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빌딩과 후보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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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봉
작품등록일 :
2024.07.03 01:25
최근연재일 :
2024.09.1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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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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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군사훈련(3)

DUMMY

“아··· 애들이 부르네. 갈게 나중에 또 보자.”


이미 자기들끼리의 서열이 굳어진 걸까? 참 빠르기도 하다. 준영 트리오는 2분대 인원들이 다은에게 하는 말을 엿들었다. 그들은 속된 말로 다은에게 꼽을 주고 있었다.


“너 1분대야? 왜 저기서 놀고 있냐?”


“와~ 다은이는 우리보다 자기 학교 애들이 좋은가봐~ 진짜 섭섭하네~”


“다은아 분대장이면 분대를 위해야지. 이건 네가 경솔했던 거 같아. 괜찮아, 다음부터 신경 좀 써줘.”


아니 같은 학교 동기랑 잠깐 대화한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심지어 아까까지 다은이는 혼자 멍때리고 있었는데? 저게 자기가 갖기는 뭐하고 남한테 주기는 아니꼬운 계륵인가 그건가? 지민은 내심 속으로 짜증이 나 다은을 다시 데려오려고 했다.


“기다려.”


지민의 앞을 막아선 것은 준호였다. 준호는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가서 뭐하게? 어차피 이건 다은이가 해결해야 될 문제야.”

“그래도 저건 좀 이상하지 않아? 왜 꼽을 줘?”


지민은 2분대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 불쾌감을 내비쳤다. 준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우리가 다은이를 데리고 오면 다은이는 그때부터 진짜 고립되는 거야. 아직 이틀 차 잖아. 저건 초반 기싸움일 뿐이야. 다은이가 집단에 녹아들 기회는 아직 충분히 있어. 우리가 그걸 빼앗으면 안되는 거야.”


“이건 준호말이 맞아. 냉정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군생활을 하려면 집단에 녹아드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해. 이건 앞으로의 다은이의 군생활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거야.”


준영과 준호가 단호하게 말리자 지민은 찝찝한 마음을 접었다. 그런 지민을 데리고 1분대가 쉬고 있는 스탠드로 이동했다. 잠시 뒤 스탠드로 제식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도착했다.


“전체 주목!”


“주목!”


“대대장은 인원파악해라.”


민수가 별칭 흑곰 교수(검은 피부와 커다란 덩치, 곰돌이 귀처럼 올려쓴 귀돌이가 곰을 연상케 했다.)라고 이름 붙인 제식교수가 대대장 석훈에게 명령하자 석훈은 중대장에게, 중대장은 소대장에게, 소대장은 분대장에게 지시를 내려 인원파악을 실시했다. 열외가 없는 것이 보고되자 흑곰 교수는 시험에 대해 전파했다.


“자, 지금부터 1중대부터 제식평가를 실시하겠다. 평가분야는 개인제식과 분대제식을 얼마나 완벽한 자세로 하는지에 대해서다. 그럼 1중대부터.”


1중대 1소대 1분대부터 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분대원들은 그들의 시험진행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처음 평가를 본다는 것에 긴장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대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위축된 것인지 1중대 1소대 1분대 인원들은 일부러 틀리기도 어려운 실수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후보생은 경례할 때 손바닥이 보이는 군. 감점”


“좌향좌인데 왜 혼자 오른쪽으로 도나!”


“손을 올릴때 ‘충’ 인데 왜 ‘성’ 나오나! 여기 분대는 다시 연습해서 재시험 볼 수 있도록!”


이후에도 절반 이상의 분대들이 재시험 선언을 받았지만 그래도 학습 효과가 있었는지 실수의 빈도가 뒷 분대로 갈수록 줄었다.


“자, 다음 2중대 1소대 1분대.”


드디어 황무대 학생이 속한 첫 분대 차례가 되었다.


“전방을 향해 경례!”


군더더기 없는 칼각이 나오자 교수는 별다른 말 없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좌향좌, 우향우 동작 역시 무사히 지나갔으나 뒤로 돌아 명령 때 지훈이 몸을 살짝 기우뚱했다. 하지만 앞선 분대들도 조금의 실수는 눈감아 주었기에 1분대는 분대제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음, 1소대 1분대 통과!”


