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으로 모험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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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서로
작품등록일 :
2024.07.23 03:00
최근연재일 :
2024.09.0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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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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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석벽 미로 (5)

DUMMY

“보아하니 능력을 각성했구나. 그것도 이제 막 뛰어올랐군”


스륵.


남의인은 청룡 무사라는 글자가 음각된 검을 검집에서 빼 들었다. 검집과 검이 한 몸인지, 땅에 떨어진 직후 검집이 스르륵 투명해져 알아서 자취를 감춘다.


‘다르다. 생긴 것부터 달라, 지금까지 봐온 자들의 무기와는···.’


자연스레 긴장감이 높아졌다.

척 봐도, 저 검은 정도운이 모험가가 된 이후 처음 보는 등급의 무구였다.

눈앞의 남의인이 지금까지의 약탈자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라는 증거였다.

각자가 비스듬하게 걸음을 옮기며 간격을 잰다.

대치하면서 남의인이 말을 이었다.


“수련, 생존, 고유. 세 가지 요소로 모험가의 기초는 완성된다. 이를 입문(入門)의 경지라 부르지. 더욱이 강력한 고유 능력일수록, 그 개화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의미에서 네가 각성에 걸린 시간도 꽤 흥미롭구나. 도대체 무슨 능력을 각성한 거냐?”

“······수다나 떠는 걸 보니 싸우러 오신 게 아닌 것 같군요.”


후웅―!


그 순간 남의인의 신형이 크게 확대되었다.

정도운은 처음 보는 속도였으나, 침착하게 보고 검을 내려쳐 방어했다.


쩌엉!


“···!”


격돌의 순간, 상정 이상의 힘에 맞대는 검이 속절없이 밀려난다. 정도운은 밀리는 그 힘을 역이용해 남의인의 턱을 노리고 섬전처럼 다리를 차올렸다.


터업.


그건 간단히 틀어막혔다.


정도운이 전신에서 용솟음치는 기운으로 일단 그의 검을 한 번 쳐내며, 순간적으로 허공에 붕 체공했다. 오히려 한쪽 발이 잡힌 걸 역으로 이용한다.

원심력을 더하며 반대편 발로 상대의 급소를 다시 한 번 후려갈겼다.


파앗.


남의인은 슬쩍 고개를 젖혀 피하며 그의 공격을 무위로 되돌렸다.


“오호.”


그러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잠깐의 여유가 생겼을 때 정도운은 거두절미하고 일단 거리를 벌렸다.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으면 크게 낭패를 보았을 거라는 본능적인 판단이었다.


남의인은 그의 예상대로 검을 휘두르려다가 정도운이 물러서자 멈칫했다.


“좋군. 보통 능력의 활용은 처음 개화했을 때 누구나 서투른 법인데······ 흡사 지금까지 이미 연습해오던, 아니 사용해오던 사람처럼 행동에 거침이 없지 않은가?”

“···.”


정도운은 그 말을 듣고 손아귀를 쥐락펴락해보았다.

듣고 보니, 확실히 처음 각성한 능력임에도 그의 ‘무공’은 그의 손발의 연장선처럼,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구사되었다.


‘아직 무슨 능력인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보아하니 어차피 고유(固有) 능력이란 본디 개화 전부터 모험가가 품고 있는 것.

지금껏 그가 땀 흘려 열심히 수련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각성 직후에도 큰 시행착오가 없을 정도로 깊이 익히고 몸에 체화시킨 모양이었다.


그러나 남의인은 어째선지 약간 흥이 식은 얼굴을 지었다.


“지금도 분명 쓸만하긴 하다만··· 아직 설익지조차 않은 재능을 이대로 잡아먹기는 아깝구나. 자비를 베풀어 잠깐의 시간을 주마. 네가 얻은 걸 반추해라.”

“···?”

“벌써 잊은 거냐? 눈을 감고 모험의 서를 부상시켜라. 그리고 보아라. 네가 무엇을 너의 지면 위로, 수면 위로 부상시켰는지.”


정도운은 왜인지 그의 말에 의심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보았다.


어둠 속에서 모험의 서가 부상한다.


【모험의 서】

서장

1장 - 수련의 증명 (4/8)

2장 - 생존의 증명 (1/8)

3장 - 고유의 증명 (1/8)

???의 ??? (0/1)

진행 중···

(목차 진행 시 진행판 압축)


다시 들여다본 모험의 서는 무언가 단출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 새롭게 열린 고유의 증명을 주시했다.


모험의 서의 종이.

고풍스러운 지면(誌面)으로부터, 공백의 중심에 떠올라 있는 글자가 보였다.


무공(武功).


‘······이게 내 고유 능력?’


그의 모험의 서에 담겨있으니 그런 모양.


‘내 모험기가 이걸 떠밀어 올려 모험의 서 위로 부상시킨 건가.’


다시 보니 한글은 아니었다. 실제로는 나침반에 의해 번역된 생소한 문자였다.


‘아까는 왜 한글로 보였던 걸까.’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글자에서 모종의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정도운은 홀린 듯 글자를 주시했고, 그 안에 담긴 함의를 느끼려 애썼다.

