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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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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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동정호의 전투

DUMMY

한편, 의식을 회복해 객잔으로 돌아온 민혁은 진호충을 호법으로 세우고 삼 일 밤낮을 운기조식에 들었다.


사흘 후 행공을 마친 민혁이 자신의 무공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진호충이 그날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 본 무리는 마교의 일호법과 소교주의 직속인 은검대입니다.


그리고 노파는 ‘봉황성’ 성주님의 ‘사대 호위무사’ ‘춘.하추.동’의 둘째인 '하 장로' 고 소저는 성주님의 제자 '냉 서연' 입니다.


네 번째 호위인  ‘동장로’가 마교를 추적하던 중 함정에 빠져 실종되고 봉황성의 여러 제자가 죽었습니다.


아마 동장로의 행방을 수색하다 소교주와 맞닥드린 것 같습니다.“



민혁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하 노파가 말하길 태상장로가 소교주를 부상만 입히고 죽이지는 말라고 했다는데 그건 왜 그런거죠?”


“아마 그들을 추적해서 총단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중에 동 노파를 구출하기 위한 것일지도요... 사실 마교에 대해 이제서야 조금씩 정체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성주님을 부상시킨 놈들은 이호법과 삼호법인데 마지막으로 사용한 무공은 사람이 아닌 악마의 무공 같았습니다.


이제 성주님의 정체가 드러났고 마교의 정예부대가 점점 중원으로 진출하고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냉 소저를 대신해 태상장로님을 도와드려야 되서 이만 떠나야합니다.


성주님도 이제 어느 정도 기력을 찾으셨으니 저는 안심하고 가겠습니다.


조만간 동정호에서 뵙겠습니다. "


진호충이 떠난 후 민혁은 며칠 더 객잔에 머무르며 몸을 완전히 회복시킨 후 동정호로 향했다.

@@@@


동정호에서 가장 가까운 창사현.


중추절에 열리는 동정호의 만월 축제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일 정도로 유명하여 모든 마을의 객점들과 객잔들은 만원이었다.


객방을 아직 구하지 못한 민혁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공자님 아니십니까?" 하면서 반가움이 가득한 정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해남파 제자들이었다.


서로 반갑다며 인사를 나누고 나서 방을 아직 구하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된 제자가 민혁을 이끌고 소문주 무한신이 묵는 객잔으로 안내했다.


수하들 앞에서 체면도 잊은 채 "형님~"하며 어린아이처럼 반가워하는 무한신은


객잔에서 가장 좋은 방인 자신의 방을 민혁에게 양보해 주었다.


저녁이 다가오자 무한신이 뱃놀이를 가자며 민혁의 손을 이끌고 동정호로 향했다.


민혁도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흔쾌히 따라 나섰다.


축제까지는 아직 하루가 남았지만 동정호는 만월을 즐기려는 배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 가까운 호숫가엔 선상에서 가무를 즐기는 고관대작들의 큰 배와 달을 보며 사랑을 기약하는 연인들의 작은 배들로 그득했다.


무한신은 작은 배를 빌려 나룻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호숫가를 꽤나 벗어나자 만월을 즐기려 떠 있던 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배가 보였고, 그 주변에는 네 척의 작은 배가 큰 배를 호위하듯 주변에 떠 있었다.



무한신이 득의양양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형님~~, 저 가운데에 있는 큰 배는 남궁 세가의 배입니다. 


세가의 무남독녀인 '남궁 화' 소저가 무림의 후기 지수들과 함께 동정호의 만월을 즐기러 오셨습니다.


이번에 제가 형님 덕에 금사교 악인들을 혼내주는 바람에 작은 명성을 얻어 초대를 받았습니다. 형님 부끄럽습니다 헤~헤.


저와 함께 올라가셔서 앞으로 강호를 이끌어 갈 후기지수들과 교류도 하시고 무림맹의 총수를 맡고 있는 남궁 소저와 강호 정세도 이야기 해보시지요."


아수라 마경이 남궁세가의 무림맹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민혁은 앞으로를 위해 같이 가보기로 했다.


