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파티의 장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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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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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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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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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인 출신 용병인데요? (3)

DUMMY

용사가 데려온 곳은 책으로 빼곡한 큰 원형의 공간이었다.

그것 외의 텅 빈 공간 가운데에는 책상 하나와 의자 한 개가 전부였다.


“이 책들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과 정보들을 모두 기록해 둔 책들이야.”

“이걸 다 혼자 쓰셨다고요? 기억수정에 넣으면 될 것을!”

“못하네. 난 술식형 마법밖에는 못써.”

“근데 이 책들을 왜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은 거예요? 여기 시민들 마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데?”

“아쉽지만 안돼. 여기 중앙 군부가 썩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하거든. 아마 걸리면 다 불태워 버릴 거야. 나도 이제 늙어서 군부를 상대할 수도 없고.”


중앙 군부가 썩어 있던 게 맞았다.


“어쨌든 이걸 보여주셨다는 것은 이 책들을 다 읽고 기억수정에 옮기라는 건가요?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 절대 안 하죠. 그걸 할바엔 다 땔감으로 쓰죠. 늙은이가 노망이 났나!”

“말을 해도 참⋯ 자네 혀는 문제가 많구먼. 그리고 그거 옮겨서 어디에 쓰나? 과거로 가져갈 수도 없는데. 내가 자네를 여기로 데려온 건 자네가 나를 각성시켜 주면 해서 부른 거야.”

“각성이요? 미쳤어요? 전 초급 장인이에요. 각성이라고는 수업 때 본 게 다에요. 실력이 안 된다고요.”

“알아. 야바위 때 컵마다 마나를 완전히 균등하게 나누지 못한 걸 보고 허접하다는 것을 느꼈지.”

“그럼 왜 이런 부탁을 하는 거예요! 못해요 못해! 아니 안 해!”

“이보게 장인. 나는 이제 병마랑도 싸우고 있네. 내 생명 자체가 얼마 남지 않았어. 늦기 전에 마지막 도박 한번 해 보고 싶구먼.”


나는 방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노인의 엄청난 얼음마법이 모든 출입구를 절대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무⋯ 무영창?”

“자네만큼의 실력을 가진 장인은 지금 이 프레미아 왕국 전체에 없어.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네. 부족한 마나는 걱정하지 말게나. 마나 주입만 가능한 내 수하의 강화형 마법사들이 몇 년 동안 모은 마나수정이 자네에게 마나를 계속 공급할 테니.”

“오래 준비하셨군요. 저 같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맞아. 부디 이 늙은이를 실망시키지 말게나.”

“후⋯ 뭐 방법이 없네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제 탓을 하지 마세요. 용사할배”

“늙은이의 선택을 왜 젊은이에게 책임을 지게 하겠나? 그럼 시작하기 전에 우선 내 유언장을 보존해 주게. 자네 추천장도 써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용사할배의 유언장을 받았다.

평범한 내용이었다. 연구실은 보존하며 유산은 모두 남은 가족들에게 넘긴다는 내용이다.


“유언장 바꾸면 안 되나요? 저한테도 돈 좀 주는 걸로?”

“응? 안돼. 자네는 싸가지도 없고 천성도 글러먹은 것 같아서 고생 좀 하면서 살아야 해.”

“이 마왕한테 한 눈이나 파는 노인이 어디서!”

“크흠! 추천장 다 썼으니 이만 시작하지.”

“잠깐 4장 필요해요. 그거 의뢰거든요. 한 가족 거랑 제 것까지.”

“음⋯ 귀찮군. 눈도 침침한데.”


노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약간 보였다. 내가 늙으면 딱 저런 성격이 될 것만 같았다. 자기반성을 조금 하게 되었다.


“자 다 썼으니 가져가게. 그리고 이 편지는 우리 가족들에게 줘서 보내게 해 주게나”


용사는 서류와 편지를 건네주고 스스로 의자에 앉았다.

용사의 도박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각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치환형 마법을 쓸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 손해만 가득한 도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사의 결언한 의지를 보았기에 진지해질 필요가 있었다.

용사를 의자에 묶고 마나가 가득 담긴 거대한 마나 수정에 한 손을 대고 다른 한 손은 용사의 등에 가져다 대었다.


“후⋯ 야바위 하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래⋯ 시작할게요.”

