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이계 생물로 차원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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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파도언덕
작품등록일 :
2024.07.17 03:16
최근연재일 :
2024.08.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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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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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계약 파기. 그리고 새로운 방향

DUMMY

028.






다른 제안.


그건 해당 기업이 그 외의 기업들, 지자체 등등과 연합하여 균열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처럼 무작위의 균열 대신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라는 이야기.


‘모험가들의 피해도 명분에 넣었구나. 이건 나도 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서.’


모험가들은 대부분 균열 탐사와 사냥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다. 탑 등반가들도 있지만 그들은 따로 분류되는 편이니까.


그런데 그가 전국 곳곳의 균열 중 일부를 마구 낚아채면서, 이미 그 안에서 공략 중이던 모험가들은 빈손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균열로 가면 되지 않냐고 하는 건, 업계의 실상을 아는 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였고.


‘어지간한 균열은 생겨날 때부터 이미 임자가 정해져있을 정도지.’


사유지에 생긴 건 해당 땅주인에게 우선 소유권이 있다는 불문율.

기업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돈으로 권한을 구매하는데, 일반인 모험가들은 그게 어려우니 그저 국유지나 오지를 찾아다니는 게 보통이었다.


(5천개나 되는데도 그렇다는 건가)


‘비범람성 3천 개 빼면 나머지 2천개 정돈데, 우리가 지난 달에 빼먹은 게 거의 100개였지.’


그렇게 따지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기업 소유 제외하고 거리 여건 등등 이것저것 쳐내면 실제로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저쪽에서 넘기겠다는 균열이라고 해봐야 다 빼먹고 남은 비범람성 균열 위주겠지만, 우리한텐 상관 없는 이야기지.’


(그건 맞아)


비범람성 균열의 경우, 내부 자원을 캘 만큼 캐고 나면 핵을 부수어 공략한다.


범람시키지 않고 공략할 경우 시스템으로 뭔가 보상이 나온다는데, 그것까지 알뜰하게 챙기려는 이유라고 했다.


‘찌꺼기긴 해도 5천 개 중 2천 개.’


그럼 싱싱한 균열 100개도 아쉽지 않다.

씨드에 따르면 균열 내의 땅덩어리도 물론 값지지만 그곳의 핵에 상당량의 마나와 생명력이 들어있다고 했었으니까.


‘수락할까?’


(일단 샘플 먼저 달라고 해보면 어때)


‘맞다. 그게 좋겠어.’


알아볼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재계 20위급의 기업. 과연 그들이 상위 기업들까지 아우를 능력이 있을지.


‘말만 거창하게 해놓고 실제론 초라한 수준이면 곤란한데 말이지.’


(지켜보자고)


답신을 보냈다.

서류철에 동봉된 누군가의 명함.

그곳의시스템 메일 주소였다.


‘명함 이름하고 시스템 주인 이름이 달라.’


(그여자겠군)


‘확실히, 각성자의 시스템을 쓰는구나.’


약간의 동질감.

그리고 이어지는 신기함.

그런 방식으로도 망자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악용의 가능성도 있을 법 한데.


‘눈만 가능한 거라면 좀 애매하긴 해.’


멀쩡한 눈을 뽑고 각성자의 것으로 갈아끼울 사람이 있을까?


(부자라면 가능하겠지)


‘세상의 어두운 면을 또 하나 본 것 같은 기분이야.’


그래도 전보단 낫다.


세상 구석구석을 보다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어두운 곳 외에 의외로 밝은 곳도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하고 있으니까.


‘좋아. 계속 일하자.’




***




간만에 방문한 대형 마트.

당연히 외모는 바꾼 상태였다.


‘제안을 임시 수락해서 그런가, 최근에는 추적당하는 느낌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있어)


‘그거야 나도 알지. 네 감각을 공유하니까.’


그래도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외모를 바꾼 상태의 그를 찾아내는 능력까진 없는 것 같았다.


‘번거롭긴 하지만.’


일부러 조금씩 간격을 바꾸는 발걸음.

족적, 보폭으로도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을 언젠가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어서였다.


