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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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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0,732

작성
24.07.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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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탈?

DUMMY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숲 가운데 3층 구조의 태고 집안의 단독주택과 별채가 나란히 서 있다.

1층은 공용 공간으로 세계 각국에서 사들인 미술품이 전시된 응접실을 중심으로 거실과 다이닝룸이 있다.

2층은 고헌 부부의 침실과 서재, 그리로 취미 공간이 있고 3층은 고선 부부의 공간이다.

고필이 우주고로 떠나기 전에는 별채에서 독립된 생활을 했었다.

서로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고헌의 선택이었다.


고선은 계모와 함께 다이닝룸에서 아침 식사 중이다.

연어, 버섯 샐러드와 과일, 비건 크래커, 커피가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계모가 견과류를 오독오독 씹으며 말을 꺼낸다.


_집에 남자가 아무도 없으니 좋구나.

_하아. 뭐가 좋으세요? 저만 빠지면 완벽하게 어머니 세상 같아서요?

_너는 무슨 말을.... 우리 둘이 산뜻하게 식사하니까, 좋다는 거야.

_우리가 뭔 사이라고 둘이 식사해서 좋다는 거예요? 어이가 없네요.

_싸가지없이 말하는 것 하고는....

_새삼스럽게 왜 그러세요? 제가 언제 싸가지가 있었다고....?

_윤서방은 도대체 언제 들어오니? 코빼기를 안 보이네.

_한국에 없는데 무슨 코빼기를 보여요?! 백화점이 불에 타서 그 모양이 됐는데 집에 들어올 시간이 있겠어요?

_인도 공사 현장에 계속 붙어있는 거야?

_그쵸. 거기라도 빨리 자리를 잡아야 부도가 안 나죠.

_그래도 사람이 집에 가끔은 와야지. 이거 원, 죽었는지, 살았는지.


고선은 포크를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내려놓는다.

이 여자가 아침부터 윤서방 얘기를 꺼내 속을 뒤집는 이유를 모르겠네.

언제부터 윤서방을 챙겼다고...


_모르시면 얘기 그만 하세요. 쉬는 날, 회사 얘기 안 하고 싶네요.

_회사 얘기가 아니라 윤서방....

_그만하라고!!!!


고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계모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둔다.

계모는 백화점 화재 이후 사라진 윤서방의 행방이 궁금하다.

전화도 받지 않고 그의 비서는 다른 부서로 발령받은 상태란다.

인도에 진출하는 태고백화점 일로 그곳에 가 있다는 고선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태고백화점 화재를 계기로 윤서방이 차고 있던 뒷주머니가 탄로 난 것은 아닌가.

그 주머니에 지분이 있는 계모는 일이 틀어졌을까 걱정이지만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나한테는 연락을 해야 할 것 아냐....

제 혼자 살겠다는 거야?

내 돈은 괜찮은 거야?

내가 그 주머니 채워주느라 눈치 보면서 산 세월이 얼만데....


_아버지 올 때 됐으니, 마음 가라앉혀. 나한테 싸가지없게 굴어서 너한테 좋을 게 없잖아?


고선이 계모를 노려보는데 현관문이 열리더니 유럽에서 돌아온 고헌이 들어온다.


_딱 맞춰 오셨네.


계모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고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_오셨어요?

_주말에 일찍 일어났네?

_오늘 손님 오시잖아요. 준비 중이에요.


고선은 오전에 집으로 방문하기로 한 경찰청장과 한구역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과 엮인 온갖 사건, 사고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 것이다.

그 마음을 알아본 고헌이 슬쩍 고선의 등을 툭툭, 쓰다듬는다.

고헌을 뒤따라 들어온 비서의 손에는 여러개의 쇼핑백과 커다란 캐리어가 들려있다.


_또 뭘 많이 사오셨네요?!

_골동품 시장에 들렀거든. 내가 환장하잖아.


고헌의 비서는 거실의 테이블 위에 그가 사 온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올려둔다.

