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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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수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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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455
추천수 :
22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5.09 22:19
조회
370
추천
7
글자
8쪽

피의 술잔

DUMMY


벽황산 벼랑 끝 아래, 백 장쯤 되는 동굴 안에 운기조식의 삼매경에 빠진 사나이가 있다.


무엇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사나이의 머리 위에서는 붉은 구름이 원을 이루어 두둥실 올라가고 있었다.


‘진호충’이다.


그때 현무신공의 광휘가 가득 찬 동굴이 갑자기 흔들리고 수만 개의 맷돌이 돌아가는 듯 한 소리에 놀라 진호충은 눈을 번쩍 떴다.


점점 커지는 거대한 돌과 돌이 부딪치는 소리에 진호충은 비명을 질렀다.


“아니, 공자님이 벌써 폐관을 끝내고 나오신단 말인가? 이제 겨우 4년인데..”


당황은 잠시, 그는 하늘을 가를듯한 생애 최고의 앙천대소를 터뜨리며 쏜살같이 아래를 향해 신형을 던졌다.



민혁은 출구를 막고 있는 수천 근의 돌을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돌가루가 날리고 흙더미가 무너지며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거대한 돌문은 마침내 밀려 나갔다.


점점 넓어지는 출구에서는 강렬한 햇살이 출관하는 민혁을 축복하듯 쏟아져 들어오고 반짝이는 푸른 실록이 더욱 더 눈을 부시게 했다.


그 눈부심과 황홀함에 눈을 한참 동안 뜰 수가 없었다.


마침내 동굴을 나온 민혁은 가슴 깊이 심호흡을 하며 햇살을 품에 안고 하늘을 마셔버렸다.



그 동안 알몸으로 살았던 민혁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힘차게 쳐들자, 그의 거대한 양물도 덩달아 두 주먹을 내뻗었다.


민혁은 가슴속의 응어리를  토해내며 부르짖었다. 


"기다려라 강호!! 복수의 칼날이 너를 가르리라!"

그때 하늘에서 하얀 물체가 서서히 떨어졌다.


너무 놀라 알몸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그 물체를 바라보니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 년 만에 보는 사람이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던 하인 진호충이 아닌가!


진호충이 함박미소를 지으면서 외쳤다.


“공자님, 저 진호충을 알아보시겠습니까?”


“네, 진 아저씨! 그런데 여기는 어찌 알고 어떻게...”


너무 황망하고 어이없어 말끝을 흐리는 민혁을 향해 진호충은 말했다.


“공자님 무공 성취를 감축 드립니다. 저는 사실 현무성 백의수호대의 대장 이었습니다.  공자님을 기다리며 사 년을 저 동굴 위에서 지냈죠.


모두 다 성주님의 안배 중 하나입니다.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일단 저와 함께 제 동굴로 가시면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절벽 위 동굴에 도착한 진호충은 사 년간 하지 못한 말을 하루에 다 하려는 듯


초반 전투에서의 승리 때는 신이 나서 입안에서 침이 튀었지만 결국 울분에 찬 눈물을 흘리며 벽황산 정상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리고는 성주님의 수호대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만 살아남은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며 눈물을 삼켰다.


민혁은 할아버지를 비롯해 세 째 장로님과 모든 식솔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힘든 수련과정에서도 늘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그리워하며 참고 인내 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핍박 속에 돌아가셨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민혁은 황망함에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진호충은 잠시 숨을 고르며 격한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공자님, 아니 성주님!


성주님의 팔목에 찬 팔찌는 만년 한철에 붉은 ‘피 독주’가 박힌 성주의 신물입니다.


‘현무령’이라고 하죠.  현무성의 모든 수하들도 비록 ‘피독주’는 없지만 ‘만년한철’로 만든 팔찌를 차고 있습니다.


현무신공을 수련하는 도중 불안정한 양기를 다스려 주화입마를 막기 위해 모두가 차고 있습니다.


그 팔찌를 차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무성의 수하로 여기시면 됩니다.


원래 공자님은 최소한 6년이 걸릴 거라 예상해 태상 장로님의 명령에 따라 모든 제자들은 폐관수련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성주님이 나오셔서 큰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이제 현무와 봉황의 무서움에 무림천하를 떨게 만드셔야죠.”



