“흐흐.. 일영왕이자 현무성 성주의 호위무사들이다.


저들은 전장에서 일영왕과 10여년을 같이 싸워 온 최정예 무사들로서 그들의 무위는 팔호법도 감당하기 힘들다.


원래 열 명이었는데 한 명이 없구나! 아마도 어디선가 오늘을 준비하고 있겠지.”




@@@


한편 산장 동쪽 끝, 키가 큰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 속.


나무가 너무 무성해서 태양은 한낮에도 고개만 잠시 빼끔하게 내밀 뿐, 태고의 어둠이 숲 속 전체를 감싸고 있다.


숲 속 우뚝 솟은 바위 위에 백발의 노부인과 20대를 갓 넘은 여인이 서 있다.


노부인의 머리카락은 비록 백발이었지만 이미 반로환동의 경지에 이른 듯 얼굴은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백발의 노부인이 옆에 있는 여인에게 물었다.


“서연아. 너는 저 검은 구름의 기운이 보이느냐?”


“예~. 스승님! 저게 내공의 기세라면 정말 대단한데요. 저들이 스승님께서 늘 걱정하시던 ‘마교’들인가요?”


노부인이 대답했다.


“그렇다. 이 백 년 간 우리의 봉황성과 현무성 그리고 마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때가 되면 네게 모든 것을 이야기 해주마.”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부인과 서연을 향해 회색의 빛이 빛살처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어찌나 빠른지 나무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의 목향 같았다.


빠르게 다가온 회색 빛 물체는 현무성의 태상장로였다.


노부인 앞에 가까이 도착한 태상장로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아니, 꿇으려고 했다.


꿇으려는 순간 무형의 압력이 그를 떠받쳐 더 이상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엉거주춤 우스운 자세를 취한 태상장로를 향해 노부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태상 장로님. 지나친 예절은 거두어 주십시오.”


“성모님, 오랜만에 존체를 뵙습니다.”


“호..호, 오랜만이에요. 얼굴 주름은 더욱 많아지셨네요.”


“하하!! 예, 성모님.


백 살이 넘도록 헛살아서 이제 편안하게 땅속에서 쉬어야 하는데 성주님께서 자꾸 심부름을 시키시니 그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 먼 곳 까지 나를 부르셨습니까?”


“예. 성모님! 성주님 말씀으로는 오늘이 마교의 정체와 총본산 그리고 중원에 심어둔 비밀 세력까지 모두를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씀하시며 ‘천리비응’ 한 쌍을 빌려달라고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성모님께 이 금낭을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하면서 노부인은 금낭을 손에 쥐며 오늘이 어떤 날인지를 짐작한듯 목이 메인 목소리로


“그 오랜 세월 풀지 못한 매듭을 우리 집안의 희생만으로 풀 수 있을까요?”


태상장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태상장로님 저도 무림인 이전에 아이들의 어머니이고 할머니이기도 하답니다.”


그러면서 성모는 망자의 마지막 숨결 같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깊은 회한의 소리 없는 성모의 절규는 무릎을 꿇고 싶어도 꿇지 못하는 태상 장로의 눈가 주름을 적시고 말았다.


잠시 후 성모는 옆에 있는 서연에게 명령을 내렸다.


“서연아! 너는 천리비응을 데리고 태상 장로님을 도와 드려라. 그리고 내 가마꾼들도 데리고 가, 모자라는 손발을 메꾸거라!


그리고 태상 장로님! 이 아이는 자기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아이이니 걱정 마시고 마음껏 부리세요.”


“성모님. 저에게도 수하들이 있으니 가마 수호대는 거두어 주십시오.”


“걱정 마세요. 수호대가 없어도 제 한 몸 지킬 힘은 남아 있으니까요.


마교가 발호 했으니 이제 현무성도 잠자고 있는 힘들을 깨울 테니 저희 봉황도 날개짓을 시작해야죠.


서연아 나는 성으로 들어가 곧 폐관에 들 것이다. 중원 무림은 물론 현무성과 봉황성의 존망이 달린 일이다.


이번 일에는 수많은 원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 하거라.


필요하면 봉황성의 모든 전력을 써도 되지만 네가 신공을 얻기 전까지는 결코 마교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아주 강하단다.”


서연은 결연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스승님.”



잠시 후 모두가 물러나자 고요함이 홀연히 다가왔다.


봉황성주는 자신의 허망한 삶을 한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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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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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당문과 벽력문의 멸망 24.05.20 225 5 10쪽
14 항마 수호대 24.05.18 244 6 9쪽
13 동정호의 전투 24.05.17 276 6 12쪽
12 열화신단 +2 24.05.16 274 5 8쪽
11 광사평의 혈투 +1 24.05.15 276 6 8쪽
10 마교의 출현 24.05.14 307 6 8쪽
9 금사교 +1 24.05.12 331 7 9쪽
8 현무성의 등장 24.05.11 368 7 13쪽
7 첫 경험 24.05.10 387 8 9쪽
6 피의 술잔 24.05.09 371 7 8쪽
5 현무 신동 +1 24.05.08 417 10 8쪽
4 혈담의 맹세 24.05.08 430 7 11쪽
3 복수의 씨앗 24.05.08 499 7 11쪽
» 흑운교와 봉황성 24.05.08 583 10 12쪽
1 돌기 시작한 수레바퀴 +1 24.05.08 96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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