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가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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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작품등록일 :
2024.07.19 13:39
최근연재일 :
2024.09.1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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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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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3

DUMMY

“크아악! 리안 이 비겁한 놈!”


“에반. 검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


“힘을 빼, 에반! 잡념을 버려야 검이 제대로 선다고!”


“덩크, 핀! 좀 조용히 해! 그걸 몰라서 내가 이러는 줄 아냐? 리안, 너 또 멋대로 마나 썼지!”


“.......”


에반의 검이 거칠게 날아들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휘두르는 맹공. 리안은 그 궤적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안 썼거든.”


피하는 건 쉬웠다. 리안은 발을 비틀자 검격이 한끗 차이로 리안 바로 옆의 허공을 갈랐다. 찰나에 생긴 빈틈을 리안은 놓치지 않았다. 오른손에 든 목검을 부드럽게 에반의 명치 깊숙이 밀어넣었다.


꾸욱.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이 선명했다.


“꾸엑!”


그대로 힘을 주어 밀치자 에반이 추잡하게 땅바닥을 굴렀다.


“켁, 케헥....”


“검로가 너무 뻔해. 무작정 반응 속도만 믿고 내지르지 마. 마법사들의 싸움은 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수싸움에 가까워지니까. 네 장점을 살려야지.”


“허억... 허억... 그거야 네가 마나를 쓰니까 그런 거고... 2위계 마법사를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마나 안 썼다니까 그러네.”


리안이 손안의 목검을 빙글 돌렸다.


마나를 막 각성한 세명의 어린 견습 기사들.


각각 18살 19살 17살이 된 에반과 핀 덩크는 리안 못지않게 실력이 늘었다. 그러나 그것이 리안을 이길 수 있냐하면 그건 아니었다. 가장 큰 경험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렸을때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벌어지는 피튀기는 실전을 경험한 리안이었기에 더 그랬다.


세 소년과는 마법사로서의 경지 말고도 명확한 격차가 있었다. 구태여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 검술만으로도 리안은 어지간한 기사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연무장 한쪽에서 둘의 대련을 지켜보던 덩크가 끌끌 혀를 찼다.


“에반, 추잡하군.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기사의 덕목 중 하나다.”


바닥에 엎어져있던 에반이 고개만 휙 들어 덩크를 쏘아보았다.


“말로만 하지 말고 니가 해보던가 그럼!”


“흠... 그건 좀 그렇군. 나는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핀! 너도 해야지. 2위계 마법사님께서 손수 가르침을 내려주신다는데, 이런 천금같은 기회를 날릴 거야?”


“나도 사양할게. 연습이라면 아까 아침에 많이 해서....”


비겁한 놈들.


에반이 슬금슬금 발을 빼는 덩크와 핀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리안과의 대련은 늘 이런 식이었다.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마나를 각성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어렸을 땐 어떻게 마나만 각성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는게 많아질수록 실력이 늘어날수록 그 격차를 뼈져리게 실감할 뿐이었다.


심지어 저런 리안도 케이드 앞에서는 손도 못쓰고 지기 일쑤였다. 자신들이 리안에게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것처럼, 리안도 케이드를 12살 이후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3위계 마법사의 벽이라는 게 이 정도로 높았던 걸까.


그럼 소드마스터인 라이넬 시니스터 공작은 살아있는 괴물인가? 대륙제일검이자 최강의 마법사라는 글라우카 장군은?


“한꺼번에 해 그럼.”


까마득한 현실에 에반의 머리가 아찔해질 무렵 리안이 무심코 툭 내뱉었다. 지켜보던 두 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흐음... 3대1이라....”


“아니야, 리안. 제안은 고맙지만....”


“옷자락에 스치기라도 하면 너희들이 이기는 걸로. 아니면, 내기라도 할래?”


언젠가 케이드의 제멋대로인 입단 테스트에게 들었던 말. 리안은 그때 그 말을 그대로 세명에게 돌려주었다.


“후회하지 마라.”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리안에게 된통 당한 검은 머리의 소년이었다. 오기가 생긴건지 쓰러져있던 에반이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죽을 것처럼 칭얼거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태도가 달랐다.