“잠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도 되나?”

“말씀하시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게나. 그리고 내 의지를 이어주게나. 사람을 위해서 살아주게.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게⋯ 사람들의 눈물을 보는 건 언제나 고통스럽거든⋯”

“살아서 직접 하시죠. 전 천성이 글러먹어서 놀고먹으면서 살고 싶어요.”

“끌끌⋯”


나는 집중했다.

그리고 마나를 대량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마나가 통과하는지 마나 수정에서 손까지 흐르는 마나가 그대로 느껴지며 몸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고통스러웠지만 집중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앉아있는 용사의 형태를 조금이라도 잃는 순간 용사는 죽는다. 마나의 형태를 유지하며 용사의 몸에서 마나를 계속해서 순환시켜야 했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용사의 마나탱크가 얼마나 큰지 마나가 막히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용사가 서서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10분 정도가 지나니 용사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마나도 조금은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수록 마나를 더 강하게 용사의 몸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수업 때 배웠다.

마나가 금방이라도 역류해 버릴 것만 같았다. 마나가 역류하기 전에 손을 떼면 되지만 그럼 형태가 깨지며 용사가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떼지 않으면 역류하는 마나 때문에 내가 죽을 수도 있다.


나와 용사 모두가 마나에 고통에 몸부림쳤다.

5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갑자기 마나가 용사에게 들어가지 않고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억!”


젠장⋯ 용사에게서 역류하는 마나는 막았지만 마나수정에서 손을 떼는 게 늦었다.

용사에게서 역류하는 마나만 집중하다 보니 반대쪽 손에 마나를 받고 있는 수정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마나수정에서 나온 가득한 마나를 품은 채로 나는 쓰러졌다.

내 몸이 마나로 가득 찬 것이 느껴진다.

숨 쉬기가 힘들다.

안돼. 죽음이 가깝다.

몸에서 강제로 마나를 순환시켜야 한다.


“하악⋯ 하악⋯ 허억⋯”


시야가 흐려진다.


“흐읍⋯ 허업⋯ 영창.. 영창 해야 해. 쎄엑.. 쎄엑⋯ 마나⋯ 세엑⋯ 빼야⋯”


늦었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야바위를 하고 있었다고?”

“아휴 그렇다니까요? 아주 제가 탈탈 털렸지 뭐예요? 그놈 잡아서 노동교화형 같은 거 시켜야 한다니까요?”

“흠⋯ 마지막에 그놈이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어떤 노인이 와서 그 사람이랑 야바위 한판 하고 마차 타고 어디 가던데 잘 모르겠어요.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던데?”

“알겠다.”


헤라 브뤼너는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나머지는 병사들에게 맡기고 내성으로 가야 했다.


“들었느냐? 마차를 찾아 목적지를 알아내라. 그리고 무조건 잡아와라 나는 내성으로 가야겠다. 게으른 놈이 도망은 부지런하게 치는군. 조력자들은 어디서 또 그렇게 잘 구하는지⋯”

“알겠습니다⋯ 단장님 만약 저희가 늦으면 토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인가요? 동료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

“걱정 말아라. 너희는 특별대로 토벌을 하러 갔다고 말해줄 터이니.”


동료애가 강한 병사들이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헤라 브뤼너는 말을 달려 내성으로 들어갔다.


“북부 변방 방위군 3 단장 내성 보위부 장군님을 뵙습니다.”

“그래. 미리 전령을 받아 서명해 두었다네. 곧 토벌이군. 몸조심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잠깐. 가기 전에 하나만 묻지. 자네의 실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네. 훈련병 시절부터 엄청났다더군.”

“과찬이십니다.”

“자네 보위부에 들어올 생각 없나?”

“죄송합니다만 지금의 제 병사들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흠⋯ 그럼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는 어떠한 지원도 주지 못할 것이야.”


헤라 브뤼너는 이 사람의 말을 이해했다. 노골적으로 우리를 토벌할 것이라는 걸 안내하며 자신을 회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군인으로서 그저 전장에 남고 싶습니다.”

“잘 생각하게나. 지금이 마지막 기회니. 자네의 병사들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네.”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 병사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래. 알았네. 돌아가게.”


헤라 브뤼너는 빠르게 내성을 나왔고 다행히 그녀를 마주치지는 않았다.

헤라는 자신의 뺨을 세게 쳤다.

