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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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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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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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DUMMY

의열단원들은 참으로 용감하였다.

적진에 폭탄 하나만 들고 단 하나의 망설임 없이 돌진하였다.

그런 의열단을 일본은 두려워했다.

하지만 단원들의 고귀한 희생에 비해 그들의 피해가 너무 적었다.

거사에 사용된 폭탄의 성능 때문이었다.

의열단이 구할 수 있는 폭탄의 성능은 매우 조잡해서 파괴력이 약했고 불발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추산 형이 이번에 던진 폭탄도 둘 중 하나는 불발이었다.

의백은 항상 이 문제를 고민하였다.

외국인 폭탄 기술자를 초빙해 봤으나 제대로 된 성능의 폭탄을 제조하지 못하였다.

그런 의백에게 대암 선생은 마자르라고 하는 헝가리 출신의 기술자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는 폭탄을 전문적으로 제조할 줄 알았으며 그의 폭탄은 파괴력이 엄청나다고 하였다.

현재 몽골에서 대암 선생과 같이 지내고 있으며 다시 돌아가는 대로 그를 의백에게 보내 준다고 약속하였다.



대암 선생이 몽골로 돌아간 지도 한참이 지났지만 마자르는 오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의백에게 들려온 건 슬픈 소식이었다.

선생이 몽골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혁명 정부의 반대편인 러시아 백군이 몽골의 수도를 점령하였고 그 부대에 있던 일본군 장교 때문에 선생이 처형당하였다.

너무도 서글픈 일이었다.

그렇게 마자르는 의백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 년이 넘게 지난 어느 날 약산을 찾는 어느 서양인에 대한 소문이 베이징에 돌았다.

의백은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났고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은인인 대암 선생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산을 찾고 있던 마자르였다.



그들은 폭탄을 제조하기 위하여 상하이로 거처를 옮겼다.

마자르의 명의로 프랑스 조계 내 집을 한 채 구해 여성 단원인 계옥과 마자르가 함께 살았다.

중국인 아내를 맞은 서양인의 평범한 신혼집으로 보였지만 실제는 지하실에서 폭탄을 제조하는 폭탄 공장이었다.

몇 달이 지났고 지하실 한쪽에는 어느새 고성능 폭탄이 쌓이고 있었다.

백두산에서 나와 헤어지고 상하이로 돌아온 의백은 단원들과 상하이 근처 무인도에서 폭탄을 시험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자르가 개발한 폭탄은 암살, 파괴, 방화용으로 총 세 가지였다.

이 세 가지 모두 기존의 폭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보여 줬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폭탄의 준비가 완료됨과 동시에 ‘조선혁명선언’이 완성되었다.

기미 만세 운동 이후 한민족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두려워한 조선 총독부는 문화 통치를 펼쳐 정신을 무너트리려 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로 돌아서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의열단의 무력 투쟁은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동시에 민족을 깨우쳐 만세 운동 이후 약해지고 있던 정신을 한데 모으려는 목적 또한 가지고 있었다.

단순한 파괴와 암살이 아닌 그 속에 있는 독립에 대한 열망을 일반 민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선전 활동이 필요하였다.

이를 위하여 의백은 민족 사학의 선두자이자 독립운동 사상의 거두인 단재 선생을 찾아갔다.

단재 선생은 일본 놈이 지배하는 땅에서는 머리를 숙이지 않겠다며 옷이 다 졌더라도 꼿꼿이 서서 세수를 할 정도로 대쪽 같은 독립지사였다.

그런 단재 선생이 작성한 ‘조선혁명선언’은 의열단의 혁명 정신과 무력 투쟁의 정당성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의백은 폭탄 거사 시 대량으로 인쇄된 ‘조선혁명선언’을 뿌릴 계획이었다.


이제는 폭탄을 국내로 운반하는 일만 남았다.

제비 형님과 함께한 거사로 인하여 원래도 삼엄했던 국경의 경계가 한층 더 삼엄해졌다.

그런 국경을 통과해 폭탄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은 쉬운 임무가 아니었다.

이번 거사를 국내에서 지휘하는 인물은 고려 공산당원이자 의열단원인 하구 동지였다.

그는 의백에게 폭탄 운반의 역할을 맡길 의외의 인물을 소개했다.

바로 경기도 경찰부의 황 경부였다.

고위급 친일 경찰인 황 경부를 통해 폭탄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성사가 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의백은 단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톈진에서 황 경부와 만난 의백은 그를 전적으로 믿고 반입 작전을 실행하였다.

