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으로 모험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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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서로
작품등록일 :
2024.07.23 03:00
최근연재일 :
2024.09.0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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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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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공략

DUMMY

정도운은 모래로 뒤덮인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내 목표는, 고유의 증명을 늘려서 홍련파의 입김이 닿지 않는 구역으로 넘어가는 것.’


솔직히 처음에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나, 때마침 주기적으로 생성된다는 구역의 돌발 던전이 나타나 한시름 덜었다.


돌발 던전, 혹은 돌발 모험이라고 불리는 장소.


한정된 보상을 두고, 사실상 구역 내 모험가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정도운으로서는 홍련파 산하 두 단체가 아직 그에 대해 정보가 없고, 등잔 밑이 어두울 때 탈출의 기회가 온 셈이었다.


‘물론 방심해서는 안 돼.’


이곳엔 두 단체를 이끌고 온 개척경의 모험가들이 존재한다.


아직 그의 정보가 알려지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나 그것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은 자중하는 편이 좋겠어.’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석벽 미로의 상위 호환 격 모험이었다.


당연히 위험할 터.


급격한 성장에 자신감은 있으나 던전 유형은 처음이기에 그도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정도운은 앞에서 내려가는 모험가들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의 내 수준도 제법 보이는군.’


모험가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높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았다.


대열의 앞에서, 지하 동굴을 내려가는 계단이 심연처럼 모험가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



“으으.”


어디까지인지 모를 어두운 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대열 속. 중년 모험가 장리는 달달 떨었다.


“후우, 별일 없어야 할 터인데···.”

“이런 던전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까?”


정도운이 물었다.

그는 초면에 친근하게 구는 청년을 슬쩍 보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경험은 없습니다. 다만 구역을 나가지 못하는 특성상 얘기는 많이 들었지요.”

“얘기요?”

“예, 이런 던전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잠들어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위험해도 대부분은 공략이 되지만, 간혹 정말 잘못 걸리는 경우는 많은 이들이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은···.”

“공략은 실패하고, 아무도 생존자가 없는 거죠. 거의 괴담 수준이긴 하지만··· 종종 그런 얘기가 저잣거리에 나돕니다. 고참 모험가들의 짓궂은 장난인지 몰라도 듣기 싫어도 들리죠.”


진부한 얘기로 들리지만, 무시할 만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느덧 대열은 바깥의 빛이 거의 들지 않는 거리까지 내려왔다.


어둠은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모험가들 사이에 긴장과 불안이 감돌 무렵 은은한 횃불이 통로의 불을 밝혔다.


마치 입장을 환영한다는 듯 일제히 통로가 환해졌다.


정도운은 그 마법적인 현상을 일별하며 말했다.


“불안은 이해하지만, 저들이 있지 않습니까. 서로 사이는 안 좋아도 59구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두 무력 단체라고 들었는데요.”


현재 백 명이 넘는 대열을 이끌고 있는 흑진회와 정화단의 노련한 모험가들.

구역을 양분하는 두 패자(霸者)답게 한눈에 봐도 고위 모험가들이 즐비했다.


특히 최선두의 두 우두머리는, 멀리서 보는데도 각각이 괴조 바루마 이상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지금의 정도운에게 그렇게 느껴질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렇죠. 그래도··· 걱정이 드는군요. 몇 번인가 와보았지만 여전히 던전이란 곳은 모험가끼리 다툴 만한 곳은 아니에요.”


중년 모험가, 장리가 그렇게 말할 즈음이었다.


비로소 59구역의 공략자들은 어느 석문(石門) 앞에 섰다.


문의 겉모양에서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마치 그들이 내려온 이 길이 비밀스러운 뒷길처럼 느껴졌다.


“···.”


흑진회주의 대제자, 막제위와 정화단 부단장 드루거스트는 나란히 서서 문을 열었다.


묵직한 돌문이 밀려나며 새로운 공간을 보여주었다.


[ 어느 기묘하고 어두컴컴한 지하 동굴에 입장하였습니다. ]

[ 모험을 공략하십시오. ]


던전이 시작되었다.



***



“세 갈래 길이군.”

“세 갈래 길이야.”


모두가 지하 동굴에 들어서고, 기다렸다는 듯 들어온 문이 저절로 닫혔을 때, 흑진회주의 제자 막제위와 정화단 부단장 드루거스트는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말했다.


물론 자기네 무리에 대고 하는 말이었다.


그들에게 이런 돌발 던전은 단순한 모험가로서의 모험 공략이 아니었다.


경연(競演)!


59구역의 지배자로서, 그 보상으로 실적을 올리고 홍련파에 잘 보일 기회였던 것이었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지.”