조심해서 나쁠 게 없으니 그렇게 행하고 있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살짝 절룩이는 느낌이 되었다.


‘오. 세일 상품.’


저녁 시간에 온 이유였다.

하루종일 팔리지 않은 상품들.

적게는 30퍼센트에서 많게는 70퍼센트까지 할인 스티커가 붙어있는 음식들이 보였다.


‘아주 싱싱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지.’


냉장고에 넣더라도 금방 안 좋아지기에 바로바로 먹어야 하지만, 아차원의 상태 유지는 냉장고와 달리 한 달이든 일년이든 변질되지 않게 해주니까.


그렇게 카트 하나를 빼곡하게 채우고 난 후, 일단 그것 먼저 계산을 마친 그는 적당한 곳에서 아차원에 쓸어넣고 다시 쇼핑을 이어갔다.


간혹 보면 혼자서 두 대 이상의 카트를 끌고 다니는 이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만큼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저 사람.’


혼자 네 대의 카트를 움직이며, 사방에서 상품들을 끌어다 담는 모습.


(염력이군)


정작 당사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슬렁거리는 모습. 상당히 과시적이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모습이긴 하네.’


하지만 정작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꺄아아악!


그것은 어딘가에서 들려온 비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니, 시작이라기보다는 인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계의 균열. 그것이 대형마트 지하, 식품코너 한 구석에 나타난 것이다.


“각성자! 분명히 있었는데!”

“그 사람 조금 전에 막 뛰어나가던데요?”


심지어 결제도 하지 않은 상품들을 카트와 함께 갖고 튀었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구겼다.


다만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있다고 하니, 아마 내일 쯤이면 여기저기 퍼져 망신살이 뻗칠 것이다.


‘각성자라고 모두 영웅은 아니지.’


심장생은 태연한 얼굴로 음료수 코너를 돌았다. 인스턴트 커피 종류를 적당히 담은 후에는 탄산음료를 카트에 채웠다.


그렇게 음료만으로 카트 하나를 쇼핑한 후에는 육류 코너를 돌았고, 이후엔 신선채소, 생선, 밀키트, 냉동음식 등을 신중하게 쓸어담았다.


아무리 대량으로 적재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진 않았다. 그랬다간 애매하게 손도 가지 않고 공간 한 구석을 차지할 뿐이니.


‘음.’


그나저나.

사람들은 이미 대피하고 있는데, 균열 주위에 차단선을 치진 않은 모습.


아직 모험가들은 출동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렉카방을 가보니, 그쪽에도 아직 정보가 올라와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제보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겠지.’


(들어가게?)


‘고민 중이야.’


그리 큰 균열은 아니다.

평소대로 씨드에게 맡겨 챙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더미가 아니라 본신이라는 게 문제였다.


‘이미 너무 많이 찍혔어.’


그가 자주 방문하는 마트다.

추적을 한다면 과거에 방문했던 영상들까지도 확보할 테고, 이래저래 재방문이 어려워질 것이다.


‘본신으로 움직이는 것에도 제약이 생길 테고.’


차라리 들어가서 공략이라도 할까 싶지만, 그건 그것대로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별 수 없지.’


결국 돌아섰다.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다.


‘대형마트야 다른 곳에도 있고.’


내적 친밀감 비슷한 게 쌓였을 뿐이다.

마트를 나온 그는 근처 뒷골목으로 들어가며 아차원을 열었다.


(더미 도착했어)


‘그래.’


마침 들려온 씨드의 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아차원으로 훌쩍 몸을 옮겼다. 그는 빠지고 더미를 보내는 것. 그것이 그가 택한 방법이었다.


‘지금 올라오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렉카방에 해당 균열의 정보가 업로드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 아래로 누군가의 댓글이 추가되었다.


-와봐야 헛걸음임. 이미 먹힘

-먹혔다고? 공략 아니고?

-ㅇㅇ 먹힘

-그새끼도 근처에 있었나

-오늘 하루종일 허탕치다 겨우 인접 균열 떴는데 그걸 놓치네


다른 가입자들의 불만 어린 댓글들.

