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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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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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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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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DUMMY

고선은 검은 수트 차림으로 허리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다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순간 오열하며 자리에 쓰러진다.

물론 연출된 상황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자세로 쓰러지려고 얼마나 연습했나...

어깨는 최대한 움츠리고 손목은 꺾인 채 늘어뜨려야 하며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반복한 연습의 결과 고선은 절묘하게 바닥을 구르며 정신을 잃은 척한다.

기자들은 단상으로 몰려들어 고선에게 카메라를 들이민다.


_찰칵. 찰칵. 찰칵.


**


고선의 기자회견 소식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전 세계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랑스에 체류 중인 고필과 영춘의 소재부터 파악해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그와 동시에 위험을 감지한 한구역은 경찰청을 몰래 빠져나와 전 재산을 현금화해 출국 준비를 서둘렀다.

한편 고등의 세미파이널 경기가 진행 중인 파리의 경기장 관중석에 있던 영춘은 휴대 전화로 기사를 읽으며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태고에서 마스크맨의 정체를 먼저 까발릴 거라곤 추호도 예상을 못 했다.


_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똥물 뒤집어쓰고 칼춤을 추겠다?!


영춘은 머리가 하얘진다.

태고 놈들이 지독한 건 알고 있었지만, 장남과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까지 버려버리고 돈을 택할 줄이야....

당장 경찰이 움직일 텐데....

이 난관만 넘으면 돈 길이 열리는데...

하아....


고등은 세미파이널에서 만난 영국 선수 리키의 변화구를 잡기 위해 순간이동 급의 속도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리키가 받아친 공은 코트를 한번 치고 공중으로 튀어 오른 뒤 브레이크를 한번 건 다음 방향을 틀어버린다.


_와우!!


문제는 그 누구도 공이 튀어 나갈 방향을 예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리키는 이 변화구로 프렌치 오픈에서만 10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도 우승 후보는 당연히 리키였다.

하지만 박고등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해졌고 급기야 리키와 박고등을 두고 내기 게임까지 등장했다.

리키를 응원하는 쪽은 아무리 박고등의 기량이 우수하다고 해도 리키의 변화구를 이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고 박고등을 응원하는 쪽은 리키의 변화구가 어느 곳으로 향하든 결국 박고등이 잡아낼 것이라는 의견이다.


리키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고등을 경계하기 위해 지금껏 노출 시키지 않았던 기술을 선보이며 두 번 꺾는 변화구를 경기에서 사용하고 있다.

고등은 공과 한 몸이 된 사람 마냥 미세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흡수해 변화구를 쫓아다닌다.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언제 턴을 할지 알 수 없는 공과 그 공에 집중해 섬세하게 움직이는 고등을 바라본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던 영춘은 정신을 차리고 접전상태의 리키와 고등의 경기에 집중한다.


_박고등!! 이겨야 한다!!


고등은 리키의 라켓을 맞은 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공과 제 몸 사이에 가느다란 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줄은 절대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코트를 종횡무진한다.


_툭.


보이지 않는 실이 끊어지는 소리다.

고등은 공의 턴을 놓치고 만다.

관중들은 탄식을 쏟아낸다.

랠리가 수없이 이어지다 찰나에 고등이 공을 놓쳤기 때문이다.


_I don't know who's going to win. (누가 이길지 예상이 안 돼.)

_Ricky has a lot of experience. It's hard to overcome that. (리키가 경험이 많잖아. 그걸 뛰어넘는 건 힘들지.)

_박고등!!! 이겨야 한다. 절대 지면 안 된다!!!


영춘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고등이 고개를 들어 영춘을 바라본다.

경기장에서 돌출행동을 하지 않는 영춘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_영춘 코치. 지금 불안해. 뭔 일이 벌어진 것 같네. 뭐지? 태고에서 터뜨렸나?


영춘은 궁지에 몰린 표정이다.

태고에서 터뜨렸다면 영춘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그런데 당장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나에게 이기라고 소리를 지른다?

내가 이겨야 영춘이 빠져나갈 수 있는 건가?

