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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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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7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8.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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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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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제7 장 의열(5) - 악귀 들린 제비

DUMMY

종로 경찰서에 폭탄을 던졌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게 누구든 간에 중요한 것은 제비가 그들이 쫓는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제비는 방금 20여 명의 형사들의 포위를 뚫고 한 명의 형사를 죽이고 두 명의 형사에게 부상을 입히고 도주하였다.

그는 우리의 작전을 위한 완벽한 미끼가 되어 있었다.



나도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각자의 임무를 위해 달렸다.



“형님, 몸 조심하십시오. 만나서 정말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세상에선 여유롭게 술 한잔 하시게.”



나보다 11살이나 많았던 제비는 흥 장군과 나이가 비슷했다.

그리고 방황하던 나에게 같은 말을 해 줬다.

그래서인지 그는 나에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큰형님 같은 느낌을 줬다.

너무나도 포근한 큰형님 같은 그와 이제 헤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이런 인연을 만났다는 것이 아주 큰 힘이 되었다.



난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종로 경찰서 근처의 은신처에 몸을 숨겼다.

다행히 아직 경계가 삼엄해지기 전이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에 와서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곳곳에 의열단원들이 활동 중이었다.

그들이 미리 마련해 준 은신처에서 종로 경찰서만 주시하고 있었다.

근처 어딘가에도 나와 같은 곳을 주시하고 있는 의열단원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미끼가 될 차례였다.



그로부터 또 닷새 정도가 흐른 어느 새벽이었다.

종로 경찰서가 분주해졌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깜깜한 밤하늘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런 어둠을 뚫고 대규모의 순사들이 무장을 단단히 하고 경찰서를 나가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이백은 넘는 숫자였다.

끝없는 트럭의 행렬이 그들을 어디론가 실어 나르고 있었다.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단 한 사람의 힘이 이리 대단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빠졌기에 우리의 거사는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가 흐르고 주위가 다시 고요해지자 다섯 명의 무리가 종로 경찰서로 향했다.

일꾼으로 가장한 그들은 의외로 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난 미리 약속한 대로 십 분 후 종로 경찰서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될 수 있는 한 요란하게 창문을 깨부수니 얼마 남지 않은 순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을 향해 총을 쏘며 거리를 유지한 채 남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나에게 주목이 되도록 나를 노출하는 것이 필요했다.

한참을 추격전을 펼치며 시간을 끌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약속된 시간까지 살아남았고 그대로 남쪽을 향해 도주해 한강을 건넜다.



날이 밝았고 실로 오랜만에 긴장감을 떨쳐 내고 편히 쉬었다.

밤이 되자 한강을 다시 건너 남산으로 돌아왔다.

연락처를 확인해 보니 경찰서를 습격한 동료들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하였다고 했다.

종로 경찰서를 습격해 다음 거사에 필요한 폭탄을 비롯한 무기와 연료를 탈취하고 무사 복귀하기까지 순조로웠다.

그날 새벽 일본 경찰의 이목이 전부 제비 형님에게 쏠린 탓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난 병력과 인원이 투입되었다.

경기도 경찰부장인 우마노가 직접 현장 지휘를 하고 종로 경찰서와 관할 구역이었던 동대문 경찰서를 비롯한 경성 시내 4대 경찰서에서 1000명이 넘는 순사가 차출되었다.

단 한 사람을 잡기 위해서 투입된 병력이었다.

그동안 보여준 제비 형님의 신출귀몰한 무용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정말 경이로웠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무력을 보여 주었다.

제비 형님은 단신으로 그 많은 인원과 총격전을 벌이고 15명을 넘게 사살한 후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로 자결하였다.

세 시간이 넘는 총격전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간을 벌어 주었다.

이제 나의 몫이 남았다.

그의 고결한 희생을 위해서라도 이번 거사를 무조건 성공시켜야 했다.


남산의 북쪽에는 이상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본에서는 신을 기리는 신사라는 종교 시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그중에서도 일본의 황실과 관련된 신과 역대 천황을 참배하는 신사를 선별하여 신궁이라 불렀다.

그런 신궁을 경성 한가운데인 남산에 짓고 있었다.

조선 신궁이란 이름의 이 시설은 일본 천황가의 시조인 아마테라스와 얼마 전 죽은 메이지 천황을 기리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조선 침략의 원흉인 메이지 천황을 신격화하여 우리 민족에게 참배시키려는 계획이었다.



