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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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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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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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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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DUMMY

내가 봉오동에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 무렵 그들은 국내에서 그들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폭탄과 무기를 국내로 반입해 대규모 거사를 준비하다 아쉽게 적발되어 실패한 일도 있었지만 주요 기관인 부산, 밀양 경찰서에 폭탄을 투하하여 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거사에 참여한 단원들은 의연히 죽음을 선택하였고 그들의 드높은 기개는 전국에 울려 퍼졌다.



이로부터 이 년이 넘게 흐른 지금 그는 새로운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목표는 사이토 마코토.

나라를 빼앗고 자기들의 마음대로 우리 민족을 통치하기 위하여 세운 기관 중에 으뜸이 되는 조선 총독부, 그곳의 수장이었다.

조선 총독은 매년 정초 도쿄에서 열리는 일본 제국 회의에 참석했었다.

도쿄행 첫 길목인 남대문 역에서 그를 처단하는 것이 이번 거사의 핵심이었다.

기차에 타기 직전에 폭탄을 던져 조선 총독을 제거하는 계획이었다.



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해 그곳에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새로 부임하는 사이토에게 폭탄을 던진 지사가 있었다.

65세의 왈우 선생이었다.

비록 폭탄이 빗나가 파편 몇 개만 사이토의 혁대에 박혔을 뿐이지만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나이에도 독립에 대한 우리 민족의 열망을 새로 부임하는 적의 수장에게 뚜렷이 가르쳐 주었다.

젊은이들도 하기 힘든 일을 의연히 행한 노인의 결연한 정신이 삼 년이 지난 이 순간 의열단에 의해 재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거사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 큰 문제가 생겼다.

국내에서 폭탄 반입과 보관을 담당한 동지가 일제 고등 경찰에 매수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약산은 폭탄을 이미 국경 지대인 안둥현까지 옮겨 놓았지만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국내로 반입할 수는 없었다.

한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상하이 임시 정부 법무 국장으로 일하다 귀국해 경성에서 무산자 동맹회를 조직해 사회주의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약산은 상하이에서 그와 맺은 친분을 계기로 이번 임무를 부탁하였고 그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사회주의 이념 때문에 임시 정부와 완전히 갈라섰다고 생각한 경찰이 그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그는 이번 임무에 최적격이었다.

그런 그가 밀정이라니.

약산을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확인은 필요했다.

경성에 직접 잠입해 그를 만나려 했으나 그는 경찰에 연행되어 있었다.

그가 밀정이던 아니던 이제는 그를 통한 폭탄 반입은 불가능해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거사를 직접 실행할 인물은 제비라 불리는 사내였다.

어찌나 몸이 빠르고 날랜지 제비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는 이 년 전에 암살단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사이토 총독과 고위 관료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한스럽게도 사전에 발각되었다.

그를 쫓는 경찰의 두터운 포위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종횡무진하며 포위망을 뚫고 상하이로 망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경찰 여럿이 그의 총에 목숨을 잃었고 그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그가 약산과 만나 의열단원이 되어 이 년 전 못다 한 임무를 완수하러 얼마 전 경성에 잠입한 것이었다.



약산은 제비를 만나 폭탄을 반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했지만 제비는 암살 계획을 변경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권총으로 저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이 경찰에게 연행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계획이 어느 정도 경찰에 발각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비는 이번 거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었다.

약산은 헛되이 목숨만 버리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제비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대신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거사 성공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오겠다고 하였다.


“악귀가 붙은 제비라면 해 볼 만하지 않겠소?”



약산은 마치 자신에게 말을 하듯 나를 보며 말했다.



“최근 들어 심해진 경계 때문에 국경 길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돌아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소이다. 그런데 선배를 만나고 나니 이곳으로 온 것이 거사를 성공시키라는 조상들의 배려가 아니었나 싶소. 어떻소 선배? 민족을 위하여 그 총을 다시 한번 들어주는 것이.”



그는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가득 차 있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서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난 두렵소.”



한참 고민 끝에 나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약산과 그의 동지는 차분히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내 가장 소중한 가족들이 죽임을 당했소. 할아버지는 산 채로 태워졌고 동생이자 정인이었던 여인은 말로 할 수 없는 유린을 당하다 결국엔 세상을 떠났소. 난 그런 세상이 두렵소. 그게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요. 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요.”