“마나는 금지야.”


“당연하지.”


“우리는 써도 되고.”


“마음대로 해.”


“덩크, 핀!”


에반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것마저 지면 오늘로 100전 100패다! 적어도 한번은 이겨야 되는 거 아니야?”


근처의 다른 기사들이 또 시작이라는 눈빛으로 세 소년을 쳐다봤지만 에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로 시선을 교환한 덩크와 핀이 앞으로 나왔다.


“어쩔 수 없군. 내기라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남자다.”


“우리만 마나를 쓴다면야 뭐....”


“덤벼라 리안! 네 극악무도한 횡포를 나 기사 에반 로렌스의 이름을 걸고 여기서 끝내주마!”


세 사람이 단번에 달려들었다. 피식 웃은 리안이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네개의 검이 허공에 얽혔다. 참혹한 결과가 드러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비, 비겁한 놈... 마나를 쓰다니....”


“허억... 허억... 나 죽는다. 팔에 감각이 없다. 살려줘라 리안....”


“미안해, 루나.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고백하는 건데....”


“.......”


한명이었던 시체가 셋으로 늘었다. 과하게 엄살을 부리는 세 소년을 본 리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쯧쯧. 내 저럴 줄 알았다.”


“아까 에반한테 건 놈 누구였냐? 인생은 한 방?”


“리안! 봐주지 말고 더 손을 봐야지! 다음주에 기사 서임 받았다고 거들먹거릴거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기강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지켜보던 기사들이 낄낄거리며 한마디씩 던졌다. 죽상이 된 기사 몇명을 다른 기사들이 놀리는 걸 보면 그새 돈을 건 내기를 한 모양이었다.


“마나에 의존하지 말라고 했잖아. 워커들의 신체 강화는 일반적인 병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지만, 반대로 그만큼 다루기 힘들다고.”


“.......”


리안은 완전히 뻗어버린 에반의 등을 목검 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반항할 힘도 없는지 에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워커용 검술을 제대로 체득하려면 적어도 3년은 굴러야 돼. 쓰지도 못하는 마나를 억지로 사용하려니까 손이랑 발이 엉키지. 마나를 쓰기 전보다 더 검이 허술해진 거 알고는 있냐?”


“으아악! 몰라, 안해!”


에반이 몸을 뒤집으며 손에 든 목검을 멀리 던졌다.


“카일님이 보면 뭐라고 하실 텐데.”


“아버지도 이해해 주시겠지. 나는 최선을 다했어....”


“맞다, 리안.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덩크의 투덜거림을 가볍게 무시한 리안이 충고했다.


“아직 마나는 쓰지 마. 예전처럼 셋이서 틈을 노리면 한번은 이길 수 있을 텐데.”


“그 말. 이걸로 정확히 마흔 다섯번째인건 알고 있냐. 이걸로 100번째 패배인 것도....”


“으으... 루나 미안해....”


아주 꼴값을 떨고 있네.


“생각해보니까 화나네.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하냐? 너도 단장님 한 번도 못 이겼잖아!”


내 듣고있던 에반이 열이 뻗쳤는지 상체만 일으켜 당당하게 항변했다. 리안이 작게 실소했다.


“이기면 그게 더 문제 아니냐?”


케이드는 브라알라스에 존재하는 3위계 마법사들 중에서도 마스터의 경지에 가장 가까운 이들 중 한명이었다. 순전히 기사로서의 실력만 보면 소드마스터인 라이넬 시니스터를 제외하고 우위를 점할만한 상대가 없었다.


거기다가 제국과의 전쟁에서 전선을 지원하기 위해 엘도르 기사단을 데리고 최전선에서 싸운 경험까지 가지고 있었다. 요새는 술까지 줄여 개인 수련에 매진했으니, 아직 2위계에 머무르고 있는 리안이 케이드를 이기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대신 줄어든 술만큼 담배가 늘어난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에반이 머리를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아, 몰라 몰라 몰라!”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 에반의 모습에 리안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갑자기 괘씸하네.


“에반, 핀, 덩크.”


“어으....”


“일어난다, 실시.”


“...응?”


