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빌딩과 후보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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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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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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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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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군사훈련(8)

DUMMY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사격장에서만큼은 폭행과 폭언이 허용된다.”


2중대 후보생들은 세워 총 자세로 교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탄피받이를 결합하고 사격장 안전수칙을 복명복창하면서도 교관은 끊임없이 통제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실내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교관이 너무 몰아세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탕! 탕!


이 얼마나 속편한 의성어인가.

하늘을 흔들고 공기를 찢으며 내는 저 위압적인 소리를 탕 한 글자로 치환할 수 있다니.


우레와 같은 총소리를 들으며 만약 저 탄알이 내 신체 일부를 관통하는 장면을 상상하자니 교관들이 왜 그렇게 반복해서 안전수칙을 강조하는지 십분 이해됐다.

영점사격으로 맛보기를 한 상태지만 이어플러그를 뚫고 들어오는 저 굉음은 여전히 들을수록 소름이 끼치고 적응되지 않는다.


“자 그럼 맨 앞 줄부터 사로로 입장한다. 사로 입장 시 복명복창 크게 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럼 사수! 입장!”


원래라면 1소대 2분대 후보생들이 먼저 사격을 진행하는게 맞았지만 생각보다 딜레이된 배식조 임무 탓에 준영이 속한 2소대 1분대가 먼저 사로에 입장하게 되었다.


“1사로!”


“2사로!”


준영은 낼 수 있는 최대의 목소리로 사로를 복창했다.

사격장의 분위기는 긴장감에 휩싸여있었다.


“사수, 총기들고 입사호 안으로 입장.”


누구 하나 허튼 소리를 내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


“총기 내려놓고 대기.”


준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이런 일에 별로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무서운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어떤 무언가가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과 다르게 사로옆에서 여유롭게 탄알집을 점검하고 있는 기간병을 보니 내심 스스로가 짬이 없음이 느껴졌다.


“1사로!”


이윽고 사격장에는 부사수 역할을 수행할 2소대 2분대 인원들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가나다 순에 의해 준영의 부사수는 자연스레 다은이 되었다.


“부사수는 총기 거치 후 깃발 들어.”


“탄알집 인계.”


기간병은 탄알집 하나를 방탄헬멧에 툭 부딪힌 후 준영에게 건넸다.

훗날 알게된 사실로 저 행위가 기능고장 위험을 줄여준다고 한다.


“탄알집 결합, 노리쇠 전진.”


3M 장갑 위로 그의 손이 떨리고 있는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탄알집 결합도 부드럽게 되지 않아 애꿎은 탄알집만 위로 쳐댔다.


철컥


왼손으로 힘껏 노리쇠 멈치를 강타하자 후퇴고정되어있던 노리쇠가 앞으로 나아가며 5.56mm 소구경탄을 꽉 고정시켜주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후, 지금부터다.’


준영은 심호흡을 하며 방아쇠의 손가락을 뗐다 붙였다 반복했다.


“조정간 단발.”


‘지금!’


“사격! 개시!”


사격 개시를 알리는 알림음이 사격장에 울려퍼지며 잠시 후 100m 표적이 오뚜기처럼 일어났다.


한발 째.


100m 표적은 무난하게 맞아 넘어갔다.

첫 사격성공에 대한 안도감도 잠시, 뒤에서 부사수가 200m 표적이 올라왔음을 알려주었다.


준영은 감았던 왼쪽 눈을 뜨고 200m 표적을 향해 대략적인 위치를 잡은 후 다시 눈을 감았다.

K-2 소총의 동심원과 표적이 맞닿는 지점.


두발 째.


준영의 감은 정확했다.


‘이대로만 가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 이제는 자신감까지 어느정도 차오른 준영은 그 후로도 백발백중이었다.

표적지도 계속 100m와 200m 사이를 반복하니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렇게 6발 째.


“250!”


드디어 250m 표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250m 표적은 다른 표적들과 다르게 사람 모양이 아닌 작은 점처럼 보였다. 물론 모든 표적의 크기는 동일하고 그저 거리차이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무튼 가뜩이나 작은 모양에 준영의 고질적인 난시까지 겹쳐 표적은 매우 흐릿하게 보였다.


겨우 잡은 동심원에 표적이 위치했지만 그는 확신하지 못했다.