그러자 그 말이 가진 뜻이 자연스럽게 풀이되었다.


[ 무공(武功) ]

[ 내공을 사용하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 무술을 구사한다. ]


“잘 보아라.”


남의인의 목소리가 그를 다시 현실로 데려온다.

그가 말했다.


“네가 본 것 또한 표면적인 묘사에 불과하다. 그 단어는 분명 네 고유 능력이긴 하지만······ 그 진정한 해석(解釋)은 그걸 부상시킨 네가 이전에도 앞으로도 어떤 마음으로 그 능력을 쓸 것이고, 어떤 행동으로 그걸 떠받칠 모험기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같은 능력이라도 그 주인의 생각과 행적에 따라 힘의 방향성이,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지.”


“······.”


그의 말을 듣고 정도운은 비로소 떠올렸다.


그에게 무공은 이 세상을, 미지의 공간을 탐사하는 힘이고, 이 미로에서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것들을 처단하는 데 주로 사용했다는 것을.


그가 힘을 휘두르는 방식이 곧 해석이자, 그가 무의식중에 무공을 정의하여 사용하는 용도였다.


“이 몸은 청룡의 이름을 잇고 있는 ‘완화(緩和)’의 유리크. 너는 뭐지?”


남의인이었다.


“무공(武功). 정도운입니다.”


그가 덧붙였다.


“······새삼스럽지만, 아무리 봐도 무언가를 약탈할 만한 분은 아니신 것 같군요. 모쪼록 선배님의 친절한 가르침에는 감사드리겠습니다.”


유리크는 그 말에 큭큭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약탈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

“말했을 텐데. 나는 이 순간 너를 약탈하러 온 것이다. 정확히는 네놈의 ‘자신감’을 빼앗아 취할 것이니, 세상 누구보다 더할 수 없이 흉악한 약탈자라고 할 수 있지.”


그 말과 함께, 그가 정도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



“허억, 허억, 허억.”


약탈자 울리는 석벽 미로의 통로를 정신없이 내달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정도운의 무표정한 얼굴이 떠오르면 다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 되고 나서야 벽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여긴 어디지?”


그 거리를 달려오면서 아귀나 함정 같은 것과 한 번도 엮이지 않은 것도 신기했지만, 울리는 왜인지 평소 이상으로 적막한 미로를 보며 더더욱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


그것은 생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얼마간 전방에, 미로의 한쪽 벽면이 중간에 깨진 창문처럼 뚫려있는 구멍을 발견하였다.


“···?”


울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에 홀린 듯이 다가갔다.


멀리서 본 그대로, 뚫린 구멍의 안쪽은 온통 시꺼먼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그리고 어둠이란, 생각보다도 인간을 더 두렵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여기는 대체···?’


발을 걸치고 조심스럽게 내부를 살펴본다.


그의 발끝에 걸린 부스러기가 저 밑으로 한참을 떨어진 후에야 반향이 돌아왔다.


울리는 이 입구가 저쪽 공간에서 보기에는 고층 벽면에 뜬금없이 뻥 뚫린 창문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울러 이 어둠의 공간이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우 깊고, 광대하다는 것도.


그 규모는 어떻게 보아도 석벽 미로에 어울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꿀꺽.


그리고 몹시 고요했다.


울리가 바보처럼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때였다.


쿠구궁···


저 밑에서 무언가 거동하는 진동이 흘렀다.


소리가 아니라, 진동?


“···?”


그 진동이 너무 거대한 것이 몸을 뒤척이는 울림 같아서, 울리는 순간 자신의 상상력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주쳤다.


쿠구구구···


광활한 어둠 속··· 마치 자연재해와 같은 윤곽의 파충류의 두 눈이, 입구를 밟고 선 그의 존재를 빤히 주시하고 있는 것을.


“으아아아아―!”


석벽 미로에 처량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강자들의 결투에 미로는 몸살을 앓았다.


쿠웅!


정도운과 남색 의복의 검수, 유리크.


카가각!


두 사람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석벽에 굵직한 흔적들이 자상처럼 남았다. 그럼에도 그치지 않고, 무수한 검의 갈래들이 줄기차게 서로를 노리며 다양한 경로의 춤을 추었다.


정도운은 안광을 번뜩이며 그를 향해 신형을 가속했다.


고오오오.


그의 고유 능력, 무공이 한껏 활성화된다.


그리고 안광이 강해질 때마다 그의 몸놀림도 박차를 가하듯 더욱 빠르고, 더욱 강해져 갔다.


정도운이 그리 강해지면, 유리크의 검도 그에 맞춰 점점 빠르고 강해졌다.


콰가강!

콰지직―!


흙먼지가 비산하고 박살 난 석벽이 사방을 날아다닌다.


둘의 결투는 점점 절정으로 치달았다.


“히익, 도망쳐!”

“미로에 저런 보스급 괴물들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단 말이야!”

“도, 도대체 무슨 일이······!”


그 와중에 아귀 한 무리, 약탈자 한 무리, 그리고 선량한 모험가 파티 하나가 멀리서 결투의 여파를 지켜보고 도망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격전을 일으키는 당사자들.


