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빌딩과 후보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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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봉
작품등록일 :
2024.07.03 01:25
최근연재일 :
2024.09.1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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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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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준비 (1)

DUMMY

***


“와! 드디어 끝났네. 벌써 점심이야!”


체력검정이 끝나고 준영과 준호, 지민은 각자 더플백을 메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세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에 젖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많이 걷기는 힘들다고 판단, 가장 가까운 고기집에 들렀다.


“이제 남은 건 면접 뿐이네, 면접이 3주 후 였지?”


“응”


“근데 너네 정장있어?”


“어··· 정장이 필요한가?”


고기를 뒤집던 준영은 지민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입사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정장이 굳이 필요한가. 근데 그래도 나름 장교 뽑는 데인데 구색은 갖추는게 맞지 않을까.


“당연히 필요하지! 그것도 면접인데.”


“난 있어, 고등학교 졸업때 하나 맞췄어서.”


접시에 놓인 고기를 집어먹으며 준호가 말했다.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나 보네. 정장 입을 일이 없다보니 생각을 안해봤네. 기성복이라도 하나 맞춰야 할 것 같은데 비싸려나. 아 돈 없는데······

준영의 실시간으로 표정이 진지해지자 지민은 그런 준영의 생각을 아는 듯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근데 이것때문에 하나 장만하는 건 좀 아깝지 않아? 어차피 한 번 입을 건데.”


준영은 좀 더 말해보라는 듯 지민을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 요즘은 정장 빌려주는 데가 많데, 싸게 빌리면 5만원 내로도 가능하더라고. 혹시 생각있으면 같이 가자. 나도 빌려야 되거든.”


그렇게 정장대여 파티가 만들어졌다.


***


식사를 마친 세 사람, 지민은 이후 볼일이 있다며 집으로 돌아갔고 준영은 준호의 자취방에서 쉬고 가기로 했다.


“누구 맘대로?”


“아잉~ 준호짱, 통학시간 왕복 7시간인 사람 바로 집가면 죽어요~”


“이상한 애교 한 번만 더하면 진짜 못오게 할거다.”


준호의 자취방에 들어온 준영은 제 집인양 냉장고에서 포카리를 꺼내 한 입에 털어넣었다.


“나 먼저 씼음.”


통보에 가까운 말 뒤에 준영은 허물을 벗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양심없는 새끼야.”


저 자식 저거 새내기때 처음 만났을때는 저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갈수록 뻔뻔해진단 말이지.

1학년 때 처음 본 준영은 비즈니스가 사람이 된다면 딱 저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철저히 벽이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친해져서 지금은 저런 팔푼이가 되었지만.


“야, 오늘 아예 자고 갈거냐?”


7시가 지나서도 여전히 바닥에 붙인 등을 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준영에게 준호가 물었다.


“준호야, 지금 내 처지에 누구를 만나는 건 사치겠지?”


“누구 얘기냐?”


“아니 그냥, 누구 얘기는 아니고.”


또다. 준영이 녀석은 저렇게 진지하게 공허한 눈으로 질문 할때가 본심이다.

애써 밝은 척 행동하지만 이 녀석은 항상 이렇다. 짜내지 못한 고름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언제나 망설임이 느껴진다.


“왜, 너 지민이 맘에 드냐?”


“아니.”

“아서라. 앞으로 2년을 볼 사이인데 시작하기도 전에 그런다고? 금사빠세요?”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그렇다 해도 어차피 내 지금 상황에 누구를 어떻게 만나냐. 에휴 됐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소주가 필요할 거 같다.


“이리 오너라~ 이태민이가 왔습니다.”


“족발입니다. 오는 길에 배고파서 두 개 정도 빼먹었어요.”


“소주입니다. 음주도보 하고 오는 길에 고양이한테 삥 뜯겨서 6병 밖에 못 사왔네요.”


8시가 되어서 준호의 자취방으로 태민, 동훈, 지산 세 명의 친구가 시답잖은 인사말을 전하며 찾아왔다. 이는 도저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킬 것 같지 않은 준영을 보고 준호가 어차피 그럴 거 애들이나 불러서 밥이나 먹자 는 취지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서 걔 예쁘냐?”


“사진, 사진 있냐? 사진 보여줘.”


여느 청춘 남자들의 이야기가 그렇듯 전체 스토리의 9할을 차지하는 체력 검정 이야기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녀석들이 흘러가듯 말한 여자 얘기에는 하이에나처럼 반응한다.


“오~~!”


“예쁜데?”


“준영아 너 그지인데 꼬실 수 있겠냐?”


“아 그런거 아니라고.”


사진을 보여달라는 성화에 준호는 낮에 교환한 전화번호를 토대로 메신저를 보여줬다.