‘저게 표적이 맞겠지? 하지만 아니면?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감으로 쏘는게 맞는건가? 일단 쏴보기나 할까?’


준영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던 틈에 어느덧 시간이 지나 표적이 내려가고 있었다.

깜짝놀란 준영은 황급히 방아쇠를 당겼다. 표적이 내려감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겨서 저게 맞은 건지 아닌지를 쉽게 식별할 수 없었다.


‘맞은거야?’


그런 준영이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나머지 세 개의 표적은 계속해서 오뚜기처럼 올라왔다.

한 번 리듬이 깨지면 갑자기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준영이 바로 그런 류의 사람이었다.

준영은 250m 표적에서의 실책을 나름 수정하려 노력했지만 이는 오히려 악효과만 가져올 뿐이었다.


시간 초과를 걱정해 성급히 쏜 표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럴 수록 그는 더욱 초조해졌다.

좀 더 확실하게 맞추기 위해 조준점을 아래로 낮춘 표적 또한 하탄이 나고 말았다.


결국 준영은 입사호 사격 10발 중 7발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이어지는 엎드려쏴에서도 페이스를 되찾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점수를 복구할 수 있었다.


“사격 종료. 소총 들고 앞에 총 자세로 대기.”


“사격 결과···”


준영은 침을 삼켰다.

계산대로라면 입사호 쏴 7발과 엎드려쏴 6발을 합쳐 13발.

이대로라면 교육여단장이 제시한 14발 기준을 넘지 못해 그는 토요일에도 이 척박한 곳으로 끌려와야 했다.


그것보다 최악인 것은 그를 놀려댈 준호와 지민의 모습이었다.

물론 아직 그 두 사람의 사격 결과를 알지는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잘 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1사로 14발, 2사로···”


“예스!!!”


준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사실은 그러했다.

준영이 긴가민가 했던 입사호 쏴 7번째 표적이 아슬아슬하게 명중처리가 된것이었다.


“사격장에서 누가 소리 질러!”


14발 이상의 기쁨을 느끼는 것과 별게로 사격장에서 큰소리를 낸 준영이 험한 소리를 듣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크게 꾸지람을 듣고 사로에서 퇴장하는 준영은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다.

그도 그럴게 구사일생으로 토요일 추가사격에서 탈출하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지금의 준영이 기분이 처질 일은 좀처럼 없었다.


“14발아, 뭐가 그렇게 좋아~?”


너무 자기 점수에만 집중하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 김준영한테 뭐 시키지? 뭐 신박한 거 없나?”


“저렇게 형편없을 줄 알았으면 그냥 나도 내기할 걸 그랬네.”


지민은 황무대 최초 20발, 만발 사수였다.


***


석훈은 위화감이 들었다.

벌써 5일 가까이를 끼고 다녔던 자신의 총이 지금 이 순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마냥 어색했다.


“100!”


부사수가 불러준 표적에 맞춰 동심원을 형성 후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석훈이 자신있게 발사한 탄알은 표적으로부터 너무도 동떨어진 곳에 착탄 나버렸다.


“지금 좌상탄이 심하게 납니다. 오조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간병이 조용히 그에게 속삭였다. 석훈도 눈이 있어 알고 있다.

벌써 세 발째다. 그의 눈에 표적 좌측 상단에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세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다.

다만 그 영문을 알 수 없어 확신을 얻기 위해 정석적으로 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인정해야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화기의 영점이 심하게 틀어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제 영점사격때에만 하더라도 단번에 영점을 획득한 그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0!”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표적은 계속해서 올라온다.


‘우로 세 마디.’


푸슉


네 발째, 감으로 짐작한 좌우 수정량은 다행히 탄알이 표적 바로 위에 떨어질만큼 정확했다.

그리고 다섯 발째, 드디어 처음으로 그가 쏜 탄알이 표적지에 명중했다.


지금부터 다 맞춘다고 해도 16발, 이미 그가 당초 노렸던 특등사수의 꿈은 날아갔다.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그에게 있어 지금의 현실은 꽤나 뼈아팠지만 감정적이 될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14발 이하로 떨어져 토요일 추가사격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푸슉


일곱 발째, 석훈이 타고난 센스와 빠른 판단으로 급하게 오조준이 가능했지만 너무 급조였다.

다른 표적은 몰라도 난시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250m 표적까지 이런 긴급조치가 통하지는 않았다.