“그럼 우리는 왼쪽.”


둘은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또다시 약속이나 한 듯 세 갈래 길에서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삼삼오오(三三五五) 모인 중소 그룹이나 개인 모험가들도 그들 두 무리 중 하나의 뒤를 따르든가, 아니면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정면의 길로 가든가 제각각 경로가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갈림길이 있는 것은 서로 공략하여 도달하는 지점이 다른 것이죠.”

“차이가 있습니까?”


어느덧 통성명을 마친 중년인, 장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는 있지만 위험한 건 어차피 매한가지입니다. 유념해야 할 건 떨어지는 건 적지만 강한 자들과 함께할 것이냐, 아니면······.”

“더욱 위험하겠으나 제 손으로 보상을 쟁취할 것이냐, 군요.”

“그렇죠.”


이후 그는 정도운의 무운을 빌어주고는 정화단이 간 오른쪽 길로 사라졌다.


“···.”


이제 동굴의 중심.

공동의 갈림길에는 정도운을 비롯해 아직 선택을 내리지 못한 모험가들만 남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좌우 중 어느 쪽을 선택하지 못했다면 결론은 대개 정해져 있었다.


‘으음.’


잠시 후, 정도운은 동굴의 세 갈래 길 중 정면의 길로 걸음을 옮겼다.



***



구불구불한 동굴길이 이어진다.


막제위는 정글도를 역수로 쥔 채 턱을 곰곰이 문질렀다. 그가 고민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군. 혼자 왔거나 파티를 꾸려도 잔챙이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흑진회주의 직속 제자.

막제위는 개척경의 모험가이자 이런 던전의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사건건 충돌하며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대는 반대편의 무식한 부단장 놈도 마찬가지였다.


‘던전 따위, 이제는 보기만 해도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보다도··· 그놈이지.’


어둡고, 습하고, 불쾌한 던전에서도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다.


바로 누가 안에서 죽어 나가도 목격자만 없으면 누구도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던전은 한 번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일회성 장소였고, 이곳에서 누군가의 주검은 감쪽같이 던전과 함께 사라질 테니 말이다.


그는 자신을 따라온 흑진회 아래 제자들과 친위대를 보았다.


언제 보아도 든든한 전력이었다.


‘지금까지도 던전에 들어올 때마다 치열하게 암투했지만··· 이번엔 또 다를 것이다. 드루거.’


막제위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은밀하게 그를 따르는 두 명의 기척을 감지한다. 아니, 정확히는 세 명이었다. 한 명은 그에게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은밀했기에 그도 존재한다는 것만 알았다.


막제위는 조용히 그를 불렀다.


“은밀한 검.”


공간이 미미하게 일렁이며, 막제위가 거금을 들여 고용한 암살자가 반응한다.


“말하시지요.”


그 역시 막제위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별안간 대답이 귓가에서 들려오자 막제위는 잠시 움찔했다.


“지근거리에서 본 부단장은 어땠지?”

“과연 강하더군요.”

“그 정도인가?”

“예, 그건 필시 타고난 싸움꾼입니다. 다만 암살이 불가능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죽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암살자는 개척경보다 윗줄의 괴물이라면 모를까··· 라고 중얼거렸다.

막제위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감상은 잘 들었다. 하면 이 길로 다시 돌아가, 기회를 봐서 정화단 부단장을 암살하라. 던전에 있을 때 해치워야 한다.”

“고용주의 첫 지시, 수행하겠습니다.”

“무운을.”


더 이상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막제위는 간만에 흡족한 미소를 띠며, 흑진회의 무리를 진두지휘했다.


“자, 반대편으로 간 정화단 놈들보다 먼저 던전을 공략해야 한다. 서두르자!”

“예!”



***



막제위가 암살 지시를 내린 것과 같은 시각.


정화단 부단주 드루거스트는 병력을 이끌고 진군하다가 동굴 너머에서 우글거리는 기척을 감지했다.


던전 루트에 배치된 괴물들이었다.


크룩, 키룩.


“흠, 아귀와 적귀가 섞인 무리인가.”


아귀는 영악하여 몰려다니는 작은 놈들, 적귀는 덩치는 사람보다 크지만 지능이 떨어지고, 성장 과정에서 흡혈을 한 대상마다 다른 신체 부위 하나가 진화하기 때문에 개체마다 특징도 천차만별인 놈들이었다.


놈들이 미묘한 공생 관계를 이루며 동굴에서 그들을 덮쳐왔다.


