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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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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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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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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7 장 의열(1) - 백두산의 악귀

DUMMY

백두산에는 악귀가 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무런 감정도 마음도 없는 악귀.

그저 죽이는 것만이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죽이고 또 죽였다.

그것도 일본군만.

그 살인에는 어떤 분노도 원한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당연한 것처럼 계속된 살인이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진짜 악귀가 나타난 것처럼.



* * *



“이 근방에 악귀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져 있네. 왠지 으스스하니 당장이라도 먼가 나올 것만 같군. 의백 자네는 두렵지 아니한가?.”

“수천 일본 경찰과 헌병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단원들의 용기를 생각하면 그깟 악귀 따위가 나온 들 무섭겠습니까? 그 악귀는 일본군만 죽인다고 하니 내 그가 진짜 귀신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도움을 청할 것을. 나타나 준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역시 의백의 담력은 대단하네. 담력 하면 한지 선생 또한 둘째가라면 서럽겠지만. 그나저나 한지 선생이 참 걱정일세. 이번 일이···”

“쉿!”



의백이라 불린 사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의 동료에게 눈짓으로 그들이 지나온 방향을 가리켰다.



“꼬리가 붙은 것 같습니다. 난 모른 척 그대로 갈 테니 선생께서는 옆으로 돌아서 저자의 뒤를 잡아 주십시오.”



그는 나지막이 동료에게 속삭이고 태연한 척 계속 가던 길을 걸어갔다.

다소 수다스러워 보이던 그의 동료는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날렵하게 그의 옆에서 떨어져 몸을 숨겼다.

평범해 보이던 그들은 한순간에 아주 잘 훈련된 비밀 요원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의백의 말대로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쫓고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속이라 이리저리 몸을 숨기며 그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숨을 죽인 채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지만 눈앞의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코앞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심장이 요동쳤다.

이제 뛰쳐나가 그자를 잡기만 하면 되었다.

경성의 모든 경찰이 쫓고 있던 그자의 목에는 큰 현상금이 걸려 있다.

큰돈뿐 아니라 두 계급 특진 정도는 따 놓은 당상이니 아주 신나는 상상을 하며 품 안에 손을 넣어 총을 잡으려는 순간 냉정하고 차가운 기운이 뒤통수에 느껴졌다.



“천천히 품에 있는 총을 꺼내 앞으로 던져.”



의백의 동료는 어느새 그들을 쫓고 있던 남자의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밀며 지시하였다.

알아채지 못할 만큼 은밀한 움직임으로 그 남자를 쉽게 제압하였다.



“경성에서부터 쫓아온 건가. 자네도 같은 한인인데 그깟 출세가 뭐라고 참으로 야박하구만.”



자신을 쫓아온 남자가 던진 땅에 떨어진 총을 주으며 의백이 한탄하듯이 말했다.



“드디어 내 눈앞에 그 대단하신 모습을 드러냈군. 내가 얼마나 널 쫓아다녔는지 아나, 의열단장.”



그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고 그렇게 쫓던 자신의 목표의 등장에 흥분하며 소리쳤다.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지옥에서 반성하거라. 같은 민족을 팔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여, 민족의 이름으로 널 처형한다.”



의백의 동료가 방아쇠에 집게손가락을 가져가며 단호한 말투로 그의 죄를 꾸짖었다.



“하하하. 순진하군. 너희들은 내가 진정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가? 너희들이 날 잡았다고 생각하는가? 너희들은 내가 판 함정에 빠진 거야. 이제 곧 헌병들이 도착할 것이다. 너희들은 이제 독 안에 든 쥐야. 정체조차 파악하기 힘든 아무도 잡을 수 없었던 의열단장을 내가 잡는다. ”



그의 말에 의백이 뒤를 돌아보니 머지않은 곳에서 십여 명의 헌병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헌병을 확인한 그는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냈다.



