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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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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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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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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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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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돌기 시작한 수레바퀴

DUMMY

중원 북쪽 산시성에 있는 벽황산.


지세가 험하고 높아 변방 가까이 있어도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다.


벽황산은 남북으로는 길게 이어진 절벽이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잘못 날아오르는 새도 머리를 부딪칠 만큼 깍아 지른 절벽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 동서 방향으로는 우마차가 다니고 농사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다.


동쪽 끝 벽황산 정상 밑에는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만큼 오래된 장원이 고풍스러운 멋을 뿜어내고 있었다.


장원 안에는 수십 채의 전각들이 반원을 여러 겹 이루어 마치 중심에 있는 대전을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다.


장원 아래에는 여러 마을이 있어 수백 명의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산장에서 일을 하며 연못 속에 무리지어 노는 잉어들처럼 평화롭게 살고 있다.


‘일영왕부’라 불리는 장원은 전 시황제와 함께 7왕국을 통일한 건국 일등 공신인 ‘성 상신’ 대신의 장원이라 이곳 주민들의 가슴을 두드릴 만큼 큰 자랑거리였다.


황제로부터 자식에게만 주어지는 왕의 지위인 ‘일영왕’으로 제후 되어 고향에 내려온 지 10여 년.


오늘이 그의 80세 탄신일이라 많은 손님들이 장원 접객당에 모여 들었다.


또한 산장 주변에는 황실의 친위대인 황위군이 지키고 있어 그들의 휘황찬란한 갑옷과 창칼이 햇빛을 받아 그 광휘를 더 했다.


여러 겹 동심원의 가장 안쪽 내전 깊숙한 곳은 수목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치 진법처럼 기묘한 모양을 이루어 내원을 감싸고 있었고 지키는 호의무사 하나 없었지만 각 무리의 수목에서는 수증기처럼 칼날 같은 서기를 뿜어댔다.


넓은 대청 한가운데 태사의에는 비쩍 마른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의 몸은 비록 말랐으나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모든 사물을 불태울 듯 한 형형한  눈빛을 뿜어냈다.


아래쪽 의자에는 또 다른 세 명의 노인이 앉아 있다. 


침묵 속에서 얼마의 시간이 무심하게 지났을까?


태사의 노인의 수염이 가볍게 떨리며  침묵의 벽을 부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태상 장로! 오늘 드디어 그날이 왔구려..!”


맨 좌측에 앉아있는 얼굴에 주름 가득한 노인이 흠칫했다.


그는 주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눈을 들어 창밖의 소리 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백 년 넘게 바라본 구름이지만 오늘따라 바람에 쫒겨 사라지는 구름이 덧없다는 생각이 더욱 더 들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어 태사의에 앉은 노인을 향해 쓸쓸하게 대답했다.


"성주님 삶이 허무하여 숨쉬기도 힘든데 어찌 이렇게 무거운 짐을 맡기십니까?"



성주이며 일영왕이라 불리는 노인은 헛웃음과 함께


"허허.. 미안하네.." 하며  이번에는 가운데 앉아 있는 노인을 향해 물었다.



“무림맹의 무리들은 어찌 한다 하오? 이 장로.”



이 장로라 불리는 노인 역시 백세에 가까웠지만 우람한 체격은 당당하였고 각진 얼굴을 덮고 길게 늘어선 백염은 아직도 무인의 기세가 등등했다.


이 장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네. 성주님! 소림파를 비롯한 구파일방의 수장들에게 그들의 진산 기보를 모두 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주제넘게 아수라 마경까지 달라고 합니다.


마경을 중원무림에는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말했지만 마교의 손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자신들이 소유해야 한다며 우기고 있습니다 .


그런데 마경을 파괴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마경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절세무공을 탐내는 것 같습니다.


아마 황군들 때문에 일단은 물러나겠지만 그들 중 욕심 많은 놈들은 반듯이 다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이를 들은 성주라 불리 우는 노인은 안타까운 듯, 혀를 끌끌차며


“정도 무림들 때문에 대사를 그르쳐서는 아니 되는데... 

아직 무림에는 흑운마교가 등장한 적도 없고, 우리만 알고 있는 아수라 마경이 마도의 보물이라 여기는 것을 보면 황실 내에 세작이 들어있는 것이 확실하군.”



잠시 뜸을 들인 성주는 단호한 목소리로


“태상 장로! 손자를 깨워 데려오게. 이제 내 생애 마지막 일을 해야겠네! ”


그 소리를 들은 세 장로는 부지불식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때, 오른쪽 맨 끝에 앉아 있던 작은 키에 넓은 몸을 가진 대머리 노인이 핏줄이 솟아오른 주먹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성주님! 이놈들 모두 흔적 없이 죽여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소리를 들은 성주는 오랜만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듯 파안대소를 터트린 후,


“삼 장로, 아직도 그 성질은 그대로구려. 그 불같은 성질 때문에 전쟁터에서 내 자네를 몇 번이나 구해줬는지 아는가? "



삼 장로는 부끄러운 듯 벌개진 얼굴로


"저야 무림에 제 존재가 알려져서 그렇지만 성주님까지 저와 함께 가신다는 것이 울화통이 터져서 그렀습니다. "



성주는 차분하게 나무라듯 말을 이어갔다.


"우리 현무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잘 알면서 어찌 그런 소리를 하는가? 내 한 몸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나는 즐겁게 갈 것이네.