딱히 미안하진 않았다.


문득 제안을 임시 수락한 게 생각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 앞에 있는데 안 먹을 수도 없지.


‘누가 안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해당 균열은 평범한 몬스터 소굴이었다.

개미둥지와 비슷한 지하 구조에, 실제로 개미를 연상케 하는 갑각류 몬스터가 서식 중이었다.


다만 개미보다는 훨씬 컸다.


세로로 세워놓으면 성인 남성의 하반신 정도 느낌. 하지만 숫자가 많으니 일반인들은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좀 괜찮네.’


그러나 그와 씨드에겐 몬스터 영역의 생태계를 다양화해줄 또 하나의 요소가 추가될 뿐이었다.


‘지하 계열 몬스터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전에 이야기했었지.’


(크기도 적당해. 괜히 덩치만 크고 강한 녀석이면 생태계 순환구조엔 별로 도움 안 되니까)


해당 균열을 적당한 곳에 심어두었다.

범람한다면 그곳 주변으로 터지며 자리를 잡을 테니, 미리 배치해두면 나중에 손이 덜 가서 편해진다.


‘오케이.’


씨드가 균열 내부로 들어가 핵을 꺼내오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범람성 균열의 경우에도 핵을 부수지 않고 꺼내오는 것으로 인위적인 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안 되는 줄 알았었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었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범람하니까.


균열 내부의 핵.


그것은 해당 공간을 유지하는 마나와 생명력이 담긴 일종의 배터리와 같다고 씨드가 이야기했었다.


보통 공략할 때 그러듯이 균열 내부에서 부서진다면 내부지역의 모든 것이 소멸하게 된다.


반면 접촉면이자 출입구인 균열 바깥, 즉 이쪽 세상으로 핵을 꺼낼 경우엔 소멸하지 않는다.

대신 균열이 벌어지면서 균열 안에 있던 것들이 이쪽으로 쏟아지는 것이다.


‘그게 범람 맞지?’


(맞아)


지금까지 알아낸 내용이다.

하여 아차원에서 실험해보기도 했다.


가령, 특정 균열의 핵을 꺼낸 후 다른 균열의 안쪽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같은.


‘불안정했지.’


하지만 그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균열 내부에서 꺼내진 핵은 굉장히 불안정해져서 실시간으로 무너져내렸으니까.


그나마 씨드가 최대한 감싼 상태에선 어느 정도 잔존시킬 수 있긴 한데, 이미 시작된 범람을 막긴 어려웠다.


그 상태로 다른 균열 안에 넣더라도, 아직 범람되지 않았던 부분이 해당 균열 지역과 합쳐지진 않았다.


다만 목적이 ‘균열의 결합’이라면 다른 방식으로는 가능했다.


‘균열 자체를 붙이는 거였지.’


앞서 말했듯 균열은 이계와의 접촉면이자 타 차원과의 간섭 현상이다.

서로 다른 균열을 맞붙여버린다는 건 그런 간섭 현상을 강제로 만들어버리는 일.


실제로 행했더니 각각의 균열을 감쌌던 씨드의 몸이 강제로 벗겨지고, 두 개의 균열이 기이하게 뒤틀리다가 결국 하나가 되었다.


미리 두 공간의 내부에 넣어두었던 씨드의 조각으로 확인해보니, 해당 지역들이 서로 합쳐져 한 덩어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한 건 그렇게 합쳐진 지역의 경우 핵이 하나, 혹은 두 개로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만약 규모의 차이가 크다면 큰 지역의 핵이 작은 지역의 핵을 잡아먹으며 크기를 키웠다.


반면 서로 비슷한 규모의 지역이 합쳐졌을 경우, 각각의 핵이 나름의 영향력을 확보하며 공생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를 빼내도 범람은 하지 않았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균열을 세 자릿수나 갖고 있었으니 실험할 자원은 충분했다.


‘범람성 균열을 비범람성으로 바꿀 수도 있었고, 반대도 가능했어.’


모두 다른 균열과의 결합을 활용한 개념이었다. 규모의 차이를 활용한 성질 변화라고 하면 될까.