쿠데타나 도망친 노예와 같은 잡생각들은 미뤄둘 필요가 있었다.

돌아가서 준비하는 데에 2일. 최종 점검까지 3일. 남은 시간은 총 5일이 전부였다.

그녀는 다시 북쪽으로 말을 달렸다.


***

“으음⋯”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뭐지? 아직 살아있다. 기적이다. 마지막에 마나 방출을 성공했나 보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리고 용사에게 다가갔다.


“용사할배! 어이! 용사할배!”


용사는 대답이 없었다.

용사의 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았다.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도박에 실패했다.

나는 다시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아니 이건 도박 같은 확률 게임이 아니었다.

순전히 내 실력부족이다. 실력이 좋았다면 마나가 막힐 일도 없었다.

갑자기 용사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게나. 그리고 내 의지를 이어주게나..’


“어떻게 자책하지 않을 수 있나요. 흐흑⋯흑⋯”


나는 눈물을 쏱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사람의 숨을 내 손으로 끝냈다.

나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눈을 쓸어내려 감겨주었다.


“당신의 희생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듀크 오스왈드.”


나는 의자에서 그를 풀어 조심스럽게 안고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용사가 죽은 것과 동시에 문을 막고 있던 얼음들도 녹았다.

문을 열었을 때에는 그의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아내로 보이는 늙었지만 미모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인 여성과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어린 딸. 나만한 나이의 두 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다 제가 부족해서⋯”


용사의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선택이었어요. 괜찮아요. 오히려 고마워요. 그가 원하던 것을 적어도 하게 해 주어서.”


용사는 이 모든 것들은 사전에 가족들에게 말했었나 보다.


“잠깐만 저희끼리의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

“네.”


나는 그의 신체를 건네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 추천서와 유서, 편지를 챙겼다.

이 추천서 하나를 받으려고 너무 큰 일에 휘말린 듯했다.

나는 방을 나왔다.


용사의 가족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기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건 그의 유서입니다. 제가 보증하여 마나를 주입해 두었으니 수정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이 편지는 가족분들에게 보내주기를 요청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이 나가시죠. 근처 성당까지 같이 가 주실 수 있나요?”


나는 용사가 누운 트롤리르 천천히 끌고 갔다.

아까의 고통스러웠던 모습과 다르게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평온함을 깨는 존재들이 있었다.

저택의 정문을 나섰을 때 수십 명의 군인들이 내 앞을 지키고 있었다.

군인들이 서로를 보고 수군대고 있었다.


“뭐.. 뭐지? 사람이 죽었다! 단장님한테 보고해야 하나?”

“잠깐만. 저 자가 맞긴 하나? 수배지랑 너무 다른데?”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트롤리를 끌었다. 병사들은 내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와서인지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었다.

병사들을 통과했을 때에도 병사들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목적지에 사람을 붙일까요?”

“인마! 장례식 가는 길인데 그건 도리가 아니지!”

“적어도 단장님께 보고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단장님 내성에 계시나?”

“⋯”


병사들은 우리의 뒤를 밟지는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성당에 도착했다.

이후 곧바로 진행된 장례식.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처럼 관을 포함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묘비까지 세워지는 것을 모두 보았다.

세기의 용사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묘비였다.


나는 늦은 밤이 돼서야 여관에 돌아왔다.

여관에는 의뢰인이 안절부절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셨군요! 추천서는 받으셨습니까? 표정이 왜 그러시나요? 우신 건가요?”

“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

“저는 추천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지도 못했어요.”

“괜찮습니다. 제가 세분의 추천서를 모두 구해 왔으니.”

“아! 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맞다 1000블랑. 아뇨! 1000블랑으로 부족하죠. 내성으로 오는 길에 더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그 돈, 내성에서 자리 잡는 데 사용하세요.”

“네?”

“마음 바뀌기 전에 그 돈 도로 넣어요.”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식사하셨나요? 적어도 식사라도 대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뇨. 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아요. 나중에 에프레인에서 다시 보시면 그때 한 끼 사 주세요. 이걸로 용병 의뢰는 종료할게요.”


나는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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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장인출신 용병인데요? (2) 24.07.22 3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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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장인 출신 노예인데요? (1) 24.07.17 74 1 14쪽
1 0. 프롤로그 24.07.16 155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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