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이계 생물로 차원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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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파도언덕
작품등록일 :
2024.07.17 03:16
최근연재일 :
2024.08.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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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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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24. 거점이 사라지면

DUMMY

024.






“그래서. 정확히 뭐야?”


휴대폰을 움켜쥔 남자.

손등 위로 핏줄이 튀어나왔다.


“그러니까. 꽃집 주인이라는 건 알겠어. 각성자인 것도 알겠고. 그래서··· 실제로 어느 정도냐니까?”


여기저기 연락을 넣었다.

의외로 지금까지 저쪽을 조사했던 자들이 적지 않아서, 그렇게 흘러나온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위험하다는 평가지만, 그건 그 남자 본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꽃집 주인은 바지사장이다.

현장 작업 인원 쪽이 위험하다.」


「꽃집 주인이 무덤지기다.

기존 무덤지기의 실종과도 연관이 있다.」



이런 저런 잡다한 주장들.

다만 비슷한 부분은 있었다.

‘그쪽은 건드리지 말자’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생겨났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접으라고?”


까는 소리 하고 있네.

그럴 거면 예산이라도 더 주든가.

남자는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당장 상수도도 연결 안 된 상황이야. 지하수를 퍼내도 망할 오염수만 나오는데, 어디서 식수에 생활용수를 구하냐고.”


빈민 지역.

당연히 인프라가 부족하다.


과거에는 멀쩡히 존재했던 기본적인 공공 설비조차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망가진 이후로 아예 손을 놓아버린 수준.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서 쓰거나, 아니면 각자 기초적인 정화시설을 갖추고 지하수를 걸러 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쪽은 숫자가 많다.

주민들처럼 해서는 부족할 수밖에.


그런 상황에.

적절한 시설들을 발견했다.

거리도 멀지 않았다.


무슨 설비를 해놨는지 깨끗한 물을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는 워터 타워를 갖추었고, 그것으로 스마트팜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처음엔 물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후 바뀌었다. 스마트팜이라면 이쪽에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빈민가의 개인사업자.

딱히 대단할 게 없을 것이다.


한가락 해봐야 지역 유지 정도.

그렇게 판단했었다.

혹시나 해서 몇 명 동행하긴 했지만.


“······.”


남자는 그곳의 주인을 떠올렸다.

무심한 표정.

입가에 희미하게 자리한 웃음.


물론 그건 협조적인 웃음이 아니었다.

아마도 비웃음에 가까운, 그런 느낌.


“얕보이고도 그냥 넘어갈 것 같냐.”


각성자면 어떠냐.

고작 한 명이다.


현장 인부인지 뭔지가 뒤에 더 있다고는 해도, 고작 청소부들 따위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쪽은 각성자만 열 명이 넘는다.


“뭐?”


그러나 정작 이쪽의 각성자들에게 부업을 제시했더니 반응들이 시큰둥했다.


“청소부하고 무덤지기는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

“그런 것도 몰랐나봐?”

“안 그래도 이상한 놈들이 날뛰어대서 많이 없어졌는데.”


시큰둥하다 못해 훈계라도 하는 말투.

비슷하게 모여있던 다른 각성자들도 그런 식이었다.


“아니! 무덤지기라는 게 대체 뭔데 그래?”


남자는 각성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세계를 깊게 알아보지도 않았다.


단지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완료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 과정에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이번처럼 애초에 예산이 부족하게 내려왔다면 더더욱 그렇고.


“얼마나 줄 건데요?”


그래도 몇 명은 확보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각성자들.

이 바닥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의욕들이 가득했다.


그 숫자가 다섯.

지난 번 방문때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했다.




***




-이거··· 역청 따위가 아닌 것 같아.

-역청이 뭔데?

-야이 무식한 놈아.

-방금, 움직이지 않았어?

-개소리하지 말고 올라오기나 해.


침입자들이었다.

침을 뱉고 돌아간 놈도 있었다.

고작 하루만의 일.

그나마 야심한 밤에 찾아왔다는 건 나름대로 이쪽을 경계했다는 뜻일까?


‘근데, 저런 식으로 떠든다고?’


어렸다.

십대인가 싶을 만큼 시끄럽기도 했고.

하지만 금세 조용해졌다.


누군가 이야기했듯 그것은 역청이 아니었고, 다른 누군가 의심했듯 그것은 움직였다.

이미 담장 위로 올라간 자도.

이어서 올라가려 자세를 취하던 자들도.

모두 화악 튀어나온 담벼락에 그대로 먹혔다.


