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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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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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37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6.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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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추천
20
글자
12쪽

Lv. 11 정식 서비스 오픈 (3)

DUMMY

Lv. 11 정식 서비스 오픈 (3)


군것질 상자에서 과자를 꺼내 티브이 앞에 먹기 좋게 펼치던 진호가 화면에 비친 사람들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이게 뭐라고 다들 저렇게 나와서 기다리는 거래요?”

“낸들 아냐. 다들 제정신 아닌 거지.”


규태가 감자칩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나는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데? 신작 게임 사려고 밤새 줄 서서 기다리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

“그건 너처럼 게임에 미친 은둔형 외톨이나 가능한 거고요. 이 아저씨야. 넌 진짜! 아오.”


세상 태평한 정한의 대답에 규태가 가슴을 퍽퍽 치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근데, 오빠. 저렇게 모여있는 거, 괜찮을까? 막 갑자기 필드 보스 이런 거 튀어나오면 어떡해? 아니면 이벤트 보스나 이런 거, 우리도 가끔 하잖아.”


쟁반에 음료수를 가져오면 천진하게 묻는 희주의 말에 세 사람의 머릿속이 빠르게 굴러갔다.

저마다 상상하는 보스 몬스터의 이미지는 달랐지만, 거대한 보스가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들을 썰고 다니고 도시는 온통 피바다가 되어버리는 결과는 같았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모습에 세 사람은 동시에 온몸에 한기가 드는 것을 느꼈다.


“어우, 야. 갑자기 춥다. 에어컨 온도 좀 올릴까?”

“저, 형수님. 죄송하지만,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저번에 운디네 잡을 때, 규태 형도 쉽다고 했다가 바로 이승 하직할 뻔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큰 의미는 없었어요.”


진호의 말에 희주가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었지만, 이미 최악을 상상해 버린 세 사람은 긴장감이 감도는 얼굴로 화면이 뚫어져라 응시했다.


*


모여있는 시민들을 천천히 훑고 지나간 카메라가 이번엔 전광판 앞에 서 있는 기자를 렌즈에 담았다.


광화문 광장에 파견되어 있던 기자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빨간 불이 들어온 카메라를 향해 수십 번이나 되뇌었던 멘트를 내뱉었다.


“시스템이 예고했던 시간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지금 이곳,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정식 서비스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시민 한 분을 모셔서 인터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기자는 미리 양해를 구해 대기시켜 놓았던 시민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그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해맑게 웃으며 파이팅 자세를 취해 보이던 시민이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카메라가 다시 한번 기자와 전광판을 잡았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6분도 채 남지 않았는데요, 시스템이 알린 시간 10초 전부터 함께 숫자에 맞춰서 카운트 다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는 한동안 모여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도시 전경을 비추더니 다시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전광판을 비췄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목소리를 높였다.


“오, 사, 삼, 이, 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엘리시온’이 서버 ‘지구’에 정식 서비스를 오픈합니다.]

[지금부터 베타 테스트 서버 ‘지구’는 엘리시온에 정식 서버로 등록됩니다.]

[서버 ‘지구’에 계신 모험가 여러분들 ‘엘리시온’에 합류하게 되신 걸 환영합니다.]

[쾌적한 모험을 위해 지금부터 튜토리얼이 진행됩니다.]

[이미 튜토리얼을 완료하신 모험가님들은 계속해서 모험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모험 되시길 기원합니다.]

[Loading...]


로딩 표시가 떠오르고 모래시계가 몇 번 뒤집어졌다.

그리고, 세상도 뒤집어졌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성이 비명과 고함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생겨난 몬스터 떼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사람들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바닥에 뒤엉키는 모습들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전국으로 송출되었다.


튜토리얼을 이미 끝냈던 사람들이 어설프게 칼을 들었지만, 몰려드는 인파와 몬스터들의 공격에 제대로 휘둘러 보지도 못한 채 아까운 목숨만 잃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티브이를 보던 규태가 서둘러 희주의 눈을 가렸다.


“진호야. 티브이 꺼라.”


정한은 규태와 진호 사이에 놓인 리모컨을 가리키며 티브이에서 시선을 돌렸다.