고등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졌다간 영춘이 선수들의 목숨을 담보로 장난을 칠 테고 이겼다간 영춘의 퇴로를 열어주게 되는 거라면....

하아....

일단 선수들을 살려야 한다.

질 수 없다.


고등은 리키가 넘긴 공에 집중한다.

관중들 눈에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공이지만 고등은 초 단위로 공의 움직임을 분석하며 함께 움직이는 중이다.


_공을 놓치면 안 돼. 집중하자.


리키의 공은 방향을 180도 틀어 다시 리키에게 돌아간다.

고등은 침착하게 한 발 앞으로 튕겨 나가 공의 속도보다 빠르게 라켓을 휘둘러 공을 쳐 낸다.

리키는 고등의 파워풀한 공을 쫓아가지만 놓치고 만다.


_Wow. He chased the ball forward and hit it. Amazing. (와우. 그는 앞으로 가는 공을 쫓아가서 쳤어. 대단해.)

_This is crazy. Racquet needs to be faster than a ball to hit a running ball!!! (미쳤다. 도망가는 공을 치려면 라켓이 공보다 빨라야 하는데!!!)


이후 고등은 리키의 변화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쳐내었고 파이널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 언론은 난리가 났다.

한국에서 처음 탄생한 그랜드 오픈 파이널 진출자!!!

테니스 불모지에서 일어난 기적!!!

체력, 기술 모두 서양 선수를 압도하는 고등을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단다.

테니스에 노관심이던 한국 사람들은 한밤중에 열리는 경기 때문에 잠도 포기하고 TV 앞을 지켰다.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SNS로 사방에 전달한다.

테니스 하나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상황이다.


**


프랑스 그랜드 오픈에서 결승 진출이 확정된 고등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체육관이다.

고등은 경기가 끝나고 슬쩍 살핀 SNS에서 고선의 기자회견 내용이 도배되어있는 상황을 파악한다.

영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자회견 단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무대 뒤에 대기 중인 고등은 자신의 뒤에 선 영춘을 슬쩍 돌아본다.

예상보다 평온한 표정이라서 더 불안하다.

무슨 꿍꿍이인 건지...

자포자기인가...

그럴 놈이 아닌데...


고등은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하고 스테프의 안내에 따라 단상으로 올라가서 의자에 앉는다.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고등에게 셔터를 눌러 댄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 단상 끝에 앉는다.


_Hello. Today, we will hold a press conference with Park, who is about to advance to the finals. Let's raise our hands and ask questions first. Let's first hear from Park and the coach. (안녕하세요. 오늘은 결승 진출을 앞둔 박 선수와 기자회견을 진행할텐데요.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기자부터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박 선수와 코치님의 소감부터 듣겠습니다.)


고등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둘러보고는 입을 떼는데 옆에서 마이크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_퍽. 퍽.


고등이 고개를 돌려 영춘을 쳐다본다.

영춘이 마이크를 끌어다가 입에 바짝 붙이고 말문을 연다.


_안녕하세요. 저는 우주고 테니스부 배영춘 코치입니다. 조금 전 태고건설의 고선 사장님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이 언급되었죠. 저는 이 자리에 해명을 하려고 나온 건 아닙니다. 박고등 선수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러 나온 겁니다. 박고등 선수 머리에는 칩이 하나 박혀있습니다. 그 칩의 컨트롤러를 제가 가지고 있고요. 경찰이 움직여 저를 건드린다면 저는 그 컨트롤러를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럼. 당신들 눈앞에 있는 박고등. 젊은 테니스 스타가 죽게 되죠. 그런 상황을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까? 선택은 당신들이 하는 겁니다.


회견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에 휩싸인다.

충격을 받은 기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영춘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아래로 내려간다.

기자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쏟아 낸다.


_What's a chip? (칩이 뭡니까?)

_Are you acknowledging the criminal charges presented by the Taego Group? (태고그룹에서 제시한 범죄 혐의점을 인정하십니까?)

_Did you take the player as a hostage? (선수를 볼모로 잡은 겁니까?)


