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가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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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작품등록일 :
2024.07.19 13:39
최근연재일 :
2024.09.1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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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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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두 번째 보금자리 2

DUMMY

세레나 브레일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치장을 준비하는 시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밝은 백금발을 매만지는 손길이 갓난아기를 돌보는 유모의 그것마냥 조심스러웠다.


긴 속눈썹 아래로 눈꺼풀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는데, 푸른 눈동자가 미약한 잠기운에 취해 있었다. 머리카락을 빗는 스륵거리는 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그녀가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릴리. 늘 생각하는 건데... 굳이 이렇게 치장에 수고를 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브레일 백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라구요. 항상 완벽히 준비를 한다. 숙녀의 기본 소양이에요?”


“어차피 내 집인데 뭐 어때서. 겨울이라 손님이 올 일도 없고, 딱히 보는 사람도 없잖아.”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평소 행실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중요할 때 티가 나는 법이에요, 아가씨.”


세레나 브레일의 투정에 시녀 릴리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틀린 것 하나 없는 정론이었지만 그녀는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부루퉁한 표정이었다.


숙녀의 소양이라던가, 하나뿐인 후계자라던가.


그런 거 전부 때려치우라지.


“난 마법사가 될 거니까 상관없어. 실속없이 겉모습만 꾸미는 건 동화 속 왕자님을 기다리는 철없는 어린애들로 충분해.”


“나중에 데뷔탕트때는 어쩌시려고요?”


“데뷔탕트? 나랑은 관계없는 이야기인걸. 애초에 릴리가 방금 말했잖아. 나는 브레일 백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라고. 앞에서는 희희덕거리면서 뒤에서는 흉을 보기 바쁜, 그런 음흉한 사람들이 모인 사교계 따위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야?”


“마님이 들으면 기절할만한 말을 하시네요.”


“어머니도 약혼 당일날 외할아버지의 검을 훔쳐서 도망쳤잖아. 자기를 닮았다고 좋아하실 걸.”


“세상에, 아가씨!”


놀란 눈을 한 시녀가 굳게 닫힌 문을 흘기며 눈치를 보았다. 7왕가를 제외한 브라알라스 최고의 명문가인 시니스터 가문. 그 가문의 하나뿐인 금지옥엽이자 고명딸이 대대로 내려오던 두 보검 중 하나를 훔쳐 달아난 사건은 아주 유명했다. 브라알라스의 사교계뿐만 아니라 제국에서도 알 사람은 알 정도로.


홀로 대륙을 방랑하면서 이름을 날리고 다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인의 몸으로 수없이 많은 기사들을 꺾은 무패의 쌍검사. 지금이야 고상한 명문가의 안주인이 되었다지만, 그 불같은 성격이 어딜 가는 것은 아니었다.


시녀는 쓰게 웃으며 남은 치장을 끝마쳤다.


“자, 다 됐어요 아가씨.”


거울 앞에서 한바퀴 빙글 돈 세레나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수업하기 귀찮아....”


“아가씨는 브레일 가문의 하나뿐인 후계자. 그렇죠?”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


“제가요?”


“시치미 떼기는. 나는 그런 사소한 일 일일이 담아두지 않아.”


“그럼 마음 넓은 아가씨께서 이 쪼잔하고 쩨쩨한 시녀를 이해해 주셔야겠네요.”


“그보다 삼촌이 종자 하나를 데려왔다며?”


어째 대화를 이어나갈수록 자신이 지는 기분에 세레나가 화제를 전환했다. 시녀는 맞다는 듯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요. 들으셨나요?”


“응. 어머니가 말해줬어. 친구가 하나 생길지도 모른다고.”


“아가씨랑 비슷한 나이의 또래라던데... 아주 곱상하게 생긴 도련님이래요.”


“정말?”


“네. 엘리엇 경이 분명 용병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번 보러갈까?”


장난치듯 던진 한마디에 시녀가 기겁했다.


“안 돼요!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


“자, 빨리 움직이세요. 이러다가 저번처럼 또 혼나도 저는 몰라요?”


“네, 네. 알겠습니다아....”


시녀가 세레나의 등을 떠밀었다. 열린 문 앞에서 시녀가 긴 한숨을 내쉴 때였다.


“아, 아가씨!”