어차피 내공이 파괴되어 스스로의 열기에 의해 내 몸 속 내장은 거의 다 타버렸다네. 이미 결정된 일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혁’이를 데려오게.

금제를 풀어야 되겠네.”


@@


내원의 작은 방.


기이하게도 그 방은 겉은 나무로 되어 여느 방과 다를 바 없었으나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과 사방의 벽은 물론 천장까지 차가운 냉기가 서릿발처럼 쏟아져 나오는 검은 냉묘석으로 되어 있다.


방 한가운데 붉은 돌판 위에 비쩍 마른 아이가 누워있는데 피부는 물론 얼굴 까지 검버섯이 잔뜩 피어 있어 몹시 병약해 보였다.


그런데 소년이 누워있는 붉은 돌 판은 마치 용암처럼 붉은 열기를 뱀의 혓바닥처럼 낼름 거렸고 신기하게도 소년은 한 자 가량 공중에 떠서 누워 있었다.


잠시 동안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상장로는 한 손으로 혈도를 풀고 허공 섭물의 신공으로 소년을 끌어올린 후 허공으로 둥둥 띄어 태사의 의자 앞에 사뿐히 올려놓았다.


잠시 후 깨어난 소년은 마른 몸과는 달리 붉은색이 갈무리된 영롱한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상한 분위기에 놀란듯 하더니 곧 침착하게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나요? ”라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보던 성주는 애잔하면서도 흐뭇한 목소리로


“혁아~! 이제부터 이 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잘 들어라. 이미 오래 전, 너에게 이야기했던 그날이 바로 오늘이란다.


오늘부터 너는 현무 신동으로 폐관 수련에 들어가야 한다. 한번 신동에 들어가면 삼 갑자 이상의 내공과 현무 신공을 칠성까지 도달해야만 현무신동의 출입구를 열고 나올 수가 있단다.


너의 성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6년 정도가 걸릴 것 같다.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 가문의 피 맺힌 원한을 갚고, 만백성의 평안을 위해서 꼭 가야만 하는 숙명의 길이란다.

네가 수련을 마치고 나면 궁금한 모든 것을 말해 주마.”


소년은 이미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품속에서 한 권의 책과 팔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소년의 품에 깊숙이 넣어 주었다.


“아이야~! 이제부터 너는 현무성의 오 대 성주이며 백 년 만에 현무 극양지체를 갖고 태어난 마지막 후손임을 명심하여 무공성취와 함께 가문의 번성에도 온 힘을 다 하거라.


지금 네 몸에는 이미 일 갑자의 내공과 삼성의 현무 신공이 숨겨져 있다. 네가 신동에 들어 안배된 영약을 먹으며 무공을 익힌다면 환골탈태를 이루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너를 이렇게 병약하고 참담한 모습으로 살게 한 것은 적의 눈을 속여 안심을 시키기 위한 고육지책  때문이었다. 이 못난 할아버지를 이해해다오.


또한 너의 무림 출도를 대비해 여러 안배를 해놨지만 상대해야 할 적은 많고 막강하니 심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너의 지혜와 용기를 믿고 신동으로 보내니 훌륭한 무인이 되어 나오거라.”



긴 이야기를 마친 노인의 눈짓에 세 명의 장로는 태사의 뒤쪽 뜬금없이 놓여 있던 거대한 쇠로 된 종을 진력을 다해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밑에 검은 이끼가 가득 낀 좁고 가파른 길이 나타났다. 길이 나타나자 세 장로는 소년을 둘러싸고 진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단전과 명문 백회열을 통해 현무신공의 열기가 들어가자 소년의 몸에서 ‘우둑우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주의 부탁은 없었지만 세 노인은 약속을 미리 한 듯, 각자 일 갑자씩의 내공을 아낌없이 쏟아 소년의 혈맥 속에 묻어 두었다.


금제가 풀린 소년은 할아버지와 삼 장로들에게 한 분 한 분 예를 갖춰 큰절을 마친 후,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거인처럼 뚜벅뚜벅 태초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장로들은 쇠 종을 뒤집어 소년이 들어간 입구를 메우고 준비된 흙과 바닥 석을 덮어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얼마 뒤, 흰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중년 사내가 들어와 부복을 하였다.


태상 장로가 조용히 물었다.


“놈들 움직임은 어떠한가?”


“네. 그들은 이미 인근 백 리 안에 있는 소년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하였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모두 살해하였습니다. 아마 소 성주님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보고를 듣던 태상 장로는 침음 소리와 함께


“성주님 놈들이 시작한 것을 보아 오늘 밤에 올 것 같습니다.”




조용하게 듣기만 하는 성주를 힐끗 바라 본 삼 장로가 백 의인에게 물었다.


“그래 소 성주님과 닮은 아이는 구했는가?”


“네! 죽은 아이 중에 비슷한 골격을 가진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진호충!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을 알고 있겠지?”




‘진호충’이라 불린 중년의 사내는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고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장로님, 그리고 성주님 속하 이제껏 받은 은혜 백골난망이라 현무성을 위해 천 번을 죽을 수도 있는데 어찌 저만 살아남으라 하십니까? 다른 사람으로 제발 바꿔 주십시오.”


“시끄럽다! 어서 물러가 준비 하거라!” 삼 장로가 일갈했다.


스승님과 다름없는 세 분 장로와  십 수 년간 같이 전장을 누볐던 성주님 그리고 동료들의 생사를 뒤로한 채 뒷걸음질 치는 무릎 사이로 사나이의 피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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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4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3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49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1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1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2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6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5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2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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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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