기자들은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영춘을 쫓아 우르르 달려 나가고 단상에 혼자 남은 고등은 휴대 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태고 관련 기사를 검색한다.

고선이 기자회견장에서 쓰러진 사진이 먼저 뜬다.


_쇼를 했네. 영춘 코치는 유명해진 나를 인질로 잡고 버티겠다는 거고.... 버티다가 어쩌겠다는 거야?!


숙소로 돌아온 고등은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와 호텔 앞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SNS로도 수천 통의 메시지들이 날아오고 있다.


_우와. 꼼짝을 못 하겠네...


기자들 사이로 채화가 보인다.

고등은 채화에게 전화를 건다.


_엄마. 거기서 뭐 해요?

_너 어디야? 칩이 뭐야? 고등아? 걱정돼서 왔잖아.

_엄마. 길 건너편에 서 있는 내 차 보여?


채화가 고개를 돌려 고등의 차를 발견한다.


_응. 건너와요.


채화가 전화를 끊고 쏜살같이 길을 건너 조수석에 올라탄다.

고등은 차를 몰고 숙소 앞을 떠난다.


_고등아. 이게 무슨 일이야?

_엄마.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당장....


고등은 채화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려다 차라리 프랑스에 있는 게 안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_엄마. 내가 돈 줄 테니까, 프랑스에 더 있을 수 있어?

_더 있는 건 괜찮아. 회사에서 난리치겠지.

_회사는 관둬도 되잖아. 괜찮아.

_일단 나 찾아오는 건 하지 말고 여행 다녀요. 어디든.

_왜? 너 위험해?

_아니. 복잡하게 일이 얼켜 있어서 괜히 엄마도 복잡해질까 봐.


고등은 은행에 남아있는 1억을 쓰는 게 불편하지만 일단 빌린다 생각하고 채화에게 이체한다.

휴대 전화로 이체 알림음을 확인한 채화가 놀란다.


_1억?

_일단 그 돈으로 여행해요. 엄마. 내가 연락할 테니까, 여기서 내려요.

_같이 가면 안 돼?

_미안해. 조만간 같이 여행해요. 엄마.


채화는 아쉬운 얼굴로 길가에 내린다.

고등은 걱정스런 얼굴로 숙소로 향하는 채화를 바라보다가 핸들을 꺾는다.


숙소에 다시 돌아온 고등은 근처에 주차를 하고 기자들의 눈을 피해 건물 뒷편으로 향한다.


_테라스를 점프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네.


고등은 1층 테라스를 타고 올라 2층 테라스로 점프해서 올라간다.

그간 점프력과 팔 힘이 더 강력해져 누군가 고등의 허리에 줄을 묶고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것 마냥 쉽게 쉽게 점프해서 올라갈 수 있다.

화장실을 다녀오던 기자가 고등이 테라스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발견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해 언론사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Mr. Park's wall climbing skills that will make Spider-Man cry!!> 스파이더맨도 울고 갈 박 선수의 벽 타기 실력!!


조회 수는 순식간에 수천만을 기록한다.

사람들은 박고등에 열광하며 위험에 처한 그를 지켜야 한다며 사이트를 개설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편 숙소에 도착한 고등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거실에 모여든 사람들은 겁에 질린 얼굴이다.


_완전 전면전이야. 이러다 선수들 전부 위험지는 거 아냐?


반장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한다.


_일단 온라인상에서 박고등 형사님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여론이 이렇게 형성되면 경찰이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예요.


인호가 침착하게 말한다.


_그 다음은요? 그렇게 언제까지 질질 끌 수만은 없잖아요.


세마가 소파에 앉으며 말한다.


_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_영춘 코치가 가지고 있다는 컨트롤러를 훔치면요?


이석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든다.


_그게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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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살 길 24.07.31 9 0 11쪽
68 잘못 24.07.29 8 0 11쪽
67 고추 24.07.25 6 0 10쪽
66 독 안에 든 쥐 24.07.18 7 0 11쪽
65 또 골절? 24.07.17 8 0 10쪽
64 단단 24.07.15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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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TK 24.07.11 8 0 11쪽
61 탈? 24.07.10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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