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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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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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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0,732

작성
24.07.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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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살 길

DUMMY

윤조선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한구역이 의자에서 일어나 윤조선에게 다가온다.


_가서 아침 식사라도 같이 하실까요?

_한구역 경무관님이시라고요?


한구역의 제안에 윤조선이 경계하는 눈치다.


_네. 제가 한구역이죠. 그런데 오히려 제가 그쪽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얼굴이 이렇게 달라져서야 제가 뭘 믿을 수 있겠습니까?


윤조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위조된 신분증 여러 개와 본래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펼친다.


_제가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사는 게 이 모양인데.

_하하하. 그 정도면 뛰어난 신분 세탁 능력이 확인되네요.


한구역과 윤조선은 고헌의 저택 마당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향한다.


한구역은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사에게 자리를 비켜달라는 눈짓을 한다.

기사가 차에서 멀어지면 한구역과 윤조선에 차에 올라탄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윤조선이 먼저 입을 연다.


_영춘이가 경무관님 얘길 했습니다.

_저도 들었습니다.

_어쩌실 겁니까?

_사장님이야말로 어쩌실 겁니까?


두 사람은 머리가 복잡해지는지 잠시 말을 아낀다.


_저야. 태고 집안에서 거의 개 취급당하고 있으니까 살길을 찾는다 치고 경무관님은 어떤 속셈입니까?

_저도 개 취급당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사장님 성형한 얼굴을 보니 가관이긴 하네요.

_지금 웃자고 하는 말입니까, 울자고 하는 말입니까.

_둘 다요. 하하하.


한구역의 웃음에 윤조선은 웃지 못한다.

프랑스에서 손발이 묶여있던 창고에 영춘이 매일 찾아왔었다.


_풀어줄게. 나한테 붙어. 태고에서 죽을 때까지 개 취급당하면서 살고 싶어?


영춘의 제안이 미끼라고 생각했던 윤조선은 일절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가 일곱 번째 말을 걸어왔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다.


_윤조선은 장모랑 같이 죽거나 깜빵에 가거나 둘중에 하난데?! 뭘 선택하겠다는 거지?


태고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사위와 계모.

두 사람이 신세 한탄하다 가까워져 경제 공동체가 되어 서로를 보살핀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적어도 윤조선은 그렇게 생각했다.


_하아. 내가 윤조선인건 어떻게 알았냐?

_고필이 새끼가 널 알아봤어. 처음부터 알아본 건 아니지만 결국 알아봤지. 네가 걷는 게 특이하긴 하더라.

_하아.... 어째 쳐다보는 눈이 이상하더라. 그리고, 장모님 얘긴 뭐야?

_장모가 네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아서 얘길 해주잖아. 히히히. 그년이 나한테도 편 먹자고 했거든. 하하하.


윤조선은 세상천지에 믿을 놈이 없구나 싶다.

하아.... 그년이 ‘우리’ 밖에 없다며 울 때는 언제고 뒤에서 딴짓을 해??


_네가 살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영춘의 냉랭한 말에 윤조선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한배를 탔다고 믿었던 장모마저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면 이 살벌한 세계에서 살 방법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쥐뿔도 가진 게 없는 자신이 생존할 방법이란 게 있긴 한 건가.


_뭔데?

_고헌은 망할 거야.

_쳇, 개소리는. 태고 그룹의 고헌이 어떻게 망한단 말이야?!

_아니, 망하지 않을 방법도 하나 있지. 그런데 말이야. 고헌이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밖에 방도가 없거든. 히히히.

_그러니까, 그 방법이 뭐냐고!!!

_몇 해 전에 태고에서 후원하던 인공지능 연구소에 불이 났어.

_고필이 다니던 연구소?

_아네. 고필이 왜 거길 열심히 다닌 것 같아? 다들 놀랬잖아. 고필이가 성실하게 연구소에 나간다고. 다들 사람 됐다고 했지??

_어. 맞아. 장인어른도 그런 얘기 했어.