아슬아슬하게 교관이 합격점을 주자 1분대 인원들은 쾌재를 부르며 스탠드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아무래도 세상에서 가장 달달한 것은 남들이 개고생할 때 쉬는 게 아닐까.

다음 평가 대상이었던 1소대 2분대는 개인제식 때 단 한점의 옥의티 없이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분대제식 때 있었는데.


“거기 자네. 어 거기 12번 후보생.”


“12번 후보생 박민수.”


“자네는 뭐 해병대 나왔나? 제식이 왜 그렇게 과장돼? 2분대 다시!”


민수는 꾸러기 표정을 지으며 분대원들에게 사과를 했고 타 분대원들도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러냐고 민수를 타박했지만 막상 민수의 흐느적거리는 제식을 보자 웃음을 터트렸다. 다만 한 사람, 석훈만큼은 그런 민수를 아니꼽게 쳐다보다 연병장 끝으로 이동했다.

준영이 속한 2소대 1분대는 특별한 감점없이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다. 2소대 1분대는 1소대 1분대처럼 특출난 느낌의 사람은 없었지만 모난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휴식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25번.”


“25번 후보생 김다은···”


“25번은 목소리가 너무 작다. 감점.”


다은이 감점 소식에 2소대 2분대 후보생들 중 한 명은 혀를 찼다.


“다시 한 번! 경례!”


다시 한 번 주어진 기회에서 다은은 어설프지만 확실히 큰 목소리를 내었다. 목소리 자체는 작고 어설펐지만 이어지는 동작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성공했기에 이들은 분대제식으로 넘어갔다. 이들 역시 분대제식 때 문제가 생겼지만 민수때의 것과는 다른 명백한 단합의 문제였다.


“2소대 2분대는 방향전환 때 발이 너무 안맞는다! 다시!”


그들은 1열 종대로 이동할때는 딱딱 제식이 맞았다. 그러나 좌향 앞으로 가라는 교수의 명령에 방향을 전환한 직후 절반 이상이 발이 틀어졌고 마지막에 와서는 대열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하··· 분대장. 네가 맨 앞에 섰으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될 거 아니야. 선두가 틀어지니까 뒤에도 다 망가지잖아, 내 말이 틀려?”


“야~ 왜 또 다은이한테 뭐라고 그러냐? 다은아 괜찮아. 처음이면 잘 못할 수도 있지.”


그들은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며 모든 원인을 다은에게 뒤집어 씌웠다. 실상은 각자의 실력이 미흡할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다은은 목소리가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실수가 없었지만 선동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했던가. 분대 내 여론은 이미 다은이 실수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미안해···”


세상에는 다은같이 자신이 실수하지 않은 것에도 혹여 자신의 잘못이 있나 되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자신의 잘못임에도 일단 우기고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군이라는 조직 특성은 아직 그들이 후보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가장 밑바닥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의 다은은 알지 못했다.


“그래~ 가서 몇 번 더 해보고 다시 해보자! 다은이도 주눅들지 말고.”


그리고 위정자의 재능을 가진 이들, 이들은 그런 알력관계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중립자의 역할을 자처하며 중립인 척 약자를 착취하며 반항의 낌새를 차단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그들은 이러한 각자의 역할을 이론화하지는 못하지만 그저 본능적으로 처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장 짐승처럼 행동할 수 있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사람으로서의 도덕성을 버리지 못한 다은에게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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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초군사훈련(10) 24.08.22 4 0 12쪽
14 기초군사훈련(9) 24.08.22 3 0 9쪽
13 기초군사훈련(8) 24.08.13 4 0 12쪽
12 기초군사훈련(7) 24.08.09 5 0 18쪽
11 기초군사훈련(6) 24.08.09 5 0 13쪽
10 기초군사훈련(5) 24.07.30 5 0 9쪽
9 기초군사훈련(4) 24.07.28 6 0 16쪽
» 기초군사훈련(3) 24.07.28 7 0 7쪽
7 기초군사훈련(2) 24.07.28 6 0 13쪽
6 기초군사훈련(1) 24.07.28 2 0 13쪽
5 면접준비 (2)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24.07.10 4 0 8쪽
4 면접준비 (1) 24.07.10 3 0 8쪽
3 체력검정 24.07.10 6 0 12쪽
2 모집 24.07.05 9 0 10쪽
1 위기의 학군단 24.07.03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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