메신저 상에 [새로운 친구] 란 아래에는 파란 곱슬머리의 여자 프로필이 있었다.

친구들의 호들갑에 준영도 슬그머니 준호의 휴대폰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하나씩 천천히 넘긴 프로필 상의 지민은 푸른 계열로 염색을 한 채 웃고 있었다.

새내기때인가 수수한 첫인상과는 대조되는 화려함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화려한 지민의 모습을 마주하니 수수하고 땀 범벅인 지민을 마주했을때 보다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 준영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알아차릴리 없는 친구들은 후끈 올라온 취기에 바람만 잡을 뿐이다.


“우리 준영이 이제 모쏠 탈출해야지!”


“준영이 모쏠 아니거든, 1학년 때 있었어.”


“응? 처음 듣는데?”


“이 자식들이 니들 연애나 잘하지 왜 남 얘기에 그리 관심이 많고 그래?”


“아! 걔! 나도 알아. 그 때 동훈이 넌 우리랑 안 친했을 때다.”


준영은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는 대화를 들어주기 짜증났는지 주방으로 향해 글라스 5잔을 가져왔다.


“뭐야?”


“내 연애썰 듣고 싶으면 날 이겨라.”


“호오~ 너 혼자 우리 넷을 상대하겠다고?”


“난 별로 안 궁금한데.”


구석에서 혼자 홀짝이던 준호는 참전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피가 끓는 나머지 셋과 준영은 호기롭게 소주를 들이붓기 시작했다. 벌겋게 상기되어가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준호는 안경을 벗어 이마를 짚었다. 내일은 몇 명이나 화장실에서 부침개를 부쳐댈지 벌써부터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


“일찍왔네?”


“응, 어쩌다보니.”


건한대학교 역 근처, 준영과 지민은 2주전 했던 약속대로 정장 대여를 위해 만났다. 약속장소를 정하던 두 사람은 마침 거리도 가깝고 이미 가보기도 했던 건한대학교 근처 대여점에서 보기로 결정했다.


“어서오세요.”


상가 2층에 위치한 대여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말쑥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어떤 것 때문에 오셨어요?”


“어··· 면접 때 쓸 정장 대여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면접 보시는군요. 정장은 크게 무난한 것, 트렌디 한 것,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것 세 가지로 나뉘는데 면접이라면 무난한 것과 트렌디 한 것 둘 중 하나를 추천드려요.”


“음··· 준영아 넌 뭐가 더 나아?”


“무난한 게 낫지 않을까?”


제자리에서 잠시간 고민하던 지민은 직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저 혹시 한 번 둘러봐도 될까요?”


“네, 편하게 둘러보시고 저희 한 층 위에도 여러 옵션이 있으니까 살펴보시고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직원은 그 말을 끝으로 프론트로 돌아갔고 준영과 지민은 본격적으로 옷들을 살펴보았다.

옷걸이에는 여러 디자인의 블레이저가 걸려있었는데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려울 정도였다. 메뉴가 많은 식당은 그만큼 고르기 어렵다는 뭐 그런 느낌이었다.


‘체크 패스, 패턴무늬 패스, 생 검은색은 꼭 상복같아서 그렇고.’


슬쩍 곁눈질로 지민을 보니 그녀도 이거다 하고 끌리는 스타일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두 사람은 잠시 마주본 후 이내 3층으로 올라갔다. 4열로 늘어진 행거의 첫번째 코너를 돌았을때 준영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인영을 감지하고 그와 부딪히지 않게 순간적으로 멈췄다. 상대 역시 반사적으로 멈추고 앞을 바라보았다.


“어?”


“어? 학군단······황무대···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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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초군사훈련(10) 24.08.22 4 0 12쪽
14 기초군사훈련(9) 24.08.22 3 0 9쪽
13 기초군사훈련(8) 24.08.13 3 0 12쪽
12 기초군사훈련(7) 24.08.09 5 0 18쪽
11 기초군사훈련(6) 24.08.09 5 0 13쪽
10 기초군사훈련(5) 24.07.30 5 0 9쪽
9 기초군사훈련(4) 24.07.28 6 0 16쪽
8 기초군사훈련(3) 24.07.28 6 0 7쪽
7 기초군사훈련(2) 24.07.28 6 0 13쪽
6 기초군사훈련(1) 24.07.28 2 0 13쪽
5 면접준비 (2)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24.07.10 4 0 8쪽
» 면접준비 (1) 24.07.10 3 0 8쪽
3 체력검정 24.07.10 6 0 12쪽
2 모집 24.07.05 8 0 10쪽
1 위기의 학군단 24.07.03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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