‘두 발이다.’


그는 목덜미로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오로지 표적과 자신이 설정한 오조준 제원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앞으로 한 발은 놓쳐도 된다. 아직 그래도 한 발을 놓쳐도 14발로 턱걸이로 통과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긴장했던 몸이 살짝 풀어지는 듯 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일한 생각, 고작 20여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의 삶은 꽤나 굴곡져 있었다.

그리고 그 굴곡의 시작점, 정확히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변곡점은 모두 그의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대학을 1년 늦게 온 것,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 고작 돈 500만원 때문에 다단계에 빠진 가족을 구하지 못한 것.

그 모든 일의 시초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자신이 있었다.


“아”


잠깐의 안일함과 복잡해진 생각으로 그는 결국 열 발째 탄을 적중시키지 못했다.


“사수, 엎드려쏴 준비.”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석훈은 한 손으로 화기를 들어 모래주머니에 올리는 한 편, 입으로 끼고 있던 3M 장갑을 벗어 던졌다.


“퉤.”


자신의 인생이 언제 한 번 쉽게 풀린 적이 있던가.

그럴때마다 고고한 척 운명을 받아들이려 하면 더 나락으로 빠졌고 모양 빠지게 발버둥치며 바닥을 기면 언제나 최악은 면했다.

지금은 발버둥쳐야 할 때다.


‘우로 삼, 아래로 하나.”


단위가 인치인지, 센티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가 경험을 통해 쌓은 ‘일정한 거리감’ 을 몸이, 눈이, 머리가 기억하고 있다.

이 감각이 흩어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한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미리 설정해둔 경험제원이 흩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심폐활동만 유지할 뿐이다.


깜빡


눈을 최소한으로 감았다 뜬다.


탕, 탕, 탕


계속해서 탄알은 표적에 적중했다.

그가 앞서 보여준 사격에서의 결과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기간병과 부사수는 벌써 여덟 발째 표적을 적중시키는 것을 보고 소리없이 감탄했다.


아홉 발째


아홉 발째 표적은 100m 였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그가 설정한대로 표적은 일어선 지 2초도 되지 않아 다시 자리에 누웠다.


두근


이제 한 발. 한 발만 명중시키면 그는 14발로 턱걸이 합격이 가능하다.

문제는 아직 이번 사격에서 250m 표적이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설마 250m 없이 사격이 종료된다면 좋겠지만 이 역시도 안일한 생각일 뿐이다.


“250!”


부사수가 불러준 표적성질에 따라 총구를 위로 올린 그때였다.

갑자기 불어온 골짜기의 찬바람이 건조해진 그의 안구로 쇄도했다.

가뜩이나 예민해진 그의 눈이 정면에서 불어온 찬바람을 맞자 눈가에 물이 맺혀 시야가 흐려졌다.


석훈은 급하게 눈을 두어번 깜박거리며 눈물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흐려질대로 흐려진 시야는 도통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석훈은 가빠지는 호흡을 애써 진정하며 흐릿한 시야를 통해 표적을 살폈다.

다행히 아직 타임아웃은 아니었다.


망막에 비춰지는 흐릿한 검은 점.

그는 좋든 싫든 이제 도박수를 걸 수 밖에 없었다.


‘우로 2, 아래로 1.’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서조차 땀이 흘러 불쾌한 느낌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급격히 증가하는 심박수에 얼굴까지 차오르는 열감은 그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날숨의 2/3 지점. 석훈은 호흡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


“어깨 위로 총!”


“좌측부터 격발 후 보고!”


사격이 종료된 후 안전검사대에서는 두어번의 확인을 마치고 마지막 검사가 진행중이었다.


“격발 이상무!”


“음, 이 조는 한 명도 불합격자가 없군. 모두 수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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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초군사훈련(4) 24.07.28 6 0 16쪽
8 기초군사훈련(3) 24.07.28 6 0 7쪽
7 기초군사훈련(2) 24.07.28 6 0 13쪽
6 기초군사훈련(1) 24.07.28 2 0 13쪽
5 면접준비 (2)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24.07.10 4 0 8쪽
4 면접준비 (1) 24.07.10 3 0 8쪽
3 체력검정 24.07.10 6 0 12쪽
2 모집 24.07.05 9 0 10쪽
1 위기의 학군단 24.07.03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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