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st. 차가움이 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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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야상곡
그림/삽화
제13야상곡
작품등록일 :
2024.05.25 19:29
최근연재일 :
2024.09.02 16:26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6
추천수 :
0
글자수 :
28,966

작성
24.05.25 19:45
조회
7
추천
0
글자
8쪽

쌀쌀한 마을 거리.

DUMMY

고작 그런 걸로 되는거야..?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런 나를 지나치지 않고


"왜. 맘에 안 들어?"


할은 내게 다시 한번 물어 봐주었다.


"아.. 아니."


꿀꺽.


"믿을게.“


별다른 준비 없이.


점심시간 옥상의 대화를 마친 직후.


우린 곧장 길을 걸었다.


”그래. 그럼.“


미안.


할.


너를 탓할 일이 아닌데.


이런 억지도


전부 받아줘서.


의심해서는 안 될


그런 입장인데.


”...“


불안한 마음은


남을 불안하게 해서 더 힘들다.


만약


내가 그런 부탁을 받았다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케디.]


이젠 이 이름이


빛을 바라기도


머지 않았는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


든든하진 않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


마음을 내어줘 버릴 거 같다.


그런 할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커보였다.

------------------------------


...


울창한 숲 같던 도시를 지나.


한적하지만 세련된 어느 건물에 도착.


"음..."


철 구조물의 간판을 보고 있다.


"여기 맞지?"


난 고개를 돌려 케디의 얼굴을 확인했다.


”응..“


무언가 답답한 얼굴


그리고 목소리.


...


”하..“


대체 왜 불안해하는 거지.


처리하는 건 난데.


그런 그녀를 보며


슬슬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이미 빙빙 돌고 있는지도 몰라.


케디가 내게 하는 부탁이


얼마나 정신 나갔는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케디의 아빠는


얼마 전에 파산한 회사의 직원이었다.


그리고 더는 견딜 수 없는 핍박과 부채에


그만 모든 걸 내려놓고 말았다.


일을 이렇게까지 만든 건


바로


”K’les“


지금 우리의 앞에 있는


더럽게 덩치 큰 건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나는]


”저기 할..?“


”!“


”어. 왜?“


”무슨 생각해?“


”아.“


”아니 그냥.“


건물의 위를 바라보며


”좀 어지러워서.“


”...“


내 답에


케디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동료가 위험에 빠지면


힘을 각성하는 뭐 그런건가?


”후우..“


아무튼.


”빨리 끝내자.“

--------------------------


"들어오시면 안됩ㄴ!..."


탕!


사람들은 시간을 몰라.


그러니까 당하는거야.


"!!!"


무언가에 맞은 듯


가슴 쪽에 손을 갖다 대는 경호원의 앞에


검정색 권총의 연기가.


그러나 그는 곧장 깨닫게 되었다.


그 어떠한 공격도 받지 않았다는 걸.


”지금 뭐하는 거야!!!“


경호원의 호통.


아마 꼬맹이들의 장난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다.


씨익 씨익.


불규칙한 보폭.


어른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


”할.. 안되면 그냥..“


”...“


괜찮아 케디.


의심하는 것 보다


더 두려운 건.


날 믿는거야.


정체 모를 이상한 사람.


그거면 충분해.


”잘 봐 케디.“


”어떤 식으로 시간이 멈추는지.“


툭.


힘 없이 떨어진 총.


그런 거 필요 없다는 사실.


우린 알고 있잖아.


”...“


주머니에서


익숙한 커터칼을 꺼내고.


쓰윽.


”..!!“


케디의 귀에 속삭였다.


”어떡할까?“


당황한 채 정면을 응시하는 케디.


”네가 말해줘.“


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저들도 그곳에 있었니?“


”...“


지금은 그저 기다릴 뿐이야.


뒤따르는 검정 무리가


배경이 된 한 장면.


"아..."


"응."


한명 한명.


모든 경호원의 얼굴을 확인한 케디의 대답.


”그래.“


”...“


”너!! 당장 손에 든 거 버려!!!“


철컥!


동시다발로 모이는 포인트.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쓰윽.


가볍게 올리는 손으로


"!!"


케디의 시야를 빼앗고.


여전히 지직거리는 소음에 맞서.


말을 이어갔다.


"그들에겐 권한이 있었을까."


"모두의 시간 위에 서 있을 자격이."


...


"언제나 다수를 상대하는 건 선인 같아."


찡그린 인상으로 허리를 핀다.


"그래서 기분이 늘 꺼림직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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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Scene ]


철컥.


켜지는 플레이리스트.


감미로운 재즈풍 운율은


케디의 겨울을 낚았다.


"..."


좋아.


푸근해.


따뜻한 이불 속에.


첫눈을 햇빛 삼아


취하는 선잠.


그곳에도 분명.


여름은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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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ke 1 ]


"흠."


