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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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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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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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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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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탈을 쓴 남자

DUMMY

연휴가 끼어 있는 3월의 어느 주말.

봄꽃 축제로 유명한 놀이공원에 인파가 한가득 몰렸다.

따스한 햇살과 흐드러진 벚꽃 사이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다.

사방에서 캬라멜이 잔뜩 발린 팝콘처럼 달달한 웃음이 번진다.


한 남자가 놀이공원 입구로 들어선다.

남들보다 한뺨은 커보이는 키에 몸에 딱 맞춘 까만 두루마기를 입었다.

무엇보다 나무로 만들어진 탈을 뒤집어 쓰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탈은 교과서에 실려있는 하회탈을 닮았는데, 웃는 표정에서 어쩐지 탐욕과 잔인함이 묻어나온다.


남자가 마침 지나가던 동물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분장한 공연팀의 퍼레이드 인파 사이로 들어간다.

남자를 눈여겨보던 사람들도 각양각색으로 분장한 퍼레이드의 인형들을 쫓느라 더는 남자를 신경쓰지 않는다.

경쾌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환한 표정으로 어깨를 연신 들썩거리며 퍼레이드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탈을 쓴 남자만은 발걸음이 무겁다.

남자의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질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듯 걸음을 멈춘다.

언제부터였던가?

그들의 웃음이 남자에게는 고통이다.

마치 가슴에 압정을 꾹 눌러 박는 듯한 통증.

나무 탈이 없었다면 잔뜩 찌푸려진 남자의 미간이 드러났을 것이다.

남자가 탈 옆으로 드러난 자신의 귀를 사정없이 잡아당긴다.

이내 남자의 귓불이 찢어져 살 끝이 덜렁거린다.

잘 깎여나간 남자의 구레나룻을 따라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_후우.


남자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웃음을 흘린 사람들의 입을 찢어놓고 싶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구멍에 주먹을 밀어 넣고 그 살와 뼈를 뭉개버리고 싶다.

두려움 속에서 그들 모두가 침묵할 때까지.


폭력에 대한 충동이 점점 끓어오르자, 멈춰 선 남자의 몸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이 부르르 떨린다.


_여기서 다 죽여··· 버릴까?


순간 남자가 멈칫하며 무언가를 떠올리고 먼 허공을 바라본다.


계획한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분노를 참아야지.

괜히 일을 그르쳤을 때 내게 돌아올 것들도 생각하자.


애써 분노를 집어삼키는 남자의 목이 붉고 팽팽하게 곤두선다.


_가 야 한 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자는 사전에 외어둔 놀이공원의 배치를 떠올리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웃음을 짓는 탈 너머로 남자의 기괴한 광기가 흘러나온다.


***

_벌컥.


둔탁한 소리를 내며 중앙제어실의 두꺼운 철문이 열린다.

탈을 쓴 남자다.

어차피 보안장치를 통과한 사람이면 허가받은 직원이 분명하기에 제어실의 직원들은 남자를 신경쓰지 않는다.

놀이공원이 만원인만큼 각자 운행중인 놀이기구의 안전 상황을 확인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출입구 옆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까만 두루마기에 기괴한 표정의 탈,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복장에 아주머니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간다.


_총각. 공연팀 대기실은 저기 건너편이야.

_···.


남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청소부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정리하던 페트병을 발로 밟아 재활용통에 집어던지고 공연팀 대기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_저기라고. 저기.

_···.

_뭐야, 안 들려 내 말?


남자는 나이 먹은 여자가 성가셨다.


고작해야 쓰레기나 줍고 다니는 존재일 텐데, 주제도 모르고 감히.

하지만 상대할 시간도 아깝다.


남자가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주머니가 잽싸게 남자를 막아선다.


_여기 아니라고. 귀가 멀...?


남자가 아주머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커다란 손으로 탁 움켜쥔다.


_터헉..트어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짓밟아주지.


_크어억컥.


아주머니는 숨이 막혀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힘껏 다리를 버둥거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의식을 잃어가는 아주머니의 손톱이 남자의 손목을 파고든다.


_까아악.


여자 직원 하나가 청소부 아주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른다.

난데없는 비명에 놀란 동료 직원들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난 방향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탈을 쓴 남자에게 목을 졸리고 있는 아주머니는 이미 축 늘어진 상태다.