각성자 다섯을 먹어삼킨 담벼락.

그것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졌다.

그게 다였다.


‘흥미로운 부분이지.’


(뭐가?)


‘아차원 말이야.’


각성자가 그곳에 들어가면 힘을 잃는다.

처음엔 버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고 결국 일반인 수준이 된다.


‘차원이 다르니까.’


처음엔 왜 그런지 몰랐다.

씨드가 뭔가 한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이후 여러 각성자들을 집어넣으면서, 또한 관찰하면서 알게 되었다.


‘시스템의 관할이 아닌 거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이 각성자의 능력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범위 밖의 장소인 것.


그나마 어느 정도 버티는 건, 시스템이 힘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동안 각성자가 보유한 마나가 그것을 대신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즉, 더 많은 마나를 보유한 각성자들일수록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결국 카운트다운에 좀 더 여유가 생겼을 뿐,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다.


‘발악이라도 한다면 오히려 더 빨리 약해지는 거고.’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으니, 모르는 장소에 갇힌 각성자들은 일단 갖고 있는 스킬들을 활용해 이런저런 발악들을 한다.


당연히 체내의 마나가 소모되지만, 지구와 달리 아차원에선 그들의 마나를 보충해주지 않는다.


(그건 내가 막은 게 맞아)


아무튼.

지금 왜 그런 설명을 하느냐 하면.


-뭐야 이거?

-여긴 뭔데!


마찬가지로 아차원에 갇힌 다섯 명의 각성자들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차원에 별개로 조성한 공간.

위도 바닥도 벽도 없는 무한한 허공.


···아니. 사실은 무한하지 않지만.

저들에겐 그렇게 느껴지겠지.


‘시작인가.’


소리를 치고.

욕설을 하고.

이런저런 스킬을 써대고.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마나 회복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결국 스킬을 시전할 마나가 없고.

이어서 점점 본신의 체력도 줄어드는 걸 느끼며 두려움에 빠지는 모습.


‘딱히 다를 것도 없네.’


-설마, 이런데서··· 죽는 거야? 고작 100포인트에?

-뭐야. 너 100포인트나 받았어?

-야이 새끼야. 지금 그게 중요해?


‘더 볼 필요 없겠다.’


씨드가 개입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다.

산소만 빼도 충분하니까.

하지만 그러면 생명력에 손상이 가기에, 지금껏 해왔던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저쪽이야 그렇다 치고.’


결국 실력 행사로 결정했다는 거군.

그럼 이쪽도 고민할 필요 없지.

심장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1번 계획으로 가자.’




***




균열을 옮기려면, 금속 금고가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에워싸 가두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보통은 균열이 있는 곳에 조립식 금속 틀을 가져와 사방을 메우는 방식을 활용한다고 알려져있는데, 그 외에도 관련 기업마다 나름의 노하우와 기밀들이 있는 것 같았다.


‘굳이 필요 없지.’


그의 경우엔 씨드가 있다.

얇은 보자기처럼 균열 바깥을 감싸면 된다.


문제는 금고 속에 있던 균열보다 인근의 균열이 좀 더 커다랗다는 것.


‘균열보다 커야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겉을 감쌀 수 있겠지.’


(그리고 그걸 아차원에 집어넣는 거고)


균열을 감싸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상태로 넣는 건 안 되고, 감싼 상태의 씨드를 하나의 덩어리로 계산해야 한다.

결국 균열보다 아주 넉넉하게 커다란 입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그나마 균열은 세로로 긴 형태라 다행이야.’


옆에서 보면 마치 아몬드 같은 느낌.

위에서 아차원을 열고, 아래로 훑는 식으로 낚아채면 될 것이다.


‘방식은 정했고, 이제 사이즈를 확보해야지.’


저쪽의 균열의 형태와 길이는 확인했다.

문제는 이쪽에서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이렇게 하면 어때?’


(아슬아슬한데)


‘그러면 이런 식은?’


(그건 너무 오래 걸리잖아)


씨드와 함께 연구해본 결과.

역시나 중요한 건 사이즈였다.

아직은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라는 것.


‘키운 지 얼마 안 됐는데, 미안하게 됐다.’


결국 나무가 된 약초에게 가야 했다.

녀석에게 주입한 생명력 중 일부를 다시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그런 목적이긴 했는데, 그래도 줬다 뺏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괜찮대)


‘그래? 일이 잘 되면 더 보태서 준다고 해.’


빈말이나 공수표가 아니다.

정말 잘 되면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다.


(고맙다는군)


‘그래. 그럼 대충 준비는 했고.’


