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st. 차가움이 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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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야상곡
그림/삽화
제13야상곡
작품등록일 :
2024.05.25 19:29
최근연재일 :
2024.09.02 16:26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5
추천수 :
0
글자수 :
28,966

작성
24.05.25 19:35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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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얼음 장벽 - 1도.

DUMMY

“안녕!”


“...”


“응.”


뒤에서 들린 여자 목소리.


인사를 했으니, 답을 했을 뿐인 상황.


“근데.”


쭈그려 앉아 있는 나의 뒤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80% 정도의 호기심으로


소녀는 허리를 굽히며 질문했다.


“...”


아직 서로의 얼굴은 몰라.


침묵이 만들어준 나약한 시간.


바닥의 웅덩이를 통해 소녀의 얼굴을 클로즈업.


소녀가 허리를 숙이니 각도가 딱 맞아떨어졌다.


“응?”


아차.


4초가 넘어가면 어색하던 걸 까먹었어.


“그냥.”


“물을 마시려고.”


말하면서 자세히 저장되는 모습.


주황빛 눈.


엉덩이의 윗부분까지 내려오는


긴 검정 머리카락.


음.


보고 생각나는 건.


감귤?


뭔가 시골에서 볼 거 같다고 말하면


그건 도시 감귤에게 실례일려나?


“물?”


“그거 바닥에 고인 물인데.”


?


작은 웅덩이..? 아니었나.


쭈그려 앉은 지 2분.


그럼에도 멀쩡한 건 전부 나이빨이지.


어른들은 죄다 골골거리니까.


나도 그렇게 되는 걸까?


“웅덩이일 수도 있잖아.”


“..?”


작은 손바닥.


4개 정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


그것으로도 전부 가려질 정도의.


“근데... 누가 봐도 그냥 빗물 아니야?”


“너무 작잖아.”


“...”


“그런가.”


다시 돌아와서.


이런 무신경한 대답이 나온 것은


난 아직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


이쪽에서도 보이면


저 애도 내가 보이는 걸까.


“...”


자기 얼굴을 떠올리자.


아.


지금 눈에 힘이 너무 없는데.


어딘가 흐리멍텅하고


초점이 없어서.


“바보 같겠네.”


“뭐??”


아.


무심결.


“아.”


돌릴 말을 생각해야.


“그게.”


다시 주제였던 웅덩이르..


아니 파인 땅을 응시.


“...”


“누가 봐도 빗물이 고인 건데.”


“이걸 웅덩이로 보고 있었던 게.”


“그게 바보 같아서.”


“음...”


실패한 변명이었나.


이번엔 소녀의 침묵.


“...”


침묵을 하는 건 나름의 배려이지만


침묵을 하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거 같아.


...


슬슬 눈치를 본다.


..?


왜지?


눈치를 볼 정도의 인연이었나.


아직 마주 본 적도 없는데.


흠.


맞아.


지금 떠나도 이상할 거 하나 없지.


이상한 놈은 있었겠지만.


별난 일이었네~


하며 잊을 수 있게 생겼으니까.


“아아..? 그런가?”


11초.


소름 돋을 수도 있겠지만


습관으로 새는 침묵의 시간.


작은 머리로 이리저리.


고민의 결과는 횡설수설.


“?”


“네가 그랬잖아.”


“누가 봐도 고인 물일 거라고.”


“아.”


“...”


다시 다물어 지는 입.


잘 못 본 건가.


생각을 하고 말하는 성격은 아닐 줄 알았는데.


외모로 사람을 파악하는 습관은


악습으로 지정하도록 할게.


실수했어.


“아니~ 그냥.”


“지금 보니까 웅덩이 일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헤헤.


멋쩍은 웃음.


“...”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곤란하면 그냥 떠나버리면 되잖아.


“근데.”


“이렇게 작은 웅덩일 넌 본 적 있어?”


네 의견을 역질문.


“응..?”


“아니...”


흠.


그럼 그렇지.


흥미가 끝났고


이젠 떠날 시간.


항상 들어왔던 소리.


재미없는 놈.


“...”


뭐.


누굴 재미있게 만든다는 목적은 없었어서


별 상관은 없었지만.


나랑 대화하면서 그 누구도


빵 터져본 사람은 없다는 점.


이건 인간으로써 조금 충격이야.


그래.


이제 가도 돼.


“근데...”


“?”


“입구만 쫍은 걸지도 모르잖아!”


“음...”


나름 일리는 있지만.


“사실 밑바닥에는 엄~~청 큰 수중도시가 있을 수도 있지!”


슥.


한 발짝 더.


“거기에는 수중 버스도 있고.. 그리고 극장도...있.”


그만.


“근데.”


헛소리는 빠르게 차단.


“그럼 어떻게 확인하지?”


“...”


한층 더 날카로워진 눈빛.


“그...”


“손...을 너 보면 되지 않을까..??”


“?”


생각보다 간단한 답.


“...”


“좋아 그럼.”


쑤욱!


“?! 잠깐!”


대신 해볼 것도 아니면서.


놀라긴.


언제나 말은 쉽다.


“안 그랬어도 되는데...”


미안한 마음.