가령 더 커다란 균열이 범람성이면 흡수되는 쪽이 비범람성이어도 범람성으로 바뀐다.


반대도 마찬가지.

다만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이런 식의 연구 이야기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균열을 합치는 시도를 하긴 어렵겠지?’


(그래도 해볼 법 한데)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그게 차이점이었다.

그들에겐 지구와 상관 없는 별도의 차원이 존재하니, 위험한 실험이나 연구도 문제 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좀 위험했던 적도 있었잖아.’


(먹힐 뻔 했었지)


균열 두 개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이 존재했던 아차원 자체가 휘말렸다.

빠르게 해당 공간을 분리 및 격리했지만 아찔한 경험이었다.


그 일 이후부터는 위험할 가능성이 있는 실험의 경우, 미리 공간을 분리한 후에 행하고 있다.


‘음?’


그 때였다.

차명 계정 중 하나로 메일이 왔다.

그 메일 주소를 알려준 곳은 단 하나.

임시 계약을 맺은 그곳 뿐이었다.


‘50곳이라.’


수많은 균열들.

그것이 현재 위치한 장소와소유주 등의 자료가 빼곡하게 나열되어있었다.


‘장난하나.’


자료와 별도로 동봉된 문서.

읽어보니 사과문이었다.

이번 달엔 이정도가 최선이라는 식의, 마치 이쪽에서 갈취라도 하는 듯한.


‘따로 담당부서가 생길 거라더니.’


최초 만났던 여자와는 이후 몇 번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그녀가 계속 그 일을 맡진 않을 거라고 했었다.


그러니 어투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도 확연히 차이나는 지금의 메일은 아마도 다른 인물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무슨 사채업자라도 되는 것 같잖아.’


그쪽에서 먼저 제안해왔다.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수락했는데.

이런 식이면 아주 곤란하지.


‘게다가 50개? 한달치라고?’


그들과 접선하기 직전 달에만 세 자릿수를 확보했다. 딱 잘라 100개라 쳐도, 그 절반만 가져온 것 아닌가.


‘그것도, 알맹이는 다 빠진 것들로.’


역시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걸까. 옛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


(임시 계약이라는 걸 모르는 거 아냐?)


‘설마 그런 인수인계가 안 되었으려고.’


간을 보는 것 같다.

아니면 누군가 중간에서 슈킹을 했을 지도 모른다. 여러 기업에 정부기관까지 엮였다고 하니,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무튼, 기분이 구리다는 거지.’


메일에 답신을 적었다.

짧은 내용이었다.


‘임시계약은 파기. 사유는 계약서를 보면 알 것. 이후의 일은 그쪽의 책임이니 알아서들 하도록.’


맞춤법 정도만 체크하고 곧장 전송했다.

그러자 5분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그것도 한 통이 아니라 여러 통.


(사공이 여러 명인가본데?)


‘산으로 가나보네.’


기존 메일은 이쪽의 의사가 아니라는 변명부터, 그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 없을 거라는 식의 경고까지.


메일을 보낸 이름이 여러 명인 것부터, 담당자는 한 명만 두겠다고 했던 임시 계약 내용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여러 가지 고민이 이어졌다.

당장 더미들을 동원해 멈췄던 활동을 재개할 것인가부터, 저들이 최초로 보냈던 50개의 균열까지 싹 긁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어차피 막 나갈 거면 그래도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고민을 하는 와중 새로 도착한 메일들이 있었다. 영어 등 외국어로 작성된 것부터, 한글이긴 한데 번역기를 돌린 듯 살짝 어색한 문체인 것들도 있었다.


‘아무리 개인정보가 공공재처럼 되었어도, 이건 좀 아니지.’


딱 한 사람한테 알려준 메일 주소였다.

그런데 해외까지 퍼졌다고?

그동안 메일이 오지 않았던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마치 빈틈을 노리는 승냥이떼 같았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고.’


해외에서 온 메일들.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기할 정도군)


자국의 균열들을 가져가달라는 내용.