절대로 입 밖에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다.



“제비 선생에게 동지이자 동생이자 정인이었던 여인이 있었소. 제비 선생이 경성에서 도망치고 그 여인은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지. 육체적인 고통뿐이 아닌 여자로서 견디기 힘든 치욕을 겪어야 했소. 거의 죽음 직전에서 풀려난 그녀를 제비 선생이 어렵게 상하이로 데리고 왔소.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소. 상하이에 온 지 얼마 후에 한 많은 세상을 떠났소. 우린 장례를 위해 돈을 모아 제비 선생에게 전달했소. 관을 살 돈을 말이오. 제비 선생은 얼마 후 돌아왔지. 관 대신 한 자루의 권총을 손에 들고. 그녀를 그리 만든 놈들을 처치하기 위한. 제비란 사내는 그런 사람이었소. 그런 사람을 만나 보면 선배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소?”



약산은 제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연이의 비극이 이 산에서 재현되었듯이 세상 곳곳에는 비슷한 슬픔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비극을 겪고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펼치려는 사내가 있었다.


‘이제 때가 된 것인가?’



언젠가는 이 산을 벗어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이런 사내들이라면 의지가 될 것 같았다.



“정리를 해야 하오.”



헌병대의 시체를 수습하러 다시 약산 일행을 처음 만난 장소로 갔다.

군복을 벗기고 소총을 비롯한 소지품을 챙기고 나서 시체를 한데 모았다.

얼어붙은 땅을 녹이기 위해 근처 땔감을 모아 불을 피웠다.

일본군을 처리하고 항상 하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들에 대한 원한이 깊을 텐데 항상 이렇게 땅에 묻어주는 것이오?”



다소 의아하다는 듯 약산의 동지가 물었다.



“그들은 한인들의 시신을 함부로 버리고 갔소. 죽어서도 최소한의 예의조차 받지 못하였소. 나 또한 똑같이 복수를 하고 싶었소만 차마 할 수 없었소. 내 그들의 목숨을 거뒀으니 저승에는 제대로 보내줘야 하지 않겠소? 내 비록 악귀는 되었으나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될 수는 없었소.”



그렇게 말하는 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일본군들은 자신의 동료들조차 무참히 죽인답니다. 얼마 전 한 손과 발이 불구가 되었다는 이유로 쓸모없는 군인이라며 죽임을 당하고 군인 명부에서도 제외된 어느 장교 이야기가 파다하답니다. 그런 그들의 잔인함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그의 말을 들으니 마지막 지옥을 함께한 그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작 그런 최후를 맞이하려고 그리 잔인하게 살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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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9 장 신념(1) - 신홍의 과거 +1 24.08.20 38 3 7쪽
39 제8 장 유럽(5) - 흔들리지 않는 신념 24.08.19 34 1 9쪽
38 제8 장 유럽(4) - 개인의 삶 24.08.16 33 2 8쪽
37 제8 장 유럽(3) - 새로운 시작 24.08.14 38 1 8쪽
36 제8 장 유럽(2) - 사격의 본질 24.08.13 41 1 8쪽
35 제8 장 유럽(1) - 신세계 24.08.12 35 1 8쪽
34 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24.08.09 40 2 9쪽
33 제7 장 의열(6) - 침략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경고 24.08.08 31 2 8쪽
32 제7 장 의열(5) - 악귀 들린 제비 24.08.07 39 2 7쪽
31 제7 장 의열(4) - 경성 피스톨 24.08.06 32 2 7쪽
»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24.08.05 40 2 8쪽
29 제7 장 의열(2) - 산속의 두 사내 24.08.02 37 2 7쪽
28 제7 장 의열(1) - 백두산의 악귀 24.08.01 46 2 8쪽
27 제6 장 학살(5) - 용서받지 못한 자 24.07.31 46 2 8쪽
26 제6 장 학살(4) -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빼앗아 갔다. 24.07.30 44 2 7쪽
25 제6 장 학살(3) - 믿을 수 없는 잔인함 24.07.29 5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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