_근데 거기 불나고 연구소에 안 나가더니 고필이는 그냥 예전의 고필이었어.


윤조선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_고필이 왜 열심히 다녔던 건데?

_궁금해?

_다들 궁금해했지. 결국 이유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_그 연구소에 고헌을 망하게 할 비밀이 있었거든. 그리고 그건 지금 내 손에 들어와 있고. 히히히.


영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속삭이듯 말한다.

윤조선이 눈을 둥그렇게 뜬다.


_그게 뭔데?

_히히히. 내가 그걸 너한테 말하겠니? 나는 말이야. 세계를 정복하고 싶은 야망이 있는 놈이야. 근데 고헌 회장 옆에 붙지 않아. 아니, 척지고 살지. 고필이를 사이에 두고 말이야. 왜 나 같은 놈이 이러고 사는지 몇 달 후면 알게 될 거야. 몇 달 후에 후회를 할지. 아님 줄타기를 잘해서 상류층의 세계에서 살아남을지, 그건 네 선택이야. 어차피 고헌 옆에 붙어서 개로 살아야 한다면, 한번쯤 줄타기를 해 보겠어. 나 같으면.


하아....

그럴듯한 말이다.

어차피 개같이 사는 인생...

줄타기 잘해서 고헌이 망하면 저쪽에 붙고 고헌이 건재하면 그대로 옆에 붙어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배영춘....

자신만만한 태도가.....

아무것도 없는 놈이 저럴 수가 있나?

뭐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_내가 줄타기를 어떻게 하면 되는데?

_간단해. 내가 원할 때 고헌 정보 넘겨주면 끝. 그리고 그쪽에 우리 팀이 또 있으니까, 만나면 서로 상부상조.

_누군데?

_한구역.


윤조선은 백미러를 통해 한구역의 표정을 살핀다.

영춘으로부터 한구역의 이름을 듣긴 했지만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쉽게 빗장을 열고 속내를 보여줄 순 없다.

사방이 적이다.


_뭘 그렇게 경계하십니까? 경계하실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_하아. 당신이 뒤에서 장인어른 찾아가서 무슨 짓을 할지 알고?? 내가 하는 말 다 녹음해서 갖다 바칠지 어떻게 알고 당신을 믿으란 말이요??


윤조선은 슬쩍 블랙박스 렌즈를 노려본다.


_당신 장인이 나한테 죽이라고 한 사람 중에 당신도 포함되어 있다면?


윤조선은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한구역을 본다.


_뭐? 나를?

_내일 당신이 태고 대표란 말은 태고 대표로 죽는단 말이라고!!


한구역이 서늘하게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윤조선은 도대체 누구의 말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불안이 엄습한다.


_내 와이프. 고선이 그렇게 시켰단 말이야??

_그치. 당신 장인과 당신 처가 작당해서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거지.

_왜? 나는 지금 시키는 건 다 하고 있는데?

_영춘이한테 잡혔다가 살아 돌아왔잖아. 멀쩡하게. 그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거지.

_하아.... 이 나쁜 년. 나쁜 새끼.


윤조선은 카시트를 주먹으로 쾅쾅, 친다.


_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_내일 이후로 죽은 척. 그리고 내가 시키는 일, 하면서 지내면 돼. 그리고 성형하는 게 어때? 하하하.


한구역은 겁에 질린 윤조선의 얼굴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


고등은 우주고 출입구가 보이는 골목 모퉁이에 숨어서 숨죽이고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하교 시간.

이석의 수업은 이미 끝났을 텐데 차를 끌고 주차장에서 나오려나 싶다.

전화를 걸까....?

아니야. 그래도 깜짝 놀래켜야지...

이런 좋은 기회를....

날 보면 엉엉 울겠지....

흐흐흐...


고등은 그사이 너무 많은 사건이 생겨 이석에게 전화 한 통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게다가 영춘이 이석을 노려 나쁜 짓을 할까 싶어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조차 감추고 싶어 조심하는 마음이 컸다.

이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결과지만 그녀가 이해할 수 있을지...