남자 직원 하나가 급하게 달려와 탈을 쓴 남자를 말린다.


_야! 이거 놔. 놓으라고! 뭐야? 너 뭔데 마음대로 들어와서 행패야?


남자 직원은 운동을 좀 배웠는지, 손날로 남자의 가슴팍을 밀치고 그의 팔을 꺾어보려고 애쓴다.

하지만 탈을 쓴 남자는 아주머니의 목을 움켜쥔 채로 꿈쩍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남자 직원이 매달리는데도 불구하고 목을 조른 손을 공중으로 조금씩 들어올린다.

얼굴이 붉어지도록 매달려 힘을 쓰는 남자 직원이 무색할 정도다.


이내 탈을 쓴 남자의 손아귀에서 청소부 아주머니의 목이 덜렁 부러진다.

남자의 아귀 힘에 목을 감싼 피부가 뜯겨나갔는지 부러진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쳐오른다.


_허억.


말리던 남자 직원이 피를 보고 놀란 나머지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다.

믿기 어려운 풍경에 제어실 안에 공포가 번진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던 비명이, 그저 침을 삼키는 직원들의 나지막한 신음으로 대체된다.


남자가 목이 부러진 청소부의 시체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제어실 출입구를 막아서고 제어실 내부의 인원을 확인한다.


_아아아악


주저앉았던 남자 직원이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고 달아난다.

다른 직원들도 겨우 상황을 파악했는지 남자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탈을 쓴 남자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성큼성큼 빠르게 움직여 달아나는 직원들을 잡는다.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우왕좌왕 달아나던 직원들이 하나씩 남자의 손에 붙잡힐 때마다 남자는 무서운 힘으로 직원의 몸을 벽 쪽으로 던져버린다.

팔, 다리, 머리칼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직원의 몸을 장난감처럼 던져버린다.


_칵.

_퍼억.


그들의 몸이 제어실의 벽과 부딪힐 때마다 완숙한 토마토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_아아아악

_아아아아악 살려줘.

_까아아아아아악. 안 돼. 아안···.

_···.


퍽퍽 직원의 몸이 부서질 때마다 끊이지 않던 절규가 하나씩 사라진다.

검붉은 자국으로 범벅이 된 제어실 한쪽 벽면 아래 망가진 몸뚱이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

고요한 제어실, 피범벅이 된 남자가 손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며 놀이기구의 중앙제어장치 앞에 서 있다.


_덜컹.


놀이공원의 놀이기구가 동시에 모두 멈춘다.

공중을 돌던 롤러코스터도, 하늘을 향해 치솟던 락스핀도 코스 한가운데 위태롭게 멈춰선다.

허공에 매달린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마조마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들은 까마득한 아래에서 직원들이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서야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_어어어어.


탑승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놀이기구에 위태롭게 매달린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_찌이잉.


불길하고 날카로운 기계음이 놀이공원에 울려퍼진다.

그리고는


_덜컹


놀이기구에 탑승한 사람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안전바가 속절없이 해제된다.


_어어


당황한 사람들이 뭐라도 잡아보려고 손을 뻗는다.

하지만 허공에 매달린 채로 정지한 놀이기구 안에서 손가락 사이에 걸려드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힘으로 버티는 것도 잠시, 이내 위태로운 균형이 와르르 무너진다.


_아아아악.

_카악


사람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추락한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들이, 다음에는 여자들이, 그리고 이내 뒤집힌 바가지의 쌀알처럼 모두가 서로 뒤엉켜 쏟아진다.


_퍼억

_콰악

_푸욱


사방에서 생명들이 바닥에 곤두박질치며 잔혹하게 끝을 맺는 소리가 가득하다.

콩이라도 볶듯 타닥타닥, 사람 위로 사람이 쌓이고, 터져 나온 피가 흘려넘쳐 땅을 벌겋게 적신다.


_쓰레기장에 트럭 째로 쏟아지는 쓰레기들 같아. 쓰레기들.


남자는 감탄하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피로 범벅이 된 남자의 가면, 그 기묘한 웃음 너머에서 남자가 분노와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드러낸다. 그의 흥분한 몸이 전류를 흘리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린다.



탈을 쓴 남자가 이번에는 사파리 구역으로 향한다.

