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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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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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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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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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15 솔로 플레이어 (3)

DUMMY

Lv. 15 솔로 플레이어 (3)


장난감처럼 작아진 시골 마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하늘과 땅을 온통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노움 자식. 제일 좋은 명당자리에 앉아있었던 거구만?’


피식 웃은 정한은 마지막으로 주변 풍경을 한 번 더 둘러보곤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수십 미터 아래로 뛰어내린 정한의 발이 채 땅에 닿기도 전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반경 10㎞의 주변 지형을 모두 파악하여 미니맵이 완성되었습니다.]

[미니맵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급하게 튀어나온 바위를 붙잡고 허공에 멈춰 선 정한이 눈앞의 알림창을 다시 확인했다.


‘미니맵? 높은 데서 주변을 봐서 생긴 건가? 확인 해 봐야겠다. 미니맵!’


속으로 미니맵을 불러내자, 반투명한 황토색 바탕에 지역 이름과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가 나타났다. 정한의 위치가 밝게 깜빡거리며 표시된다는 것과 왼쪽 위 끝에 이상한 숫자표시가 되어있는 것만 빼면, 지도 오른쪽 아래 끝에는 축척이 쓰여있는 부분까지 일반 지도와 크게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대충 지도를 확인한 정한은 바위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마저 아래로 떨어졌다. 노움이 앉아있던 절벽 바로 아래로 계곡이 가깝게 이어져 있었던 덕에 정한은 매우 빠르게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정한은 이리저리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된 옷을 계속 입고 있을 수 없어서 노부부의 옷장을 잠시 빌리기로 했다.

무난한 반소매 티와 청바지 몇 벌, 아직 뜯지 않은 속옷 5개 들이 한 상자를 챙긴 정한은 어차피 기왕 뒤진 김에 냉장고까지 뒤지기로 했다.

노부부의 냉장고에서 김치 두 종류와 쌀, 밑반찬 몇 개와 식료품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인벤토리가 가득 찼다.

대충 쓸만한 것들은 다 챙겼다 싶은 정한이 2층 창문을 통해 제 숙소로 돌아왔다.


이만큼 피를 흘리고도 멀쩡하단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옷은 말라붙은 피로 검붉게 얼룩져 있었다. 피가 엉겨 붙은 탓에 옷이 잘 벗겨지지 않아 정한은 옷을 입은 채 핏물을 씻어내야 했다.


정한은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잔뜩 넣은 김치찌개를 끓였다. 노부부의 냉장고에서 털어온 김치와 지난번에 구워 먹고 남은 고기로 끓인 것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해.’


티브이에서는 이 세계 전문가랍시고 모아 놓은 웹소설 작가들이 앞으로의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 서로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한바탕 떠들고 있었다.


‘벌써 금요일이네. 일주일이나 지났구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갑자기 생겨난 몬스터들과 튜토리얼, 그리고 정식 서비스 오픈이랍시고 벌어진 대학살까지.

정한은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더라면 믿지 못했을 현실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

이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이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하다고 하나 보다.


쓸데없이 감상적으로 되려는 머리를 흔들며 현실로 돌아온 정한은 아까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미니맵을 불러냈다.


‘이게 뭔지 궁금했단 말이지.’


왼쪽 위 끝 구석에 자리 잡은 ‘1~33’, ‘34~41’. ‘42~50’, ‘50~???’으로 나뉜 숫자들 앞에는 각각 회색,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의 네모 표시가 되어있었다.

오른쪽 위 끝에는 조그맣게 ‘+’,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지도의 크기를 줄이고 늘일 수 있는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지도를 제일 크게 확대해 본 정한은 갑자기 지도위에 나타난 회색 점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설마 몹 위치까지 표시되는 건가? 그럼, 진짜 대박인데?’


정한은 지도에 표시된 파란 물줄기를 따라 즐비한 회색 점들을 보고 거의 확신했다.


보통 게임에서는 튜토리얼부터 이어지는 연계 퀘스트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게 된다. 그러니 아무리 게임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냥 얌전히 퀘스트를 따라가기만 하면 적정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서 손쉬운 레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튜토리얼도 완료하고 난 다음에야 ‘있었습니다.’ 하고 알려주는 마당에 그런 친절한 퀘스트가 존재할 리 없었다.

