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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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수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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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452
추천수 :
22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5.10 21:54
조회
386
추천
8
글자
9쪽

첫 경험

DUMMY

소녀는 공포에 질렸을 만 한데도 용감하게 악에 바친 소리를 질렀다.


“나는 왕부로부터 간택 받은 몸이다! 감히 왕실을 능멸 하려 하다니!! 네놈들이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이 악귀 같은 놈들아!”


하지만 여인의 당찬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눈에 매부리코의 음침하게 생긴 사나이가 소녀의 다리 앞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서너 명의 수하들이 다음 차례를 상상하며 연신 침을 꿀떡이며 낄낄대고 있었다.


“고 년, 소리 없는 악기는 풍류가 없어 아혈을 막지 않았더니 꽤나 시끄럽구나! 네가 그런 귀한 몸이라니 더욱더 나를 뜨겁게 달구는구나.


하지만 나 금사교의 ‘진법당주’ ‘옥면서생’을 네 년이 우습게 아는 구나! 네 년이 나와 즐기고 난 후 살인멸구까지 원하니, 네 년 소원대로 죽여주마!”


하며 말을 마치자마자 허리띠를 풀고는 바지를 내리려는 순간, 바람결에 팔랑이는 낙엽처럼 한 청년이 소리 없이 그들 앞에 등장했다.


온 정신이 그녀의 허벅지에 꽂혀 있던 옥면서생은 흠칫 놀라 소리쳤다.


“어린 놈, 네놈은 누구냐?”



민혁은 그들이 금사교 무리인 것을 안 후,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나가던 과객인데 네놈 하는 짓이 짐승 같아 참견 좀 하러 왔다.”



“이놈..! 어린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부는구나.


사내놈치곤 얼굴이 반반한 것이 너 또한 나를 동하게 하니 잠시만 기다려라. 네놈 엉덩이에 불이 나게 해주마. 크-크 크--”



민혁은 더 이상 역겨운 소리가 듣기 싫은 듯, 식탁 옆에 놓여있는 먼지 털이를 들어 가볍게 집어 던졌다.


마치 어린아이가 실 뭉치를 날리는 듯 한 힘없는 행동에 옥면서생은 조소를 흘리며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는 '지풍'을 날려 민혁의 혈도를 짚으려는 순간 조소도 잠시, 갑자기 그가 눈을 부릅떴다. 그것이 그가 한, 세상의 마지막 행동이었다.


땅 바닥에 떨어질 듯 하던 먼지 털이가 그 자리에서 회전을 하여 빠른 기세로 엉덩이를 뚫고 복부 위로 뚫고 나왔다.


사방으로 피가 튀고 뚫어진 구멍으로 내장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수하들은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바닥을 찧다시피 꿇으며 목숨만을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으으...대협! 저희는 그저...저놈의 수하일 뿐 아무 짓도 안 했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민혁은 조소를 날리며



“그래 금사교의 버러지들. 너희들의 목숨은 살려줄 수 있다. 하지만 네 놈들이 저 여인의 청백지신(淸白之臣)을 보았으니 모든 눈알을 뽑아 버려야겠다.”


" 대협 이번만 용서해 주시면 여자들을 향해 눈도 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 오호...그래~? 네놈들 소원대로 돌릴 눈도 없게 만들어주마!!"


하면서 양손으로 '지풍'을 튕기자, 한 줄기 섬광을 마지막으로 본 그들의 눈알들은 모두 뒤통수를 뚫고 나가며 사방으로 뇌수가 튀었다.


무림에 나와 처음으로 사용한 무공이라 강약과 속도 조절이 미숙하여 그 잔혹함은 민혁 스스로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민혁은 중얼거렸다.


“첫, 살인이라! 이제 시작 되는구나.”



민혁은 장원 부부와 딸 그리고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하인과 무사들의 혈도를 풀어주고 떠나려 했지만 장원 부부의 애원에 가까운 만류에 하룻밤 묵고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목욕을 즐기고 나오니 하녀들이 화려한 비단 옷을 입혀주고 머리도 빗어주었다.


진호충이 동굴에서 입던 옷을 걸쳐 남루하고 지저분했던 그의 모습은 깔끔히 사라지고 관옥 같은 미장부로 마법처럼 바뀌었다.


넋이 빠져 후들거리는 하녀들을 뒤로 하고 대청으로 나서자 시체와 핏자국은 깨끗하게 치워졌고 식탁 위에는 수십 종의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민혁을 본 장주 부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대협이 아니였으면 저희 집안은 모두 멸문을 당했을 겁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민혁은 앞에 놓인 난생처음 보는 산해진미가 먹고 싶어 얼른 대답 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지나가다 우연히 수상한 흑도 무리들을 쫓아 들어왔을 뿐입니다.