남자가 늑대들이 갇혀있는 우리 앞에 멈춰선다.


_빠직.


커다란 자물쇠가 남자의 손아귀 힘에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다.

늑대에게 먹이를 주던 사육사가 자물쇠가 부서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_야! 너 뭐야? 물러서! 죽고 싶어?


사육사가 급히 달려와 우리의 문을 열지 못하게 남자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한 손으로 사육사의 목을 움켜잡는다.


_크윽.


사육사가 주먹을 휘둘러 남자를 공격해보지만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목을 붙들고 있는 남자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사육사는 탈을 쓴 남자에게 배를 강하게 가격 당하고 늑대 우리 안으로 내던져진다.

먹이를 기다리던 늑대들이 사육사의 몸에 밴 피 냄새를 맡고 흥분하여 달려든다.

사육사가 다급하게 몸을 굴려 늑대의 공격을 피해보지만 리더 격인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올라 사육사의 목을 문다.


_저.. 저리가.


하지만 이미 피맛을 본 늑대가 사육사의 목으로 이빨을 깊숙하게 밀어 넣는다.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나머지 늑대가 뒤따라 사육사의 다리를 물고 늘어진다.

사육사의 비명과 함께 피가 터진다.

허공에서 발작하듯 몸을 떨던 사육사의 몸이 금세 축 늘어진다.


***

_ㄷ... ㄷㄷ... ㄷ두... 두두... 두두둥...


한가롭게 사파리 구역을 걷고 있던 사람들이 땅을 울리는 묵직한 울림에 불안을 느낀다.

낮게 깊게 울리던 소리가 숱하게 겹쳐지더니 점차 선명하고 묵직한 울림으로 변해간다.


_뭐야? 이 울림은?

_혹시 발자국 소리인가? 한 두 마리는 아닌 것 같은데...

_점점 가까워지나봐. 어떡해!


다들 불안해하면서도 당장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거린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어느새 맞은편에 조성해놓은 작은 숲 너머에서 뽀얀 먼지가 피어오른다.


_무슨 소리가 난 것 같지 않아? 으으... 뭐 이런...

_몰라. 무섭게 왜 그래?

_들리는 것 같은데.... 저... 저기....

_호··· 호랑이다.


가장자리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자 금새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진다.

사람들의 비명에 더 자극을 받았는지 모습을 드러낸 커다란 호랑이들이 흥분하여 달아나는 사람들을 쫓는다.

커다란 앞발로 달아나는 여학생의 등을 툭 쳤을 뿐인데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쓰러진다.

호랑이의 크고 뭉퉁한 송곳니가 쓰러진 여학생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비명과 피,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호랑이들은 더 흥분하여 사람들을 공격한다.


_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_엄마! 엄마···.


공포에 무너진 사람들의 비명이 실타래처럼 엉키며 아우성으로 변한다.

달아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눈 속에 절망이 삐죽하게 자라난다.

그 절망을 헤집듯이 피를 뒤집어 쓴 호랑이들이 날이 선 발톱으로 장난처럼 사람들을 쓰러뜨린다.


7살 아이를 들쳐 업은 여자가 사람들을 물고 뜯는 호랑이들 사이로 빠져나가볼 궁리를 한다.


_희진아, 너는 꼭 살아야해.


여자는 조용히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는 품에 안은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 포개어 안은 두 팔에 힘을 단단히 준다.

두려운 마음에 아이를 붙잡은 손이 덜덜 떨리지만 애써 공포를 억누르려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머금은 숨을 내뱉지도 못하고 내달린다.

이미 사냥감을 붙잡은 호랑이들이, 어쩌면 그녀를 발견하지 못하고 딸과 함께 달아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어쩌면 출구가 보였다고 여자가 생각하는 찰라.


_콰당.


여자가 바닥에 꼬꾸라진다.

땅에 몸이 닿기 무섭게 번쩍 일어나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언가 뜨겁고 축축한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호랑이의 발톱이 그녀의 머리를 내리쳐 구멍을 뚫어버렸다는 사실을 여자는 끝까지 알지 못했다.

커다란 호랑이의 이빨이 여자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낸다.

허벅지가 잘려 나가며 정육점에 전시된 돼지의 뒷다리 같은 단면이 드러난다.


