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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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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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9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8.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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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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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제10 장 후회(5) - 재회

DUMMY

과거로부터 잊혀 가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떠난 후 한반도에서는 아주 슬픈 전쟁이 일어났다.

일본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같이 싸웠던 민족이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죽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한탄스러웠다.

그렇지만 난 모른척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살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 나도 내 가족도 캐나다에서의 삶이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난 아들 녀석의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불려 갔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유일한 동양인이던 그 녀석은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자신과 다른 백인들에게 매번 놀림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그 녀석은 참지 않고 덤벼들었다.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아이들을 상대로 지독하게 덤볐고 언제나 난 사과를 하고 치료비를 물어 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주 오랜만에 학교에 불려 가는 것이었다.

아들의 지독한 모습에 백인 아이들도 더 이상 싸움을 걸지 않았고 그는 이제 그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도착해 아들의 몰골을 본 나는 너무도 놀랐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던 그 녀석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그마한 한 아이의 손에는 피 묻은 주먹만 한 돌덩이가 들려 있었다.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얼마 전에 새로 전학을 온 그 아이는 일본인 포로수용소에 있던 한국인으로 얼마 전 난민의 자격으로 영주권을 얻고 이 마을에 오게 되었다.

영어를 할 줄 몰랐던 그 아이에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아들 녀석은 큰 도움이 되었고 둘이서 제법 친하게 잘 어울렸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한국어로 뭐라 하더니 그 둘이 갑자기 싸웠다고 했다.

또래에 비해 엄청나게 작았던 그 아이는 아들의 주먹에 쉽게 나가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달려들어서 결국 돌덩이로 아들을 내려치고 아들이 기절을 하고 나서야 싸움이 끝이 났다고 했다.

화가 났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그 아이에게 물었다.



“고개를 들거라. 왜 그랬느냐?”



갑자기 들려온 한국어에 놀란 표정을 한 그 아이가 나를 쳐다봤다.



“일본이 잘못한 게 없다고 했어요. 그들 덕에 오히려 발전하고 살기 좋아졌다고 했어요.”


씩씩거리며 뜬금없는 말을 하는 그 아이의 얼굴 또한 엉망이었다.



“억울하지만 사실이잖아. 그래도 일본 덕분에 이 정도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잘못된 건 잘못이지만 그래도 잘한 건 인정해 줘야지.”



어느새 정신 차린 아들 녀석은 그 아이의 말을 끊으며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난 바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위험한 흉기를 사용한 폭행에 아들 녀석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기에 선생님은 내가 문제를 삼을까 걱정했지만 난 우리의 잘못이라 인정하고 그 아이의 치료를 책임진다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들에게 그 어떤 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유력한 지배층이 다니는 좋은 학교를 나왔고 한국에서도 친일 경력의 기득권 층이 주변에 득실거렸으니 그 녀석이 보고 배운 것이 이런 것이었다.

과거의 잘못이 두려워 침묵으로 살았던 나의 업보였다.


원래도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 아들과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내 마음속의 짐 때문에 난 그동안 가족들에게 다정하지 못했다.

일본인이 되기 위하여 했던 결혼이었고 그런 가족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자 아픈 기억이었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조차 그 아픈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며칠 뒤 그 아이의 보호자가 찾아왔다.

뼈밖에 안 남은 앙상한 모습의 할아버지는 들어오라는 나의 말에 한쪽 다리를 절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고 아이를 용서해 준 것도 치료비를 대준 것도 다 고맙다고 하였다.

아이들 간 사소한 다툼이었고 별일 아니라며 괜찮으니 고개를 들라는 나의 말에도 할아버지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집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고개를 든 그의 모습에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하염없는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아 아저씨!”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겨우 말을 땐 내 눈앞에는 장순 아저씨가 있었다.



“설마 꼬마, 꼬마구나.”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저씨도 나를 한눈에 알아봤다.



장순 아저씨는 청산리에서 일본군을 물리친 뒤 독립군을 떠났다.

가족들을 돌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홀로 와룡동으로 향했다.

와룡동 부근에 불타는 시체 더미 속에서 환이 아저씨, 아니 아버지를 발견했다.

천만다행으로 가장 밑에 깔려 있던 아버지를 미처 불타기 전에 구해낼 수 있었다.

친구를 살리겠다는 집념 하나로 만든 기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갖은 고문에 몸과 정신이 성하지 않았다.

독립군 아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일본군이 모진 고문을 가했던 것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걸린 폐병 때문에 원래도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던 아버지는 건장한 장정들도 버티기 힘든 고문을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나의 존재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장순 아저씨는 아버지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장순 아저씨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가족들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과 고문 후유증으로 아버지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다만 그 상태에서도 아버지는 항상 자신의 아들이 독립군 최고의 저격수라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했다.

그렇게 삼 년을 산속에서 보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장순 아저씨는 친구의 원한을 갚아주기 위하여 다시 독립군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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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10 장 후회(6) - 나의 과거 24.09.02 22 1 6쪽
» 제10 장 후회(5) - 재회 24.08.30 22 1 6쪽
47 제10 장 후회(4) - 후회하는 사람들 24.08.29 22 1 7쪽
46 제10 장 후회(3) - 잘못된 사람들 24.08.28 29 1 7쪽
45 제10 장 후회(2) - 준비되지 않은 통치 24.08.27 29 2 7쪽
44 제10 장 후회(1) - 묵인된 과거 24.08.26 26 2 7쪽
43 제9 장 신념(4) - 외면 24.08.23 31 2 6쪽
42 제9 장 신념(3) - 이상한 나라 24.08.22 30 2 7쪽
41 제9 장 신념(2) - 은밀한 제안 24.08.21 26 2 6쪽
40 제9 장 신념(1) - 신홍의 과거 +1 24.08.20 39 3 7쪽
39 제8 장 유럽(5) - 흔들리지 않는 신념 24.08.19 34 1 9쪽
38 제8 장 유럽(4) - 개인의 삶 24.08.16 34 2 8쪽
37 제8 장 유럽(3) - 새로운 시작 24.08.14 39 1 8쪽
36 제8 장 유럽(2) - 사격의 본질 24.08.13 42 1 8쪽
35 제8 장 유럽(1) - 신세계 24.08.12 35 1 8쪽
34 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24.08.09 41 2 9쪽
33 제7 장 의열(6) - 침략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경고 24.08.08 32 2 8쪽
32 제7 장 의열(5) - 악귀 들린 제비 24.08.07 40 2 7쪽
31 제7 장 의열(4) - 경성 피스톨 24.08.06 33 2 7쪽
30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24.08.05 40 2 8쪽
29 제7 장 의열(2) - 산속의 두 사내 24.08.02 38 2 7쪽
28 제7 장 의열(1) - 백두산의 악귀 24.08.01 46 2 8쪽
27 제6 장 학살(5) - 용서받지 못한 자 24.07.31 47 2 8쪽
26 제6 장 학살(4) -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빼앗아 갔다. 24.07.30 45 2 7쪽
25 제6 장 학살(3) - 믿을 수 없는 잔인함 24.07.29 53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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