불현듯 세레나가 시녀의 손을 빠져나와 빠르게 복도를 달려나갔다.


저런 망측한!


시녀가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세레나는 익숙하게 꺾인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왔다. 그 남자아이가 어디있는지는 모르나, 삼촌의 종자라고 했으니 아마 기사들이 머무르는 병영으로 가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냅다 뛰는 세레나를 보고 또 시작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세레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지루한 일상에서 이 정도의 일탈은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라도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구차한 자기합리화면 뭐 어때.


즐거우면 그걸로 됐지.


하지만 그녀의 도주는 한 남자의 앞에서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엘도르 기사단의 기사이자, 실력있는 소서러인 엘리엇 프레츨이 바로 그 원흉이었다.


“어, 세레나 아가씨?”


“아....”


엘리엇이 반가운 낯빛을 띄었다. 반대로 시녀의 손에서 도망치던 세레나의 어깨가 축 쳐졌다. 하녀들에게 꽤나 인기있는 중성적인 외모와 음성도, 지금만큼은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어딜 그리 가세요? 거친 숨까지 몰아쉬시고.”


눈치라고는 마법실력과 반비례한 뻔뻔한 엘리엇이 물었다.


“그게....”


세레나가 쭈뼛거렸다.


“고민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제 선에서 해결해드릴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해드릴 테니까.”


“정말?”


“네, 아가씨.”


“다름이 아니고, 어제 삼촌이 데려온 남자아이 말인데....”


“아.”


기습적으로 튀어나온 세레나에 의아해하던 엘리엇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리안 말이죠?”


“응, 맞아! 이름이 리안이야?”


“네. 그런데 그 아이가 왜요?”


엘리엇이 가늘어진 눈초리로 세레나를 훑었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이제 곧 수업시간 아니었나요?”


“아니, 어, 응. 그렇긴 한데....”


날카로운 질문에 세레나가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측은한 마음에 말괄량이 아가씨의 일탈을 눈감아주려던 것도 잠깐, 엘리엇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저 감쪽같은 연기에 속아넘어가 골탕을 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공부는 제대로 하셔야죠. 리안이라면 나중에 언제든지 볼 수 있어요?”


“고민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해준다며?”


“그거야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의 얘기죠. 여기서 아가씨를 보내주면 제가 마님께 혼난다구요. 네?”


엘리엇이 최대한 좋은 말로 세레나를 달랬다. 세레나의 얼굴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동정을 유발하는 가여운 아이에서 무감정한 냉혈한으로. 일류 연극 배우도 울고갈 연기력에 엘리엇은 절로 식은땀을 흘렸다.


“엘리엇은 거짓말쟁이.”


“......”


“바보, 멍청이, 똥개. 못생기고 속좁고 성격나쁜 소인배. 걷다가 눈에 미끄러져버려.”


“아가씨....”


“알았어. 그 애가 어디있는지 알려달라고 한 말, 취소할게. 대신 좀 비켜주지 않을래?”


“안 됩니다. 할 일은 다 하셔야죠.”


세레나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엘리엇은 쩔쩔매면서도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그래...?”


엘리엇은 알 수 없는 오한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이어진 그녀의 행동은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하아... 알았어. 돌아가면 되잖아.”


“예?”


“약속해. 나중에 꼭 그 아이를 소개해주겠다고.”


“아, 그럼요! 그 정도는 문제없죠. 암, 그렇고말고요.”


엘리엇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몇번이고 그의 다짐을 확인한 세레나는 못마땅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때였다.


“어, 릴리?”


느닷없는 세레나의 목소리에 엘리엇의 시선이 휙 돌아갔다. 의식 이전에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러나 세레나의 말과는 달리 복도 저편에서 다가오는 이는 시녀인 릴리가 아니라 평범한 하녀였다.


속았다.


깨달은 순간, 세레나는 엘리엇의 옆을 한참 지나치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뛰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미안해 엘리엇! 어머니한테는 내가 따로 말해둘 테니까!”


뒤따라가려던 엘리엇은 몇걸음 나아가다 멈췄다. 자신이 제 시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알면서 그걸 이용해 먹다니. 역시 저 천사같은 외면에 숨겨진 내면은 예전부터 영악하기 짝이 없었다.


