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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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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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3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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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작성
24.06.0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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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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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9 정식 서비스 오픈 (1)

DUMMY

Lv. 9 정식 서비스 오픈 (1)


정한은 은신으로 몸을 숨긴 채 멀찌감치 떨어져서 모여든 숲 고블린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기 누워있는 건 숲 고블린이 아니라 자신이 될 뻔했다는 사실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숲 고블린들의 평균 레벨은 자신과 비슷했지만, 한 마리가 공격당하면 수십 마리의 고블린 떼가 모여들었다.


‘대여섯 마리만 돼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정한은 아쉬운 마음에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동안 숲 고블린들을 쳐다봤다.


산에서 내려온 정한이 펜션에 들어서자 때마침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규태와 눈이 마주쳤다.


“아침부터 어디 갔다오냐?”

“산에 잠깐. 언제 일어났어?”

“좀 됐지. 네가 안 내려오길래 아직 자는 줄 알았더니······.”


정한은 규태의 옆에 앉아 틀어져 있는 티비에 시선을 돌렸다. 마침 뉴스에서 통제된 강원도가 나오고 있었다.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고속도로와 강원도로 향하는 길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국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야 저래서 다음 주에 서울 가겠냐?”

“그 전에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미국은 공식 인정했다던데, 그러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인정하겠지.”


정한은 핸드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미국 튜토리얼 공식 발표’를 검색했다.

주르륵 떠오르는 기사 중 가장 최근 것을 누르자 중년의 백인이 단상 위에 서 있는 사진과 함께 최근 발생 된 이 현상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입장 전문이라고 쓰인 긴 글이 나왔다.


글은 길었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괴생명체와 알림창이 발생한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현재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 상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자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뻔한 내용이었다.


미국 정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한 지 이제 겨우 하루가 조금 지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미국을 따라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처럼 빠르게 받아들이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반대인 나라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중국이 그러했는데, 중국은 아직도 이 모든 일이 미국이 꾸민 일이라고 주장하며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들에게 반미감정을 심어주기 바빴다.


“미친. 야 일본 난리 났다. 저 또라이들.”


규태가 킥킥거리며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고 있는 정한의 팔을 팔꿈치로 툭툭 건드리곤, 텔레비전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은 어느새 일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각종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몹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지독한 컨셉에 사로잡힌 열도는 의외로 저들이 꽤 선방하고 있는지 사망자나 부상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정한은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대부분 쓸데없는 이야기뿐이라 알람 자체를 꺼 놨더니 금요일 저녁부터 꾸준히 쌓이기 시작한 회사 동기 단체 방은 어느새 999가 떠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메시지들을 주고받는지 화면 위로 새로운 대화가 끊임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대화방을 눌러본 정한은 ‘역시나’하는 생각으로 화면을 슥슥 올렸다. 옆에서 규태가 제 화면을 보고 있는 게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나 지금 강원도라서 우리 부장한테 출근 못 한다고 했더니, 확인서 발급받아 오면 무급휴가로 해준대. 개꿀. 연차 안 날려도 된다.

-강원도 갔다는 확인서를 누가 발급해 주는데?

-도지사? ㅋㅋㅋ 결국 연차 쓰게 될 듯?

-ㄴㄴ. 우리 부장도 그래서 내가 알아봐 줬는데, 가까운 동사무소 가면 됨. 공문 내려왔대.

-나도 강원도나 갈걸.

-미친ㅋㅋㅋ 난 그냥 출근하고 안 죽을래.

-ㅇㅇ 나도. 우리 할머니 강원도 사시는데 마을 거의 초토화됐다더라.

-할머니는 괜찮으셔?

-ㅇㅇ


규태가 정한의 핸드폰을 빼앗아 다시 화면을 위로 올리더니 방금 지나간 대화를 유심히 읽었다.


“이거 너도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연차 쓸데도 없어서 난 상관없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너 다음 주에도 통제 안 풀리면 어쩔 건데? 서류 하나 떼 주고 맘 편히 있으면 되지!”

“아니, 난 진짜 괜찮다니까?”

“잔말 말고 빨리 따라와. 이 자식아. 이런 건 무조건 받아먹는 게 똑똑한 거야.”


결국 정한은 규태의 손에 이끌려 9시가 되자마자 가장 가까운 동사무소, 이제는 행정복지센터로 불리는 곳으로 향했다.

행정복지센터에는 정한과 비슷한 이유로 방문한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데다가 센터의 크기가 워낙 작아서, 정한과 규태는 복도까지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의 끝에 섰다.


삼십여 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센터 내부로 들어온 정한은 어느새 10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이럴 시간에 몹 한 마리라도 더 잡아서 빨리 렙업 하는 게 이득인데······.’


의기양양하게 제 곁에 서 있는 규태를 보며 정한은 차마 제 속내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여행객들의 서류를 담당하는 진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민등록증을 받아 주소를 조회해 보고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내려온 공문 때문에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평소에는 한가하기 그지없던 센터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고, 센터 막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이번 일을 담당하게 된 진희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썩어빠진 동태 눈깔도 지금 진희의 눈보다는 초롱초롱 할 게 분명했다.

진희는 시선을 책상 위 모니터에 고정한 채 차례가 되어 제 앞에 선 남자에게 타성에 젖은 무기력한 말투로 벌써 몇백 번은 한 것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내뱉으며 손을 내밀었다.


“신분증 주시고요. 수수료는 천 원입니다.”

“잠시만요.”


진희는 미리미리 신분증도 꺼내놓지 않은 남자에게 짜증이 살짝 올라왔지만, 고작 네 단어를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얼굴이나 보자는 마음에 슬쩍 시선을 올렸다.


‘와. 대박. 미친. 아이돌이야?’