미안한 마음에 만사를 제쳐두고 우주고로 달려온 터다.

물론 얼굴만 확인하고 곧장 반장님과 채무의 행적을 찾으러 가야겠지만....

일단은 이석이 너무 보고 싶다.


하교하는 무리가 학교를 거의 다 빠져나갈 즈음 이석의 차가 주차장을 나와 교문을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_어. 이석이다.


고등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교문 옆으로 달려가 몸을 숨긴다.

이석의 차 보닛이 교문 밖으로 삐죽 튀어나오더니 멈춘다.

교문 앞은 늘 학생들이 붐비니 교사들은 교문을 빠져나오기 전 일단 멈춤을 하라는 학교의 방침이 있다.

고등이 차창 너머로 교문 앞을 살피는 이석을 보고 빙긋 웃는다.

차 옆으로 다가가 노크한다.


_똑똑.


이석이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웃고 있는 고등을 발견한 이석이 놀란 얼굴로 차창 밖을 바라본다.


_석아. 나야. 나왔어.


고등이 스윗한 말투로 이석을 부른다.

이석은 창문을 내린다.

그런데 웃지 않는다.

당연히 자신을 반길 것이라 예상했던 고등은 당황한다.

아니, 웃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이석은 고등을 노려보고 있다.


_서...석아...


고등은 흠칫한다.

이석은 고개를 쌩하고 돌리더니 악셀을 밟아버린다.

이석의 차가 고등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_어어. 서.... 석아.... 이석....


이석은 내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교무실에서 날 끌어안았는데....

날 걱정했는데.....

뭐야....

고등은 우주고 시절 이석에게 고백했다가 교문 앞에서 얻어터졌던 과거가 떠오른다.

그날 이석이 왜 자신을 때렸는지 아직 해명도 듣지 못했다.

고등은 그날의 비참했던 마음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_도대체 네 마음은 뭐니?


한동안 넋을 놓고 멀어지는 이석의 차 뒷 꽁무니만 바라보던 고등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긴다.


_내가 미쳤지. 고백했다고 때렸던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또 좋다고.... 아 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들이 가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경찰 하면서 얼마나 많이 봤냐. 딱 그 꼴이네. 박고등. 잘한다.


고등이 중얼거리며 걷는데 그 옆으로 차가 미끄러지듯 멈춘다.

이석의 차다.

차 문이 열리고 이석이 내린다.

이석과 고등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본다.


_박고등. 일단 타.


고등은 망설이다 조수석에 올라탄다.

이석은 차를 출발시킨다.


_미안해. 반기지 못해서. 서운했었나 봐.

_왜?

_연락 기다렸거든. 많이.


고등은 흠칫하며 이석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연일 이어지는 사건 사고에 영춘 몰래 연락할 틈이 없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석이 얼마나 기다렸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_미안. 일이 너무 많았거든. 그래서 연락할 수가 없었어..... 핑계지만....

_기사는 봤어. 너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경기에서 이기는 거. 몸은 어떤지... 걱정하다 보니까, 연락을 더 기다렸나 봐. 근데 네가 갑자기 나타나니까,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어.


이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간 그녀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고등은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_저기 차 좀 세울까?


이석이 차를 갓길에 멈춘다.

고등은 망설임 없이 이석을 끌어안는다.

긴장해 뻣뻣하던 이석의 팔이 이내 고등을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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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돌입 24.08.09 6 0 10쪽
71 악수 24.08.05 6 0 11쪽
70 유명인 24.08.01 6 0 11쪽
» 살 길 24.07.31 9 0 11쪽
68 잘못 24.07.29 8 0 11쪽
67 고추 24.07.25 6 0 10쪽
66 독 안에 든 쥐 24.07.18 7 0 11쪽
65 또 골절? 24.07.17 8 0 10쪽
64 단단 24.07.15 6 0 10쪽
63 앵무새 24.07.12 7 0 11쪽
62 TK 24.07.11 7 0 11쪽
61 탈? 24.07.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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