이제 더 고민할 게 없다.

속전속결이다.



‘생각보다 허술하군.’


그렇게 균열 인근으로 접근했다.

일반인들에게라면 충분할 수 있겠지만, 각성자를 상대하는 목적이라면 다소 어설픈 구석이 보였다.


다섯 명의 각성자가 줄어서일까.

그렇게 드러난 빈틈을 일반인 근무자로 어떻게든 메워보려 한 것 같은 느낌.


‘전체적으로 나태해보이고.’


일종의 매너리즘일까.

딱히 별 일 일어나지 않는 곳.


주변에 번화가나 유흥가도 없는 빈민 지역이기도 하니, 대체로 대충대충 시간만 때우자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균열 인근은 나름 방비를 하고 있었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둘러 사방을 경계하고, 그 안에 출입하는 인원을 통제하는 모습.


하지만 위쪽과 아래쪽은 열려있었다.

예산의 부족일까?


‘1차는 아래에서. 2차는 위에서.’


(오케이. 연습한대로 가자)


투명화 스킬을 활성화한 심장생.

적당히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사전에 심어둔 땅 속의 씨드가 아차원을 열고 본체 일부를 내보냈다.


느리지만 빠른 속도.

서로 상반된 표현이 모순적이지만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다. 스르르 균열 바깥을 타고 올라가는 얇고 투명한 막.


‘투명화를 저쪽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거지.’


(대신에 마나가 많이 들어)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선 티가 난다.

아직 들키지 않았지만, 빠르게 끝내야 한다.


(1차 완료)


‘확인했어. 바로 2차 가자.’


균열을 완전히 감싸버렸다.

그러자 뭔가 이상을 감지했는지, 멀리 본부 건물인가 싶은 곳에서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이 뭔가를 소리치며 지시하고 있을 땐, 이미 균열의 꼭대기에서부터 아래까지 허공으로 녹아들 듯 사라지고 있었다.


(2차 완료. 소요 시간 5.7초)


‘잘했어.’


(살짝 느렸어. 예상 시간 5초였는데)


‘그래도 성공했잖아.’


균열을 빼앗았다.

저쪽은 포탄을 얻어맞은 것처럼 난리가 난 모습이었다.


‘균열 안에 사람들이 있을까?’


(그건 이제부터 확인해야지)


그들에겐 딱히 잘못이 없다.

별 일 없다면 조용히 보내줘야지.


‘돌아가자.’


각성자들끼리 싸움이 붙은 건지 폭음 같은 게 들려오고 있었다. 어쩌면 책임소지를 두고 마찰이 벌어진 것 같기도 했다.


딱히 구경할 맛이 나는 광경도 아니어서, 현장의 흔적을 마저 정리하고 집으로 복귀했다.




***




균열 안에는 각성자가 없었다.

여러 중장비와 로봇.

그 외엔 소수의 관리 인력 뿐.

어렵지 않게 외부로 내보냈다.

물론 사람들만.


“이야. 이게 다 뭐야?”


범람시킬 거라는 헛소문까지 퍼뜨려가면서 주변을 장악한 이유. 그 실체가 그의 앞에 있었다.


산과 숲.

정확히는 산의 일부와 숲의 일부라고 해야겠지만, 그래도 지난 번 확보한 균열 속의 땅보다 세 배는 넓었다.


(말라가고 있군)


하지만 그곳의 자연환경은 그리 좋지 못했다. 원래의 모습이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저 한 조각 떨어져나왔을 뿐.


당연히 지하수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했을 테고, 그것이 지상의 환경 변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이쪽에서 물을 퍼냈던 것 같은데?’


(맞아. 그런 흔적이 있어)


돈이 될 만한 자원이라면 일단 거목들.

하나 하나가 지름 5미터 이상 될 법한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산의 일부인지는 몰라도,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산이 그 옆에 자리했다. 중장비의 상당수는 그쪽에서 바위를 잘라내던 중이었다.


‘목재와 석재라.’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애초에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주변 경계 수준이 그렇지는 않았을 테니까.


‘대단한 게 있었다면, 해당 지역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담아서 가져갔겠지.’


씨드가 지하까지 확인했지만, 자잘한 금속 일부를 제외하면 역시 평범했다.

그래도 그들에겐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바로 범람시키진 않을 거라고 했지?’


(조금 연구를 하고 싶어)


지난 번 균열도 나름 연구를 했었다.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다며 씨드가 아리송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다시금 균열이 생겼으니 그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당장 땅이 더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초가 서운하지 않게 해줘.’