‘같은 삼귀(三鬼)로 엮이는 사막의 괴물들이지만, 앞선 두 놈은 감히 마지막 명귀의 위험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그는 거대한 대검을 들어 바람처럼 휘둘렀다.


후우웅―!


콰콰콰콰.


바람은 곧 검기가 되어 일대를 쓸어버렸다.


그는 눈을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가는 길목마다 차례차례 지키는 괴물들이라. 그렇다는 말은 이 끝에 보스가 있겠군.’


보통의 모험가들에게는 이것만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할 시련이겠으나, 흑진회와 마찬가지로 산전수전 모두 겪은 그들 정화단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보다는···.’


그 역시 막제위의 동향을 경계하고 있었다.


‘큭큭, 애송이 놈, 또 무언가 수를 쓰겠구나.’


막제위는 들어올 때 으스댄 것과 달리, 막상 그와 부딪칠 때마다 번번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소위 상처뿐인 승리를 가져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막제위의 수족이나 충실한 부하들은 던전과 모험 등지에서 모조리 그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었다.


‘겉보기에는 티를 내지 않아도 분명 제 놈도 그간의 피해가 누적되어 자리를 위협받고 있을 터, 이번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 데 사활을 걸겠지.’


최대 걸림돌인 그가 건재하니 분명히 수작을 부려올 터였다.


드루거스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외모와 상반되는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크, 제 놈만 수를 쓴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오산이다, 애송아. 오늘도 어떻게 발악할지 기대되는군.”


드루거스트의 수작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모르긴 몰라도, 두 집단이 나뉜 사이의 중간 길이 시원한 격전지가 될 것 같다고 말이다.



***



서른여 명의 모험가들이 동굴 중간 길을 탐험했다.

정도운은 그중 후미에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던전의 괴물 무리와 마주쳤다.


“온다!”


크에에엑!

크루룩!


음습한 지하 동굴 너머로, 익숙한 모습의 녹색 소귀, 아귀(餓鬼)들의 무리와 시뻘건 악마를 닮다 만 형상의 괴물이 몰려나왔다.


“하압!”


모험가들은 무기를 꼬나쥐고 맞섰다.


전원 고유 능력을 각성한 이들은 각자 능력을 발휘하며 도, 검, 창, 부, 철퇴와 같은 무기 등으로 괴물들을 처리했다.


서걱.


정도운 또한 바뀐 몸 상태를 점검하듯 가볍게 검을 휘둘러 눈앞의 아귀를 양단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공교롭게도 괴물의 습격 규모는 모험가들이랑 비슷했으나, 양측의 전력 격차를 보여주듯 전투는 순식간에 종지부를 찍었다.


물론 모험가들의 압승이었다.


빰빰!


[ 공적, 지하 동굴의 괴물들을 물리쳤다. ]

+모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2은화 5동화를 얻었습니다.


‘역시 인원수가 이 정도나 되니까 마술이나 이능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군. 그게 고유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 길의 모험가들은 예닐곱 개의 크고 작은 파티, 그리고 그 외의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다 같이 정비 시간을 가진 후 한 몸처럼 전진을 재개했다.


크르르···


더 깊숙이 들어가자 재차 괴물 떼가 그들을 덮쳤다.


‘일련의 전투에서 어떤 규칙성이 느껴진다. 이건 일정 구간마다 배치된 괴물들인 건가?’


정도운은 흥미로운 눈빛을 띠었다.


늑대 형상의 괴물이 그를 덮쳤다. 찰나에 불과하지만, 능력치 상승과 더불어 주변이 느려진 듯한 효과가 있었다. 그 안에서 정도운이 움직였다.


검날이 부드럽게 늑대의 목을 통과한다.


쿵.


늑대 괴물은 목이 떨어지며 쓰러졌다.


[ 공적, 지하 동굴의 포식자를 물리쳤다. ]

+모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2은화 59동화를 얻었습니다.


‘아귀보다 월등히 강한 놈이다. 그런데 일격에 쓰러트리는 게 어렵지 않아.’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습격해오는 괴물들의 규모와 수준이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미로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아귀들이 조잡하게 만든 것 같은 함정도 곳곳에서 모험가들을 괴롭혔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별것 아니나, 과연 그런 것들이 쉬지 않고 몰아치니 이 인원으로도 동굴을 전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


처음에는 여유롭게 놈들을 격퇴했던 모험가들도 슬슬 지친 기색이 맴돌기 시작했다.


“쉼터, 쉼터다!”

“뭐? 어디?”


그러는 와중 선봉에서 척후를 겸하는 이들이 동굴 가운데에 넓은 공간을 발견했다. 마치 인위적으로 깎아 조성된 것처럼 동굴 중간에 위치한 공동이었다.