필요하다면 항공편이든 뭐든 최고로 준비하겠다는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붙어있었다.


(전용기를 준다는데?)


‘중동이잖아. 부자겠지.’


세상이 변하고 나서도 전통적인 부유층이나 오일머니의 위력이 감소하진 않았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돈을 버는 건 당연한 일이니, 균열과 관련된 사업에서도 그리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각성자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간절한 나라들이 더러 있었다.


‘각성자의 숫자는 신기하게도 인구랑 맞물려서 돌아가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각성하게 되는 특정한 확률이 존재한다면, 인구가 많을수록 더 많은 각성자가 생기는 게 맞는 일일 테니까.


다만 인구에 비해 국토가 넓은 나라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정치나 경제 측면에서 좋지 않은 국가들의 각성자 해외 유출도 문제였다.


하여 이렇게 메일을 보내온 나라들은 인구에 비해 국토가 넓은 곳들 위주였다.


‘심지어 미국도 있잖아.’


고작 몇분만에 작성한 메일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들도, 모두 미리 작성해두고 대기하고 있던 것 같았다.


‘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이유.

그건 임시긴 해도 계약 중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니까.


‘근데 내가 그걸 파기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서가 밀려들고 있다.


‘전용기, 받을까?’


(직접 날아다니는 게 편할 텐데)


‘비행기가 나보다 빠르잖아.’


(그건 그렇지)


뜨고 내릴 때마다 공항에 들러야 하고, 기름도 채워야 한다.

요즘은 전기 비행기도 꽤 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부품 관리에 돈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일단 접수했고.’


당장 수락하진 않았다.

아니. 수락할 필요도 없었다.


제안서는 계약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와서 도와달라는 내용들이었으니까.


‘게다가 명분도 좋지.’


단지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거나, 다른 모험가들의 피해를 이야기했던 국내 기업들과는 다르다.


그쪽은 실질적으로 민간인들의 피해가 있었고, 그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나라 땅이 좁은 게, 이런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게 참···.’


누군가 ‘단군할배의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식의 농담을 하던 게 기억나 고개를 젓던 심장생.


그는 메일창을 닫고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있는 현재 한반도 지도를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모두 의도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음?)


“내가 계약을 파기하도록 일부러 유도한 거지. 이후에 타국의 제안서들을 받도록.”


좋은 조건들이다.

놓치면 후회하는 게 당연할.


하지만 현재의 역량 상, 해외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 국내의 균열은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딱 좋잖아.’


(타국 균열이 공략되는 것도 유리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글로벌 기업들이다.

씨드의 생각도 맞다.


하지만 그들이 확보한 균열의 자원이 시중에 풀리지 않는다는 게 중요했다.


(아. 맞네)


‘저들도 그걸 파악했겠지.’


타국의 균열을 다수 확보해도 그곳의 자원이 풀리진 않는다는 것. 그걸 생각하고 유도했을 가능성.


‘살짝 짜증나는데.’


타국의 제안이야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저들의 시나리오였다면, 그들의 장기판 위에서 노는 말 취급을 당한 거니까.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판을 엎고 싶긴 한데···.’


다시금 시작된 고민.

하지만 역시 답은 하나 뿐이었다.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가야겠어.’


살짝 아쉽지만 별 수 없었다.

지금은 능력이 부족하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다만 씨드의 이야기는 조금 의외였다.

그런 식으로 장담하는 경우는, 정말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범람을 기다리지 않고 조기 범람 시키면서부터 가속도가 붙었잖아)


맞다. 그랬었다.

씨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저들에게 한방 먹일 정도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방심하다 얻어맞는 게 더 아프겠지?’


그렇게 방향이 정해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일이 생기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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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연구소에서 얻은 것, 그리고 천사원 24.07.31 275 7 15쪽
16 015. 이아린, 이명화 (2) 24.07.30 295 8 15쪽
15 014. 이아린, 이명화 (1) +1 24.07.29 296 10 14쪽
14 013. 과거와의 조우 24.07.27 312 10 16쪽
13 012. 헤븐타운의 변화 24.07.26 340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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