들판에 피어나는 꽃들에


피가 흩뿌려진다 해도


그림은 미술관에 걸려있겠지.


그 피가.


아주 인상 깊은


죽음이라면 더욱이.


쓰러지는 건물을 받드는 여인은


누구의 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


[ Take 2 ]


"후."


스윽.


들어간 칼날에 맞게


부드럽게 썰리는 스테이크.


소중한 정장에


핏기는 마음 아프니 두른


손수건.


매너 있는 손짓으로 와인을 주문한 뒤.


앞에 있는 여인과 건배를.


"짠."

-------------------------------


[ Take 3 ]


드륵.


드르르륵.


트득!


이상하리만큼 돌아가는 기계.


그곳에서 나온 건형의 디저트.


뒤를 돌지 않아도 보이는


끝없는 줄.


내 앞의 소녀는 그걸 건네 날 주었어.

-------------------------------------------


[ Take 4 ]


"크흠."


그렇게 지나간 멜로디는


가히 명작.


환영받을 환상에


빠져.


이름을 잃은 그 순간.

------------------------------


[뚝.]


...


"케디."


현실로 돌아온 두 사람.


음악이 꺼지고


남은 먹먹함이 채운 공간에


할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야 소녀는 눈을 뜨고.


"응..?“


풀썩.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은 그녀의 앞에.


"잘 기억해야 해."


아직 끝맛이 남은 슬로우 탬포를 떠올리는 케디.


멍한 눈과


흐려진 판단.


“이곳에선”


"우리가 악당이니까."


"응?"


물어볼 틈도 없이.


툭.


손을 풀어낸 칼날과


쓰러지는 사람.


“어..! 어!!”


당황으로 활짝 벌린 팔에


푸욱.


다행이도 끌어 안을 수 있었다.


“할...”


걷히는 시야로 보이는


상처 입은 몸.


갈라진 피부보다 더 마음 아픈 건


잦은 떨림에도 감지 않는 눈.


그러다 마주치면 지긋이 내리고


웃어주는...


“...”


아아.


이런 결말이구나.


하며.


할이 죽인


선인들의 그림을 되돌아보았다.


...


이젠 침묵이 의미가 없어진 걸.


하고 싶은 말과


미래가 생겼으니.

-------------------------------------


[ End. ]


"있잖아..."


"어."


케디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따가..."


후훗.


"같이 데이트 할래?"


"레스토랑으로."


...


그녀의 마지막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


데이트라니.


이거 참


“그래.”


어렵네.

---------------------------------------


“늦었어.”


걱정보단 통보같은 느낌.


“그래서?”


“포기하라는 거야??”


살짝 욱.


“아니.”


무너지는 끝음을 끊어내듯


단호하고 간결하게.


“자라고.”


“...”


“그건 내가 알아서..”


스윽.


툭욱 툭..


옆자리의 먼지를 턴다.


밤하늘을 말 없이 보기 시작한다.


“!!”


“왜.”


“같이 앉으면 안돼?”


“아니...”


...


왜.


같은 또래인데.


이렇게 어른같이 느껴지는 걸까.


대체 어떤 차이가 있길래.


“내일로 도망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


천천히 조금은 풀어지게.


“더 힘들어진 오늘이 찾아와서 물어볼 거야.”


“그래도 어제보단 나았지??”


“라고.”


“...”


“어이없지.”


“힘들어서 죽겠는데 말야.”


쭈욱.


손바닥을 모으고


별을 향해.


그것을 밤을 원하는 것이 아닌.


지내기 위한 것.


그렇게 단단한 손으로


하늘을 막아본다.


아름다운 별 하나를 못 보게.


미련은 그렇게 빛나니까.


“그러니까 자라는거야.”


“적어도 잠에 들면”


“그런 개소리는”


“!”


“잠꼬대로 넘길 수 있잖아?”


철 없이.


작가의말

[ Accost ]


맥 없이 쓰러진 물.


허둥지둥 당황하자


현인이 말했다.


"그러니까 맛 없지!"


꿀꺽꿀꺽.


음.


"이것도 나쁘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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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식어버린 철기 식기. 24.09.02 5 0 7쪽
9 동결된 비디오 테이프. 24.08.18 5 0 8쪽
» 쌀쌀한 마을 거리. 24.05.25 8 0 8쪽
7 안약도 눈은 시려서. 24.05.25 6 0 6쪽
6 서리가 낀 풍경화. 24.05.25 5 0 8쪽
5 오전도 온도가 낮다면. 24.05.25 3 0 7쪽
4 겨울 하늘 지하도. 24.05.25 4 0 7쪽
3 정지, 여긴 이제 추워. 24.05.25 3 0 7쪽
2 얼음 장벽 - 1도. 24.05.25 7 0 7쪽
1 [프롤로그] 살이 시렸던 일몰. 일출? 24.05.25 11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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