_으쩍으쩍.


호랑이의 입아귀가 벌겋게 물들어간다.

여자는 아프지 않다.

아픔을 느낄 수 없다.

단지 아무리 용을 써도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여자가 희미한 의식 속에서 다시 눈을 뜨고 아이를 찾는다.

품에 안고 있다고 믿었던 아이가 자궁에서 빠져나올 때와 반대로 호랑이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여자는 침몰하는 의식을 깨우며 손바닥으로 기어 호랑이에게 다가간다.

몸을 세워 괴물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진다.

그녀의 이가 목덜미에 박히자 고통을 느낀 호랑이가 펄쩍 뛰어오르며 상체만 남은 아이를 뱉어버린다.

그리고 앞발을 휘둘러 여자를 때려눕히고 그녀의 얼굴을 발톱으로 찍어누른다.

여자는 마지막까지 내쉬지 못하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환상의 시간을 멈춰버린다.


***

_크어어허.


우리를 빠져나와 이동하던 곰 무리가 한 남자를 맞닥뜨린다.

남자는 아수라장이 된 동물원 구역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중이다.

남자가 쓰고 있는 나무 탈에 피가 잔뜩 묻어있다.

곰 무리는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기괴한 웃음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까만 눈알을 굴린다.

곰 무리 안의 새끼들이 남자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남자에게 다가간다.


_우워워워.


남자는 다가오는 작은 곰을 향해 원숭이 같은 소리를 낸다.

심장을 깨끗하게 빨아 말린 듯한 상쾌한 기분을 어떻게든 어린 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옥타브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몸을 부풀려 소리를 지를수록 남자는 기분이 더 좋아진다.

새끼 곰들이 남자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멈칫한다.

자신들을 적대한다고 느꼈는지 암컷 곰이 새끼 곰을 품으로 불러들인다.

뒤이어 가장 힘이 센 것처럼 보이는 수컷 곰이 몸을 숙여 네 발로 땅을 딛고 공격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총알처럼 네발로 달려와 남자 앞에서 몸을 최대한 크게 세운다.

커다란 앞발을 높이 쳐들고 발톱을 세워 그의 가슴을 힘껏 내려친다.


_촤악.


남자가 곰의 무게와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한다.

날카로운 발톱에 두루마기가 갈라지고 살가죽이 찢어지며 핏물이 뿜어나온다.


_하아.


남자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슥 하고 문지른 후, 혀를 쭉 빼내어 손바닥을 핥고 입술을 축인다.

입가에 시뻘건 핏물을 들이고 삐뚤어진 입으로 피식 웃는다.


_키키.


웃음을 멈추기도 전에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한 남자는 몸의 회전에 가속력을 붙여 격투기 선수처럼 곰의 배를 돌려찬다.

커다란 곰이 중심을 잃고 발라당 뒤로 넘어져 버둥거린다.


_으허허엉.


우두커니 상황을 지켜보던 암컷 몇 마리가 곰의 고통 섞인 신음을 듣고 포효한다.

새끼를 지키기 위한 곰의 울음이 맹렬하고 서늘하다.

남자는 곰을 가두었던 우리의 철문을 땅에서 뽑더니 그대로 덩치가 큰 곰의 머리부터 차례대로 내리찍는다.

호두알을 망치로 내리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발톱을 세우던 곰의 머리가 대못에 찢긴 축구공처럼 일그러진다.

머리가 터진 암컷 곰들이 사지를 뒤틀며 몸부림친다.

새끼 곰들이 어미를 떠나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다 어미처럼 남자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

남자가 마치 곰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울음을 토해낸다.


작가의말


성장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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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돌입 24.08.09 6 0 10쪽
71 악수 24.08.05 6 0 11쪽
70 유명인 24.08.01 6 0 11쪽
69 살 길 24.07.31 9 0 11쪽
68 잘못 24.07.29 8 0 11쪽
67 고추 24.07.25 6 0 10쪽
66 독 안에 든 쥐 24.07.18 7 0 11쪽
65 또 골절? 24.07.17 8 0 10쪽
64 단단 24.07.15 6 0 10쪽
63 앵무새 24.07.12 7 0 11쪽
62 TK 24.07.11 7 0 11쪽
61 탈? 24.07.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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