“너야말로 순진하군. 저 정도 숫자로 우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동안 우리가 겪어온 상황을 너무도 모르는군. 하긴 같은 민족을 팔아먹고 편하게 사는 자가 어찌 그런 걸 알 수 있겠나. 이런 큰 산에서는 온 산을 에워싸고 포위를 해도 빠져나가기가 어렵지 않거늘. 저 정도의 숫자의 헌병은 널 죽이고 반대로 피하면 그만이다. 거기서부터는 만주 땅이 시작되니 어찌 우리를 잡을 수 있겠는가? 자, 더 이상 인생에 미련을 버리고 너 때문에 고통받은 민족에게 사죄하며 가거라.”



의백의 동료는 헌병의 등장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민족을 등진 변절자를 비웃었다.


쫓기는 상황에서도 침착한 그들을 보며 그 남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욕심을 부리느라 경솔하게 혼자 앞선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이렇게 죽어 버릴 목숨인 걸 알았다면 주변에 손가락질받으며 같은 민족을 괴롭히고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넣는 인생을 살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와 함께 눈을 감고 마지막을 맞이했다.



“탕!”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죽었다고 생각한 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저 멀리, 헌병이 쓰러졌다.

이후 일정한 간격으로 총소리가 계속 울렸다.



“드디어 백두산 악귀가 나타난 건가.”



의백의 나지막한 독백과 함께 그들을 쫓던 헌병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대여섯의 헌병이 쓰러지자 남은 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으나 그들은 쉽게 악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악귀는 끝까지 그들을 쫓아가 전부 죽여 버렸다.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정확히 열 명의 헌병이 전부 시체가 되었다.



헌병들을 피해 백두산을 넘어 만주로 넘어가려던 의백과 그의 동료는 총성 한 발에 헌병이 한 명씩 쓰러지는 장면을 보면서 침착하게 총성의 주인을 기다렸다.

헌병이 모두 쓰러지자 의백의 동료는 자신들을 쫓던 친일 경찰을 죽였다.

한바탕 벌어진 소동 후 고요한 적막함이 찾아왔다. 저 멀리 보이는 실루엣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의 바로 앞까지 실루엣이 다가오자 의백이 손을 내밀었다.


“밀양 사람 약산이라 하오.”



* * *



시연이를 떠나보내고 동민 형의 군영에 홀로 남았다.

더 이상 이 세상에 그 어떤 미련도 남지 않았다.

독립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복수를 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난 그 산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잊어버렸고 세상으로부터 잊혀 버렸다.



그 산에는 살기 위한 모든 것이 있었다.

난 모든 것을 산속에서 해결했다.

먹을 것을 구하러 산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땔감을 구하러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약초라도 발견하면 오랜 벗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곳에는 증오도 미움도 슬픔도 사랑도 없었다.

그저 변함없는 자연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람을 보았다.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엄마였다.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몹시 불안한 눈빛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서둘러 길을 재촉하고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순진한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며 힘들다고 칭얼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뒤에 일본군 세 명이 나타났다.

군인들이 바로 뒤까지 쫓아오자 그녀는 더 이상 도망치기를 포기한 듯 아이를 꼭 부둥켜안은 채 그들을 향해 말했다.



“제발 아이만은 살려 주세요. 아이만 살려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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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7 장 의열(7) -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라도··· 24.08.09 41 2 9쪽
33 제7 장 의열(6) - 침략에 굴하지 않는 민족의 경고 24.08.08 32 2 8쪽
32 제7 장 의열(5) - 악귀 들린 제비 24.08.07 40 2 7쪽
31 제7 장 의열(4) - 경성 피스톨 24.08.06 33 2 7쪽
30 제7 장 의열(3) - 의열단의 거사 24.08.05 40 2 8쪽
29 제7 장 의열(2) - 산속의 두 사내 24.08.02 38 2 7쪽
» 제7 장 의열(1) - 백두산의 악귀 24.08.01 47 2 8쪽
27 제6 장 학살(5) - 용서받지 못한 자 24.07.31 47 2 8쪽
26 제6 장 학살(4) - 그들은 밤하늘의 별을 빼앗아 갔다. 24.07.30 45 2 7쪽
25 제6 장 학살(3) - 믿을 수 없는 잔인함 24.07.29 53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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