정도운은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곳은···.’


던전 한복판에 어울린다고 보기에는 이질적인 공간이다.


돌아보니 모닥불이 있고, 각자 앉아서 쉬기 좋은 자리가 있으며, 중심에는 이 동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은은한 빛이 어린 샘물터가 있었다.


“사, 살았다.”

“여긴 내 자리야!”


모험가들은 익숙한 듯이 짐을 풀고 곳곳에 자리 잡았다.


정도운은 능력치 상승의 영향인지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구석에 앉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 은은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모험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쉼터 특유의 회복력이 작용한다는 모양이었다.


‘지하 동굴이라고는 하지만 돌발 던전이라기에 정체가 뭔가 했는데, 이건 정말 게임 속의 던전이 보여주는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군.’


일정한 구간마다 준비된 적과, 중간에 만들어진 플레이어들의 휴식처.


마치 MMORPG게임의 한 장면 같다.


‘전형적인 던전 그 자체다.’


그리고 이 패턴대로라면, 직감적으로 보스방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최후의 결전 전에 마음껏 쉬라는 듯한 위치에 쉼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간이 짧기는 해도 지금까지의 모험과 맥락 자체는 같아. 결국 시작과 끝까지 일정한 패턴이 있는 거야.’


정해진 패턴은 있다.


단지 이곳은 인스턴트 던전처럼 단발성으로 끝난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때였다.


“으악!”


거친 인상의 흉터 남자가 가까이서 샘물의 회복 효과를 받으려고 하던 모험가를 밀쳐냈다. 모험가는 놀랐는지 눈을 끔벅거렸다.


“왜, 왜 그러십니까?”

“어이, 여기 자리 있는 거 안 보여? 이 자리는 우리 맹독의 어금니 파티가 차지했다. 괜히 인원수를 늘려서 샘물의 효능을 줄이지 마라.”

“회복 샘물에 소유권이 어딨습니까? 이, 이건 횡포 아닙니까!”

“그러게 누가 혼자 오래? 뭣하면 샘물보다는 효과가 덜하겠지만 저기 모닥불 주변 자리를 쓰면 되잖아?”


흉터남은 그런 남자를 비웃으며 한쪽의 모닥불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곳 역시 다른 파티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감히 다가올 생각 말라는 듯 매서운 눈으로 남자를 흘겼다.


“그런···.”

“왜, 불만이면 실력으로 뺏어보던가?”

“아, 아닙니다.”


그즈음 흉터남과 반대편의 샘물 근처에 있던 가죽옷의 여성이 입을 열었다.


“이봐, 그만하지.”


흉터남이 움찔했다.

노여운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뒷골목의 암고양이 카밀라.’


여자는 어지간한 미친놈이 넘쳐나는 이 무법지대에서도 몇 없는 정상적인 파티를 꾸리고 공략해나가는 모험가 중 하나였다.


아울러 이곳에서 남을 약탈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략을 이어나간다는 자체가 실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왜, 네년이 이 비실거리는 녀석 대신 자릿세라도 낼 텐가?”

“개소리 그만하고 그냥 앉아. 거기서 강한 척하면 네가 진짜로 강해진 줄 알아?”

“흥···.”


흉터남은 더 할 말이 없는지 대화는 다소 싱겁게 일단락되었다.

이런 건 소소한 헤프닝이었다.


‘눈앞에서 대들었는데도 살려준다니, 미로의 약탈자 놈들과 비교하면 이곳 놈들은 양반이군.’


정도운은 수통의 물을 홀짝이면서 모닥불 쪽을 보았다.


아무래도 미로에서 보았던 모닥불은 어떤 존재가 둔갑한 가짜이고, 진짜 모닥불은 저렇게 주변의 모험가들을 회복시켜주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앞서 나가서 정탐하던 모험가들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들린다, 요 앞이군. 슬슬 마지막 방이야.”

“보스인가, 내가 보낸 정령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


능력을 숨긴다고 작은 소리로 말하는 모양이었지만, 귀가 밝은 정도운에겐 그 내용이 모두 들렸다.


‘보스방···!’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른 진행이었다.


정도운은 검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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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밖으로 24.08.07 29 1 15쪽
9 영웅과 악당 24.08.04 42 1 19쪽
8 석벽 미로 (7) 24.08.02 43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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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석벽 미로 (5) +2 24.07.29 49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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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석벽 미로 (2) 24.07.24 60 3 21쪽
2 석벽 미로 (1) 24.07.23 75 4 15쪽
1 모험의 시작 24.07.23 92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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