추상화가 담긴 액자부터 작은 고가구까지 유명인들이 소장했던 물건들을 경매를 통해 싹 쓸어 왔단다.


_이건 클림트가 사용했던 재떨이고 이건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다이닝 세트. 그리고...


고헌은 들뜬 음성으로 거액을 들여 낙찰받은 물건들을 조심조심 들며 설명을 이어간다.

고선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 고헌의 기분을 맞춰줄 상태가 아니지만, 버릇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캐리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낡은 물건들을 보고 있다.

어.....

순간 알 수 없는 느낌에 휩싸이며 고선의 몸에 소름이 돋는다.

뭐지...

기분이 이상해....

오래된 나무 재질의 구둣주걱을 봤을 뿐인데....

표면의 질감이.... 뭔가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어.... 기분 좇같네...

고선은 구둣주걱을 집어 들어 앞뒤로 살핀다.

투박하게 깎은 나무 표면이 거칠다.

어....

이건.... 이런 느낌....

고선은 고헌의 수집품이 전시되어있는 응접실로 달려간다.

벽과 수납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골동품들을 이곳저곳 살핀다.


_이쯤에 있었던 것 같은데.....


고선은 수납장을 모두 열어 켜켜이 쌓여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헤집는다.


_아빠. 아빠.


고선의 비명에 가까운 부름에 고헌이 응접실로 달려온다.


_왜?

_아빠. 아빠. 여기 있던.... 여기.... 그...

_뭐?

_왜 있잖아요. 나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사 왔던....

_일본에서 사 온 게 한두 개냐?

_그러니까....

_뭐?

_탈이요.

_탈?

_네. 탈.

_탈?


고헌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일본에서 사 온 탈이라.

일본은 일년에 한 번 이상 가는 곳이 아닌가.

갈 때마다 뭔가를 잔뜩 사 왔었다.

그중에 탈이 있었나?


고선은 계모의 눈을 피해 고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계모가 관심을 보이며 뒤따른다.


_어머니. 손님 오시잖아요. 준비 좀 부탁드려요. 저희는 손님 오시면 할 얘기가 있어서.

_아. 그래??


계모는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다이닝룸으로 들어간다.


깊은 숲까지 고헌을 데리고 들어온 고선은 목소리를 낮추며 불길한 눈빛으로 말한다.


_나무를 깎아 만든 탈이요. 기억 안 나세요?

_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근데 왜?

_마스크맨이 쓰고 나온 탈이요. 그거 우리 집에 있던 거 아니에요?

_뭐?


고헌은 흠칫 놀란다.

뉴스에서 봤던 CCTV 속 마스크맨.

그가 쓰고 있던 탈.

하회탈의 일종인 별채탈이라고 아나운서가 소개했던 게 기억난다.

별채탈....

한국에서는 사라진....

언젠가 일본의 박물관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 탈....

게슴츠레한 눈에 커다란 광대뼈, 화살표처럼 아래쪽으로 향하는 코, 탐욕스러운 웃음을 흘리는 입.

성질이 사납고 포악한 기득권의 얼굴을 표현한 탈이라고 누군가 설명했던 기억이.... 어렴풋 떠오른다.

아... 그때 일본어로....

별채탈을 살 당시, 일본의 골동품 수집가가 했던 말이구나.

그래. 기억난다.

별채탈을 샀었다.

고필이 열 살쯤, 이었나?

고필이 직접 골랐던 물건이었다.


_고필이 사달라고 했던 거야. 일본에서.

_맞아요. 기억나요. 내가 징그럽다고 싫다고 했는데 오빠가 끝까지 사달라고 했어요.


고헌과 고선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른다.

흔든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설마....


_마스크맨이 고필이라는 거냐?

_그 새끼, 드론도 샀어요.

_근데 마스크맨은 잡혀서 재판 중이잖아.

_잡혔다고 했는데 콘서트장에 드론 테러가 있었잖아요. 경찰에서는 북한이라고 우기지만.... 난 아니라고 봐요.