“오빠, 이거 놓고. 나, 아니 내 핸드폰, 내 핸드폰 좀 줘.”


핸드폰을 건네받은 희주가 손을 덜덜 떨면서도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어디야? 엄마랑 아빠는? 하······. 다행이다. 너 티브이 봤지? 나랑 네 형부 갈 때까지, 절대로,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말고 붙어있어. 알겠어?”

“여보, 처제가 뭐래?”

“우리처럼 집에서 모여서 티브이 보고 있었나 봐. 다들 괜찮대. 근데 엄마가 좀 놀랐다더라.”


진호도 핸드폰을 들고 슬쩍 화장실로 들어갔다.


“네, 네. 아버지는요? 네. 아, 아뇨. 네. 제가 갈게요. 네, 네.”


희주와는 다른 방식과 형태였지만 그도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 달리 멀뚱히 앉아 연락할 데도, 그렇다고 연락이 오지도 않는 핸드폰을 바라보던 정한은 말없이 규태의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째 여기 와서 담배가 더 늘었네.’


그가 막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이제 막 한 모금을 빨아들였을 때, 팬션 사장 부부가 사는 독채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악!”


정한은 입에 담배를 문 채 손에 검을 꺼내 들었다. 은신으로 몸을 숨겼지만,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새하얀 담배 연기가 그의 동선을 따라 길게 늘어졌다.


흡연구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독채까지는 오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한이 도착했을 땐 이미 열 마리가 조금 넘는 몬스터들이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개중 몇 마리는 집 안까지 들이닥쳐 사장 부부를 위협하고 있었다.


‘수는 많지만, 레벨은 전부 10 이하다. 혼자서 충분히 가능해.’


집 밖에서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낸 정한이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는 밖에서 서성이는 몬스터들을 피해 거실 안으로 숨어들었다.

집 안의 몬스터들이 갑자기 나타난 정한으로 인해 당황하는 사이, 정한은 몬스터들의 목을 하나씩 추수해 나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정한이 한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씩 쓰려졌다.

사방에서 몬스터들의 괴성이 울려 퍼지고 바닥엔 빨간색부터 파란색까지 색색의 피가 흩뿌려졌다. 몬스터들이 좁은 현관문을 통해 들어오는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정한은 손쉽게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아이고, 우리 1번 방에 들어온 손님이구먼! 고마워요. 내가 손님 덕분에 살았어요. 그나저나 저게 도대체 뭡니까? 내가 지금, 이 동네에서만 오십 년째 살고 있는데 저런 짐승은 처음 봤어요.”

“앞으로 저런 것들이 계속 내려올 겁니다. 당분간은 다른데 가 계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고마워요. 고마워. 당장 아랫마을에 있는 동생 놈한테 가봐야겠어요. 손님도 조심해요.”


부부는 정한이 기다려 주는 사이 필요한 짐 몇 가지만 대충 싸서 바로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숙소로 돌아온 정한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짐을 싸고 있는 그의 파티원들이었다.


“정한아 너도 빨리 짐 싸라.”

“어디 가게?”

“일단 서울 가서 처가 식구들 좀 봐줘야 할 거 같아.”

“진호는?”

“저도 서울 본가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부모님도 걱정되고. 괜찮으시다고는 하는데······.”


망설이는 정한을 눈치챈 규태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야 어차피 이제 굳이 여기가 아니어도 되잖아. 아까 티브이 못 봤냐? 서울에서도 레벨 올릴 수 있으니까, 너도 빨리 짐 싸. 너 혼자 여기 어떻게 있으려고 그래!”

“난 그냥 여기 며칠만 더 있다가 알아서 갈게. 형은 진호나 잘 데려다줘.”

“야, 이 자식아! 너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정한아, 이거 게임 아니야. 현실이라고! 정신 차려. 임마!”


정한은 자신을 걱정해서 소리치는 규태의 어깨를 다독이며 웃었다.


“알아. 아니까 이러는 거야. 난 진짜 괜찮아 형. 빨리 가봐. 형수 기다린다.”


결국 끝까지 정한을 설득하지 못한 규태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겼다.