특히 정도운은 전투가 과열될수록, 점점 본인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내 자신감을 약탈하러 왔다고 했던가.’


과연 광오하기까지 그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정도운은 자신의 체내를 흐르기 시작한 무형의 기운을 관조했다.


기존의 생명력 위에 새로운 힘, 그의 능력의 원천인 내공이 덧씌워져 순환한다.


‘내공은 무한하지 않다.’


지금도 여력이 급격하게 소진되면서 어느덧 바닥이 가늠이 될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반면 그와 겨루는 남의인, 유리크는 그의 공세에 맞춰 수준을 끌어올리면서도 여태껏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투박하지만 날카로운 구석이 있구나!”

“호오, 벌써부터 본문의 어지간한 멍청이들보다는 낫군.”

“놀랍구나, 그 자세로 그런 수법을?”

“오오···!”

“그렇지! 하하, 제법하구나!”


간혹 즐거운 얼굴로 훈수를 두는 걸 보니 그를 상대로 봐주는 여유까지 있는 듯했다.


정도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싸우면 필패다. 나는 이자의 고유 능력마저 꺼내지 못했어.’


현재의 기량으로 온갖 기교, 기술, 임기응변, 기발한 수법을 동원하여도 결국 상대의 방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타닷.


어느 순간 정도운은 공격하는 척하면서 뒤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래, 좋은 선택이구나.”


유리크가 웃으며 뒤따랐다.


“하나 도망도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지. 지금처럼 격상의 상대를 만났을 때는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고 그리 쉽게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뒤에서 인자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도운은 이 와중에도 대관절 저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후우우웅―!


그러다 무언가 급격한 공기의 흐름이 배후로 쏠리는 것을 느끼고, 등골이 섬찟해져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모험가로서 겪어온 지금까지의 상식이 깨지는 광경을 목도했다.


“잘 보아라, 이것이 네놈이 추후 개척경(開拓境)의 모험가가 되면 다룰 수 있는 힘이다.”


그리 말하는 유리크의 검지 끝에, 먼 거리를 격하고도 훤히 보이는 무색 테두리를 지닌 기운의 덩어리가 주변의 흐름을 빨아들이며 작은 구(球)의 형태로 맺히고 있었다.


그러나 겉보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그 진동.

그 감각.


‘새, 생명력···?’


두 눈을 의심한다.

그 또한 고유 능력을 각성했기에 능력의 연료로써 소진되는 것이 바로 모험가의 체내를 도는 생명력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지금 하려는 게 무엇인가.


‘그 생명력을, 능력이라는 매개도 없이 그냥 밖으로 꺼내서 쏜다고??’


쾅!!


몸을 비틀어야 한다고 생각한 찰나, 광선과도 같은 무색빛의 기운이 쏜살같이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아 맞은편 석벽을 뭉개고 진동을 울렸다.


“크윽···!”


어깨를 완전히 관통했으나, 생각보다 광선의 줄기가 크지는 않아서 거동도 못 할 치명상까지는 아니었다.


정도운은 고통을 참으며 넘어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니야. 아직 포기할 단계는······!’


그러나.


저벅, 저벅.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유리크가 그를 향해 검지를 겨누고 있었다.


“미안하군. 훌륭한 재능이건만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짓밟아야 하다니. 그래도 즐거운 여흥을 안겨준 대가로 고통 없이 보내주도록 하지.”

“······.”


정도운은 포기한 듯 엎드려있다가 기습적으로 반격을 도모하려 했다.

유리크는 양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핫, 하하하하!”

“···?”

“사실 죽일 생각까지는 없어. 말하지 않았나 자신감을 약탈하러 왔다고 말이야. 그냥 충격요법으로 겁만 준 것뿐이다.”

“예? 어째서······?”


그때였다.


타다닷.


“멈춰라!!”


누군가 바람처럼 달려와 둘 사이를 덮친다. 난입자는 정도운을 구하려는 듯, 삽시간에 유리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

“?”


유리크는 그 일격을 한 걸음 물러나서 간단히 피했다.


“어라.”

“음?”


알렉스는 무위로 돌아간 기습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이거, 알렉스 도련님 아니십니까? 뭐 하십니까?”

“응? 유리크 선임 호위(先任護衛). 그대야말로 여긴 어쩐 일로?”

“······.”


정도운은 잠시 어색한 자세로 둘을 지켜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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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으로 모험 격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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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던전 공략 24.09.01 17 1 17쪽
11 등잔 밑이 어둡다 24.08.10 18 1 14쪽
10 밖으로 24.08.07 29 1 15쪽
9 영웅과 악당 24.08.04 42 1 19쪽
8 석벽 미로 (7) 24.08.02 43 1 16쪽
7 석벽 미로 (6) 24.07.31 71 3 13쪽
» 석벽 미로 (5) +2 24.07.29 50 4 14쪽
5 석벽 미로 (4) 24.07.28 53 4 21쪽
4 석벽 미로 (3) 24.07.25 87 4 18쪽
3 석벽 미로 (2) 24.07.24 61 3 21쪽
2 석벽 미로 (1) 24.07.23 76 4 15쪽
1 모험의 시작 24.07.23 94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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