레벨에 맞는 사냥터를 안내해주는 퀘스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몬스터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는 거의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정한은 확대한 지도를 이리저리 움직여 가며 점들의 색을 확인했다. 미니맵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장소 중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점들이 있는 곳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았다.


‘내일은 저기 가봐야겠다. 차가 있으면 좋겠는데······.’


정한은 유일한 교통수단인 제 다리를 한번 쳐다보고는,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이 주변에서 최대한 레벨을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혼자 게임을 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한은 밖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지는 새벽 네 시 반부터 숙소를 나섰다.

제법 멀리까지 가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펜션에 있던 버너와 전날 먹고 남은 김치찌개도 인벤토리에 챙겼다.


밖으로 나온 정한은 미니맵을 불러냈다.

지난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결정한 그의 목적지는 노움이 앉아있던 절벽의 맞은편에 있는 산이었다.

레벨과 아이템, 칭호 덕에 민첩이 100이 넘어간 시점부터 그는 이동속도는 이미 100%를 넘어서 있었기에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뛰는 걸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다.


노움이 있던 산의 주 몬스터가 숲 고블린이었다면, 이곳은 식물 형태의 몬스터인 나무 정령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끼에에엑!”


나무 정령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흔들었다.

정한은 잘라낸 가지 바로 위로 돋아나는 새순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무식할 정도로 생명력이 높아 다른 몬스터보다 잡는데 오래 걸렸는데, 그런 녀석들이 한 번도 아니고, 두세 번씩 생명력을 채워대기까지 하니 한 마리 잡는데 시간이 거의 두 배 이상 걸렸다.

한마디로 그와 상성이 최악인 몬스터가 바로 나무 정령이었다.


“아. 이건 좀 짜증 나는데? 사냥터를 옮겨야 되나······?”


정한은 이제 막 쓰러트린 나무 정령을 깔고 앉아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무 정령들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냥터를 옮기는 것도 옮길만한 사냥터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 이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적어도 5㎞는 가야 했다. 정한의 이동속도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걸어가려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한 시간이면 나무 정령을 최소 스무 마리는 넘게 잡을 수 있었다. 왕복 시간으로 치면 대략 오십 마리. 그리고 한 시간을 걸어가서 만나는 몬스터가 나무 정령이 아닐 거라는 보장을 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무작정 이곳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한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자루의 칼을 불러냈다.

나무 정령의 뒤로 터벅터벅 걸어간 정한은 암살 스킬을 이용해 나무 정령의 급소에 칼을 꽂아 넣었다.

그나마 나무 정령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렇게 먼저 때리기 전까지 꿋꿋하게 나무인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은신 스킬의 사용 대기시간이 걸려도 별다른 제재 없이 암살로 높은 데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바로 피를 채워버려서 문제지만.


하루 종일 나무 정령과 씨름한 덕에 그래도 정한의 레벨은 2단계가 상승해 48레벨이 되었다.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되던 나무 정령들은 이제 초록색이 되었고, 산 중심을 채우고 있던 붉은색 점들은 이제 파란색과 빨간색이 함께 있는 어우러져 있었다.


“내일은 좀 더 위로 가 봐야겠다. 내일은 보지 말자. 이 녀석들아!”


정한은 마지막으로 거대한 고목을 쓰러트리며 손을 탁탁 털었다.


다음날 원래 평소의 정한이었다면 가는 길목의 몬스터들을 모두 정리하며 갔겠지만, 오늘은 눈을 감고 나무인 척하는 나무 정령들을 못 본 척 빠르게 지나쳤다.

그리고 도착한 산 중턱에 있는 넓은 공터에서 [Lv. 52 이끼 낀 바위 정령] 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끼 낀 바위 정령은 동글동글한 바위 위에 머리카락처럼 초록색 이끼가 덮여 있고 그 가운데 색색의 꽃이 한 송이 피어있었다.


생각보다 귀여운 외모에 당황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정한은 오랜만에 보는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에게 두려운 마음보다 기쁜 마음이 앞섰다.