_하아....


고헌은 이마에 손을 얹고 휘청한다.


_괜찮으세요?

_응. 평생 나를 괴롭히네. 그 새끼. 프랑스에는 사람 보냈어?

_네.

_제발 더 골치 아픈 일 생기지 않게.....

_네. 이따가 청장 오면 얘기 잘하세요.

_응.


**


한구역은 경찰청장과 단둘이 고헌의 집에 초대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태극 무궁화와 단둘이 태고그룹 회장의 집에 가다니....

이게 꿈인가.

내가 태극 무궁화를 손에 쥘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_내가, 내가 태극 무궁화를 달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길만 남은 거야~


한구역은 연신 흥얼거리며 운전 중이다.

그간 태고그룹에서 싼 똥을 닦고 다니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던가.

이정구, 박형사, 안인호, 강력반장, 채무까지....

아, 영춘 코치....

아무튼 아직 똥을 다 닦은 것도 아니고....

테니스 코치가 했던 말도 신경이 쓰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근데 그, 테니스 코치 놈은 뭘 믿고 그렇게 기고만장 한 거야?

하도 말을 잘하니까, 괜히 사람 주눅 들게 만들고 말이야...

내가 앞으로 태극 무궁화, 아니지, 대통령이 될 사람이야.

어디서 시건방지게....

그래도 일단 고헌한테 팽, 당하면 나는 망하는 거니까, 테니스 코치 놈도 붙잡고 있어야지.

그놈이 고헌의 치부를 많이 안다잖아.

고필하고 쿵짝이 잘맞다니까... 그럴수도 있지.

앞일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뭐든 잘 붙들자.


고헌의 집 앞에서 한구역을 기다리는 남자가 서 있다.


_주차장 어디에요?


한구역이 창문을 내리고 큰소리친다.


_키 주고 들어가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_아. 파킹 서비스.


한구역은 차 키를 비서에게 건네고 안내원을 따라 숲길을 걷는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_이게 집이야? 어!!! 사슴? 순록? 집에?


숲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는 어린 사슴을 보고 한구역이 놀란다.

안내원이 놀라지 말라며 빙긋 미소 짓는다.


_집에서 사슴을 왜 키웁니까?

_깨끗한 녹혈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_헐....


다이닝룸에는 고헌과 고선 그리고 청장과 한구역이 둘러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계모는 고헌의 지시로 외출하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을 거스를 방도는 없었다.


_소고기가 솜사탕 갔네요. 하하하.


한구역이 오버하며 웃어대자 고헌이 눈살을 찌푸린다.


_당 관리하는 사람은 솜사탕 안 먹죠.

_아. 네.


한구역이 고헌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숙인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오만 추잡스런 일을 다 하고 있는데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해?

네가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테니스 코치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어.

알아?

그 새끼가 나한테 너를 그냥 한 방에 보낼 계획이 있다고 했다니까!!!!

한구역은 스테이크를 질겅질겅 씹으며 속으로 투덜거린다.


_드론 테러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습니까?


갑자기 드론 테러는 무슨....

네가 뭔 상관인데.....?

한구역은 경찰이 해결을 못 해 골치 아픈 사건을 가십거리나 자신의 치부를 덮는 용도로 사용하려는 고헌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_국정원과 함께 수사 중이라 아무래도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_아니, 그게 그러니까. 진짜 북한 짓이냐고?!


한구역의 말에 고헌이 짜증을 낸다.

한구역은 어이가 없다.

지가 뭔데 짜증이야?!


_네. 아직 중국 쪽 수사가 진행이 안 되고 있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_거의 확실하다? 확실해야지?!!!


고헌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드론 테러 사건이 빨리 북한의 짓으로 마무리되고 마스크맨으로 기소된 놈들의 재판이 빨리 끝나야 고필이 한 짓을 감출 수 있다.

고헌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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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고추 24.07.25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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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앵무새 24.07.12 7 0 11쪽
62 TK 24.07.1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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