리안이 목검으로 세 소년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아프면서도 흉이 남지 않는곳만 골라서 찌르는데, 평생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세 소년이 벌떡 일어날 만큼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악! 견습 기사인 종자가 기사를 막 패도 되는 거냐! 어? 이거 하극상이야!”


에반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기사...?”


리안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아직 서임 전이잖아.”


“어, 그건... 그렇긴 한데....”


“내기, 내가 이겼으니까 명령해도 상관없지?”


세 소년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괜찮아. 살살 팰 테니까.”


리안이 목검을 들었다.


한동안 연무장에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


18살의 여름은 평소보다 더 생기가 넘쳤다.


온 세상이 녹음으로 가득했다.


“쟤들도 이제 어른이네. 리안 너랑 첫 가을 축제를 돌아다는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임을 받는구나.”


“서임식이야 이미 익숙하시잖아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그거랑 이거랑은 달라. 에반, 핀, 덩크는 나랑 나이대가 비슷한 또래니까. 감회가 새롭다고 할까....”


세레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바로 옆에서 그녀를 힐끗하던 리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에반, 핀, 덩크의 서임식은 병영 연무장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다른 17가문과 달리 브레일 백작가의 서임식은 거창하지 않았다. 외려 단촐했다. 가문의 가신들과 기사들. 참가는 강제가 아닌 자유였지만 오늘은 평소의 서임식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어른이라....”


앞을 향해 시선을 돌린 리안이 나직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백작가의 직계 혈족과 기사들이 대부분 모인 자리에서 이날의 주인공인 세 소년이 브레일 백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평소라면 장난기가 많아 웃고 떠들었을 에반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핀과 덩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한발짝 앞으로 나온 백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무장의 정적 사이로 낮은 음성의 기사도문이 울려퍼졌다.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포기하지 말라.


옳다고 믿는 바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행하라.


적의 창칼 앞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으며.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라.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의무를 다하라. 그것이 너희들의 사명이다.


브레일 백작이 자신의 검을 뽑았다. 오후의 햇빛 아래 드러난 검은 케이드의 붉은 해일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은은한 은빛이 감돌았다.


브레일 백작이 손에 쥔 검을 가장 먼저 핀의 어깨에 가져갔다.


“핀 하워드는 들으라.”


“네.”


“너는 이 순간부로 한 명의 기사로서 옳다고 믿는 바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께 목숨을 걸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덩크 헥스터.”


핀의 어깨를 세번 두드린 백작이 이번엔 덩크의 어깨에 검을 올렸다.


“너는 이 순간부로 한 명의 기사로서 적의 창칼 앞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고,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한다. 이 목에 걸고 결코 도망치지 않는다. 신념을 위해 죽겠다.”


굳건한 눈빛을 한 덩크가 힘차게 대답했다. 작게 고개를 주억인 백작이 핀과 마찬가지로 덩크의 어깨를 세번 두드리고는 마지막으로 에반의 어깨에 검을 가져갔다.


“에반 로렌스.”


“......예.”


“너는 이 순간부로 한 명의 기사로서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으며, 마지막 최후의 순간까지 주어진 의무를 다할 것을 맹세하느냐?”


반사적으로 입을 떼려던 에반이 멈칫했다. 땅을 보던 시선을 들어올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여러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동요는 찰나였다. 에반은 한층 더 결연해진 눈빛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맹세를 자신의 입으로 읊었다.


“맹세합니다. 이 순간 이후로 한 명의 기사로서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으며, 죽는 순간까지 제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좋다.”


브레일 백작이 에반의 어깨를 세번 두드렸다.


“나 에릭 브레일의 이름으로 선언하노니.”


그리고 납검과 동시에 소리쳤다.


“핀 하워드, 덩크 헥스터, 에반 로렌스는 이 순간부로 브레일 백작가의 정식 기사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이는 엘도르 기사단장 케이드 브레일, 브레일 기사단장 카일 로렌스, 안주인 카를린 브레일의 입회 하에 가주인 에릭 브레일이 보증하는 바이다.”


세 소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새로운 기사의 탄생을 축하하는 갈채 소리였다.


***


“으흐, 으흐흐, 으흐흐흐....”


“.......”