긴 숨을 내쉰 엘리엇이 고개를 저었다. 잡으려면 못잡을것도 없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가봐야 기사들이 거주하는 병영일 테고, 마법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그곳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특별한 일이 아니란 얘기였다.


“한소리 듣겠네 진짜....”


단지 한방 먹었다는 감각과 연기인 걸 알면서 보내준 자신의 약한 마음을 저주했다. 엘리엇은 착잡한 눈빛으로 원래 목적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


“뭡니까, 이게?”


리안은 자신의 손에 쥐여진 목검을 내려다보았다.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듯한 목검은 오래 된 물건인지 손때가 묻어 있었다. 다짜고짜 어딜 끌고 가길래 뭔 짓을 하나 싶었더니, 대뜸 연무장에서 목검부터 던질 줄은 몰랐다.


“입단 테스트.”


케이드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리안은 애꿎은 목검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자꾸만 헛웃음이 새어나오는 건 기분탓이 아닐 터였다.


“아, 입단 테스트.”


실소하던 리안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거대한 연무장 뒤에 높다란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브레일 가문의 기사들이 기거하는 별채는 그 규모만으로 왠만한 가문의 저택에 버금갔다. 백작가의 기사단은 엘도르 기사단이 전부가 아니다. 엘도르 기사단은 정예 기사들을 뽑아 만든 기사단이었고, 상다수의 기사들은 거기에 소속되지 못했다.


오십에 달하는 정예 기사단인 엘도르 기사단. 그리고 나머지 백이 넘는 수의 기사들. 그들이 가르치는 종자를 합하면 삼백에 가까운 숫자가 이 병영에 거주했다. 성을 수호하는 상비군은 성벽 근처에 주둔하니, 이곳이 브레일 백작가 본가의 최대 전력인 셈이었다.


리안이 허리를 곧게 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무장에서 훈련하는 기사들 뿐만 아니라 건물 안 창밖으로 리안을 내려다보는 눈총만 수십이었다.


흥미와 호기심. 경계와 적대 사이에서 리안은 태연을 가장했다. 사실 약간의 당황을 제외하면 어이없음이 더 컸다. 때마침 건물 안에서 세 명의 어린 소년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마침 잘 됐다. 저기 나오는군.”


리안과 같은 곳을 바라보던 케이드가 내뱉었다. 세 소년은 리안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연갈색 머리에 연약한 인상을 가진 오른쪽의 소년과, 유달리 덩치가 큰 왼쪽의 소년. 특히 가운데는 리안과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는데, 손에 쥔 목검을 어깨에 걸치고 건들거리는게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세 소년은 지척까지 다가왔다. 연무장의 기사들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팽팽한 기류가 흐르는 와중에 오른쪽의 소년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다들 이렇게 모여있고.”


케이드와 리안을 번갈아보던 가운데의 소년이 말을 받았다.


“신입인가 본데.”


“신입?”


“처음보는 얼굴인데... 누구입니까?”


“니들 후배.”


“후배? 진짜 신참입니까?”


“비슷해.”


검은 머리의 소년이 희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신고식도... 아직이겠죠?”


“물론 아직이지.”


“제가 나서야겠군요.”


피식 웃은 소년이 앞으로 나왔다. 리안은 소년을 보지 않았다. 케이드는 여전히 무덤덤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뭐 하는 겁니까?”


“뭐가?”


“애들 장난이나 하려고 부른 거면 전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엘도르 기사단 소속 견습기사다. 어리긴 해도 어디가서 맞고 다닐 놈들은 아니야.”


“......”


“셋이 한꺼번에 덤빈다. 3대1이지. 마나의 사용은 금지다.”


마나 없는 순수 검술은 자신 없냐?


케이드가 눈빛으로 물었다. 리안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무리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해도 마나를 금하면 종자들과 해볼만하다는 사고 자체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잠깐, 3대1이요?”


리안과 마찬가지로 검은 머리의 소년이 불만을 내비쳤다.


“우리가 3이고 저놈이 1? 마나의 사용 금지라니, 저 신참이 마법사라도 된다 이 말입니까?”


“그렇다면?”


“아니, 단장님!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딱 봐도 우리랑 또래로 보이는데 마법사라고요?”


검은 머리의 소년이 소리쳤다. 양 옆의 소년이 한마디씩 던졌다.


