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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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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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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732

작성
24.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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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DUMMY

유혁이 자리에 쓰러지고 선수들과 고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몰려든다.


_형. 괜찮아?

_형. 형.


고등은 상의를 벗어 피가 솟구쳐 오르는 유혁의 허벅지를 묶고 꽉 동여맨다.

그리고 정신없이 휴대전화로 119를 눌렀다가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_프랑스 구급차 부르는 번호가 뭐지?


세마가 휴대전화로 검색해 전화를 건다.


_여기 다친 사람이....


상대방은 불어로 말한다.

답답한 세마가 전화를 바닥에 던져버린다.


_말이 안 통해. 업자.


한빈이 유혁을 등에 업고 달리면 세마와 홍석이 옆에서 함께 달린다.

고등이 달리려다 멈칫 발걸음을 멈추고 난리 통에 무심한 얼굴로 라켓을 점검하고 있는 영춘을 노려본다.


_나는 사람이라면 다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그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야. 넌 내가 꼭 잡아 처넣을 거야!!!

_히히히히히. 재밌겠네. 크크크크크. 사냥놀이의 사냥감이 돼보는 건 오랜만이라서..?! 하하하.

_그래. 언제까지 웃나 보자.


고등은 입을 앙다물고 다시 선수들을 뒤쫓아 달린다.


_하하하하하하.


영춘은 숨이 넘어갈 듯 웃으며 바닥에 줄줄 흘러내린 유혁의 피를 쳐다본다.


**


유혁은 응급수술로 총알을 제거하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마취에서 깨어나진 않았지만, 의료진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

선수들은 참담한 마음에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침묵이 흐른다.

고등이 정적을 깨고 헛기침하며 선수들을 둘러본다.


_우리 한국으로 가자.


고등과 눈이 마주친 한빈이 입을 연다.


_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씨발. 총으로 진짜 사람을 쏴? 미친 거 아냐??

_맞아. 나는 총 맞기 싫어. 어차피 막 사는 놈인데 저 새끼가 주는 돈 없어도 돼!!!


홍석이 고개를 빠르게 흔들며 말한다.


_유혁이 형 언제 퇴원 가능한지 물어보고 항공권부터 구하자.


한빈이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홍석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등은 한빈과 홍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연다.


_너희는 유혁이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고등을 쳐다본다.


_뭔 개소리야? 형은 안 간다고?


고등은 이정구의 죽음과 선수들의 머리에 남은 자국, 마스크맨 그리고 침팬지, 이 모든 것의 진실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답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영춘 코치뿐이지 않나.

게다가 영춘 코치의 자신만만한 태도도 마음에 걸린다.

선수들을 옆에 붙들어 두려고 마약을 먹이고 가스라이팅을 하던 사람이다.

이렇게 선수들의 마음이 테니스부에서 떠난 상황에서 다른 보험을 들지 않았을 리 없다.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고등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_응. 정구 죽음도, 우리 머리의 자국도, 침팬지도, 게다가 마스크맨까지.... 모두 영춘 코치 옆에 남아야 밝힐 수 있어. 나는 남아야 해.

_정구 형, 억울하게 죽은 것도 알겠고. 우리한테 그 새끼가 개수작 부린 것도 알겠는데!!! 여기 계속 있다간 죽어!!! 한번은 다리에 쐈지만, 다음엔 우리 머리에 쏠 인간이야. 우리 다 개죽음 당한다고. 일단 살아야 할 것 아냐. 형도 살아야 뭘 밝히든 말든 하지!!!


한빈이 버럭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인다.

세마가 한빈의 팔을 끌어당겨 진정하라며 자리에 앉힌다.


_한빈이 말, 무슨 말인지 알아. 근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어. 난 지금 경찰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냐. 한국에 가서 뭘 할 수 있겠니? 영춘 코치를 정면으로 들이받아야 겨우 뭘 알아낼 수 있는 상황이야.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영춘 코치는 날 테니스 월드 스타로 만들려고 해. 그래서 내가 필요한 입장이야. 나는 쉽게 못 죽여. 아!!!


고등은 말하다가 퍼뜩 뭔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영춘은 테니스 월드 스타를 만들기 위해 우주고에 테니스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선수들의 머리에 모두 똑같은 자국이 있다....

그러고 보니 우주고 테니스부 선수들은 모두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나름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영춘이 그들의 집안 배경을 보고 선수선발을 한 것치고 말이 안 되는 성적이다.

테니스 능력과 관계없는 불우한 집안 환경을 보고 선수를 선발해도 스타 선수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면.....?

나 역시 말도 안 되는 능력 향상이 있지 않았나.....?

모두 머리에 똑같은 자국이 있고 차이는 있지만 운동 능력이 단시간에 향상되었다.....

아!!!! 머리의 자국은 운동 능력과 관계가 있구나!!!

그렇다면 침팬지도 머리에 뭔가를 해서 지적 능력이 높아진거야....

그래서 사람처럼 글을 쓸 수 있었던 거야!!


고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선수들이 고등을 일제히 올려다본다.


_나 뭔가 알아낸 것 같아. 난 돌아갈 수 없어.


고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병실을 뛰쳐나간다.

뒤쫓아온 세마와 함께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향한다.


_뭘 알아냈는데?


세마가 택시 문을 닫자마자 묻는다.


_우리 머리에 난 자국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 것 같아. 마찬가지로 침팬지 머리에 난 자국이 침팬지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 것 같고.

