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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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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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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누구나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을까?

갑자기 내가 사는 이곳이 판타지 세계처럼 변한다던가, 내가 판타지 세계로 끌려간다거나 하는 상상.

장르문학을 읽어봤거나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막연히 판타지 세상에 대한 로망이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매일 회사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고, 단순히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만으로도 돈이 벌리고 레벨이 오르는 세상.

집안, 학벌, 재력 이 모든 것들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레벨로만 평가받는 세상 말이다.

그런 꿈같은 세상을 그리며 나는 오늘도 출근하는 만원 버스 안에 몸을 실었다.


Lv. 0 GAME START (1)


2024년 여름.

지구는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장르문학에 흔히 등장하는 게이트나 탑이 생겨난 것도 아닌데 세상에는 어느 날 갑자기 몬스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몬스터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몬스터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접촉을 최대한 피하라는 방송을 연일 내보냈다.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드디어 세상이 변화하게 되었다며 반기는 부류는 극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돌연변이 몇 마리 때문에 유난스럽게 군다며 무시했다.


몬스터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환경 오염이 초래한 돌연변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했다.


새로운 생명체의 등장에 잠깐 타올랐던 관심은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 들었다.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바이러스를 겪은 사람들에게 특이한 동물 몇 마리 생긴 것은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짤막한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형님들, 이거 슬라임 아님?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에는 커다란 물방울 모양의 반투명한 초록색 물체 무리가 통통거리며 시골길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영상은 제법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영상 아래는 대부분 글쓴이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님, 주작 ㄴㄴ

-CG임? 잘 만들었네. 추천 박고 감.

-ㅋㅋㅋㅋㅋ 진짜면 내 오른 손모가지 검.

-주작 아니고. 어제 시골 갔다가 본 것임.

└다른 동영상도 있음 믿어준다. 대신 10분 내로 올려야 함.

└ㅋㅋㅋㅋ 10분 안에 만들면 거짓말이어도 인정.

└게임 그만해라.


그리고 댓글들을 저격하는 내용의 제목으로 두 번째 동영상이 올라왔다.


-주작이라고 했던 새끼들 다 손모가지 가져와라.


두 번째 동영상은 조금 더 시간이 길었는데, 이번엔 글쓴이가 슬라임이라고 주장하는 물방울 무리가 한 강아지와 시비가 붙었는지 대치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은 몰려든 물방울 무리가 강아지를 잡아먹는 것으로 끝이 났다.


첫 번째 영상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빠른 속도로 퍼진 두 번째 영상은 여러 사이트에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를 갈았누.

-뭔가 첫 번째 거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거 같은데?

└응. 아니야.

-헐. 강아지 불쌍.

-혐 표시 좀.

-그래서 저기가 어딘데? 형 랩업 하러 간다.

└님 파티 하실? 나 저기 어딘지 암. 우리 할머니네 근처임.

└게임 그만해라.

-아직도 슬라임 잡고 다니냐? 형은 이제 고블린 잡는다.

└컨셉 뭐임? 현실을 사세요.

-나 영상 제작 관련해서 일하는 사람인데 저거 CG아님.

└네. 다음 전문가.


영상과 영상으로 만든 짤들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게시물에서 영상이 갑자기 차단 되거나 삭제되기 시작했다.


-뭐임? 영상 왜 차단됨?

-헐. 진짜인 거 아니야?

└음모론 ㄴㄴ

-강아지 죽는 부분 때문에 차단된 듯.

└그런 걸로 차단 되냐?

└솔직히 혐이긴 했음.

-나 영상 받아놨는데, 필요한 사람들 말해라. 공유 가능.

└11111

└2222

└3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가슴속에 청개구리를 한 마리씩 키우고 있었고, 투쟁으로 얻어낸 민주주의의 숭고함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민족이었다.


다시 말해, 하지 말라는 건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해내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언론을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영상과 짤을 퍼트렸고, 결국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5위라는 대업을 이루어 냈다.


‘강원도 슬라임’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오르게 되자 커뮤니티를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호기심에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화젯거리를 이용해 돈과 조회수를 올리는 SNS 계정과 너튜브에서 진위를 밝히겠다며 퍼트린 영상의 파급력까지 더해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각종 사이트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영상들이 새롭게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이를 잡아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와 감자칩을 산 정한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지 않은 손에 핸드폰을 들고 평소 자주 들어가던 익명 게시판을 훑어봤다.


“진짠가?”


요즘 그의 관심은 온통 강원도 고성의 어느 시골에서 발견되었다는 슬라임이었다.

평소 조용하고 세상일에 관심 없는 듯 무심해 보이는 정한은 사실 판타지 덕후였다.

금요일 저녁인 오늘도 집에서 캔맥주나 마시며 어릴 때부터 즐겨하던 온라인 PC 게임을 주말 내내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술 한잔하지 않겠냐는 여자 동기의 제안을 거절하고 서둘러 집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집에 도착한 정한이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컴퓨터를 켰다.

오래된 컴퓨터에서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게임 로딩 화면이 나올 때까지 핸드폰으로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그는 게임 BGM이 웅장하게 깔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핸드폰을 내려놓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100억채권자(귓속말) : 형. 그 영상 보셨어요?

윤전사(귓속말) : 뭐? 강원도 슬라임?

100억채권자(귓속말) : ㅇㅇ

윤전사(귓속말) : 그거 진짜냐?


접속하자마자 그에게 귓속말을 걸어온 건 같은 길드에 있는 친한 동생 진호였다.


100억채권자(귓속말) : 저 강원도 살잖아요.

윤전사(귓속말) : 그랬냐?