“신고식, 필수다. 난 두려워하지 않아. 하기 싫다면 내가 상대한다.”


“덩크의 말이 맞아. 딱히 상관없지 않아? 마법사든 아니든, 순수 검술이라면.”


“야, 니들 진짜....”


리안이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구경하던 기사들이 리안을 포함한 다섯명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케이든이 기사들 근처로 물러났다. 네명의 소년 사이로 커다란 결투장이 만들어졌다.


“아, 모르겠다 그냥. 단장님이 데려왔던 말던, 다쳐도 난 책임 안 집니다?”


검은 머리의 소년이 쥐고있던 목검을 내렸다. 양 옆의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쪽의 유약한 인상의 소년도, 왼쪽의 덩치 큰 소년도. 기세가 돌변했다. 터지기 직전의 적막이 흘렀다.


리안은 눈을 내리깐 채로 목검을 빙글 돌렸다.


파악!


동시에 검은 머리의 소년이 땅을 박찼다.


검은 머리의 소년이 달렸다. 그 뒤로 양 옆의 소년이 따라붙었다. 세명은 한꺼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격이 얽히는 걸 우려해 엇박으로 짓쳐들었다.


자세도 그렇고 잘 훈련된 티가 났다. 엘도르 기사단의 견습 기사라는 말이 헛소리는 아닌지 한두번 호흡을 맞춘게 아닌 모양이었다. 리안은 목검의 손잡이를 양 손으로 가볍게 늘어뜨렸다. 받아치는 검식이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워커들의 검술과 그렇지 못한 일반 병사들의 검술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바꿔 말하면 마나에 의존한 워커들일수록 기습적인 사태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기본기가 약한 워커들일수록 그 약점이 두드러졌다. 하물며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용병 워커들은 더했다.


리안도 8살 이후 누구의 가르침 없이 홀로 용병 생활을 한 워커다. 케이드의 저런 의심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법에 대한 재능과 검에 대한 재능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니까.


그러나 그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몬스터가 상대가 아니더라도.


리안은 목숨을 건 싸움에는 익숙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수도 없이 사람을 죽였으니까.


타악!


선두의 소년의 검이 리안의 목검에 말려들었다. 검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순간 리안은 오른발을 왼발보다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어...?”


리안의 목검이 소년의 목검의 옆면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바깥으로 쳐내기 무섭게 명치에 검 끝을 찔러넣었다.


“커흑!”


“에반!”


연약한 인상의 소년이 소리쳤다. 검은 머리의 소년이 쓰러졌다. 찰나지간 다가온 덩치 큰 소년이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목검으로 찌른 순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틈을 노린다. 확실히 매서운 일격이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힘에서 자신이 우위를 점한다는 걸 정확히 아는 것이다.


엘도르 기사단의 견습 기사 수준은 이 정도인가.


리안은 덩치 큰 소년의 검을 받아내지 않았다. 피하지도 않았다. 오른발 다음으로 왼발을 똑같이 내디뎠다. 한바퀴 돌린 목검을 역수로 쥐고 검격을 흘렸다.


어느 부분을 흘려야 할지 경험적으로 알았다. 소년의 몸이 기울어졌다. 리안은 앞으로 걸어나가며 그대로 큼지막한 소년의 발을 걸었다.


쿵!


“전 항복할게요.”


연약한 인상의 소년이 두 손을 들었다. 눈 깜짝할 새에 승부가 결정났다. 쓰러진 두 소년은 자신이 왜 당한 건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벌써 끝났어?”


“와, 저놈 저거 물건인데. 딱 무게중심이 어긋난 곳을 노려서 쳤다.”


“저게 말이 되나? 눈썰미가 어지간히 좋아도 그렇지.”


“어디서 검을 배운 적이 있는 모양인데.”


지켜보던 기사들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수치심 때문인지 두 소년이 말없이 손을 짚고 일어났다. 리안은 그 둘을 보지 않았다. 덩치 큰 소년이 넘어친 순간부터 그의 눈은 오직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가장 강한 이를 상대로 고른다.


“케이드 브레일.”


리안이 목검을 들어 붉은 머리의 기사를 가리켰다.


“당신에게 정식으로 대결을 신청합니다. 이런 목검이 아니라, 진짜 날이 선 진검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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