규태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 그보다 더 새카만 산을 등지고 펜션 불빛을 받으며 혼자 덩그러니 서서 자신들을 배웅하며 서 있는 정한의 모습을 룸미러로 몇 번이고 쳐다보다가 이내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었다.


“야! 너 진짜 무슨 일 생기면 형한테 바로 연락해라! 알았지?”


규태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정한을 제외한 파티원들이 탄 차가 어두운 산길을 빠져나갔다.


‘난 진짜 괜찮은데······. 잠이나 자야겠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던 정한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정한이 잠든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그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발신자가 규태인 것을 확인하고 그냥 잘까, 하다가 그는 자신을 걱정하며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하던 규태의 얼굴이 생각나 전화를 받았다.


“어, 형.”

-잤냐? 태평한 새끼 진짜.

“왜?”

-야 나 아까 서울 도착해서 지금 처가에서 쉬고 있는데, 여기 장난 아니다.

“뭐가? 무슨 일 또 있었어?”


정한은 그가 잠든 사이 새로운 소식이 생겼나 하고 일 층으로 내려가 티브이를 틀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 왜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이랑 이순신 장군 동상 있잖냐.

“응. 그게 왜? 이번에 부서졌대?”

-아니. 그게 지금 광화문 광장 필드 보스야.

“뭐?”


정한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났다. 때마침 티브이에서는 카운트다운을 하던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헬기로 찍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소환됨과 동시에 의자에서 목을 풀던 세종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들고 있던 책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책에 묻은 콘크리트 부스러기를 털던 그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마치 세종대왕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그의 포효를 듣고 깨어나 몸을 풀더니 단상 위에서 뛰어내렸다.

검을 빼든 그가 천천히 사람들의 물결을 가로질러 세종대왕에게 향했다.


“와, 미쳤다. 이순신 잡으면 그거 주나? 쌍룡검?”

-이거 진짜 골 때리네. 야 근데 저건 레벨 어지간히 올리지 않고는 못 잡겠다.

“아니, 형. 나 지금 티브이로 보고 있는데, 세종대왕이랑 이순신 동상, 사람들은 공격 안 하는데? NPC 아니야? 보스가 저렇게 가만히 있다고?”

-이게 진짜 웃긴 포인트인데. 세종대왕은 잘 모르겠고, 일단 이순신은 외국인들만 죽인다더라. 특히 일본인들. 그래서 왜 종로에 대사관 많잖냐. 거기 이순신이 다 쓸어버렸대.

“뭐? 풉. 푸하하하하하. 아. 장군님답네. 그치. 외세는 쓸어버려야지.”

-지금 여기 안내 문자 오고 난리도 아니야. 그러게, 너도 같이 왔으면 좋았잖냐.

“나도 여기 며칠만 더 있다가 갈 건데 뭐. 아무튼 알았어, 형. 쉬어.”

-오냐.


규태와의 통화를 끊은 정한은 티브이 속 이순신 장군 동상이 대사관들을 직접 찾아가 일일이 쓸어버리는 것을 보며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도움말 : 몇몇 NPC는 진영 간의 우호도에 따라 적과 아군을 구별합니다. 그러니 처세술도 중요하겠죠.]


작가의말

이제 이 펜션은 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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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Lv. 13 솔로 플레이어 (1) +1 24.06.08 589 18 11쪽
13 Lv. 12 정식 서비스 오픈 (4) 24.06.07 586 19 12쪽
» Lv. 11 정식 서비스 오픈 (3) +1 24.06.07 575 20 12쪽
11 Lv. 10 정식 서비스 오픈 (2) 24.06.06 598 19 11쪽
10 Lv. 9 정식 서비스 오픈 (1) +1 24.06.06 606 21 11쪽
9 Lv. 8 레이드 헤딩 파티 (4) 24.06.05 600 19 11쪽
8 Lv. 7 레이드 헤딩 파티 (3) 24.06.05 605 18 11쪽
7 Lv. 6 레이드 헤딩 파티 (2) 24.06.04 641 17 11쪽
6 Lv. 5 레이드 헤딩 파티 (1) 24.06.04 682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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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v. 1 GAME START (2) +1 24.06.02 930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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