황 경부는 예상대로 큰 문제없이 일부의 폭탄을 경성으로 반입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구 동지는 또한 이번 작전을 위하여 고려 공산당원이자 신문사 지국장을 협력자로 심어 놓았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만주 안둥현과 평안북도 지국장은 황 경부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지위를 이용해 무사히 나머지 폭탄을 국내로 반입하였다.

유사시를 대비해 안둥현과 신의주에 남겨놓은 폭탄을 제외하고 모두 경성으로 옮겨졌다.

이제 거사를 실행하는 단계만 남았다.



이번 거사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다.

이전과는 다른 가공할 위력의 폭탄이 우리 민족을 침략하고 무단 통치하는 주요 기관을 동시에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모였다.

신의주에 남아 있던 의열단원들도 거사에 참여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경성으로 향했다.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얼마 후 모두 경성에 집결하였다.

무기와 단원들이 모두 경성에 모여 성공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은 어느 날 황 경부는 경기도 경찰부장에게 불려 갔고 그 후 바로 나를 유치장 밖으로 꺼내 주었다.

그는 경찰부장이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직감적으로 모든 것이 들통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하구 동지와 황 경부를 비롯한 많은 동지들이 체포되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시작됐다.

폭탄의 보관을 맡은 동지들이 불안감에 좀 더 안전한 곳으로 폭탄을 옮기려 하였다.

경성의 폭탄은 독립운동가 김두형의 집으로 옮겨졌으나 외형상 독립운동을 하는 그는 사실 일본 고등 경찰의 밀정이었다.

신의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였다.

안전을 위해 옮긴 폭탄이 평안북도 경찰부 고등과에 근무하는 악질 친일 경찰 김덕기의 끄나풀에게 들어간 것이었다.

이 시절 고등 경찰의 밀정들은 독립운동가 내부 곳곳에 잠입해 있었고 그것을 간과한 동지들이 불안한 마음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폭탄 보관을 부탁하였던 것이었다.

독립운동을 하는 동지로 알고 있던 지인들이 밀정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 한스런 순간이었다.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꿈만 같았던 고성능 폭탄을 개발하였고 불가능처럼 보인 경성으로의 반입을 성공하였는데···

마지막 순간에 나라를 배신한 자들에 의해서 의열단 최대 규모의 거사가 좌절되었다.

일본 경찰은 그들이 압수해 간 폭탄의 위력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의열단의 대담한 계획에 충격을 받았다.

거사가 성공을 하였다면 그들의 충격은 몇십 배가 되었을 것이며 그들의 통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나 원통하였다.





* * *



“이것이 급하게 선배를 다시 백두산으로 이유요.”



의백은 쓰린 마음을 삼키며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황 경부를 만난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오. 그는 끝까지 우리를 이용하려 한 친일 경찰로 남을 것이오. 그것이 밝혀지면 우리는 다시는 같은 계책을 쓰지 못할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내 특별히 그에게 부탁하였소. 어떤 일이 있어도 그는 우리 관계를 부인할 것이오.”

“안타깝네요. 용감한 의열단원인 그가 역사 속에서 더러운 이름을 갖고 살겠군요.”

“그는 그것을 알고도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 주었소. 그는 진정한 호걸이자 가장 용감한 의열단원이오. 비록 역사가 그렇게 기록해주지 못해도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수많은 지사들이 희생을 하였다.

제비 형님, 추산 형, 감자 동지, 대암 선생, 마자르, 계옥 동지, 하구 동지, 황 경부 그리고 수많은 의열단원들 모두 나라를 위하여 그리고 민족을 위하여 싸웠다.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리라 다짐하였다.



“마자르를 찾아 주시오. 검거 직후 그는 추방을 당한 것 같소. 이후 그의 행방이 묘연하오. 아마도 그의 조국인 헝가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소. 유럽으로 가주시오. 거기서 그를 찾아 주시오. 혹여 그것이 안 된다면 기술을 배워 주시오. 우리에겐 제2의 마자르가 필요하오. 선배가 폭탄 기술자가 되어 돌아와 준다면 우리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의백의 마지막 지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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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24.08.09 41 2 9쪽
33 제7 장 의열(6) - 침략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경고 24.08.08 3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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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24.08.05 40 2 8쪽
29 제7 장 의열(2) - 산속의 두 사내 24.08.02 38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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