배 위에는 미래에 일파의 장문이 될 십여 명의 후기지수들이 한 여인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해남 파의 소문인 무한신이 '금사교와의 격전에서 실제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형님'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자 민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같은 또래 사람들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민혁이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을때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공자님! 저는 남궁세가의 ‘남궁화’라고 합니다. 몸이 불편하여 이렇게 결례를 범하고 있으니 용서해 주세요. 차린 것은 부족하나 보름달을 안주 삼아 마음껏 즐겨주세요."


민혁도 수줍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나눴다.


"저는 이제 막 강호에 출도한 무림말학 성민혁이라 합니다."


엉겁결에 인사를 하고 소녀를 바라보니 파리한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의 근육들이 뒤틀려 '무림제일미'라는 여인은 안타깝게도 그 아름다움이 몹시 일그러져 있었다.


민혁의 갑작스런 등장에 후기지수들의 관심이 모두 민혁에게 쏠렸다.


사문과 스승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변방의 작은 무가 출신이고 스승 없이 가전무학 만을 전수 받았을 뿐이라며 적당히 얼버무린 민혁은 그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혼란에 빠졌다.


구파 일방과 사대세가 모두 벽황산의 전투에 참여했던 원수들이다.


그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지금, 도대체 어디까지가 그의 손으로 죽여야 될 대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설령 그들을 상대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스승이나 아버지를 죽인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처럼 원수를 갚으려 들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들과 친하면 친해질수록 그들의 배신감은 더욱 더 커지고 결국 분노의 칼끝은 자신을 향할 것이 뻔했다.


20년간 친구 하나 없이 늘 혼자서만 살아왔던 민혁은 친구마저 사귈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술이 서너 순배 돌고 달이 중천에 떠올라 호수 위에 또 다른 만월을 만들어 모두의 감탄을 자아낼 때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며 주변을 지키던 배들 밑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배들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는 이럴 경우에 대비를 한 듯 이중으로 하부창을 만들어 어느 정도 기울어지기만 할 뿐 가라앉지는 않았다.


만약 배가 완전히 기울어 전복이 되었다면 수공을 익히지 못한 무사들은 속절없이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그 순간  물속에서 수복을 입은 괴한들이 갈고리와 호구를 이용해 배 위 호위무사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그리고 암기와 뇌전으로 호위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당황 하던 각파의 호위무사들은 침착을 되찾고 차분하게 괴한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때 수십 척의 작은 배들이 쏜살같이 접근해 왔다.


그러곤 가까이 접근한 배에서 도약을 한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칼을 휘두르며 덮쳐 왔다.



민혁은 보았다. 


덮쳐온 무리들은 금사교와 그들 속에 숨어 있는 흑검대였다.


순식간에 호위무사들과 무림맹 후기지수의 수하들이 물속으로 처박혀 호수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전멸을 당할 것이 뻔했다.

민혁은 해남파 수하들이 모여 있는 북쪽의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부운신법으로 이십여 장을 솟아올라 오십장을 한 순간 가로질러 북쪽 배에 도착한 민혁은 흑의인들을 주살하기 시작했다.


민혁의 무공을 본 무림맹의 후기지수들은 모두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 술을 마시며 ‘후기지수들 중 누구누구가 십대고수고 누구는 삼룡의 일원’이라는 둥 서로를 칭찬하며 우쭐한 마음이었는데..


그때 변방의 촌놈으로 우습게만 보았던 민혁이 그들은 물론 스승을 능가하는 무공 실력을 지금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자신들의 수하들을 구하기 위해 그들도 몸을 날렸다.


폭발에 의해 호수 위에 떠 있는 널판지들을 밟고 그들의 수하가 있는 배를 향해 날아갔다.


북쪽 배에 올라온 민혁은 사태의 엄중함을 느껴 순식간에 흑의인을 모두 처치하고 남궁 소저가 있는 배를 돌아보니 호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십여 명의 흑검대가 덮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목적은 남궁화를 납치하려는 것 같았다. 


흑검대가 배 위에 올라 남궁화에게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침대 사방에서 강력한 강궁이 쏟아져 나와 앞서 가던 두 명이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 졌다.


그 순간을 이용해 민혁은 최대한 진기를 끌어올려 달빛을 가르며 순식간에 남궁화 앞에 내려섰다.