괜한 말이었나 하고


후회가 탄생하는 과정.


“괜찮아.”


용서하는 건


“나도 궁금했거든.”


언제나 재밌어.


“...그래.”


...


손목까지 부드럽게 입장.


턱.


무언가에 막혀 정지.


“흠.”


역시 단순한 구멍이었나.


“다 들어간 거야..?”


뭐 용서는 했다만


이렇게 빨리 감정을 잊어버릴 줄은.


“어.”


“뭔가 막힌 거 같은데?”


호기심은 역시 알고 볼 일이다.


“!!”


“혹시 정말 수중도시인 거 아니야??!!”


“아니 막혔다ㄴ..ㅣ...”


“그니까!!”


하하.


잔뜩인 얼굴.


흥분에 나도 모르게 모인 양 팔.


그 펄쩍임이 물결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원래 그런 수중도시들은 입구가 단단해!”


“그...그..! 철문 같은 걸로 막혀있잖아!”


음?


“그야 물 속에선 바닥이 천장이니까~!”


우리의 바닥이 천장이라.


물 속 시민들은 속 편한 사람들만 있나 보네.


그들을 물고기 보듯 하는 시선도


실은 사람이어도 같을 거니까.


“그럼 철문은 어떻게 열어야 하지?”


“잠겨있다면 열쇠가 있어야 되는데.”


열려라 참깨!!!


마음으로 외친 주문.


느낌표 3개는 개뿔.


천만 개가 있어도 안 열리게 생겼구만.


“그냥 한번 쭈~욱 밀어 봐!”


“철문이어도 대문같이 밀릴 수도 있어!”


“...”


“그럴 수도.”


열쇠공들의 딜레마.


따이지 않는 완벽한 문을 만들려면.


열쇠가 없어야 되니.


그럼 우린 무슨 쓸모인데!


푸욱.


커억!


심장이 열린 전문가.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


열쇠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거든.


그들에게 안식을 주듯


철문이라 굳게 믿고 바닥을 밀었다.


“!?”


숙.


쑥!


“어어?!”


점점 밀리는가 싶더니.


무언가가 열린 것처럼


빠져버린 손.


중력에 도움을 받아


하마터면 머리를 박을 뻔했어.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어깨에.


“와! 봐봐~ 내 말이 맞았지!!”


소녀의 기분은 피크.


하하.


저렇게 신이 난 모습을 보니


실수하듯 빠져나온 실소.


이젠 현실을 보여줄 차례.


“분명!! 커다란! 수중.. 도시가....”


천천히 빠져나오는 손을 보며


뭉개지는 소녀의 말.


“어...”


손을 들고 무언의 말을 전하는


진흙투성이가 먹은 오른팔.


“아무래도 아쿠아리움은 아닌 거 같네.”


“어. 응...”


“그러게...”


헤헤...


머릴 긁적이며.


“!”


아차 싶었는지.


“그 내가 닦을 거라도.. 가져올..”


“아냐.”


됐으니까.


이제.


그만 가줬으면.


“내가 혼자 씻을게.”


“...”


“응...”


끝.


...으로 끝나 버리는 대화.


이건 침묵이라고 생각 안 해.


그렇게 되면 내가 너무 불행한 거니까.


“저기.”


“...”


“왜.”


미안했어.


그럼 가볼게.


이 정도가 깔끔한 결말 같아.


누군가가 떠나고


혼자가 되는 것.


익숙해지는 순간 인간은


뇌가 망가진다고.


의사의 처방은 그러했다.


그래서


미련조차 생겨날 수 없도록.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지 않았어.


눈을 피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


세상에서 눈을 돌리는 게.


그게 익숙해져서


망가지는 방향감각.


“...”


추운 날.


거리를 떠돌다 잠든 길.


눈도 내리는 게 누군가에겐


행복의 결정.


그대로 얼어서


얼음이 된다면


무언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적어도


눈은 멈춰 있었겠지.


아무리 돌리고 싶어도.


또다시


누군가를 마주한다 해도


감아지지 않아서 추억될


기억.


온도.


그리고 인사.


그 정신 나간 파노라마의 사이에서


“안녕?”


넌 상당히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어.


작가의말

[ Accost ]


시작의 다른 말을 처음으로 꾸며도 되나.


둘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악동.


추위의 추억을 기억할 겨를.


여유의 시선은 때론 선명한 게,


역시


얼ㅏ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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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ost. 차가움이 스는 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식어버린 철기 식기. 24.09.02 5 0 7쪽
9 동결된 비디오 테이프. 24.08.18 5 0 8쪽
8 쌀쌀한 마을 거리. 24.05.25 7 0 8쪽
7 안약도 눈은 시려서. 24.05.25 6 0 6쪽
6 서리가 낀 풍경화. 24.05.25 5 0 8쪽
5 오전도 온도가 낮다면. 24.05.25 3 0 7쪽
4 겨울 하늘 지하도. 24.05.25 4 0 7쪽
3 정지, 여긴 이제 추워. 24.05.25 3 0 7쪽
» 얼음 장벽 - 1도. 24.05.25 7 0 7쪽
1 [프롤로그] 살이 시렸던 일몰. 일출? 24.05.25 11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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