민혁은 격정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이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 강호경험이 없어서요.”


“우선 공자님께서는 중추절에 동정호 옆에 있는 팔각사로 가셔야 합니다.


또한 팔각사로 가신 후에 남해에 있는 수미도로 가셔서 성모님을 만나셔야 합니다.


수미도로 가는 이유는 태상 장로님만이 알고 계십니다.


이 모든 것은 돌아가신 성주님이 오래전 부터 준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속하는 성주님이 나오시면 동정호와 수미도까지 공자님을 모시고 가야 되지만 2년이나 일찍 나오셔서 급히 연락 할 곳은 많은데 전서구가 없어 공자님을 모실 수가 없습니다.


남해까지는 수천리 길이나 공자님의 정체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별일 없으실 겁니다.


또한 이장로님이 복원 시킨 전국의 비밀분타가 공자님의 무림 출도에 맞추어 곧 부활될 것입니다.”


민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비밀분타는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일을 하는 곳인데 저 때문에 부활시키나요?”


“공자님! 분타는 이 장로님이 만드셨지만  비밀유지를 위해 위치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무림의 정세와 적들의 동태를 파악해서 공자님을 돕기 위해 조직 되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공자님의 강호 출도에 무림에는 삶과 죽음이 뒤바뀌고 피보라가 뿌려질 것입니다.


그 준비를 위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조만간 저나 다른 현무성 제자들이 공자님을 찾아 뵐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고생 좀 하십시오."


하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폭풍의 예를 취하고 바람같이 떠나갔다.



4년만에 만난 사람과 헤어지고 또다시 혼자 남은 민혁은 만감이 교차했다.


어린 나이에 현무신동에 들어 갈 때는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의  뜻을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원수가 무슨 뜻이고 복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민혁은  핏줄이 터지도록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금사교, 마교,무림맹의 위선자들 제사상의 술잔을 너희들의 붉은 피로 채우리라!”



@ @ @ @ @



동굴을 벗어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은자가 없는 민혁은 오늘도 꽤 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의 숲 속에서 꿩을 잡아 삼매진화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뜯어 먹고 있었다.


언덕 아래쪽에 있는 제법 큰 장원을 바라보며 자신이 살았던 벽황산 장원이 떠올라 씁쓸한 그리움에 젖어 들었다.


낮에 본 김이 나는 만두와 연기 속에 익어가는 갈색의 꼬치, 야채가 듬뿍 들어간 국수 등이 떠올랐지만 ‘어쩌랴..!’ 한숨을 내쉰 뒤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려 할 때


어둠 속에서 서너 명의 흑의를 입은 자들이 재빠른 경공으로 장원의 담장을 뛰어넘는 것을 보았다.


직감적으로 좋은 뜻이 아닌 방문 같았다.


더군다나 그 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더욱 더 수상하게 여긴 민혁은 벌떡 일어나 장원으로 향했다.


장원 마당에는 호위무사들과 하인들은 이미 마혈과 아혈이 짚인 채 집안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때 장원 깊숙한 내원에서 여자의 앙칼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실 안쪽에  있는 거실의 커다란 식탁 한쪽 구석에 중년의 부부가 역시 마혈과 아혈이 짚여 두 눈을 부릅뜬 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또한 식탁 끝 위에는 한 여인이 속옷까지 갈갈이 찢겨 흩어진 채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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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당문과 벽력문의 멸망 24.05.20 225 5 10쪽
14 항마 수호대 24.05.18 244 6 9쪽
13 동정호의 전투 24.05.17 275 6 12쪽
12 열화신단 +2 24.05.16 274 5 8쪽
11 광사평의 혈투 +1 24.05.15 275 6 8쪽
10 마교의 출현 24.05.14 307 6 8쪽
9 금사교 +1 24.05.12 331 7 9쪽
8 현무성의 등장 24.05.11 368 7 13쪽
7 첫 경험 24.05.10 387 8 9쪽
» 피의 술잔 24.05.09 371 7 8쪽
5 현무 신동 +1 24.05.08 417 10 8쪽
4 혈담의 맹세 24.05.08 430 7 11쪽
3 복수의 씨앗 24.05.08 499 7 11쪽
2 흑운교와 봉황성 24.05.08 582 10 12쪽
1 돌기 시작한 수레바퀴 +1 24.05.08 96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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