내려서자마자 양 옆으로 접근하는 네 명의 흑의인의 머리를 수박을 쪼개듯 부숴버리자 뇌수와 피보라를 뒤집어 쓴 흑의인들은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민혁은 살벌하게 차가운 미소를 지며 한마디 내뱉었다.


"복강성 태원에서 네놈들 수십 명을 단 일장으로 피 떡을 만든 나다.


오늘 남궁 소저가 몸이 불편 하셔서 더 이상 험악한 꼴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으니 모두들 조용히 물러나라!!"


그러자 두목인 듯 한 흑의인이 의심에 찬 눈초리와 겁을 먹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네놈이 바로 현무성의 무정살수구나!"


무정살수라는 말을 처음 들은 민혁은


"네 놈들이 무정으로 부르든 유정으로 부르든 상관없다. 어서 꺼지지 않으면 모조리 이런 꼴로 만들어 줄 테니 후회하지 말거라!"


머리가 뭉개진 시체에서 뭉클뭉클 솟아 나오는 뇌수와 피를 처다 본 흑검대 대장은 자신들은 그의 일초지적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뿌드득 갈고는 '모두 철수하라'는 명령과 함께 타고 온 배로 뛰어내렸다.



흑검대의 철수와 함께 싸움은 끝이 났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지만 동정호는 거대했다.


그들이 흘린 피는 한 줌 바람결에 찰랑이는 물결 속으로 사라졌고 잘린 육체는 물고기의 간식거리도 되지 못했다.


뒤 늦게 무림맹의 호위대가 다가오자 민혁은 번거로운 것이 싫어 답설무흔의 신법을 발휘해 호수를 건너 객잔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뒷수습을 하고 늦게 돌아 온 무한신은 여러 명의 수하들을 잃어선지 시무룩한 모습이었다.


"형님 ..., 저는 이번에 제 무공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이제 그만 강호행을 끝내고 해남으로 돌아가 무공증진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래 동생, 생각 잘했어. 내가 준 심법은 너의 해남파의 실전된 진산기보이고 화룡24초 검법 또한 불세출의 검법이니 열심히 수련하면 어제 만난 흑검대를 능가하는 실력이 될 거야."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이 편지는 남궁 소저께서 형님에게 드리는 편지입니다." 하며 품안에서 편지를 꺼내 전해 주었다.



민혁은 모두가 떠난 후 객방에 홀로 앉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어제 소녀의 목숨을 구해 주셨는데 황망하여 감사의 인사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구음절맥이라는 천형을 받고 태어난 몸이라 이렇게 편지로만 구명지은에 대신하는 결례를 범합니다.


어제의 참변은 모두 제가 부른 화입니다.


제 목숨이 앞으로 채 일 년도 남지 못하여 제 생에 마지막으로 동정호의 만월을 보고 싶다는 욕심과 마교의 힘을 과소평가 한 제 불찰로 많은 희생이 발생했습니다.


비록 남은 생명의 끈은 짧으나 오로지 무림의 평화를 위하여 쓰겠습니다.


혹여 공자님께서 시간이 되시어 제가 죽기 전에 무림맹에 오신다면 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날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


편지를 다 읽은 민혁은 이제껏 증오와 복수만으로 가득 찬 심장에서 후기지수들과의 만남과 남궁화의 처참한 모습을 통해 '연민'이라는 심성이 봄날의 새싹처럼  돋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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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3 4 9쪽
15 당문과 벽력문의 멸망 24.05.20 229 5 10쪽
14 항마 수호대 24.05.18 248 6 9쪽
» 동정호의 전투 24.05.17 281 7 12쪽
12 열화신단 +2 24.05.16 281 6 8쪽
11 광사평의 혈투 +1 24.05.15 282 7 8쪽
10 마교의 출현 24.05.14 313 7 8쪽
9 금사교 +1 24.05.12 337 8 9쪽
8 현무성의 등장 24.05.11 376 8 13쪽
7 첫 경험 24.05.10 394 9 9쪽
6 피의 술잔 24.05.09 378 8 8쪽
5 현무 신동 +1 24.05.08 425 11 8쪽
4 혈담의 맹세 24.05.08 440 8 11쪽
3 복수의 씨앗 24.05.08 513 8 11쪽
2 흑운교와 봉황성 24.05.08 604 10 12쪽
1 돌기 시작한 수레바퀴 +1 24.05.08 99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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