서둘러 두 자루의 칼을 손에 불러낸 정한은 앞뒤 가리지 않고 눈앞의 정령에게 달려들었다.


-카앙!


경쾌한 마찰음이 터지고 온몸을 감싸고 있던 이끼와 바위 파편이 튀어 올랐다.

칼날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에 정한은 묘한 희열마저 느껴졌다.


“꾸에엑? 케엑!”


불시에 공격당한 이끼 낀 바위 정령이 요상한 소리를 내더니, 머리 위에 피어있던 꽃이 빙글빙글 돌며 노란 가루를 사방으로 퍼트렸다.


[이끼 낀 바위 정령의 꽃가루를 흡입하여 상태 이상 ‘중독’에 걸립니다.]

[10초 동안 전체 생명력의 5%가 2초마다 감소합니다.]

[스킬 ‘정화’와 해독 물약으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알림창을 빠르게 읽은 정한이 그대로 칼을 휘둘러 머리 위에 있던 꽃을 베어냈다.


“키에에에에에엑!”


이끼 낀 바위 정령은 제 머리에서 떨어져 나간 꽃을 들고 부들부들 떨더니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들린 꽃을 사방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가루에 앞이 보이질 않자, 정한은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노란 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바위 정령이 튀어나와 정한을 향해 몸을 들이박기 시작했다.

일반 바위 정령보다는 빨랐지만 정한에게는 한없이 느린 움직임이었다. 녀석의 공격을 적당히 피해 가며 공격하던 정한은 어느새 반이나 줄어있는 제 생명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중독으로 깎이는 데미지는 많아 봐야 25%. 아무리 바위 정령에게 맞았다고 한들 한꺼번에 10%씩 닳지 않는 이상 25%나 닳을 리는 없었다.


정한은 이끼 낀 바위 정령의 이름표 옆에 적힌 공격력을 보며 그럴 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공격력이 209였던 노움에게 맞아야 겨우 10%가 닳았는데, 하물며 이 녀석은 노움보다 공격력도 50이나 더 낮았다. 더군다나 지금 그의 방어력과 능력치가 그때보다 훨씬 올라간 상황이었다.


정한은 혹시나 다른 녀석들이 공격하는 건 아닌지 주변을 둘러봤지만, 지금 자신과 싸우는 노란 녀석을 제외하고 다른 녀석들은 한가하게 나비나 쫓고 있었다.


‘뭐지?’


정한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은 눈앞의 노란 녀석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최대한 빠르게 녀석을 해치우고 상황을 확인해 보기로 한 그는 서둘러 눈앞의 노란 녀석을 공격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마침내 노란 녀석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노란 녀석이 죽고 나서 자신의 남은 생명력을 확인한 정한은 헛웃음을 지었다.


[도움말 : 가끔 하늘을 보는 대신 하늘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작가의말

외로울 때면 난 가끔 하늘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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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Lv. 13 솔로 플레이어 (1) +1 24.06.08 589 18 11쪽
13 Lv. 12 정식 서비스 오픈 (4) 24.06.07 586 19 12쪽
12 Lv. 11 정식 서비스 오픈 (3) +1 24.06.07 574 20 12쪽
11 Lv. 10 정식 서비스 오픈 (2) 24.06.06 596 19 11쪽
10 Lv. 9 정식 서비스 오픈 (1) +1 24.06.06 605 21 11쪽
9 Lv. 8 레이드 헤딩 파티 (4) 24.06.05 599 19 11쪽
8 Lv. 7 레이드 헤딩 파티 (3) 24.06.05 603 18 11쪽
7 Lv. 6 레이드 헤딩 파티 (2) 24.06.04 640 17 11쪽
6 Lv. 5 레이드 헤딩 파티 (1) 24.06.04 682 21 11쪽
5 Lv. 4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서 (2) 24.06.03 717 21 12쪽
4 Lv. 3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서 (1) +1 24.06.03 787 20 11쪽
3 Lv. 2 GAME START (3) +1 24.06.02 884 22 11쪽
2 Lv. 1 GAME START (2) +1 24.06.02 930 24 11쪽
1 Lv. 0 GAME START (1) +2 24.06.01 1,26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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