녀석에게서 회수한 생명력.

더 많이 보태서 돌려주기로 했으니 너무 오래 걸리면 곤란할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그 연구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한 심장생은 그저 멍하니 입만 벌릴 뿐이었다.


“왜 두 개야?”


아차원 안.

구석에 두었던 균열 외에, 아주 작은 균열 하나가 새로 생겨나있었다.


“균열이 알도 까나?”


(그거 아니야. 자세히 봐)


“자세히 봐도··· 아.”


그러고 보니 아차원 내부가 살짝 좁아져있었다. 그 정도 차이를 못 알아볼 만큼 넓지는 않았었기에,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진짜네.”


새로 생겨난 작은 균열.

그 안쪽을 확인해보니, 역시 바깥에 있다가 없어진 아차원의 일부 땅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의 땅을 균열로 만들 수 있다고?”


(균열로 만드는 게 아니야)


쉽게 설명하면 일부 땅을 떼어내 별도의 차원으로 빼내고, 그것을 현재의 차원과 일부 접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 일부 접촉한 부분.

그게 바로 균열이었다.


‘아무튼, 기존의 땅을 잘라내서 별도의 균열로 연결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걸 다시 꺼낼 수도 있고.’


(맞아)


‘지역의 핵은?’


(내 몸 일부를 핵으로 심었어)


그런 이유로, 씨드가 연결을 끊게 되면 해당 지역 자체가 서서히 붕괴한다고 했다.

정확히는 지역에서 생명력을 흡수해 버티다가 함께 소멸하는 거라고.


(그래도 생각보다 안정적이야)


‘손실율은?’


(거의 없어. 테두리만 살짝 까지는 정도)


‘으음.’


샘플로 만들었던 작은 균열.

그 안쪽의 지역을 다시 꺼냈다.


이어서 바위산과 숲이 있던 균열 역시 범람시켜, 바깥 땅에 추가했다.


그렇게 늘어난 아차원 대지.


하지만 심장생은 당장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구에서도 가능하지?”


(그걸 물어볼 줄 알았어)


씨드가 대답했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였다.




***




“이게 대체···.”


주민들이 멍하니 도로변에 나와있었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커다란 구덩이가 여럿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건물들.

주차장과 크고 작은 차량들.

비행 드론 몇 대.

모두가 사라졌다.

고작 하룻밤 사이의 일이었다.


“······.”


그곳에 남은 현장 관계자라고 해봐야 일용직으로 일해왔던 이들 정도.

타지에서 파견을 나와 지내던 진짜 관계자들은 누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지난 주엔 균열이 없어지더니···.”


이후로 벌어졌던 소란.

각성자들이 얽힌 유혈 사태까지 벌어져 다섯 명이 죽고 스무 명 이상이 다쳤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그저 남의 이야기.

균열이 생겨난 이후로 쭉 그래왔다.


그들이 던져줬던 일당이라고 해봐야 많은 액수는 아니었고, 거기서 또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가며 떼어가면 정말 쥐꼬리만 남았다.


“복구가 가능할까?”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자신 없는 투였다.


상하수도조차 끊겨버린 지역.

지금 보이는 크레이터들을 보수하려면 한두푼 드는 일이 아닐 텐데, 정부든 지자체든 예산을 배정할 것 같지 않았다.


“이상한 꿈을 꾸는 기분이야.”


누군가의 말대로였다.

다들 비슷한 얼굴로 하나 둘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금 며칠 후.


주민들은 한동안 이런저런 말이 나왔던 ‘검은 담장 지역’또한 비슷하게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던 높다란 워터 타워도, 스마트팜이라던 시설도 고스란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서로 다툰 것 같다던데.”

“각성자들끼리 싸운 건가?”


여러 소문이 나왔다.

어디서 왔는지, 탐정 복장의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기도 했다.


“깔끔하게 뜯어냈다는데요.”

“소멸 아닌 거 확실해?”

“정령들이 그래요. 잘라냈다고.”

“전에 명함 받은 거 있지?”


주민들과 달리, 조사를 나왔던 이들은 다른 쪽으로 바빠졌다.

그들은 제각각 지니고 있던 여러 명함들을 활용해 어딘가로 연락을 넣었는데, 느리든 빠르든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영업은 계속 이어집니다.


꽃집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주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경계하고 지켜보던 이들에게 경계심과 긴장감을 전해주는 소식이었다.


적어도 나름의 터전과 업장이 존재했던 때와 달리, 이젠 실체가 없는 존재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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