사실 제가 4년간 산속에서 폐관 수련을 하고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차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먹어본 음식들과 귀하고 독한 매화주의 맛과 향기에 취해 그간의 힘든 수련과정을 잊고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부부의 극진한 환대를 받은 후 방에 들어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술기운이 더욱 올라 침대에 누워 막 촛불을 끄려 할 때


방문이 스르륵 열리며 궁장 차림을 한 여인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사뿐 사뿐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소녀, 이름은 '매설향'이라고 합니다. 공자께서 저의 몸을 지켜주시고 집안을 살려주신 은혜 백골난망 이옵니다.”


잠시 동안 침묵하던 여인은 다소곳하던 고개를 들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소녀.. 아둔하여 세상의 모든 이치는 잘 모르지만 여자로서 가야할 길과 지켜야 될 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공자님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몸과 마음을 허락 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제가 오늘 공자님을 처음 뵈었지만 제게 생긴 이 일은 부끄러운 우연이 아니라 공자님과 저를 이어준 의미 있는 숙명이라 여깁니다.


오늘 일로 감히 공자님을 속박하듯 붙들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공자님에게 있어 제가 부인이 아니라 하녀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공자님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남녀의 애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민혁은 여인의 말과 눈물이 자신이나 여인에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커다란 눈망울과 매화향을 내뿜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보며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남자의 본능인 듯 울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품안으로 살며시 끌어당겼다.


왕실로부터 간택 후보에 오른 후 여인이 되는 교육을 유모와 어머니로 부터 받은 여인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민혁의 몸에 걸친 옷들의 매듭을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


민혁의 옷이 모두 벗겨지자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그녀 역시 자신의 옷을 하나 둘씩 흘러내리게 했다.


발끝으로 미끄러지는 옷들은 미풍에 흩날리는 봄날의 매화꽃처럼 발아래 살포시 쌓였다.


원앙금침에 누운 여인이 자신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뜨거운 입김이 얼굴에 닿자 민혁은 당황했다.


그 순간 여인은 어쩔 줄 몰라 방황하는 양물을 두 손으로 보듬어 생명의 발원지로 인도했다.


그리고는 허리에 잠시 머물던 섬섬옥수는 미끄러지듯 엉덩이로 내려가 힘껏 눌렀다.


여인의 가슴 떨리는 첫 경험의 아픔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이 기억 될 환희로 바뀌었다.


그들은 꽃 밭 사이를 누비는 벌과 나비가 되어 꽃잎을 흔들고 꿀을 빨며 무릉도원을 누볐다.


여인이 떨군 붉은 꽃잎은 민혁의 땀과 정기로 적셔졌고 그들은 숙명이 시키는 대로 단단하게 맺어졌다.



다음날 아침.


후환과 보복이 두려운 장원 부부의 부탁과 마치 민혁의 간택을 받은 듯 성심성의껏 대해주는 설향의 정성에 민혁은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벽황산 장원에는 부모님이나 친구가 없는 탓에 남녀 관계에 대해 어떤 조언도 듣지 못했다.


그런 민혁에게 설향은 인생에 있어 여인이 어떤 존재와 의미이며 둘 사이에 사랑이란 어떤 감정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민혁은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난생 처음으로 설향의 부모님으로부터 느끼는 따스한 정은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친부모님의 애정처럼 느껴져 평화롭고 안락했다.


복수도 가문의 부활도 종이장 구겨버리듯 다 던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강호무림에 정의의 이름으로 피 바람을 일으키라고 그를 재촉했다.



며칠 후 민혁은 설향에게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을 한 후 복수를 끝내고 꼭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설향은 민혁의 사연을 들은 후 안타까운 마음과 이별의 슬픔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민혁이 돌아온다는 말을 굳게 믿었다.


설향의 부모님에게도 근처에 있는 모든 금사교를 멸하고 대업을 이룬 후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민혁은 벽황산의 참혹함을 떠올리며 눈물로 배웅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겨우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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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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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당문과 벽력문의 멸망 24.05.20 225 5 10쪽
14 항마 수호대 24.05.18 244 6 9쪽
13 동정호의 전투 24.05.17 275 6 12쪽
12 열화신단 +2 24.05.16 274 5 8쪽
11 광사평의 혈투 +1 24.05.15 275 6 8쪽
10 마교의 출현 24.05.14 307 6 8쪽
9 금사교 +1 24.05.12 331 7 9쪽
8 현무성의 등장 24.05.11 368 7 13쪽
» 첫 경험 24.05.10 387 8 9쪽
6 피의 술잔 24.05.09 370 7 8쪽
5 현무 신동 +1 24.05.08 417 10 8쪽
4 혈담의 맹세 24.05.08 430 7 11쪽
3 복수의 씨앗 24.05.08 499 7 11쪽
2 흑운교와 봉황성 24.05.08 582 10 12쪽
1 돌기 시작한 수레바퀴 +1 24.05.08 967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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