진희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정한의 옆에 서 있던 규태는 정한을 보며 얼굴을 붉히는 센터 여직원의 반응이 이제는 익숙했다.

솔직히 자신도 정한을 처음 봤을 때, 저 여직원이랑 비슷하게 반응했었다.

아직 고등학생이던 그때의 정한은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예쁘장한 미소년이었다.

오죽하면 제 아내인 희주가 자신은 임신하면 태교를 정한의 얼굴로 할 거라는 말까지 했을까.


붉어진 얼굴로 연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던 여직원은 다소곳하게 정한의 신분증을 두 손으로 받았다.


“강원도에는 언제까지 계실 예정이세요?”

“음······. 통제 끝나면 돌아가야겠죠?”

“아참. 그렇네요. 호호호.”


말 같지도 않은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끌던 여직원은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로 신분증과 확인서를 정한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 네! 조심히 가세요.”


센터 직원에게 인사를 건넨 정한이 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규태를 향해 확인서가 들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센터를 빠져나가는 그 둘 뒤로 여직원을 재촉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신분증과 수수료를 안내하는 여직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혼자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규태가 정한을 쳐다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죄 많은 놈.”

“뭐, 나? 갑자기 뭔 소리야. 내가 왜?”

“그런 게 있다. 너 같이 이기적인 놈들은 모르는 그런 게.”

“뭐래. 형, 우리 나온 김에 맛있는 거나 사서 들어가자. 형수 뭐 좋아해?”

“니 형수는 니가 사 오는 거면 아마 다 좋다고 할걸?”


실없는 소리를 하는 규태의 팔을 잡아 근처 시장으로 향한 정한은 시장에서 파는 옛날식 닭강정과 과일, 진호가 좋아할 만한 군것질거리를 잔뜩 들고 펜션으로 향했다.


“어머 뭘 이런 걸 다 사 왔어요! 나 과일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반색하며 기뻐하는 희주를 보며 규태가 그것 보라며 정한의 옆구리를 찔렀다.

정한은 그런 규태를 무시하며 커다란 상자 가득 사 온 군것질거리를 진호에게 건넸다.


“형님들. 제가 진짜 사랑하는 거 아시죠?”


눈물을 글썽이며 바로 감자칩 봉지를 뜯어 입에 털어 넣는 진호의 머리를 쓰다듬은 정한은 규태가 들고 온 닭강정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굳은 얼굴로 정한이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담배를 핑계로 규태가 그를 따라나섰다.

직장 상사와 통화를 하는지 수화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은 채 허공에 연신 허리를 숙이는 정한을 보며 규태는 씁쓸한 얼굴로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흡연실에서 담배를 태웠다.

통화를 마치고 규태가 있는 흡연실에 온 정한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한 개비만.”

“너 담배 안 피우잖아?”

“가끔 펴. 기분 좆같을 때.”

“왜? 상사가 뭐라 하디?”

“그냥. 회사가 시발 다 똑같지, 뭐.”


평소 담배는커녕 욕도 하지 않던 정한이 그 두 가지를 다 하고 있자 규태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어지간히 상사에게 깨진 모양이라고 생각한 규태는 정한의 어깨에 팔을 두른 뒤 비밀 얘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게, 우리 회사 오라니까. 안 되겠다. 이번에 올라가면 때려치우고 우리 회사로 옮겨.”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내가 형네 회사 가서 뭘 하냐? 그쪽 일은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야, 처음부터 다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 원래 배우면서 하는 거지. 월급도 맞춰준다니까? 잘 생각해 봐. 희주도 엄청나게 좋아할걸?”

“됐어. 괜히 형 욕먹는 거 보기 싫어.”

“하, 새끼. 고집은 하여간. 아무튼 아무 때나 생각 있으면 말해. 형이 너 하나 먹여 살릴 수는 있으니까.”

“말만이라도 고맙네. 그래도 큰일 하나 처리해 놓으니까, 마음은 편하다. 이제 맘 놓고 사냥이나 해야겠다.”


정한은 늘 이미 지난 일에 크게 감정을 소비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감정이 상할 만큼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나마 오랜 시간 같이 게임을 해온 몇 명에게만 조금이나마 마음 한구석을 내주었을 뿐, 그의 현실 인간관계는 거의 전멸했다시피 했다.

그런 그를 곁에서 가장 오래 봐온 규태는 사람들에게 항상 벽을 치고 사는 정한이 늘 안쓰러웠다.


그런 그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포크를 손에 쥐고 뛰어나온 진호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들! 빨리 와서 닭강정 드십쇼. 식으면 맛없어요!”


멀리서 손을 팔락거리며 흔드는 진호를 보며 피식 웃은 정한이 들고 있던 담배를 비벼껐다.


“가자, 형.”

“에휴. 그래 가자. 간다, 가!”


규태가 진호를 향해 소리치자, 진호가 빨리 오라며 팔을 크게 휘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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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Lv. 12 정식 서비스 오픈 (4) 24.06.07 586 19 12쪽
12 Lv. 11 정식 서비스 오픈 (3) +1 24.06.07 574 20 12쪽
11 Lv. 10 정식 서비스 오픈 (2) 24.06.06 597 19 11쪽
» Lv. 9 정식 서비스 오픈 (1) +1 24.06.06 606 21 11쪽
9 Lv. 8 레이드 헤딩 파티 (4) 24.06.05 600 19 11쪽
8 Lv. 7 레이드 헤딩 파티 (3) 24.06.05 605 18 11쪽
7 Lv. 6 레이드 헤딩 파티 (2) 24.06.04 641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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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v. 1 GAME START (2) +1 24.06.02 930 24 11쪽
1 Lv. 0 GAME START (1) +2 24.06.01 1,265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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