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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274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30 14:00
조회
44
추천
2
글자
7쪽

제6 장 학살(4) -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빼앗아 갔다.

DUMMY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묻고 싶었던 말이 무심코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길, 적어도 고개를 끄덕여 주길 바랐지만 무표정한 눈빛으로 그녀는 나를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상처 입은 그녀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하늘만 올려보는 것이 그녀가 하는 전부였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자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난 무언가를 해야 했지만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최대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그녀를 이 깊은 지옥에서 꺼낼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몰랐다.

그저 지켜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았다.


계속 살아주기만을 바랬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했다.

내가 유일하게 그녀를 괴롭히는 시간이었다.

아주 최소한의 양이라도 먹여야 했기에 식사 시간 때마다 사정사정을 하였다.

하루 중 거의 유일하게 내가 그녀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걸어야 했지만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사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의 행복은 아주 먼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너무나도 황당하기만 하였다.

마지막 그녀와 바라보던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을 그들이 빼앗아 갔다.

이제 더 이상 밤하늘에는 아름다운 별이 없다.

아주 소소하고 소박한 작은 행복이지만 그것마저도 다 빼앗겨 버렸다.


물어야 했다.

꼭 그것마저도 빼앗아 갔어야 하는지.

그들은 가진 것이 많았다.

그렇게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이 꼭 아주 작은 것까지 다 빼앗아야만 하는지.


하루에 한 번 먹을 것을 찾아서 나가야 했다.

그때마다 그 마을을 다시 찾았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것이 그렇게도 궁금하더냐? 그래 좋다. 내 아주 자세히 말해 주지.”


그 장교는 전날보다는 조금 회복하여 더 이상 목숨이 위태로워 보이진 않았지만 워낙에 위중한 부상을 당했기에 기세가 꺾일 법도 하였지만 여전히 독기에 찬 눈빛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다.


“불령선인들을 토벌하는 임무를 받았지만 그년처럼 따로 쓸데가 있는 계집은 실컷 데리고 다니면서 재미를 보다 죽여도 무방하다. 일종의 전리품 같은 것으로 대일본 제국의 황군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그년의 눈앞에서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지. 특히 꼴 같지도 않은 학교에 애새끼들과 영감탱이를 가둬 태워 죽일 때 발악하던 그년의 모습은 날 아주 흥분시켰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들이 계속되자 나 또한 인간성을 잃어 가는 것일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난 아주 침착하게 그놈의 새끼손가락을 부러뜨리며 말했다.

마치 물건을 다루는 듯한 것처럼.


“말투를 가려서 해라.”


아니, 침착한 척하려 했으나 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손가락이 부러지는 고통에 비명치던 그는 날 비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괜찮은 척해 봐도 소용없다. 너의 분노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그래 좋다. 더 화나게 해 주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표정으로 믿을 수 없는 말을 이어 나갔다.


“발악하던 그년을 보면서 더는 참을 수가 없었지. 그 자리에서 그년의 옷을 다 벗기고 맛보려는데 하도 발악을 하길래 어찌나 짜증 나던지. 니가 죽인 내 부하 네 놈을 시켜 그년의 팔다리를 하나씩 잡게 하니 그년도 별수가 있겠나. 울고불고 난리 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내가 맛본 수많은 조선 여자 중 최고였어. 내가 끝나고 부하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년을 건드리는데 포기했는지 더 이상 저항을 안 하더라고. 저항할 때가 더 흥분되는데 그다음부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 반반한 애는 만나기 어려우니 데리고 다니면서 밤낮으로 즐겨 줬지. 물론 내가 끝나면 매번 부하에게도 기회를 주는 아량을 보여 주면서.


이제 부대로 복귀해야 하고 이년이 어느 순간부터 시체같이 반응이 없으니 재미도 없어지고 해서 슬슬 죽여 버리고 떠나려는데 재수 없이 너 같은 놈을 만나다니.”


그는 일부러 나에게 보여 주려는 듯 입맛을 다시며 히죽거렸다.


“너도 한번 느껴 보거라.”


이젠 그를 상대하는 것이 괴로웠다.

죽은 시체의 옷을 찢어 그의 입에 물린 채 묶어 버렸다.

더 이상 그의 말을 듣는 것이 버티기 힘들었다.

그리고 양 팔다리를 나무에 매달아 버렸다.

두 나무 사이에 매달려 붕 떠있는 그는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시체 같아 보였다.


조금이나마 당한 대로 돌려줬으니 복수를 한 것일까?

어떠한 생각을 해 봐도 마음이 개운해지지 않았다.

그 자식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마음이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답답한 기분이었다.

시연이에게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를 볼 자신이 없었다.

한참을 군영 근처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마음속에 슬픔이 가득 찼으나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 이리도 인간이 인간에게 잔인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군영으로 돌아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시연이는 내가 나올 때와 같은 곳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그녀가 방황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는 사실이었다.

괴롭지만 버티는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괴롭다는 걸 알지만 난 매일 그 자식을 찾아갔다.


“열등한 민족이 우등한 민족에게 지배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미개한 조센징과 중국인들을 구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너희에게 구원해 달라고 한 적 없다. 그리고 지금 너희가 하는 짓은 구원이 아니라 강간이고 학살이다.”

“미개한 민족의 사소한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우리는 너희들과는 존재 자체가 다르니까. 조선의 여인들은 황군의 전투력을 올려주기 위해 쓰여야 하고 그 사실을 영광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성한 황국 시민의 어머니인 일본 여인들과는 다른 존재다.”

“그녀는··· 일본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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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10 장 후회(4) - 후회하는 사람들 24.08.29 2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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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9 장 신념(1) - 신홍의 과거 +1 24.08.20 38 3 7쪽
39 제8 장 유럽(5) - 흔들리지 않는 신념 24.08.19 34 1 9쪽
38 제8 장 유럽(4) - 개인의 삶 24.08.16 33 2 8쪽
37 제8 장 유럽(3) - 새로운 시작 24.08.14 38 1 8쪽
36 제8 장 유럽(2) - 사격의 본질 24.08.13 41 1 8쪽
35 제8 장 유럽(1) - 신세계 24.08.12 35 1 8쪽
34 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24.08.09 40 2 9쪽
33 제7 장 의열(6) - 침략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경고 24.08.08 31 2 8쪽
32 제7 장 의열(5) - 악귀 들린 제비 24.08.07 39 2 7쪽
31 제7 장 의열(4) - 경성 피스톨 24.08.06 32 2 7쪽
30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24.08.05 40 2 8쪽
29 제7 장 의열(2) - 산속의 두 사내 24.08.02 37 2 7쪽
28 제7 장 의열(1) - 백두산의 악귀 24.08.01 46 2 8쪽
27 제6 장 학살(5) - 용서받지 못한 자 24.07.31 46 2 8쪽
» 제6 장 학살(4) -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빼앗아 갔다. 24.07.30 45 2 7쪽
25 제6 장 학살(3) - 믿을 수 없는 잔인함 24.07.29 5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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