100억채권자(귓속말) : ㅇㅇ. 근데 저도 봄.

윤전사(귓속말) : 구라치지마 새끼야.

100억채권자(귓속말) : 진짜임. 제가 리네로 영상 보내드릴게요.


그와 동시에 정한의 핸드폰이 울리고 메신저인 리네에 영상이 도착했다.

영상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슬라임들이 밭을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진호인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까지 녹음되어 있었다.


100억채권자(귓속말) : 형. 내일 필드 사냥 가실래요? ㅋㅋㅋ

윤전사(귓속말) : 야 ㅋㅋ 나보고 강원도까지 오라고?

100억채권자(귓속말) : 제가 얘네를 데리고 서울로 갈 순 없잖아욬ㅋㅋㅋㅋ

100억채권자(귓속말) : 길마형도 오기로 함. 길마형 차 타고 같이 오세욬ㅋㅋㅋㅋ

윤전사(귓속말) : 잠만ㅋㅋ 일단 물어는 볼게.


동생과 대화를 마친 정한은 바로 길드 마스터인 규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어. 왜?

“내일 진짜 백억이네 가십니까?”

-어. 너도 들었냐?

“어.”

-야 잘됐다. 너도 같이 가자. 우리 와이프도 가거든? 근데 그럼 탱커가 없어.

“아니. 무슨 진짜 필드 사냥 가는 것도 아닌데 탱커가 왜 필요해. 그리고 실물로 보면 형이 탱커지. 난 실물로는 거의 마법사라고.”

-야이씨. 나처럼 가녀린 탱커가 어딨냐. 그리고 가서 아니면 가서 같이 피시방 가면 되지. 간만에 진호도 보고, 술도 한잔하고. 내일 우리 9시에 출발할 거거든? 너네 집까지 15분밖에 안 걸리니까 준비하고, 아파트 단지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라잉.


낄낄거리며 통화를 마친 정한은 다시 게임 앞으로 돌아왔다.


윤전사(귓속말) : 백억아.

100억채권자(귓속말) : 넵. 형님.

윤전사(귓속말) : 내일 필드 사냥할 때 힐 잘해라.

100억채권자(귓속말) : 넼ㅋㅋㅋㅋ


갑작스럽게 잡힌 약속이었지만, 워낙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이들이라 딱히 부담감은 없었다.

정한은 평소처럼 일일 퀘스트를 하고 레이드를 몇 판 하고 난 뒤 보통의 금요일보다는 조금 일찍 잠에 들었다.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정한은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네.”

-내가 너 자고 있을 줄 알았다. 우리 30분 뒤에 출발할 거니까 대충 씻고 시간 맞춰서 나와라.

“어. 천천히 와.”


잔뜩 잠긴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은 정한은 핸드폰에 찍힌 시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양반은 나이 먹더니 아침잠이 없어진 건가?”


9시에 출발한다더니 지금 시간은 오전 7시였다.


두 시간이나 당겨진 출발시간에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정한은 대충 세수와 양치를 하고 1박을 할 수 있는 짐을 쌌다.

짐이라고 해봐야 속옷과 양말, 세안 도구가 전부였기에 그의 소지품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사방으로 뻗친 머리를 눌러주는 검은색 캡 모자를 대충 눌러쓰고 아파트 단지 앞 대로에 서서 기다린 지 5분도 안 돼서 규태가 검은색 SUV 자동차를 타고 나타났다.


“어. 빨리 타라.”

“안녕하세요. 형. 형수님, 오랜만에 봬요.”

“네. 얼른 타요. 아침은 먹었어요? 우린 안 먹어서 김밥 좀 샀는데, 드실래요?”

“네. 잘 먹겠습니다.”

“것 봐. 내가 쟤 절대로 거절 안 한다고 했지?”

“알았으니까, 오빠는 앞이나 좀 제대로 보면서 운전해.”


뒷자리에 널브러지듯 앉은 정한은 여전히 사이가 좋은 부부를 쳐다보며 김밥을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규태와 희주 부부는 게임에서 만나서 결혼까지 한 보기 드문 게임 커플이었다.


십 년 전 처음 게임 정모에서 둘을 만났을 때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커플이라 금방 헤어질 줄 알았는데 벌써 결혼한 지 올해로 칠 년 차 부부였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요즘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게임에서 매일 보는데 뭘 또 봐?”

“원래 잘생긴 사람은 주기적으로 봐줘야 해. 오빠가 매일 너튜브로 여돌들 보는 거랑 비슷한 거지.”

“내가 또 언제 여돌을 봤다고 그래. 난 우리 여보 보는 것만으로도 바쁜 사람이야.”

“오빠. 너트뷰 아이디 나랑 공유하고 있는 거 알지? 요즘 피드에 그렇게 여돌이 뜨더라?”

“크흠. 큼.”

“여전히 사이좋으시네요. 저는 좀 잘게요.”


정한은 익숙한 둘의 사랑싸움을 보며 세 시간가량 남은 긴 시간을 잠으로 때우기로 했다.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잠들어 있던 정한은 자신의 다리를 잡고 흔드는 규태의 손길에 눈을 떴다.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그를 쳐다보자, 규태가 허겁지겁 창밖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야야. 정한아. 빨리 일어나서 저기, 저것 좀 봐봐.”

“왜요. 뭔데 이렇게 호들갑이에요?”


눈을 비비며 정면을 바라본 정한의 입은 턱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그들의 눈앞을 지나가고 있는 생명체들은 아프리카들소 떼처럼 줄지어 고속도로를 횡단하고 있는 슬라임 떼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지구에서 최강 플레이어로 인사드립니다.

판타지 세계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 정한이의 모험담을

즐겁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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