“나도 이제 기사다... 견습 기사가 아니라 진짜 정식 기사다....”


서임식이 끝나고.


“얘 상태가 왜 이래?”


에반이 품에 껴안은 검을 내려다보며 실실 웃었다. 지켜보던 리안이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뭐 잘못 먹은게 아니냐며 핀과 덩크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전부터 기사 기사 노래를 불렀으니 이 정도는 봐줘, 리안.”


“정식으로 서임을 받았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 당연하다. 에반은 원래 이상했으니 더 이상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음.”


“.......”


원래라면 리안과 같이 에반을 나무랐을 두 소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늘만큼은 한통속인 것처럼 죽이 척척 맞았다.


“그래, 이제 정식 기사니까. 저 정도는....”


리안이 다시금 에반을 돌아보았다. 강철 망치에서 미리 제작된 세 자루의 검. 그중 한 자루를 하사받은 에반은 자신의 검을 하나뿐인 보물인 양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됐다, 말을 말자.”


“하하.....”


리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이 봐도 에반의 상태가 영 아니었는지 핀이 쓰게 웃었다.


“그보다 말은 언제 받아?”


“말? 말은 카일 단장님이 언제든지 마구간으로 찾아오면 하나 골라주겠다고 하셨어.”


“그거 원래 케이드가 할 일 아니야? 우린 엘도르 기사단의 견습 기사인데, 카일님이 왜....”


정신이 반쯤 나간 에반을 무시한 채 리안이 되물었다.


“단장님, 게으르다. 서임식 끝나고 좋다고 술 마시러 나갔다.”


덩크가 리안의 의문에 대답했다.


“술? 지금?”


“그렇다. 그래서 카일 단장님이 대신 우리의 말을 봐주기로 한 거다.”


그럼 그렇지.


할말을 잃어버린 리안과 달리 세 소년은 별달리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에반보다는 아니어도 정식으로 기사 서임을 받고 자신만의 검을 하사받아 기분이 들뜬 모양이었다.


“리안 네 검처럼 별철은 아니지만 그래도 펠루시움 강으로 만든 거야.”


“마나 전도율이 우수한, 엄청 귀한 강철이다. 덕분에 발터 어르신을 졸랐다. 아주 힘들었지.”


두 소년이 자랑하듯 말했다. 스물이 넘기 전에 기사 서임을 받은 건 분명 축하할 일이었기에 리안은 딴지를 걸지 않고 순전히 둘의 말을 경청했다.


그때였다.


“리안 네 이놈!”


등 뒤에서 한 소년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병영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리안은 이게 뭔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감히 종자 나부랭이가 정식 기사보다 앞서 걷는 것이냐?”


이제야 정신이 든 건지 에반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안이 황당한 얼굴로 반문했다.


“정식 기사?”


“그래. 오늘부터 우리는 정식으로 서임을 받은 기사지. 앞으로 날 에반 로렌스 경이라고 불러라. 견습 기사 리안.”


이게 미쳤나.


리안이 에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에반은 그런 리안의 눈빛에도 꿋꿋하게 할 말을 이어나갔다.


“자, 어서 존경 가득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라, 리안. 그렇다면 저번주의 네 무례를 용서해주도록 하마.”


삽시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피식 웃은 리안이 짧게 대꾸했다.


“예, 에반 로렌스 경.”


“음. 그래 그래. 어서 저번 일에 대한 사과를....”


“그 저번주에 병영 뒤편에서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시던데... 어떻게, 사랑하는 피앙세인 티라 양과는 잘 되어 가십니까?”


“......!”


하나뿐인 치부를 들킨 에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재차 입을 연 에반이 입을 벌벌 떨었다.


“너, 너 그걸 어떻게...!”


“사고치지 마십시오. 막 기사가 되었는데 애를 가지는 건 좀...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푸흡!”


빈정대는 리안의 어투에 듣고있던 핀과 덩크가 깔깔거렸다. 에반이 씨근대며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리아아아안!”


“어이쿠, 뛰지 마십시오. 임자까지 있는 귀하신 몸인데 다칠라.”


키득거린 리안이 에반을 이리저리 따돌렸다. 병영 근처에서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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