_헐. 그러네!!! 갑자기 다들 테니스를 잘했으니까.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근데 그게 가능해?? 가능한 일이야??

_나를 봐. 말이 안 되게 잘하고 있잖아. 태어나서 처음 테니스를 쳤는데 그랜드슬램에 출전해. 이게 말이 돼? 평생 해도 출전하기 어려운 대회잖아!!!

_그치. 말이 안 돼.

_고필 이사장이 침팬지와 어디서 만났는지 알아내야 해. 내 생각에는 동물실험을 한 것 같고. 우리는 인체 실험당했을지 몰라.

_헐. 그럼 정구는?

_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한 거지.

_그럼 다 알아냈네. 이 모든 사실을 밝히자.

_안돼.

_왜?

_영춘 코치의 목적이 테니스 스타를 만드는 것 같아?

_뭐??


고등의 말에 세마는 생각에 잠긴다.


_모르겠어. 그런다고 영춘 코치한테 유리한 게 뭐지?

_그러니까. 그게 목적이 아니야. 스타가 되면 나한테 좋은 일이지. 영춘 코치는 그냥 뒷백이야. 그걸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잖아!!

_그럼 뭘 원하는 거야?

_더 큰 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거.

_그게 뭔데?

_예를 들면 태고??

_어떻게?

_모르겠어.


**


숙소에 도착한 고등과 세마는 문을 열자마자 강력반장을 찾아 다급하게 묻는다.


_고필에 대해서 알아보셨어요?


물을 마시던 반장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한숨을 쉰다.


_쉽지 않아.

_왜요?

_여청계장한테 연락했는데 상황 설명하니까, 뒤로 발 빼더라고. 내 꼴 나기 싫은 거지.

_반장님 프랑스에 있다고 말 했어요?

_아니. 그건 말 안 했어. 혹시나.

_잘했어요.

_숨어있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연락할 수도 없고.

_하아....


고등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는다.

대화를 듣고 있던 인호가 한 발 앞으로 나선다.


_우리 모임 사람들한테 부탁하는 건 어때요? 태고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봐서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_그러네.

_도와주시면 너무 좋죠.


이석과 반장이 인호의 말에 반색하며 호응한다.


_아니. 아니.


고등이 조급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이석, 반장, 인호, 세마, 채무가 고개를 돌려 고등을 쳐다본다.


_왜?

_좋은 방법이야. 한국에 있는 사람 도움을 받아야지.

_뭐가 문제야?

_태고에서 그분들을 죽이려고 했어. 당분간은 태고 눈에 안 띄는 게 좋아.

_맞는 말이네.

_맞아.

_그럼 이제 어떡해??


휴대전화 진동음이 숙소의 거실을 채운다.

모여있는 사람들은 다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전화를 확인한다.

고등이 자신의 전화가 울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번호를 확인한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다.


_누구야?

_모르겠어요.


반장과 이석에게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보여주고 전화를 받는 고등.


_네. 박고등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귀에 익은 음성은 아니다.

고등은 긴장하며 전화에 귀 기울인다.


_여보세요. 누구세요?

_저.... 박 형사....


고등은 그제야 목소리를 알아챈다.

박 형사의 어머니다.

박 형사가 사고로 사망했을 때 고등은 서경시 외곽의 박 형사 집으로 찾아갔다가 그의 어머니를 만났었다.

부검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가 쫓겨나듯이 집을 나와야 했었다.


_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고등의 물음에 전화 너머에서 또다시 침묵이 흐른다.


_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아들이 죽고.... 부검없이 빨리 장례를 치르는 대신...... 돈을 받았어요. 흐흐흐흐흑.


박 형사의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끝을 흐린다.


_네?? 누구한테요?

_......모르겠어요. 남자였는데....

_생김새나... 특이한 점이나 기억나는 거 없으세요?

_문신이 많았어요. 거미 이런 거요.

_아...


영춘 코치가 갔구나.


_다른 말은 없었어요?

_다른 말은 없었고... 그게 전부에요. 흐흐흐흐흑. 미안합니다. 빚이 너무 많아서....


박 형사의 어머니는 죄책감에 사무치는지, 울음을 터뜨린다.

고등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린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정으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외면해야 했던 부모의 마음을 어찌 짐작하랴....

그간의 고통이 전화 너머로 전해지는 것 같다.


_저.... 흐흐흐흑.

_네. 말씀하세요.

_그 사람이 돈을 담아줬던 봉투가 있는데 그게 수사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요....

_봉투요?

_네. 봉투에 적혀있는 상호가 특이해서 검색하니까, 화재가 난 이후에 재오픈을 안 해서 사라진 업체더라고요.

_어딘데요?

_제가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_네. 감사합니다.

_저....

_네.

_우리 아들..... 왜 죽었는지.... 지금이라도 밝힐 수 있을까요? 흐흐흐흐흑.... 저는 벌 받을게요. 당연히 벌 받아야죠.

_네. 어머니. 밝혀질 거에요. 전부. 박 형사님 좋은 분이었던 거 아시죠?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으시려고 혼자 애쓰다가 그렇게 되신 것 같아요.

_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엉....


전화 너머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른다.

고등은 한참 눈물을 참으며 그 소리를 듣는다.


_죄송합니다. 끊을게요.


전화가 다급하게 끊기고 문자가 전송된다.

고등은 박 형사의 어머니가 보낸 사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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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침팬지 24.09.02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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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이상 24.08.30 6 0 9쪽
77 주인공 24.08.22 4 0 10쪽
76 입단속 24.08.16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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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포크레인 24.08.14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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