남산에는 원래 종교 시설을 비롯한 어떤 건물도 지을 수 없었다.

경복궁의 근정전에서 나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이 산에는 원래 조선의 시조를 기리는 국사당이 있었다.

그렇기에 국사당을 제외한 어떤 건물도 지어질 수 없었다.

조선 총독부는 우리의 왕을 기리는 국사당을 다른 자리로 옮기고 거기에 자신들의 왕을 기리는 조선 신궁을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땅과 식량을 비롯한 물질적 재산을 수탈해 가는 것도 모자라 우리의 역사와 정신까지 수탈하려 하고 있던 것이었다.

만세 운동 이후 집결하는 우리의 정신을 문화 통치라는 미명하에 무너트리려고 하는 수작이었다.

의백은 이번 작전을 통해 그런 얄팍한 수작으로 우리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조선 총독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그들의 통치의 상징을 파괴하는 계획으로 바꾼 것이었다.


그들이 아직 재정비를 마치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다음 날 새벽 조신 신궁이 지어지고 있는 공사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엄청난 규모의 공사였지만 우리의 목표는 가장 안쪽에 있던 신전을 비롯한 건물들이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약속한 시간이 되자 한 무리의 의열단원들이 나타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종로 경찰서에서 탈취한 연료를 지어지고 있는 건물 곳곳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생각보다 경비는 허술했지만 불을 보고 간간이 나오는 관리자들은 나의 몫이었다.

그들을 처리하고 불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타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다음 목표를 향해 남산의 동북쪽 끝자락을 향해 산길을 달렸다.



산속을 평지와 같이 달리는 나에게 목적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 미리 봐 두었던 곳에 자리를 잡으니 총독 관저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산의 한쪽 하늘이 붉게 물들자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그때였다.



“펑펑펑!”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저 멀리 보이는 건물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그자일 것이다.



* * *



얼마 전 일이 생각났다.

제비 형님을 처음 만난 후 난 매일 하루에 몇 번씩 연락처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처를 확인하다가 어떤 사내와 마주쳤다.



“백두산 악귀가 궁금하여 기다렸소다. 추산이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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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10 장 후회(6) - 나의 과거 24.09.02 22 1 6쪽
48 제10 장 후회(5) - 재회 24.08.30 21 1 6쪽
47 제10 장 후회(4) - 후회하는 사람들 24.08.29 21 1 7쪽
46 제10 장 후회(3) - 잘못된 사람들 24.08.28 2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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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0 장 후회(1) - 묵인된 과거 24.08.26 26 2 7쪽
43 제9 장 신념(4) - 외면 24.08.23 31 2 6쪽
42 제9 장 신념(3) - 이상한 나라 24.08.22 30 2 7쪽
41 제9 장 신념(2) - 은밀한 제안 24.08.21 25 2 6쪽
40 제9 장 신념(1) - 신홍의 과거 +1 24.08.20 39 3 7쪽
39 제8 장 유럽(5) - 흔들리지 않는 신념 24.08.19 34 1 9쪽
38 제8 장 유럽(4) - 개인의 삶 24.08.16 33 2 8쪽
37 제8 장 유럽(3) - 새로운 시작 24.08.14 39 1 8쪽
36 제8 장 유럽(2) - 사격의 본질 24.08.13 42 1 8쪽
35 제8 장 유럽(1) - 신세계 24.08.12 35 1 8쪽
34 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24.08.09 40 2 9쪽
33 제7 장 의열(6) - 침략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경고 24.08.08 31 2 8쪽
» 제7 장 의열(5) - 악귀 들린 제비 24.08.07 39 2 7쪽
31 제7 장 의열(4) - 경성 피스톨 24.08.06 33 2 7쪽
30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24.08.05 40 2 8쪽
29 제7 장 의열(2) - 산속의 두 사내 24.08.02 37 2 7쪽
28 제7 장 의열(1) - 백두산의 악귀 24.08.01 46 2 8쪽
27 제6 장 학살(5) - 용서받지 못한 자 24.07.31 46 2 8쪽
26 제6 장 학살(4) -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빼앗아 갔다. 24.07.30 45 2 7쪽
25 제6 장 학살(3) - 믿을 수 없는 잔인함 24.07.29 5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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